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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앱에서 저널리즘 타락 우려하는 기자들

Online_journalism 2016.03.23 09:11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익명 게시판에서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타락부터 조직 경쟁력까지 숱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왜 이것들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가? 기자들은 스스로 자위하는 것은 그치는가? 질식하는 뉴스룸 문화, 샐러리맨이 되는 기자, 미디어를 나무라기만 하는 독자들... 이것이 진정한 언론의 위기이며 공동체의 위기이다.


<기자협회보> 후배 기자가 익명 기반의 한 SNS 앱이 언론사 기자들의 '해우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견을 물었다. 설치해서 들여다봤더니 좋은 일은 '아니다'. (이 인터뷰는 23일자 <기자협회보>에 게재됐다)


이 앱에서 기자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선배와 논조를 향한 비판, 임금과 수당, 언론환경에 대한 대처 등이 대부분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익명이라는 '엄호'를 받는 자기 고백들은 사실 조직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다. 


익명 서비스에 언론사 기자들이 북적이는 것은 첫째,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경기회복의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흐름이다. "찍히면 죽는다"는 철벽 앞에서 기자들도 위축되고 있다. 


둘째, 인터넷 보급 이후 시장포화와 과잉경쟁 구조에서 앞만 보고 향할 수밖에 없는 언론경영 환경도 거들고 있다. 잠시 현재 위치에 머무르면서 '복기'하고 성찰, 개선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이를 받아서 처리할 곳도, 사람도 없다. 


셋째, 당연히 조직 내에서 선후배 사이에 교류도 미흡하다. 과거에는 통음하면서 격렬히 치받으며 자존감을 세웠지만 이제는 성과 목표를 내세우는 조직 이기주의 아래에서는 구질구질한 추억이 되었다. 개인화한 신세대 기자들과 경영의 관점에 선 구세대 기자들은 평행선이 되었다.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넷째, 미디어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에서 독자들은 기자의 수준을 적극적으로 비평한다.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공간에서 기자의 역량은 금세 드러났다. 성역비판은 줄어들고 그 자리는 상업주의가 채웠다. 기레기 논란이 빗발쳤고 기자들은 진로와 정체성을 의문하고 있다. 외부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염치없다.


익명 앱에서 만나는 기자들은 감정의 토로를 통해 일정한 보상과 위로를 받는다. 비공식적인 채널에서 내상을 치유하고 다른 기자들의 동질적인 고통을 발견하면서 더 이상은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료 언론인들의 애틋한 동병상련, 이심전심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이런 상황은 당장에 호전되기는 어렵다. 우선 직업기자들이 처한 언론환경은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왔다. 언론기업 차원에서도 뾰족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시장 양극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언론사 간 빈익빈부익부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기자들이 겪는 고충은 육체적 고통, 경제적 빈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고 있다. 최근 30년 사이에 가장 미래가 불확실해진 직업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본연의 취재 이외의 업무도 폭증하고 있다. 이는 유감스럽게도 당연시되고 있다. 


기자 전문성 확보도 쉽지 않다. 오랜 취재경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시대다. 탤런트(재주), 테크놀로지(디지털 기술) 등 개성적이고 기능적인 것을 보탤만한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번 아웃'의 상태로 하루하루의 일을 처리하는 샐러리맨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익명의 앱에서 넘치는 기자들의 넋두리와 아우성, 조롱과 비난은 희극적이고 동시에 비극적이다. 공동체와 독자가 언론사와 기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수렴하는 과정은 실종된 채 뉴스룸은 속도와 형식을 재촉하는 기교와 그 결과 즉, 실적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언론사와 기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급성 질환도 아니고 만성 질환이며, 숙환이라고 할 것이다. 단기간에 치료되기 어려운 까다롭고 근원적인 문제들이다. 익명 게시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풀어가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진정한 위기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멀지 않다. 언론의 사명, 책임을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언론사 로비에, 편집국 앞에 묘비처럼 화석처럼 박힌 글귀를 읽는 길이다. 혁신은 멀지 않다. 혁신은 디지털이 아니다. 혁신은 기술이 아니다. 혁신은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찾는 일이다. 그래서 혁신은 정녕 어렵다. 


어지러운 세상의 책임의 상당 부분은 언론이 져야 한다. 더구나 디지털에 만취한 혁신으로는 더 이상 세상의 진보를 염원하는 독자-교양인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만족한 성과조차도 끌어내기 어렵다.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디지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내 관리자들은 정면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는 익명 게시판을 몰래 들여다보며 기자들의 글을 살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풍토에서는 저널리즘의 도약, 기자의 진화, 언론시장의 성숙 같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언론사 내부에 상하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치사회적 분위기, 시장 경쟁질서는 언론환경을 벼랑 끝으로 밀어넣은지 오래다. 네트워크에는 언론사 종사자들의 자탄 속에 희망을 기약하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온다. 미디어 수용자인 독자들도 기자들이 겪는 문제를 공감할 필요가 있다. 언론인의 중병은 사회적인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4월 초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저널리즘 혁신은 무엇인가'의 토론회 발제를 맡았다.





기자 블로그는 자유로울 수 없다?

Online_journalism 2008.11.19 22:02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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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교준 편집국장이 지난 10일 편집국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논조와 반하는 포스트를 하지 말 것 등 기자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주목된다.

미디어오늘 보도 등에 따르면 김 국장은 "기자 블로그는 독자들에게 중앙일보의 준매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기자 블로그에 글을 쓸 때에는 독자와의 신뢰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시위 그리고 SK의 코리안시리즈 우승 관련 포스트가 중앙일보와 JMnet에 피해를 입힌 기자 블로그 사건이라고 평가한 김 국장은 "사회적 이슈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중앙일보와 JMnet 보도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첫째, 중앙일보와 JMNet 구성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둘째, 보도 기준 준수 셋째, 외부 블로그 개설시에는 중앙일보 기자신분 비공개 및 최대한 보도 기준 준수 등이다.

또 가이드라인을 공지하면서 기자 블로그 대상도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중앙데일리, 일간스포츠, 시민사회연구소 소속 기자로 한정했다. 조인스닷컴과 다른 계열사의 (온라인) 저널리스트들은 배제했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는 촛불시위와 관련 다른 논조의 글을 올린 이 아무개 기자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 엄중조치를 취한 바 있다.

어쨌든 이 가이드라인은
기자 블로그의 정체성과 관련 해묵은 논란을 끄집어 내면서 신문업계 안팎에 적지 않은 과제를 제시했다고 본다.

첫째, 전통미디어 기자 블로그는 매체 소속인가(매체에 복무해야 하는가) 아니면 또다른 매체(소통 채널)인가에 대한 정체성과 관련된 논의가 필요하다.

기자 블로그의 독립성을 인정할 경우 매체의 성격과 다르게 전개돼 시장에서 '혼란'을 줄 수 있는 반면 일반 독자들은 뉴스룸을 개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독립성을 부정할 경우 다양성과 양방향성 등 시장소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블로그의 특성을 무너뜨릴 수 있어 기자 블로그에 대한 뉴스룸 내부 논의과정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둘째, 기자 블로그가 전통매체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 가능성과 비전은 무엇인지 등 좀 더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중앙일보의 경우 블로그와 신문의 논조를 일체화하기 위한 '관리' 차원의 접근으로 블로그의 특성과 가능성을 외면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빌미가 된 촛불시위 관련 글을 올린 기자 블로그는 시장내 독자들이 오히려 객관적으로 뉴스룸을 바라보는 계기가 된 부분도 있어 이를 시장내 브랜드 신뢰 훼손으로만 간주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즉, 뉴스룸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중요한 신뢰의 요소로 보고 있는 시장의 최신 흐름을 고려할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해외 전통매체의 기자 블로그에서 '상식선을 넘어선' 정치적 편향성 등의 경우 뉴스룸의 엄정한 조치가 수용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대체로 기자 블로그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는 방향은 아니다.

아직 이러한 논란은 말끔히 정돈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뉴스룸이 기본적으로 블로그의 독자성, 전문성을 인정하고 내부 종사자들과 효율적인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충분히 대화하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안은 국내 전통매체 뉴스룸의 책임자도 기자 블로그 가이드라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이는 전통매체 뉴스룸이 앞으로 블로그나 양방향 서비스에 대한 기자참여가 늘수록 내부 규칙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기자 블로그의 콘텐츠 저작권을 어디에 귀속시킬 것인가, 그리고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부분도 깊은 숙의과정이 요청된다. 또 자사 웹 사이트를 떠나 기자 블로그를 운영할 경우 정체성 부분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중앙일보 기자들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미디어오늘 11월19일자 참고). 이것이 해당 언론사 뉴스룸 구성원의 합의된 견해라고 한다면 그것 자체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이드라인 공지 이후 기자 블로그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시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간
시장내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중앙일보 기자 블로그(조인스닷컴)가 인터넷 이용자들로부터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지켜볼 일이 남은 셈이다. 그 상당 부분은 열정적인 기자들의 노력에 의해 결론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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