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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 <미디어스> 보도 사진 캡쳐.

최근 일부 언론과 독자 사이에 불거진 갈등은 첨예화, 장기화 조짐이 있습니다. 이 갈등은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진보언론 만의 문제도 아니고,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자들로 한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에서 '진보언론'은 과연 어떤 역할이 필요한가? 현대의 진보는 무엇인가. 주권자인 시민이 진보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진지한 질문에 해답을 찾는 숙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사단의 배경은 진보언론의 불확실한 정체성에 있습니다. 진보언론과 독자 간의 관계는 가족관계, 결연관계, 동지관계가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원초적 고리인 가족관계가 깨지면서, 애착구조가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양측 사이에 제대로 된 `연결`과 '관계'가 존재했느냐는 것입니다. 있었다면 그 관계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것으로 구체화했느냐는 점입니다. 가족관계나 결연관계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뿌리 깊은 교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얽매이면 관계는 무덤덤해집니다. 관계의 진척이란 것이 딱히 있을 수 없습니다. 꿈이나 희망을 공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독자들에게 명료한 관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성장하려는 미디어라면 독자와 전략적 관계를 상정해야 합니다. 항상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독자가 `말 걸기`를 하면 여기에 대해 피드백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독자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변화한 일상에 다가서는 콘텐츠 생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에서 전략적 관계의 경쟁력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독자들은 진보언론을 통해 이런 관계를 체험했는지 불명확합니다. 진보언론은 독자들을 여전히 가족, 결연 같은 낡은 관계구조로 두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반면 독자들은 이미 기존 언론의 영역을 떠나 스스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의 발제문에 나온대로) 네트워크에서 '제3의 공간'-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을 하는 독자들입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입니다.

현재 진보언론은 자신들에게 항의하고 압박하는 독자들을 '문빠'로, 반지성주의 그룹으로 가두려고 합니다. 이 갈등의 생산적 에너지를 고려한다면 프레임 처방전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저널리즘을 진지하게 소비하는 열혈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 진보언론과 시민 즉, 공중 간에는 정신적 심리적 유대감이 존재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진보언론이 대리로 표현해준다고 판단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언론의 보도는 '나'의 의지나 신념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간주되었습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더라도 진보언론은 공동체의 번영을 지키는 등대이며 버팀목이라고 안심했습니다. '가족'에서나 가능한 절대적인 신임과 의존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광장의 촛불이 이끈 에너지는 진보언론에 대한 그림을 전통적인 결합의 수준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연대하는 전략적인 관계로 이끌었습니다. 한때 결코 끊을 수 없는 가족 같은 관계였지만 이제는 관점의 차이에도 갈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진보언론, 독자를 새롭게 인식해야 

진보언론은 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오기를 부리고, 우리가 함께 성취한 것에 대해 흠집을 내는지 더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국면에서는 심리적, 경제적 모든 후원을 접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런 판단이 가능해진 것은 달리진 미디어 생태계입니다. 압도적 시장팽창 환경은 물론이고 내용적으로도 지난 수년 사이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안적 독립적 미디어는 종전의 언론이 견지하는 엘리트적 태도를 넘어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킬 준비와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진보언론은 독자를, 특히 말을 걸어오는 독자를 전략적인 협업관계로 전환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진보언론은 종편을 보유한 보수언론처럼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독자만 보고 가야하는 매체입니다.

독자와 언론 간의 전략적 관계란 독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제언하고 뉴스조직이 이를 수렴하여 함께 뉴스 생산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협업 과정을 갖는 것입니다. 특정 사안을 놓고 결과물을 만들거나 결과를 향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커뮤니티 관계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 관계는 어떤 시기에 종식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결과를 갖고 다른 논의와 다른 커뮤니티로 연결될 수 있는 힘을 축적합니다. 

토론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지적대로 '비판적 담론공중'으로서 독자의 잠재력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제한적 정보이지만 이를 신뢰하는 반지성주의가 네트워크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멍청한 언론과 똑똑한 독자 간의 대립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의 마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진화하고 있는 독자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것이 본질적인 대응입니다. 

독자와 언론의 '전략적 협업관계'

우리 공동체는 이제 '투명성'의 가치경쟁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나아가야 합니다.

언론인의 잦은 스캔들, 보도의 오류, 옐로우저널리즘의 확산 등 내부의 오류는 물론 다양성의 확산, 전문성의 경계붕괴, 정치과잉 등 외부적 충격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 국면에서 독자는 언론에 비해 더 많은 선택과 질문을 할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기자에게 일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독자들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하게 저널리즘 투명성에 대한 주문입니다.

언론은 이제 투명성을 통한 신뢰성과 책임 강화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접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옴부즈맨 (공개 편집자, 독자 편집자)

• 내부 윤리 규정

• 독자를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회

• (투명성 제고의 상징성인) 보도 정정, 사과

• 기자의 스캔들에 대한 처벌

아래처럼 디지털적인 접근도 내실을 기해야 합니다.

 뉴스의 근거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링크는 확인 가능성, 신뢰성을 높이는 필수적 요소)

 경우에 따라서 보도에 수반된 합리적인 판단 기준 특히 편집상의 결정은 추후에라도 설명되는가?

 뉴스에 대한 독자의 질문을 기자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답하는가?

 댓글과 대화는 권장되고 있고 뉴스에 활용되는가?

영국의 진지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가디언>의 오픈저널리즘 가이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의 논의를 권장합니다.

 그 가운데 많은 것을 웹 사이트에 공개합니다.

 기자만이 권위, 전문성, 관심의 우위에 서는 당사자가 아님을 인식합니다. 

 다양성을 달성하고 반영하며 공유 가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널리즘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안과 주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 공동 관심사를 다루는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협력과 큐레이션을 합니다.

진보 언론은 뉴스의 가치를 인식하는 현명한 독자, 뉴스를 확산시키는 독자, 또 토론하고 참여하는 용기의 독자를 발굴해야 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뉴스 독자를 넘어선 '시민 미디어'입니다. 이들과의 연결에서 진보언론은 더 값진 영향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별히 디지털에서 독자와의 관계 증진은 진실성, 책임성, 일관성을 높이는데서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일반적으로 독자의 흥미를 파악해 건강, 라이프스타일. 취업 등 보다 연성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또 이메일, 댓글, 독자가 많이 본 기사 랭킹 등도 초보적인 방식입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의 욕망, 기대, 흥미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독자 관계를 향한 기본 과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이 기울이는 섬세하고 치밀한 노력에 대해 에드워드 러셀 <데일리 텔레그래프> 디지털 에디터는 "우리의 업무는 고객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신문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합니다. 즉, 우리는 누구도 제대로 보지 않는 기존의 플랫폼-지면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파트너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독자와의 새로운 관계 에너지는 상호작용성•공감성•신뢰성으로 생성됩니다. 이것은 네트워크 시대에 뉴스 미디어가 키워야 하는 경쟁력입니다. 지금까지의 업력과 저명성은 잊어야 합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 저널리즘 협업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적인 경쟁이 아니라 질(quality)에 초점을 두는 가치 경쟁을 선언해야 합니다. 존중, 배려 등 독자에 대한 관계의 원칙을 앞세워야 합니다. 또한 독자가 저널리즘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보 뿐만 아니라 독자와 함께 뉴스를 만드는 작업을 설계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퀄리티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지난 6월 21일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에서 주최한 <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현장에서는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참조로 <미디어스>는 이 세미나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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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뉴스 생태계란

뉴스미디어의 미래 2017.06.25 13:49 Posted by 수레바퀴

한국언론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

"이제 커뮤니티와 저널리즘의 연결이란 생태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커뮤니티는 스토리텔러, 밀레니얼 세대, 예술가-전문가 등이 저널리즘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저널리즘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외부와의 협업을 이끌 수 있는 창의적 업무와 문화를 정비하는 조직의 업무를 대표합니다.

시민주도의 뉴스, 뉴스조직의 유연한 업무가 결합하는 곳이 바로 새로운 뉴스 생태계입니다.

저는 오늘 네 가지 주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우리는 미래지향적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해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2.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저널리즘 생태계는 어떤 것인가?
3.그러나 현장은 어떤가?
4.어떤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는가?

먼저 오늘 우리는 어떤 것을 인식해야 하는가입니다.

미래지향적 뉴스 생태계로 향하기 위해 우리는 최근 일어난 언론과 독자 간 마찰과 갈등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두 가지 정반대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 이들은 누구인가입니다. 공중의 진화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반지성적인 사람들인지입니다. 둘째, 언론의 태도입니다.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지 아니면 일상적이고 상호적인 동력으로 봐야 하는지입니다.

우리가 지금 공유할 수 있는 사실은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독자의 미디어 사용능력이 아주 우수하며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뉴스조직은 가치를 잃고 조직은 퇴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시스템이나 명령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책임 하에 대응하는 독자의 지혜로움은 낯선 현상이 아닙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자의 정보는 언론의 해명보다 앞선 수준있는 자료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여론 조작을 위해서 동원되거나 감정적인 독자들이 더러 있지만 그것이 오늘날 언론과 독자 간 갈등의 전모는 아니라는 것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재 기성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저하게 기능 부전에 빠져 있습니다. 독자를 확장하는 것도, 붙잡는 것도 모두 어렵습니다. 광고의 효용성은 추락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사회적 신호가 있다면 오래된 종이신문의 지면에 광고를 끊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방송 환경도 더욱 분산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지난 10년 간 구조조정이 없었던 언론은 한국 뿐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자의 영향력과 매력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을 지켜보는 미래 전문가들은 "저널리즘의 미래는 업계를 선도하는 몇몇 언론사 대신 집단지성과 자기 조직화된 지식 노동자에 있다"고 예측합니다. 이러한 징후는 세계의 신생 미디어에서 그 활약상을 찾을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블로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역동적인 장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기반에서는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더 많은 저널리즘이 가능합니다. 허핑턴포스트든, 오마이뉴스든 새로운 생산 에코 시스템은 콘텐츠 네트워크에 의해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유지 확장돼 왔습니다.

정치적 블로그에서 비즈니스, 여행, 교육, 페미니즘 등 무엇이든 다루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신생 미디어와 디지털뉴스매개자 간 협력은 이미 시작됐고 지금도 역사적인 기록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콘텐츠 생산은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 조직화된 지식 노동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이뤄질 수 있습니다. 높게 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새로운 미디어일수록 이것이 저널리즘에 부합한 활동인지 아니면 상업적인 활동인지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대체로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새로운 모델은 장기적으로는 직업기자 또는 비언론인의 경계, 언론 산업의 경제적 현실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힘, 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참여자들이 네트워크에서 획득하는 평판, 명성과는 별개로 보상은 낮습니다. 하지만 한때 미디어 수용자였던 독자들이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언론은 자신들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함께 하려는 동력을 가지면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향하는 저널리즘 생태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독자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구조화하는 생태계는, 공동체의 공정성, 개방성, 다양성을 구축하고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목표를 최우선적으로 앞세워야 합니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연결돼 있습니다.

여기서 명백해지는 것은 '미디어 시민의 탄생'에서 보듯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기관이 아니라 네트워크처럼 활발하게 연결된 공간에서 협력적인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점입니다.

어쩌면 지금 언론시장이 누리고 있는 '산업'은 곧 없어질지 모릅니다. 특히 그것은 언론이 혼자서 기존의 교류관계를 근거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최근 수년 사이 포털사이트나 모바일 환경에서 언론의 역할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뉴스시장의 권력은 이동한지 오래입니다.

그 흐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매개자로 구성된 생태계가 새로운 작동원리로 더욱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방법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갈등과 불만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계는 이들 여러 부분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 의존적이며 서로의 작업을 공유할 때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그렇게 진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환경은 어떻습니까?

언론의 내부는 긴장과 자극보다는 태만과 오만으로 가득합니다. 점증하는 다양한 목소리와 기존의 언론사 뉴스조직이 아닌 곳에서 발행되는 뉴스를 여전히 '도전'과 '생떼'로 여기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에너지로 받아들이는 현명함은 찾기 어렵습니다.

언론과 커뮤니티가 연결되는 오늘날 생태계는 기존의 뉴스를 포함해서 가능한한 모든 형식과 주제를 다루는 스토리를 인정하고, 기존의 조직과 뉴스를 연결시키는 모든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예. 워싱턴포스트 코럴 프로젝트, 커뮤니티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이때 언론이 관여할 수 있는 뉴스 생태계는 비로소 가장 강력해집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앞에는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판단과 인식을 막는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첫째,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뉴스를 지속가능하게 생산, 유통할 수 있는 재원이 고르게 분산돼 있지 않습니다. 현실정치와 조응하는 과정에서 당파적인 매체가 일부 있지만 그것이 생태계를 대표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둘째, 또한 많은 경우에서 공동체의 문제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뉴스의 품질에 수준저하가 이어지고 있고 뉴스조직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격노' 보도에서 보듯 품질과 방향에 심각한 결손이 있습니다. 여러 불성실한 이유로 내부의 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셋째, 더욱 큰 문제는 언론사 뉴스룸이 우리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지켜온 재능과 영향력을 나누고 있지 않는 점입니다. 저널리즘은 더 이상 한정된 기관이나 조직,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란 것을 기성 언론 만큼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엊그제 한 토론회에서 진보언론을 포함한 언론은 독자들과 더 많은, 열린 소통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더니 한 언론단체에서 오신 분이 기자 탈진이 심한 현실에서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취지의 반론을 펴셨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언론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펴는 공중을 바쁘다고 외면하는 상태에서 진보언론이 어떻게 경쟁력,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까?

첫째, 저널리즘을 다루눈 비영리단체를 키워야 합니다. 스스로 신념하고 믿는 저널리즘을 할 수 있는,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을 더 넓게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성장시키려면 우수한 저널리즘 교육이 필요합니다. 도구의 활용 등 미디어 리터러시에 공동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가령 다수의 회원을 둔 커뮤니티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 취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들이 지원하거나 기성 언론과 직업기자들에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지원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저널리즘 표준을 높이고, 전 세계의 부패와 학대와 싸우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금'조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들을 후원하는 기관이나 기업, 개인에게는 100% 세금 공제 등 세제 상의 인센티브 등 정책접근이 갖춰져야 합니다.

둘째, 정부의 역할은 예산 못지않게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공공 데이터 수집, 분석 등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확대되면서 공동체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회를 더 자주 갖게 되었습니다. 공공영역은 미흡하지만 점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더 진실에 다가서는 방향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앞으로 공공데이터의 표준과 연속성, 확장성을 기하는데 보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저널리즘 진흥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주변부에서 핵심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역량있는 젊은이들이 떠오릅니다.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관심이 모여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시민단체 등에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맡겨야 합니다. 즉, 시민들에게 결정권을 위임해야 합니다. 그 뒤 시민들이 그 부분을 기성언론과 협력할지 말지를 판단토록 해야 합니다.

셋째,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고민하고 정립하는 협력 저널리즘의 생태계는 투명성, 윤리성 확보를 겅조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고위공직자, 기업인, 법조인, 유명인 등에게 투명성을 요구해왔습니다. 모든 기업과 기관 가운데에서 언론은 가장 투명해야 합니까? 독자들이 묻고 있습니다. 답변을 해야 하고 납득할만한 수준과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공중으로 진화한, 비판적 담론공중은 언론과 긴밀하게 협력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 뉴스조직과 기관이 증가할수록, 저널리즘 생태계의 긴장도를 높이는 단계에서 박애주의자, 재단, 정부 및 기업의 자금 지원은 불가피합니다. 진정한 질문은 이들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기부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입니다.

투명성을 담보하는 프로세스가 절실합니다. 현실적으로 오늘날 새로운 저널리즘 생태계에 근접한 독립언론과 미디어 기관들이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자금의 출처, 주요 후원자, 급여 및 뉴스생산과정의 비용 등 윤리성이 좌우되는 영역에서 구체적 사실이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그들의 미래가 걸려 있고 생태계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인 저널리즘 기관의 성장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그 가치와 정신에 호응하는 청년세대를 기존의 언론사 뉴스조직보다 효과적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입니다. 진지한 저널리즘을 다루는 사람과 기관이 많아지는 것은 경쟁의 격화와 시장의 우울한 결말이 아닙니다.

정직하고 현명한 저널리즘이 도처에서 빛을 발하고 후속세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저널리즘 생태계에게는 축복입니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역동적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생태계와 저널리즘의 관계를 끝으로 말씀드립니다.

현대 저널리즘은 디지털 적으로 가능한 것(Digitally Capable)과 근본적으로 디지털적인 것(Fundamentally Digital)의 영역에 있습니다. 생산방식과 기자의 역할, 커뮤니케이션, 조직, 자원 등이 모두 그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자의 인식과 철학, 비즈니스 모델은 상당 부분에서 구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목표를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회로 간주하는 뉴스 생태계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정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선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저널리즘의 신뢰와 영향력을 재구성하는데 중요합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뉴스는 하나의 완제품 즉,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변경, 재사용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의 뉴스'라는 것을 수렴해야 합니다. 이것에 걸맞는 워크 플로우를 짜야 합니다. 언론과 기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존심과 긍지가 아니라 독자와 손잡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최대 커뮤니티 중 하나인 '레딧'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명백한 것은 이제 저널리즘은 지난 세기의 경쟁의 자원과 기억을 청산하고 전혀 다른 수준의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효과는 금세 드러나지 않습니다. 곧바로 가시화하는 것은 원래의 목표와 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트래픽 같은 지표에 절대적으로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독자의 참여처럼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힘을 만드는 일에 주목해야 합니다. 독자는 생태계의 시작과 또다른 가능성을 이끕니다. 뉴스조직과 밀착하는 표현•열정의 커뮤니티는 공동체에 긍정의 영향력을 일으키는 에너지입니다. 언론은 이제 자신에게 말을 거는 독자와 한 팀이 되어야 합니다.

현명한 뉴스조직은 이제 독자에 선택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독자의 준거지역과 공간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을 빛내는 독자의 일상에 다가서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신뢰와 평판을 개선하는 노력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이때 권위, 엘리트 같은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디지털 리더십은 기존의 우호군의 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양식있는 질문에서 번성합니다. 양이 아닌 질, 형식이 아닌 가치 경쟁으로 협력저널리즘의 생태계를 끌어가야 합니다. 다양성•투명성•상호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다루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6월23일 미디어오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 주최 기획 토론회 제4세션 <지속가능한 뉴스 생태계의 모색> 토론자로 참석해서 작성한 글입니다. 현장에서는 시간제약으로 충분히 토론하지 못했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있는 독자들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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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2017년5월31일자. 나는 한경오 등 진보언론과 대통령 지지자 사이의 갈등은 느슨한 독자관계의 피로도와 불만이 누적돼오다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셜미디어를 두루 잘 활용하는 독자들을 상대로 특별한 고객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많은 청중(Audience)의 목소리가 네트워크에서 통합되는 점이다. 또 보다 많은 목소리 즉, 보다 다양한 관점의 '경계가 사라진 뉴스'를 마주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오래도록 나누고 검색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는 독자들과의 '협력' 외에 공존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간 충돌을 어떻게 보느냐는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있다. "고정·잠재 독자전략이 없는 뉴스조직은 자사 보도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일 수 없고, 독자와의 소통의 효용가치를 깨닫기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 

이번 진보언론의 경우처럼 '독자를 잃는' 소통과 보도행태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소수 기자의 일탈과 사소한 해프닝으로 한정하거나 가이드라인 정도로 봉합하는 것은 아쉽다. 무엇보다 뉴스조직 차원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절박함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많은 매체들 가운데 유독 '우리'에게 말을 거는 독자들-공격적이고 거칠게 행동하는 독자들에게 친절함과 존경심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여타 매체와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와는 거리가 먼 진보언론이 매달려야 하는 독자발굴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자들의 '압박'을 감정적으로 다루는 협량한 태도가 여전하다. 최근 사태에 대해 일부 기자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자신과 독자들에게 굴복(?)하는 뉴스조직을 분리시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무책임하며 무례하다. 

'독자압박'은 첫째, 독자들이 자신의 신념기준으로 언론(인)에 정론직필을 요구하고 둘째, 구독중단 등 관계단절을 집단적으로 암시·실천하며 셋째, SNS에서 지속적으로 여론을 형성해 언론(인)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독자압박은 광고주 및 권력의 언론간섭과는 다르다. 폭넓은 정보공유에 의해 대중적인 이슈가 되고 있으며 압박의 근거 역시 (독자 입장에서는) 아주 구체적이다. 반면 뉴스조직의 주장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브랜드 신뢰나 평판 더 나아가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동기가 되고 있다.

진보언론과 독자 사이의 갈등 국면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뉴스조직과 독자 사이의 관계가 느슨했고 대화의 기회와 실효성도 미흡했다. 한마디로 '독자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독자압박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독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파악하고, 뉴스조직의 논의과정에 독자참여를 확보하고 독자의 목소리를 취재보도에 수렴하는 `생산적인 독자전략`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이번 갈등은 두고두고 뼈아픈 일이 될 것이다.

특정 매체와 기자를 나무라는데 치우칠 것이 아니라 국내 언론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인터뷰 때 이야기한 것들을 정리한다. 또 언론 보도 내용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맥락을 보강했다.

`한경오`-독자 갈등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질문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독자-고객(단골손님:지불의사를 갖는 사람)는 누구인가?"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이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이 지향하는 가치는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투명성. 독자는 뉴스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을 수 있다. 독자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언론은 점점 뉴스 생산과정을 감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내일자 1면 톱뉴스나 단독-특종을 불과 몇 시간 이후까지 숨기기보다는 이 뉴스가 언제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시대다.

둘째, 책임성. 독자가 비난하는 내용을 우리가 책임감있게 다뤘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의 부주의가 있었다면 즉시 사과해야 한다. 또 후속 보도와 대화를 통해 충분히 알려야 한다. 가령 어떤 기자가 독자의 공격을 참지 못하고 독자를 비난했다면 그것은 책임이라는 가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뉴스조직은 발언하는 독자를 적으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 독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뉴스조직은 크고 작은 책임을 인정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미디어의 책임이다.

셋째, 다양성. 우리는 광범위한 목소리와 관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자들은 자신의 취재 보도 이후에 계속되는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그것에 귀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독자들이 훨씬 더 현명하고 솔직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기자는 중재자, 조정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고유한 원칙 혹은 매체의 관점-일정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그들의 독자의 기대치는 항상 비슷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 먼저 진보언론의 독자들과 성실한 대화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독자와의 갈등은 중요한 '고객'과 연관된 것인 만큼 뉴스룸의 리더, CEO가 나서야 한다.

디지털•모바일 퍼스트처럼 속도나 형식 등 뉴스생산양식의 고민 못지않게 고객에 대한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인 소통을 의미하는 ‘독자 퍼스트’를 서둘러야 한다. 독자 퍼스트란 독자를 친구와 동료, 파트너로 다루는 협업과 협력을 의미한다. 이미 '독자 최우선 전략'은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카드로서 논의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나고 있는 진보언론과 독자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첫째, 지난 십수년간 진보언론의 혁신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제보 사이트를 열거나 인터넷방송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돈을 후원해달라는 읍소도 하였지만 말이다. 독자들에게 진보언론의 혁신이 무엇인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진보언론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독자의 과잉감정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진보언론은 그들의 혁신을 독자들에게 알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문제는 진보언론이 그간 자신의 독자들에게 진정성이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간극이 벌어지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기자의 감정노출이 빚은 일시적인 사건으로 봐선 안 된다. 독자들이 진보언론의 혁신을 제대로 공감했던 적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독자가 진보언론과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기자들의 '결기'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둘째, 최근 논란이 된 소통 방식도 문제다. 소셜미디어처럼 개방적이고 유대감을 갖는 공간에서 기자가 독자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독자와 싸움을 거는 고약함은 문제다. 더 나아가 독자를 공격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도 무례하다.

지금까지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에서 자신들이 지키고 확보해야 하는 독자들을 잃으려고 소통한다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일단 논란이 커지자 진보언론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은 소셜미디어에서 기자의 대화방식과 태도를 규정한 근거가 없어서는 아니다. 우리에게 독자란 무엇이고 또 누구인지, 이들 독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방향이 없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셋째, 진보언론은 다른 언론사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주저없이 해왔다. 자사의 보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요즘 일부 독자들의 항의는 "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변호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품격 있는 저널리즘을 해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독자들이 이번 사안에서 관심을 갖고 제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방식으로 독자들과 대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호소력있게 다가서야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논설위원이 독자 댓글을 골라 답변하는 형식의 동영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객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소통 더 나아가 네트워크에서 미디어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첫째, 현대 독자들은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거는 기대감이 아주 높다. 언론은 거기에 상응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령 독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뉴스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독자의 합리적인 지적이라면 사과를 하고 정정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 가령 라이브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등 독자의 이야기도 자주 들어야 한다 독자는 뉴스를 그저 읽고 퍼나르는 소비자가 아니라 뉴스를 함께 만드는 '협력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참여자는 포털로 유입되는 독자를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독자대응의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언론은 소셜미디어의 독자가 네트워크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몇 년 전 시카고 트리뷴 편집자 게르 잉 커른 (Gerould Kern) 편집장은 "우리는 수만 명에 이르는 일련의 개인적 연결에 주목한다. 우리의 성공은 어떤 형태로든 트리뷴에 오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독자와 유대 강화를 위해 2012년 한 해만 공공정책 토론, 저자대화, 기자 세미나 등 100개 이상의 뉴스 이벤트를 개최했다. 독자의 생각과 능력을 알기 위해 함께 활동했다.

셋째, 소셜미디어에서 언론과 독자 사이의 소통은 정확하고 검증 가능하며 공정한 것일 때 의미가 있다. 가령 독자들은 언론의 오류를 지적하고 언론은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려 피드백하는 과정을 갖는다. 

이러한 투명한 과정은 신뢰를 쌓는 일이다. 신뢰는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독자는 저널리즘이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왜 이 사진을 채택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식의 보도가 이뤄졌는지 신속하고 명백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는 소셜에서 언론의 진지하고 투명한 노력에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넷째, 언론은 소셜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 또는 잠재고객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공동체의 청년 활동가들, 반짝이는 창업자들 그리고 우리를 들뜨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셀럽과 철학자들을 불러모으고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대선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왔던 군대 내 동성애자 이슈는 지금도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묻히고 있다.

다섯째, 소셜 미디어는 가정사와 같은 일상적인 주제, 최신 유행 등 트렌디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채워지는 뉴스조직이 필요하다. 이것은 새로운 저널리즘 활동이다. 매체는 독자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주인공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여섯째, 최근의 갈등에서 우리가 배웠던 가장 중요한 점은 언론과 기자가 독자들과 대화를 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에 대해 관심을 갖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야 한다. 대화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능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뉴스조직의 소셜미디어 활동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직 내 갑질문화, 연성뉴스(스낵커블 콘텐츠) 등 상업화와 선정주의, 댓글관리 등 허술한 소통체계가 지금까지 국내 언론의 소셜미디어 활동의 그늘이다. 

첫째, 소셜가이드라인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엄정한 규칙만 강조하면 미래지향적 활용은 억제된다.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진보언론은 소셜 소통의 잠재력을 키우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둘째, 소셜 활동의 구체적인 목표가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돼야 한다. 트래픽, 브랜딩, 독자관계 관리 등 체계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특히 내부 구성원들은 항상 진지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셜미디어를 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공유한다. 이를 위해 인프라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의 이 부문에서의 투자가 성의있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셋째, 디지털•모바일 퍼스트라는 구호 넘어 자리잡은 '독자 퍼스트'의 의미를 가다듬어야 한다. 네트워크는 새로운 무대이다. 이곳에 참여하는 독자들과 공생의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독자 퍼스트는 "우리가 정성들여야 할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 우리가 그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 우리와의 유대관계가 그들의 삶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최상의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을 의미한다. 언론사 내부에 '디지털 리더십'의 정립이 수반돼야 한다.

진보언론과 독자들 간의 갈등과 마찰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뉴스 생산자인 전통매체가 커뮤니케이션 주도권을 잃는 사이 네트워크는 더 촘촘한 연대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전통매체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드라마틱한 아니면 이미 진부한 단정일까.

덧글. 이 글은 <더피알>, 이번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미디어오늘> 등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내용을 재정리했음을 거듭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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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저널리즘을 제언하는 뉴욕타임스의 혁신 프로젝트. 신뢰와 소통의 문명을 재현하는 퀄리티 저널리즘이야말로 디지털 혁신의 최고 덕목이어야 한다.


"언론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다"란 선언적 화두가 제시된지 어언 10여년. 전 세계 전통 뉴스 미디어의 숨가쁜 혁신 변주곡이 요란하게 켜졌지만 안갯속인 뉴스 시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은 매체 포화와 포털사이트 등이 압도하는 시장 경쟁 질서가 이어지며 생존마저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를 통한 뉴스 이용은 한국이 28%로 26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사실상 최하위권에 속했다.

또 포털 및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소비를 시작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로 세 번째로 높았다. 온라인 뉴스 소비에서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는 비율(48%)은 가장 높지만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뉴스를 이용할 때 뉴스미디어의 브랜드를 인지한다는 비율은 가장 낮았다. 언론사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이 뉴스 소비의 출발점이라는 응답은 불과 13%였다. 

또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6개국 중 22위였다. 35세 미만 젊은 세대는 고작 10%만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온라인 뉴스 유료 구매 경험은 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 기관이 국내 디지털 뉴스 생태계를 들여다본 성적표치고는 우울한 잿빛이다.

정론을 펼친다는 언론산업은 왜 불신받는가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도 전통 뉴스 미디어의 입지 축소는 거듭 확인됐다. 가장 일반적인 시장 지표인 신문 구독률은 2004년 48.3%에서 2015년 14.3%로 계속 떨어졌다. 열독률은 같은 기간 70.6%에서 25.4%로 급감했다. 

미디어별 하루 평균 뉴스 이용시간도 종이신문(7.9분)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한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의 수도권 시청률은 2% 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비해 인터넷은 103.8분, 소셜미디어는 22.7분으로 전통매체를 압도했다. 

뾰족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외 언론의 '청사진'만은 희망의 좌표로 자리잡았다. 7명의 <뉴욕타임스> 기자로 구성된 '2020 그룹(The 2020 Group)'이 올해 초 공개한 '독보적인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 전략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게 했던 2014년 5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 울림은 명징했다. 최근 2~3년 사이 독자가 주로 이용하는 매체 조합 즉, '미디어 레퍼토리(media repertoire)'나 콘텐츠의 형식 선호에 맞춰 대다수 언론이 기울인 다채로운 노력의 중심에 저널리즘 가치라는 근원적인 성찰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희망이라면서 왜 제대로 하지 않는가

지난 2012년 아름답고 역동적인 그래픽을 탑재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뉴스 ‘스노우폴(Snow Fall)’은 한국언론에 큰 자극을 줬다. 수많은 뉴스 형식 실험이 곧바로 전개됐다. 그러나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보여주기식’ 접근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것조차 만들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던 '카드뉴스'의 경우 불과 1~2년 사이 '이용 피로도'만 쌓였다. 한때 수백만 클릭을 기록하던 데서 지금은 뉴스 혁신의 '체면치레'나 하는 것으로 전락했다.

이러는 사이 '포털 검색어 기사', '자극적 제목달기' 등 '옐로우 저널리즘'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한 것은 물론 '기사형 광고'를 내세운 '상업성'의 그늘만 짙어졌다. 결국 십수년 동안 포털사이트로 넘어간 뉴스 이용 점유율을 되돌리지 못한 채 고착화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대다수 언론이 '포털 탈출'의 기대주로 꼽은 소셜미디어에서도 논란만 커졌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뉴스 스타일은 쏟아냈지만 콘텐츠 완성도는 물론 독자 '소통'은 여전히 부족했다. 더구나 일부 언론사 소셜미디어 운영자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아 '드립' 논란만 일으켰다. 정규직이 아니라 수개월 짜리 인턴을 뉴스룸에 투입하고 '갑질'하는 뉴스룸의 허위의식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품격 있는 저널리즘의 격과 결은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트렌드에 맞추는 콘텐츠 생산의 함정

반면 ‘스브스뉴스'-'비디오머그'의 SBS, '소셜스토리'의 JTBC 등 방송사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자의 직접 참여로 브랜드 마케팅까지 확장하며 주목받았다. 이러한 시도가 '완성품으로서의 뉴스'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뉴스'를 관철하는 자극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과정으로서의 뉴스'란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더 나은 가치를 수렴해가는 뉴스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독자에게 보다 중요한 목적지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위상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보도(report)'와 '직원',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트래픽과 페이지뷰의 성장전략은 폐기하고 독자의 습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긴 안목을 우선시할 것을 내세웠다. 당장의 생존과 효용성을 위해 방치하는 '베끼기', '짜깁기', '따옴표 보도'를 버릴 것이란 경고이기도 하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온라인 뉴스 동영상의 미래(The Future of Online News Video)' 보고서는 뉴스 동영상의 현주소를 뼈아프게 진단했다. 온라인 뉴스 사이트 30곳의 동영상 채널에 머무른 시간이 전체 평균 방문 시간의 2.5%에 그쳤다. 북미 지역에 한정된 통계지만 뉴스 동영상이 텍스트에 비해 실제로는 많이 소비되지 않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내 언론은 이같은 냉정한 진단과 측정은 생략한 채 '모바일 퍼스트', '비디오 퍼스트'라는 수사적인 자기 최면에 갇혔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자체 플랫폼 강화 노력은 포기하고 독자는 실종된 언론사 간 순위놀이에 매몰됐다. 실제로는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위한 '봉사' 뿐이면서도 독자 접점 확대로 미화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조직의 다수 구성원이 우리가 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합의하고 움직이는 진지함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었다.

업의 본질은 품격과 신뢰의 저널리즘이다

<뉴욕타임스>는 단지 풍부한 멀티미디어를 제공하는 선에서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과는 180도 다른 차원과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자를 비롯한 전체 구성원의 채용과 교육, 인사는 물론 취재와 보도의 수준, 콘텐츠, 업무와 역할을 세부적으로 재정의하는 밑그림을 강조한다. 디지털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전통 뉴스 미디어는 뉴스 콘텐츠의 상품성 약화, 독자와의 상호성 미흡, 네트워크 생태계에서 연결성 빈곤으로 생태계의 주변부에 배회하고 있다. 6년 전 0명에서 1년 전 100만명 이상의 디지털 독자를 보유한 <뉴욕타임스>는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커머스의 위기를 '품격의 저널리즘'으로 극복해온 혁신 리더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저널리즘 구현, 즉 '업의 본질‘ 추구가 진정한 성장과 닿아 있음을 역설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무엇보다 왜 뉴스조직을 바꾸어야 하는지의 의문 즉, 원칙과 방향을 명확히 하는데 초점을 둬 왔다. 현대의 광고주들은 콘텐츠 소비를 위해 언론사의 플랫폼에서 오래 머물고 호기심과 의견을 드러내는 고객에게 주목한다는 것 쯤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이 경쾌한 권위와 명성을 구가하는 신문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 제공이야말로 언론사의 디지털 플랫폼이 추구하는 제1의 목표임을 거듭 되뇌인다. 첫째, 매일 습관처럼 찾아오는 곳 둘째,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곳 셋째, 기꺼이 구독료 지불의사를 품게 하는 곳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즐겁고, 유익한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진화 

특히 언론사가 생산하는 모든 뉴스는 단편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고 시각화(Visual-first),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같은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옷을 입는다. 모든 개별 뉴스는 다른 연관 정보들과 함께 구조화된다. 

고객을 즐겁게 하고 판단을 돕는 유익한 조언도 추가된다. 가령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지를 설득한다. 이같은 '서비스 저널리즘'을 선언한 <뉴욕타임스>는 아예 상품 추천 서비스 와이어커터(Wirecutter)와 스위트홈(Sweethome)을 잇따라 인수했다. 정보 생산자로서의 지위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안내자(guidance)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론 본연의 활동이 줄어들어서도 안된다. 탐사보도나 인사이트를 담은 논평 등 품격있는 저널리즘은 혁신의 변함없는 중심축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 생태계와 충돌하는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칼럼은 지양한다. 그 대신 '다양성'과 '전문성'을 뉴스의 최고 가치로 다뤄간다. 

유연하고 탁월한 구성원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비디오 그래픽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등 기술 분야의 권위자들은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언론사의 R&D 예산은 전무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금지원 없이는 인프라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뉴스조직의 진화를 돕는 사회적 후원도 극히 제한적이다.   

독자 데이터·수익모델과 디지털 기술의 접목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가 발표한 '2017년 10가지 이슈'는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에 상당한 내용을 할애했다. 언론사들이 처한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다. 여기에는 언론과 광고주 사이의 구도가 재편되는 조짐이 있다. 가령 '브랜드 저널리즘'에 나선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미디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언론사가 우수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광고주를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여명이 넘는 인력으로 자체 뉴스룸을 갖춘 한 대기업은 "우리는 (광고 관행을 바꿀) 준비가 됐지만 언론은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에둘러 현장을 표현했다. 사실 혁신은 기자들이 모여 있는 뉴스룸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케팅, 비즈니스 전담 인력들도 융합적인 매체 환경을 주도할 기술 역량을 갖춰야 한다. 편집국과 광고국 간의 '매출 경계 갈등'이 아니라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 인프라를 언론사 내부에 갖추는 시급하다. 

불확실한 콘텐츠 유료화의 과제도 만만찮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스스로 생산한 뉴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독자들이 외면하는 콘텐츠라면 애써 시간과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 고객이 될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이 없다면 일방적인 뉴스일 뿐이다. "언론은 모르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알고 있다"는 독자와 관련된 데이터 수집, 활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나 대학, 연구자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펼쳐야 한다.  

뉴스 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국내 시장에선 비미디어 부문의 수익 다각화는 앞으로 특별한 의제가 될 것이다. 언론 브랜드의 힘이 있을 때, 재능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미래 비전을 그리는 큰 그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팎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치밀한 투자 분석을 체계화하는 마케팅과 비즈니스의 시야가 필요하다. 

디지털 대응 속도와 트래픽에 주력하면서 놓쳤던 저널리즘의 가치를 복원하는 혁신 어젠다.


디지털 리더십·파트너십·멤버십·성과의 재정의 필요

2017년 세계 신문업계는 광고수익(628억 달러)보다 구독수익(639억 달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의 차별화·고급화·전문화에 따르는 일관된 투자 못지않게 독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리는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로 뒷받침해야 한다. 페이지뷰만 기록하고 사라지는 휘발적인 이용자에서 평판과 콘텐츠를 갖춘 참여지향적인 독자를 흡수할만한 멤버십이 나와야 한다. 

디지털의 성과 재정의도 필수적이다. <뉴욕타임스>는 "가장 성공적이며 가치 있는 기사는 가장 많은 페이지뷰를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다른 매체에서 접할 수 없고, 통찰력과 영감을 얻는 뉴스라면 비록 트래픽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단독과 특종의 낡은 우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의 독자라도 공감·반응할 수 있는 콘텐츠에 방점을 둬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도 각별한 이슈다. 정치권 광고주 출입처를 중심으로 전통적 유대와 연고에 기반한 '아날로그 리더십'을 뛰어넘는 '디지털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 디지털 리더십은 평등성, 개방성, 투명성, 상호성 같은 네트워크의 특성을 껴안은 통찰과 결단이다. 이는 개인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집단지성의 잠재성을 도모하는 창의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협력자를 넓고 깊게 상정하는 디지털 리더십은 콘텐츠와 관련있는 것이라면 다리를 잇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동차, 생활가전 등 그동안은 거리가 멀었던 이종사업도 협력의 관점에서 다룬다. 위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 유연한 대화의 장을 지지한다. 더 나아가 각계의 전문가들은 물론 독자들과 친근한 벗을 자처한다.  

한국판 혁신보고서를 낸 <중앙일보>의 드문 도전은 겨우 1년여의 시간을 지났다. 척박한 국내 뉴스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려면 그 누구든 조급증은 버려야 한다. 폭증하는 뉴스의 시대, 다양하게 분화한 뉴스 소비자에게 '저널리즘의 가치'를 복원하는 공동의 자정과 분발이 절실하다. 허울과 구호 뿐인 지금까지의 디지털 혁신 논의를 넘어선 '신뢰·소통·독자'의 가치를 곧추세우는 대장정이 시작돼야 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관훈저널> 142호(2017년 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원고 작성시점은 2월 초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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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스토리텔링의 변화

Online_journalism 2017.02.20 09:14 Posted by 수레바퀴

뉴스의 폭주 시대다. 뉴스를 만나는 독자들은 분화하고 있고 언론사는 이들과 조응하기 위해 부산하다. 뉴스의 형식 변화에 많은 변화가 거듭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속에서 기억나는 뉴스와 언론은 보이지 않는다. 독자가 원하는 것에 포괄적으로 조응하는 서비스저널리즘까지 등장한 마당에 좌고우면할 시간은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가 전제해야 할 것은 없는가? 스토리텔링의 범람에서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디지털에서 만나는 뉴스는 수십 년 전의 출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매체의 콘텐츠가 소셜과 모바일에 억지로 끼워 맞춰지고 있다" 

2016년 말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CEO가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이다. 전통매체는 여전히 인터넷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버즈피드>는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이 결합한 소셜미디어에서 '항상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내놓는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에서는 '공감성, '이면성', '인간적 흥미성' 등의 뉴스 가치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로만 끝나지 않고 '사적 영역의 뉴스화’, ‘주관적 의견의 뉴스화’, ‘조각 사건의 뉴스화’ 등 내용적인 전환도 모색된다.

실제 현장에서의 뉴스 혁신은 육하원칙(5W1H)의 뉴스 문법 극복, 다양한 표현 적용, 퀄러티(Quality) 저널리즘으로 전개돼왔다. 2012년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뉴스'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의 '스노폴(Snow Fall)'은 결정타였다. 

'스노폴' 직후인 2013년은 국내에서도 '인터랙티브 뉴스'가 서막을 알린 해였다. <경향신문> '그 놈 손가락', <한국경제> '사물인터넷 빅뱅이 온다', <매일경제> '경주마 당대불패 이야기', <아시아경제> '그 섬 파고다' 등 장기간 준비한 작품들이 빛을 봤다.  

정보 구조화, 집단지성 활용, 산학연계 등 울림이 있는 시도도 쏟아졌다. 주간지 <시사IN>의 '응답하라 7452'는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인터랙티브를 줄이는 대신 메시지 자체에 초점을 뒀다. 지역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부산일보>의 '석면쇼크'도 이 무렵 공개됐다. 

2010년 전후 <연합뉴스>를 필두로 <조선일보>, <한겨레> 등의 디지털 부서에서 크고 작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첫 선을 보인지 3년여 만에 재점화했다. '2016 온라인저널리즘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중앙일보> '대한민국 검사의 초상', 모션 그래픽 100만 촛불의 과학' 그리고 <경향신문> 최순실 게이트 관계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등 수작이 적지 않았다.

사실 국내 언론에서 체계적인 디지털 뉴스 생산이 본격화한 것은 인터랙티브 뉴스가 아니라 카드뉴스다. 2014년 미국 <복스뉴스>는 '카드스택(card stacks)'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고, 턱밑에서는 <피키캐스트>의 재미있는 카드뉴스가 대파란을 일으켰다. 

카드뉴스는 카드 규격의 공간 안에 사진과 텍스트를 담아 한 장씩 넘겨보는 스와이프(swip) 구조로 돼 있어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는 포맷이다. 크게 기존 보도물을 요약하는 것, 인물과 주제를 설명하는 것, 수치나 통계 따위를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나뉜다.

지난해 대부분의 언론사는 카드뉴스에서 폭넓은 소재를 다뤘다. 2015년 초 SBS <스브스뉴스>가 '최저 시급으로 '밥상 차리기'…각 나라별 사진 화제' 등 재미와 정보를 담은 카드뉴스로 소셜미디어를 주름잡은지 2년 만이다. 

카드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 '티타임즈(TTimes)'도 탄생했다.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1분(boon) 등 양대 포털사이트도 모바일 카드뉴스에 힘을 실어줬다. 이 결과 <조선일보>, <한국일보>, <민중의소리> 등 대부분의 뉴스조직이 카드뉴스 제작에 뛰어들어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페이스북을 비롯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모은 것은 카드뉴스 뿐만 아니라 '리스티클 뉴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리스트(list)와 아티클(article) 합성어인 리스티클은 기사제목에 소재와 숫자를 제시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요약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일반적이다. 

카드뉴스처럼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의 콘셉트를 가진 리스티클은 '40대 직장인이 챙겨야 할 금융상품 5가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 등 소셜미디어 공유에 최적의 형식을 주도해왔다. 한때 언론사 간 베끼기가 넘치면서 피로도가 고조됐지만 간편한 제작과 배포 등 업무 효율성으로 카드뉴스와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모바일 플랫폼에 비디오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며 카드뉴스에서 클립 영상으로 대세가 이동하고 있다. 클립 영상은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의 대표 주자로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됐다. 

천편일률적인 뉴스 영상 재가공에 머물던 클립 영상은 기자들이 직접 해보는 체험형, 취재 현장을 라이브로 전하는 중계형, 중요 부분을 요약하거나 그래픽과 자막을 입히는 하이라이트형, 함께 토론으로 이슈를 풀어가는 방담형, 기존 자료를 짜깁기 한 재활용형, 독자 제보형·참여형, 페이스북 라이브 여론조사 등 여러 갈래로 진화했다.  

클립 영상은 스포츠·예능 등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KBS, MBC, SBS 등 대형 방송사의 활용도가 컸다. 편집 노하우와 제작 인프라가 한 수 앞섰다. 독보적인 SBS <비디오머그> 못지않게 JTBC 등 4개 종편사도 거들었다. 

독자가 문의하고 기자가 피드백하는 참여형 라이브 외에도 정규 뉴스 프로그램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셜 전용 기획 프로젝트가 잇따랐다. 정치이슈를 쉽게 소개한 '100초 정치수업', 출연자가 미션을 수행하는 '치킨 게임' 시리즈,  '어려워진 운전면허 기능시험 테스트' 등 <노컷뉴스> '씨리얼(C-Real)'은 강의형·드라마형 같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앞세웠다. JTBC는 '전기료 누진제 소송 이슈'처럼 시의성 있는 주제에도 순발력 있게 대응했다. 

<KBS 뉴스>의 '아침뉴스'는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를  통해 기상 리포터가 방송과는 다른 자유롭게 날씨 예보를 전했다. 머리를 긁적이거나 독자의 댓글을 읽어주는 등 친구같은 모습이다. '뉴스의 예능화'란 비판도 있지만 '친근한 뉴스'란 이미지와 '관계'를 덤으로 얻었다.

뉴스의 외연을 넓히고 독자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관되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JTBC는 페이스북 '사회부 소셜 스토리'를 통해 기자들을 스토리텔러로 내세웠다. 우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에 훌륭한 수준의 '티저(teaser) 영상'을 공개해 실제 방송 시청으로 유도했다. 또 '미리보는 뉴스룸 #큐시트'로 흥미를 유발했다. 

물론 JTBC는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에서 라이브 중계를 진행했다. 정규 방송이 끝난 직후 페이스북에서 기자와 앵커가 어우러진 '소셜 라이브'는 중단없는 뉴스 소비로 짙은 여운을 남겼다. 

뉴스를 색다르게 구현하고 이것들을 물 흐르듯 연결하는 방식은 JTBC 브랜드에 대한 교감을 넓혔다.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 리서치 부문 대표는 "기자나 부서, 앵커가 전면에 등장하는 페이스북 전용 콘텐츠는 다른 시사프로그램의 시청으로도 연결된다.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휘발적이고 느슨한 경험(Reader Experience)에서 지속적이고 강렬한 경험(Fan Experience)을 제공해 골수 팬을 형성하는 전략인 셈이다.  

방대한 자료에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데이터저널리즘'이 폭넓게 다뤄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KBS 보도국 데이터저널리즘팀 '고병원 조류독감 이렇게 퍼졌다', SBS 뉴미디어국 데이터저널리즘 서비스 브랜드 '마부작침'의 20대 총선, YTN 보도국 데이터저널리즘팀, <중앙일보> '데이터로 보는 뉴스세상(DATADATE)' 등이 두드러졌다. 

콘텐츠의 절대량이 많아질수록 선별된 양질의 정보 수요와 차별화한 형식의 몰입도는 커진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를 주제별, 타깃별로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추진하는 '분산 미디어' 전략으로 확장한다. 세대·나이·지역 친화적인 니치(niche) 콘텐츠에 비중을 둔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텁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2016년은 전통매체의 특종 경쟁이 디지털 뉴스 시장을 지배했다. 촛불집회를 라이브로 중계하는 영상이 압도했다. 정치 이슈가 온라인 저널리즘을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뉴스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뉴스 이용은 언론사 채널이 아니라 여전히 포털에서 이뤄진다. 뉴스 혁신 성과가 높게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유도현 대표는 "트래픽이 급증한 조선일보 '스낵(snac) 서비스'처럼 현재 연성 뉴스는 유효한 대응이다. 뉴스 혁신 그 자체에 주력한 것이 아니라 유통 채널 다변화로 시장 경쟁구도를 바꾸려는 여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뉴스의 위기는 가짜 뉴스(fake news)와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서도 불거졌다. 뉴스 생산의 전문성이 엷어지는 가운데 누구나 허위 정보를 마구 유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도마에 오르내렸다. 

또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편향적인 정보 선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셜뉴스중개자 즉,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의 기호나 취향을 반영한 내용만 뽑아서 전달하면 다른 사실을 접할 기회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독자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교류할수록 다양한 정보 노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뉴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팩트 체크(fact check)'와 '테크 저널리즘'이 부상했다. 미국의 주요 뉴스 미디어는 대선 후보자의 TV토론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접목했다. 후보자가 과거에 발언한 내용이나 관련 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검증했다. JTBC 뉴스룸은 '뉴스룸 팩트체크' 페이스북 페이지와 연동해 사실 검증 채널로 입지를 굳혔다.

4년 전 시작된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신문사 팟캐스트(pod cast)는 시사 분야 팟캐스트 영역에서  <한겨레>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기자나 유명인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주효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드론 등 첨단 기술과 결합된 테크(tech) 저널리즘도 화제였다. 기존 화각을 넓힌 360도 영상으로 통용되는 VR영상은 <한경닷컴> '뉴스래빗의 '아수라장 조계사' 보도를 시작으로 '"아들에 죄책감 없어요?"…잔인했던 부천 현장검증', '가장 추운 날…어쩌면 가장 따뜻했던 소녀' 등으로 주목받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동으로 뉴스를 생성하는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은 <LA타임즈>의 실시간 지진 속보 작성 로봇기자 '퀘이크봇(QuakeBot)'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시황 기사를 쓰는 2015년 초 <파이낸셜뉴스>의 ‘아이엠에프엔봇(IamFNBOT)’, 기업 공시자료를 전하는 <매일경제> 스타트업 '엠로보' 그리고 올 1월 <헤럴드경제>의 '히어로(HeRo)'로 이어졌다.  

드론은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때 조명받았지만 비행금지구역, 야간비행 금지 등 항공법의 제약과 전담인력 부족으로 신문사의 경우 취재 과정에 광범위하게 쓰이지 못했다. 그러나 독자 제보, 공모전 등의 형태로 가능성을 타진하는 언론사들도 하나둘 생겼다. <한경닷컴>은 외부 전문기관과 '한경 드론영상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사업화를 추진했다.  

강정수 대표는 "해외 뉴스 미디어는 디지털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술력과 콘텐츠가 우수한 스타트업이나 고객층을 확보한 온라인 미디어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내부 실험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외부 협력을 통한 합종연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자가 문제 해결이나 판단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정보를 흥미와 호기심을 곁들이며 제공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중앙일보>·JTBC는 올해 초 독자가 직면한 문제와 사회적 이슈를 여론화하고 대안을 찾는 열린 소통 채널 '시민마이크'를 오픈했다. '시민마이크'는 특정 주제에 대해 독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광장이다.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기법도 여럿 나왔다. <중앙일보>는 판결 데이터를 기초로 헌재와 독자의 인식 차이를 알아보는 '당신과 헌재의 싱크로율은?', '초간단 정치성향 테스트' 등 '뉴스퀴즈'를 꾸준히 선보였다. 

크고 작은 뉴스의 혁신들이 쏟아졌지만 '거품'론도 제기된다. 뉴스 스타트업 한승곤 <뉴스룸(Newsroom)> 대표는 "전통매체는 지나치게 '완성도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시장의 경향은 쉽게 전달하고 널리 공유하는 것이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 제공할 수 있는 가변형 생산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 형식 못지않게 조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도현 대표는 "독자를 고객으로 인식하고 성향을 파악하고 개인화 뉴스를 제공하는 활동이 커지고 있다. 핵심 독자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채널에 대한 맞춤형 접근으로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뉴스 혁신 방향을 설명했다. '브랜드 선택과 목적지향 독자' 또는 2030 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스마트 유저'를 발굴하고 이들과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를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뉴스에 관여하는 참여자로 상정할수록 뉴스의 변신은 필연적인 흐름이다.  

<뉴욕타임스>는 1월 미래 비전을 담은 <2020 보고서>에서 비주얼(visual) 형식과 '서비스 저널리즘(service journalism)'을 내세웠다. 독자가 견인하는 뉴스의 시대를 상징한다. 지난해는 다채로운 뉴스 형식을 풀어내며 독자와의 눈높이를 맞춰 봤다면 앞으로는 열성적인 독자와의 소통, 참여와 협력에 방점을 둬야 한다. 닫힌 커뮤니케이션에서 열린 커뮤니티로, 일방적인 콘텐츠에서 공감하는 문화로, 지식에서 지혜의 틀로 뉴스 경쟁력을 재정의해야 한다.


덧글. <신문과 방송> 2월호 원고입니다. 원고작성 시점은 1월 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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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와 독자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화제가 됐다. 독자들은 언론사에 비난과 비판을 할 수 있고, 언론사는 그것을 수렴하는 능숙하고 유연한 대화가 절실하다. 페이지 그 자체의 운영 성과가 아니라 독자들과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사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운영자를 일컫는 '조페지기'의 '막 지르기' 운영방식에 이어 한겨레의 '싸질러'란 표현이 이슈가 됐다. 최근에는 한 언론사에서 소셜 서비스 경험을 가진 '전직 기자'의 글도 화제가 됐다. 언론사별로 또 운영자별로 서로 상반된 시각과 철학을 확인하는 일들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언론사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공을 기울이기 시작한지는 2년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어느 공간보다 놀라운 사례가 잇따라 쏟아지며 주목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형식이나 내용은 물론 운영의 기교도 진일보했다. 브랜딩을 위해 광고 집행도 주저함이 없을 정도다. 사활을 걸었다고 할만하다. 불과 몇 년 전에는 트래픽 경쟁이었지만 이제는 좋아요, 인게이지먼트 목표가 상정됐다. 뉴스조직에서 소셜 찬가가 나올 정도이다. "이런 신천지가 없다"는 게 한 언론사 국장의 이야기다.


그러나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전략은 페이지 운영 그 자체의 성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독자들과 신뢰 기반의 소통을 통해 협력관계로 끌어낼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즉, 독자발굴 전략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첫째, 운영자가 그 누구이든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 한 명의 독자와도 서로 교감하는 일이 소셜 업무의 본질이 아닌가 한다. 그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화를 기할 수 있는 방법-재교육, 전문가 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소셜 업무 전반을 언론사의 결정적 업무 중 하나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유입되는 뉴스 이용자가 증가추세라지만 그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에서 언론사가 독자와 소통하는 기회를 일상적으로 가질 수 있는 곳은 페이스북밖에 없다.


셋째, 소셜 성과에 대한 재정의가 있어야 한다. 기자와 뉴스룸의 브랜딩은 얼마나 실현됐는지, 독자의 요청과 의견을 얼마나 수렴했는지 등 뉴스조직과 독자 간 관계증진 사례를 늘려야 한다.


페이스북은 미디어 기업에게 효과적인 콘텐츠 포스팅 요령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페이지 운영을 조언한다.


"독자와 소통하려는, 의견을 구하는 톤(tone)을 보여줄 것 즉,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구하는 대화 방식을 이용할 것, 이때 간결하고 정확한 답을 할 것,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커뮤니티로 확대할 것" 등이다.


독자에게 정중하고 친근하게, 그리고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라는 것이다. 여러 페이지의 운영자로서 소셜네트워크의 위대한 잠재력을 매번 느낀다. 이 에너지에 어떻게 합류할 것인지 우리 모두는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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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게시판에서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타락부터 조직 경쟁력까지 숱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왜 이것들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가? 기자들은 스스로 자위하는 것은 그치는가? 질식하는 뉴스룸 문화, 샐러리맨이 되는 기자, 미디어를 나무라기만 하는 독자들... 이것이 진정한 언론의 위기이며 공동체의 위기이다.


<기자협회보> 후배 기자가 익명 기반의 한 SNS 앱이 언론사 기자들의 '해우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견을 물었다. 설치해서 들여다봤더니 좋은 일은 '아니다'. (이 인터뷰는 23일자 <기자협회보>에 게재됐다)


이 앱에서 기자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선배와 논조를 향한 비판, 임금과 수당, 언론환경에 대한 대처 등이 대부분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익명이라는 '엄호'를 받는 자기 고백들은 사실 조직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다. 


익명 서비스에 언론사 기자들이 북적이는 것은 첫째,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경기회복의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흐름이다. "찍히면 죽는다"는 철벽 앞에서 기자들도 위축되고 있다. 


둘째, 인터넷 보급 이후 시장포화와 과잉경쟁 구조에서 앞만 보고 향할 수밖에 없는 언론경영 환경도 거들고 있다. 잠시 현재 위치에 머무르면서 '복기'하고 성찰, 개선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이를 받아서 처리할 곳도, 사람도 없다. 


셋째, 당연히 조직 내에서 선후배 사이에 교류도 미흡하다. 과거에는 통음하면서 격렬히 치받으며 자존감을 세웠지만 이제는 성과 목표를 내세우는 조직 이기주의 아래에서는 구질구질한 추억이 되었다. 개인화한 신세대 기자들과 경영의 관점에 선 구세대 기자들은 평행선이 되었다.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넷째, 미디어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에서 독자들은 기자의 수준을 적극적으로 비평한다.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공간에서 기자의 역량은 금세 드러났다. 성역비판은 줄어들고 그 자리는 상업주의가 채웠다. 기레기 논란이 빗발쳤고 기자들은 진로와 정체성을 의문하고 있다. 외부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염치없다.


익명 앱에서 만나는 기자들은 감정의 토로를 통해 일정한 보상과 위로를 받는다. 비공식적인 채널에서 내상을 치유하고 다른 기자들의 동질적인 고통을 발견하면서 더 이상은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료 언론인들의 애틋한 동병상련, 이심전심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이런 상황은 당장에 호전되기는 어렵다. 우선 직업기자들이 처한 언론환경은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왔다. 언론기업 차원에서도 뾰족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시장 양극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언론사 간 빈익빈부익부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기자들이 겪는 고충은 육체적 고통, 경제적 빈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고 있다. 최근 30년 사이에 가장 미래가 불확실해진 직업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본연의 취재 이외의 업무도 폭증하고 있다. 이는 유감스럽게도 당연시되고 있다. 


기자 전문성 확보도 쉽지 않다. 오랜 취재경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시대다. 탤런트(재주), 테크놀로지(디지털 기술) 등 개성적이고 기능적인 것을 보탤만한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번 아웃'의 상태로 하루하루의 일을 처리하는 샐러리맨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익명의 앱에서 넘치는 기자들의 넋두리와 아우성, 조롱과 비난은 희극적이고 동시에 비극적이다. 공동체와 독자가 언론사와 기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수렴하는 과정은 실종된 채 뉴스룸은 속도와 형식을 재촉하는 기교와 그 결과 즉, 실적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언론사와 기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급성 질환도 아니고 만성 질환이며, 숙환이라고 할 것이다. 단기간에 치료되기 어려운 까다롭고 근원적인 문제들이다. 익명 게시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풀어가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진정한 위기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멀지 않다. 언론의 사명, 책임을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언론사 로비에, 편집국 앞에 묘비처럼 화석처럼 박힌 글귀를 읽는 길이다. 혁신은 멀지 않다. 혁신은 디지털이 아니다. 혁신은 기술이 아니다. 혁신은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찾는 일이다. 그래서 혁신은 정녕 어렵다. 


어지러운 세상의 책임의 상당 부분은 언론이 져야 한다. 더구나 디지털에 만취한 혁신으로는 더 이상 세상의 진보를 염원하는 독자-교양인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만족한 성과조차도 끌어내기 어렵다.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디지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내 관리자들은 정면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는 익명 게시판을 몰래 들여다보며 기자들의 글을 살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풍토에서는 저널리즘의 도약, 기자의 진화, 언론시장의 성숙 같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언론사 내부에 상하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치사회적 분위기, 시장 경쟁질서는 언론환경을 벼랑 끝으로 밀어넣은지 오래다. 네트워크에는 언론사 종사자들의 자탄 속에 희망을 기약하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온다. 미디어 수용자인 독자들도 기자들이 겪는 문제를 공감할 필요가 있다. 언론인의 중병은 사회적인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4월 초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저널리즘 혁신은 무엇인가'의 토론회 발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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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뉴스 앱. 올해 중앙일보는 '혁신'을 위해 소용돌이쳤다.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영입한 직후인 12월 중 뉴스룸의 진용을 어느 정도 갖췄다. '6개월' 정도는 이석우 신임 디지털 총괄이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가겠다는 포석이라지만 안팎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혁신은 국내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건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SNS에 엇갈린 희비

전통 저널리즘 관행과 인식 바꾸는 방법론 미흡


지난달 중순 이석우(49) 전 카카오 공동대표의 중앙일보 이직 소식이 전해지자 신문, 방송은 물론 포털사이트 관계자들까지 술렁거렸다. 뉴미디어 업계의 리더가 전통매체로 옮긴 배경이나 역할을 놓고 엇갈린 의견이 쏟아졌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사법 당국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설왕설래도 나왔다. 그러나 강도 높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중앙일보의 선택에 후한 평가가 잇따랐다. 


1일부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 겸 디지털기획실장-JOINS 공동대표도 맡았다-으로 출근한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일단 거대 뉴스룸과 융화를 하기에 중량감도 있고, 미디어 생태계의 최근 흐름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1992년부터 2년 간 중앙일보 기자를 한 이후 2011년 카카오 부사장으로 영입되기 전까지는 미국 로스쿨을 마치고 법조인으로 활동하며 미디어 업계와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다음과 합병 이후 카카오 공동대표가 되면서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나섰던 인물이다.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달 초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홍정도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JTBC 공동대표 사장과 함께 디지털 부문에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중앙일보 창간50주년 기념식에 맞춰 발표한 ‘혁신 보고서(New Direction in Media)’는 기본적인 혁신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판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로 불리는 이 문서는 중앙일보 내부 구성원들에게만 단계적으로 공유돼 전체 내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홍정도 사장이 기념식에서 밝힌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언론사' 관련 언급에서 어느 정도 그 윤곽은 파악할 수 있다. 홍정도 사장은 "뉴스는 끊임없는 흐름인데 기존 언론사는 자기가 설정한 기준-데드라인에 맞춰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플랫폼이 등장해 이 정보의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중앙일보의 향후 전략이 모두 포함됐다고 본다. 바로 '디지털 퍼스트'와 '소통 강화'다. 신문지면 제작 중심의 뉴스 생산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에 놓고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활성화하지 않았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젊은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이를 디지털 서비스에 녹여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일보 경영진의 의중이 실린 혁신 보고서를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어떻게 현장에 적용해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12월 초 단행된 중앙일보 인사는 뉴스룸, 디지털 전략·제작부문 그리고 시사매거진제작, 신문제작, SUNDAY(주말판)제작 등 각 부문으로 나눈 형태인데 뉴스룸은 모든 부문의 뉴스가 모이는 곳"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기자들이 매체 구분없이 뉴스룸에 기사를 송고하면 각 제작 담당자는 매체 성격에 맡게 콘텐츠 차별화를 맡는다.   


이런 구도에 호응하는 인적, 조직적 편재의 향방은 이르면 연내 이뤄질 후속 인사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그러나 모든 뉴스를 디지털에 초점을 두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전향적인 '디지털 퍼스트' 흐름이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에도 하루 평균 약 50여 건의 디지털 뉴스가 생산되는 상황에서 뉴스 생산 프로세스 자체를 디지털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이 특별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신문업계 1위인 조선일보도 '이석우 영입' 직후엔 그 배경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이내 덤덤한 평가로 바뀌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절대적으로 종이신문 기반 매출이 많은 국내에서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는 이상적으로 설계는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종이매체 기자가 감당해낼 수 있는 콘텐츠의 수준만 하향평준화될 것"이라며 냉소했다. 


편집국 각 데스크와 신문기자들의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급격한 방향 선회는 종이신문과 디지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일이란 것이다. 또 만약 디지털을 잘 모르는 종이신문 기자 출신이 디지털을 관장한다면 뉴스룸의 위계 문화에서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앙일보의 콘텐츠 비즈니스 및 유통 전략 등 디지털 매체 환경 전반에 대한 일에 한정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신문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정체 상태에 놓인 한국형 디지털 뉴스룸의 등장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앙일보가 '한 지붕 아래(one roof)' 매체 간 칸막이를 없앤 명실상부한 융합 뉴스룸(convergence newsroom)을 통해 평이한 뉴스 생산 위주의 신문사를 넘어 전문적인 지식정보종합기업으로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할지 일단은 지켜보자는 것이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홍정도 사장 등 경영진의 든든한 지지를 업고 있는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진용을 갖춰 뉴미디어 업계에서 경험한 것을 이식하고 카카오와 협력한다면 혁신 성과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긍정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홍석현 회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복잡성이 증대되는 한국 사회에서 유연성, 균형성, 다양성 등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과 모바일 플랫폼, 글로벌 시장 등을 향한 새로운 도전 의지를 줄곧 내비쳐왔다. 홍정도 사장도 미래지향적인 IT투자와 비기자직 전문인력의 영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반기에 이뤄진 이용자 친화적인 웹 사이트 및 모바일 서비스 개편은 중앙일보 혁신의 순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의 중앙일보 이직을 정점으로 2015년은 국내 언론사들의 디지털 집중과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중앙일보 혁신 보고서에 비해 1년여 빠른 시점인 지난해 말 디지털 강화를 위해 편집국에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뉴스본부' 체제를 가동한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조선'의 본격 유료화를 놓고 올해 초까지 갈팡질팡했지만 결국 디지털 콘텐츠 강화를 위한 조직을 꾸리며 미래형 뉴스룸에 대비했다. 젊은 세대와 접점 강화를 위해 모바일 콘텐츠 타입인 카드뉴스를 비롯 연성 뉴스 생산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한겨레신문은 그 어떤 언론사보다 '디지털 퍼스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3.0 혁신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2단계 융합 편집국 구현에 진입한 한겨레는 인력을 재배치하고 에디터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에디터는 온라인에 유통하는 뉴스의 기획과 생산을 맡았다. 디지털 편집회의도 신설하고 멀티미디어 생산에 적합한 최신 콘텐츠관리시스템(CMS) 도입을 추진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소셜네트워크 계정 운영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일보는 조잡한 광고를 게재않는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디지털 뉴스 실험을 곁들였다. 꾸준한 소통에 나선 경향신문도 소셜네트워크에서 '이름값'을 했다.


특히 SBS 보도국은 소셜미디어 전용 뉴스 채널인 '스브스뉴스'에 이어 동영상 서비스인 '비디오 머그'를 선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했다. 기존의 뉴스 문법으로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는 콘텐츠 생산으로 주목받았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따라하기'에 바쁠 정도였다.


모바일에서 시간 때우기에 최적화한 '스낵커블 콘텐츠(Snackable Content)'로 둘퐁을 일으키며 장안의 화제가 된 피키캐스트의 전통매체 버전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입체적 뉴스를 비롯 저널리즘의 가치를 좇는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변별력 없는 뉴스만 시장에 유통돼 이용자 '피로도'만 쌓이고, '짜깁기' 문제를 일으키는 등 상업주의 논란의 중심에 선 매체들도 나왔다.


반면 언론계 전반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주목도는 높아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보도 과정에서 메르스 감염 현황, 전파 경로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정제해 시각화한 KBS의 보도 형식은 돋보였다. 무엇보다 일부 언론사에서 시범적으로만 추진됐던 데이터 저널리즘이 중앙일간지는 물론 크고 작은 언론사에서 본격화하는 양상이었다.


올해 추진된 국내 주요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은 크게 보면 첫째, 편집국의 디지털 기능 강화를 들 수 있다.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확충했다. 둘째, 모바일과 SNS 기반 서비스를 확대했다. 개발자, 디자이너 등 비기자 직군이지만 전문가의 채용을 늘렸다. 셋째, 주이용자층인 18~34세에 초점을 맞췄다. 팟캐스트, 영상 등 멀티미디어 실험을 장려했다. 


중앙일보 혁신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에서 등장한 꼭짓점이었다. 더 강한 디지털 혁신으로 이행할 것인가 아니면 형식적인 흉내내기에 그칠 것인가의 기로에서 만난 이정표였다. 문제는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투자를 하자니 불확실하고 하지 않자니 불안한 그래서 엉거주춤한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을 강도 높게 주문해온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그럼에도 향후 뉴스룸의 권력은 디지털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줘야 할 시기이다.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내부의 종이신문 권력을 간소화 즉, 축소·교체할 때 혁신이 성공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부에 업무 갈등만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디지털관리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 1인에 의존하는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내부에 디지털 문화 형성을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령 디지털 부문 예산을 증액하고 디지털이 종이신문 업무를 일정하게 잠식·지배하는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일이다. 또 혁신의 목표를 내부 역량과 시장 경쟁 질서에 맞춰 제대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뉴스룸 내 '꼰대 기자'들의 기득권은 해결 과제다. 전통매체 디지털 전환의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네트워크의 집단지성과 협력하는 창의적인 접근을 외면, 회피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문 인력은 뉴스룸의 변두리에 포진해 주요 의사결정 과정과는 거리가 멀게 했다. 


미디어 전문가 조영신 박사는 "중앙일보 행보는 모바일 주이용자층인 젊은 세대에 방점이 찍힌 프로젝트이다. 물론 내부 문화나 관행을 뜯어 고치는 대수술이 아니라 한계에 직면할 수는 있다. 다만 실패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실패하더라도 단념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한 과정으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매체 디지털 혁신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적, 지속적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수'나 트래픽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듯이, 변수 많은 경쟁 환경에서 저널리즘 혁신이 안착하길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시사저널> 제1365호에 실린 글입니다. 원고 작성 시점은 12월 초로 지금과 다소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확인되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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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브스뉴스. 올해를 '최고의 해'로 보낸 새로운 뉴스 형식 서비스다. 일부에서는 실제 보도는 대충 하고 온라인에서는 열을 낸다는 비판을 한다.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저널리즘의 본령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것이다. 내년은 본질과 실험의 간격이 좁혀지길 기대한다.


세계 언론사들이 주목했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Innovation)'의 여진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창간 50주년에 맞춰 한국판 혁신보고서(New Direction in Media)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기자들의 소셜네트워크 참여 활성화를 비롯 새로운 디지털 전략 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 영입, 콘텐츠 및 IT 기업 투자 등 우선 순위를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은 '한겨레 혁신 3.0' 2단계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디지털, 신문, 방송 등 영역을 모두 관장하는 영역별 융합형 에디터제를 도입했다. 이들 에디터는 기존 종이신문 제작업무 외에 인터넷 각 섹션, 페이스북 페이지, 팟캐스트 등 플랫폼별 뉴스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요 언론사의 혁신 프로젝트는 보험성 광고시장, 정치적 편향성 등 국내 언론 환경의 특수성에 기댄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가지 않은 길'인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명쾌하진 못했다. 다만 연결과 관계의 가치를 표상하는 '페이스북', 뉴스 품질의 경쟁을 상징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이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모바일' 등의 키워드는 여전히 부여잡았다.

 

뉴스 유통의 새 설계자 페이스북

 

언론사 스스로 경쟁력을 점검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것은 뉴스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ICT 기업의 뉴스 시장 진출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5월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는 뉴스 생산자 간 '실익' 논쟁 속에 영미권 주요 언론사의 참여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포털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국내 뉴스 시장에 페이스북이 언제 어떻게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를 매개로 유통된 뉴스 콘텐츠는 점점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실마리로 부상하고 있다. 포털에서 뉴스 소비를 하지 않고 모바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접한다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4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매일 이용률이 2011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언론사닷컴 뉴스나 모바일 앱, 종이신문 뉴스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페이스북은 한국 뉴스 시장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67.3%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67%가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 4명 중 1명은 '좋아요'를 누르고, 10명 중 2명은 '공유'하고, 1명은 '직접 기사를 링크'하는 등 적극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였다.


언론사 트래픽에서 소셜네트워크로부터 들어오는 이용자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는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 메이저신문 등 전통매체는 아직 비중이 두 자리 숫자도 되지 않지만 모바일 기반의 신생 미디어는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소셜네트워크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전담 인력을 두고 광고비 지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페이스북이 언론사에 또 다른 무덤이 될 것이란 비관론과 함께 말이다.

 

연결과 관계의 가치에 눈뜨는 뉴스룸

 

하지만 국내 언론사의 소셜네트워크 활용성은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됐다. 커뮤니케이션 전문 미디어 '더피알'은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실태 보도를 통해 '초보 수준'인 상황이지만 전문성과 디지털 마인드 제고에 나서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고 개별 기자 단위에서 이용자와 직접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가 정한 뉴스의 순서나 뉴스 비중에 대한 인지 없이 이용자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PC 환경에서는 포털 뉴스 소비로 집중됐지만 모바일에서는 분산된 상태 즉, 비선형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애플 뉴스 앱 등 각 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감안한 생산, 유통 전략이 추구될 때"라고 강조했다.


주로 해외 온라인 미디어에서 전개되는 버티컬 대응(vertical approach)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개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급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아니라 각 플랫폼과 이용자의 특성를 고려한 타깃 서비스 전략이다. 올해 4월 페이스북에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SBS '스브스뉴스'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뉴스로 '콘텐츠 플랫폼' 기능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KBS '고봉순',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뉴스래빗', 서울경제신문 '' 등 다수 언론사들도 캐릭터를 내세우는 한편 소셜네트워크 전용 콘텐츠 제작에 앞다퉈 나섰다. 중앙일보는 논설위원실, 문화부, 여행·레저, 청춘리포트, 강남통신 등 다양한 부서와 주제로 이용자들과 접점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웹 사이트의 초기 페이지 방문율보다 딥링크로 기사 페이지를 보고 빠져 나가는 이용자 비율이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더욱 세분화된 미디어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일단을 보여 줬다.

 

어뷰징에서 카드뉴스, 스낵 콘텐츠까지

 

기사 어뷰징(abusing), 기사형 광고, 베끼기 기사, 유사 언론 행위 등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은 이해당사자들의 힘겨루기 속에 출범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 넘어 갔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뉴스의 제휴심사 기준을 다루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시의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이어 온라인 기사 및 댓글의 삭제는 물론 페이스북과 피키캐스트 같은 신생 뉴스미디어를 중재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시안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변수도 심상찮기 때문이다. 다양한 어젠다를 제기하는 언론자유의 확대와 뉴스 유통 시장 건강성의 확보를 균형적으로 다루는 프레임이 절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카드뉴스, 리스티클, 짧은 영상 등으로 이용자의 클릭을 끌어내는 큐레이션 미디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피키캐스트가 주도한 콘텐츠 문법의 파괴는 올해 들어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가 뛰어 들었다. 간식을 먹듯 짧고 가볍게 소비하는 스낵 콘텐츠는 모바일 생태계를 좌우했다. 다만 수익화 한계로 소극적인 투자에 머물렀고 차별성 없는 카드뉴스만 쏟아졌다. 제이콘텐트리, 서울문화사 등 매거진, 출판 업체까지 스낵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됐다.


뉴스 큐레이션과 저작권의 간격도 좁혀지지 않았다. 베끼기 공방에 끼인 이용자의 피로도는 극도로 쌓였다. 정통 기자와 새로운 업무 담당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뉴스룸을 중심으로 검증형 스토리텔링, 뉴스웹툰 등 다양한 형식 전환을 모색하는 곳이 나왔다.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신서유기' 같은 웹드라마나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72TV'의 인기도 거들었다.

 

경계 없는 뉴스의 정착지,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 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 뉴스 유료화를 염두에 둔 언론사의 실험들은 최근 1~2년 사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용자의 관심사, 눈높이와는 현격한 거리를 다시 확인한 정도였다. 뉴스룸은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오래된 명제와 마주했다.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정제하고,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그 중 가장 적합한 주제로 등장했다. 차별화한 뉴스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어서이다.


공공 기관의 데이터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저널리즘에 데이터를 접목한 사례는 크게 증가했다. 헤럴드경제와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 데이터 저널리즘 센터가 분석한 메르스 관련 주요 기사 네이버 댓글빅데이터 분석 보도도 눈에 띄었다. 특히 KBS 디지털뉴스국 데이터저널리즘팀의 메르스 감염 현황과 전파 경로, 지도와 통계로 보는 메르스 등 인터랙티브 뉴스는 돋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하다. 뉴스룸 내부에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룰만한 고급 인력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고,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부서나 기술 자원들도 방치되고 있다. 기사 자료의 아카이브도 구축하지 못한 언론사들도 적지 않다. 데이터 과학이기보다는 데이터 시각화에 그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다만 올해 들어 몇몇 언론사들이 다양한 실험을 반복하면서 '디지털 퍼스트'라는 선언적 화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진화한 것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뉴로어소시에이츠, 뉴스젤리, 비주얼다이브 등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기업과 언론사 간 협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뉴스룸의 특성상 빠른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운영하고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룸은 이용자 데이터가 없다"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세계신문협회총회(WAN-IFRA)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를 알고 있지만 언론사는 아무 것도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롱 폼 저널리즘(Long Form Journalism)' 논쟁에 이어 로봇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까지 뉴스 실험이 뜨거웠지만 정작 이용자는 뒷전에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가 더욱 파편화하는 만큼 이용자가 도대체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ICT 기업이 보유한 수준 높은 이용자 분석 시스템은 최적화한 뉴스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가령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가장 적합한 뉴스를 전달하고, 최근에 가장 많이 본 뉴스는 어떤 분야였는지 검토해 이용자의 소셜네트워크 타임라인에 노출한다.


한겨레신문의 모바일 웹 개편은 '개인화 서비스'를 고민하는 언론사 뉴스룸의 단기 처방전을 보여줬다. 한겨레신문 뉴스룸이 선택한 뉴스, 다른 이용자가 호응했던 정도를 반영한 뉴스, 그리고 이용자 스스로 고른 뉴스의 메뉴로 나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가 모바일향 서비스인 'V(브이)', '1boon' 서비스 등을 내놓은 것도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지를 넓혔다.


'트렌드 뉴스', '(오전 7시 출근길 이용자를 겨냥한) time 7'(이상 중앙일보), '생활의 꿀팁', '썸남썸녀', '퇴근길', '나른한 오후'(이상 동아일보), '뉴스 AS', '개콘보다 새로운 뉴스', '한 장의 지식', '버티컬 동영상'(이상 한겨레신문), '눈사람', 'play 한국', '포토플레이'(이상 한국일보) 등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와 구성으로 변신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자와 접점을 맺는 모바일 콘텐츠를 수렴하는 시도인 셈이다.

 

일부 언론사에서 디지털 혁신의 최대 장애물로 뉴스룸과 기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꼽는 등 스스로 성찰한 것은 의미있는 행보였다.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변신한 다음의 '뉴스펀딩'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신생 미디어와 블로거들의 약진, 산업계·학계·언론계의 공동 프로젝트 등 온라인 저널리즘의 외연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미디어 생태계가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기대하는 만큼 플랫폼, 콘텐츠, 뉴스룸, 이용자에 대한 재정의가 기대된다.

 

덧글. 이 포스트는 11월 초순에 쓰여진 원고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 원고에 도움을 주신 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도움주신 분들(무순) :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 김일숙 SBS콘텐츠허브 뉴스서비스팀장,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 육근영 중앙일보 디지털전략팀 차장,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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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만난 제프 자비스 교수(오른쪽). 저널리즘의 가치와 독자 관계를 강조했다.


“언론사가 페이지뷰, 클릭수 등 정량적 지표에 매몰되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저널리즘 분야의 세계적 석학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에서 기자와 만나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면 독자를 위해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는 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동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거나 권력 감시와 비판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전통 저널리즘이 보유한 ‘공공성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비스 교수는 “독자인 ‘나’의 삶과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전통매체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선 독자를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예를 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독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지만 전통매체는 독자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소한 독자 데이터라도 수집·분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자비스 교수는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언론사가 콘텐츠 공장이 아닌 서비스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독자와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친구’가 된 것도 독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그는 독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면 일방적인 계도성 보도나 사실 위주의 나열성 보도가 아니라 맞춤 뉴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독자를 제대로 알 때 독자를 만족시켜 지속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와의 신뢰관계가 더 두터워지는 것이다.


“충성도 높은 독자 개발을 위해 이벤트에 초대하거나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통이 중요합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뉴스 유료화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는 다른 미디어 기업이나 독자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미디어산업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 협업의 시대에 와 있습니다. 다른 미디어와 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재가공해 배포하는 큐레이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공공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스, 모질라 등 다른 미디어 기업과 코랄 프로젝트(coral project)를 추진 중이다. 독자는 콘텐츠를 쉽게 등록하고 미디어 기업은 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적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뉴스 댓글이나 의견의 수준을 검토하는 데이터 분석 모듈과 독자와의 상호 작용 공간으로 구성된다. 총회 현장에서 만난 그렉 바버 워싱턴포스트 디지털뉴스프로젝트 책임자는 “언론사는 서열화된 목록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독자들은 자신이 기고한 글을 누가 보는지,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비스 교수는 “이제 미디어는 종이신문이냐, 온라인 미디어냐, 모바일 전용이냐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독자들이 원하는가, 독자들의 관심과 기호에 부응하는가, 독자들의 시간과 공간에 알맞은가로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래픽 같은 무의미한 ‘양’의 덫에서 빠져나와 독자와의 밀접한 신뢰관계라는 ‘질’을 중시하는 가치전략으로 이동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6월20일자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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