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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언론계 10대 이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부터 가짜뉴스와 팩트체크까지 크고작은 일로 분주한 올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남겨진 성찰의 메시지는 소통과 협력이다. 저널리즘의 올곧은 가치와 방향이 무르익는 환경이 오길 기대해본다.


2017년 언론계는 광장의 촛불로 마침표와 쉼표, 느낌표의 변주를 울렸다.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저널리즘 혁신의 열망과 성찰로 가득했다. 혁신을 향한 이슈는 쉴 새 없이 이동하며 숨가쁜 장면을 담았다.

먼저 KBS, MBC 등 공영 지상파방송사는 공공성 후퇴로 싸늘한 여론에 맞닥뜨렸다.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지상파방송사 구성원들은 5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에 소속된 수백여 명의 언론학자들이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이례적 장면도 기록됐다.

정치권력의 방송 장악은 콘텐츠의 '상업성' '저질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의 뉴스신뢰도는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방송의 독립성 확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이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론다양성, 참여성, 창의성 등 정책 방향의 전환을 기대하는 에너지가 응축됐다. 시민이 참여하는 이사회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모델이 다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셜미디어는 날선 반목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독자의 질문과 비판을 외면하고 되레 반격하는 기자들의 태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른바 '한경오' 논란으로 대표되는 언론과 독자 간 폐쇄적 소통은 갈등의 골을 깊게 남겼다. 디지털 매체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윤리 규범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 논의도 변곡점을 맞았다. 기자의 디지털 관여도를 높이는 융합형 접근, 신문과 온라인을 구분하는 '투 트랙' 등 상반된 방향으로 전개됐다. '성과'에는 의문 부호가 달렸고, 공감대가 부족한 뉴스룸에는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쌓였다. 포털사이트가 독식하는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 지속성 항상성 일관성을 담보하는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미디어 업계 안팎의 진통은 냉정과 열정을 오갔다.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이 제자리를 차지 못하는 사이 크고 작은 언론사와 기자들의 분투기가 빛났다. 권력 비판과 감시라는 저널리즘의 오랜 소명을 꿋꿋이 지켜낸 JTBC, 해직 기자들이 만든 다큐멘터리와 심층 탐사 보도물은 네트워크의 뉴스피드를 타고 큰 반향을 불러모았다.

반면 거대 기술 플랫폼의 장막 뒤는 싸늘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포츠 채널의 담당자가 이해 당사자의 '기사 재배열' 민원을 처리해준 일이 드러났다. 또 자동차 주제판 에디터의 부적절한 처신도 구설수에 올랐다. 인터넷포털에서 뉴스소비는 포털 뉴스편집자의 '기사배열'에 좌우되고 또 역의제 설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2009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법적 지위를 받은 것도 플랫폼의 영향력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후 '기사배열 자율규약'을 공표하는 등 독자의 권리보호를 내세웠으나 이번 일로 뉴스 서비스 전반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네이버는 일단 사람의 손이 아니라 로봇이 자동으로 기사를 배열하는 것으로 뉴스 서비스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플랫폼의 통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어떻게 확대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전통매체와 포털이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사활을 건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어서다.

투자 재원 부족으로 자체 역량 강화가 어려운 국내 언론은 현실적으로 플랫폼에 올라타야 하는 상황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주도한 네이버는 모바일 주제판 합작회사 확대에 이어 구독 펀드 조성,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모바일 채널 신설 등 뉴스 생산자와 다양한 상생 모델을 올해만 여럿 추진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구글코리아를 향해 망 사용료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공개 질의했다. 미디어 생태계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면 책임을 다 하라는 공격이었다.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논란을 건드린 것이다. EU는 2013년 상거래, 콘텐츠 등 전자적 용역의 공급 장소를 공급자의 위치에서 '소비자의 위치'로 바꿔 과세 근거를 마련했다. 네이버-구글 갈등은 시장획정이 불분명한 디지털 시장의 경쟁환경에 대한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심중한 불씨를 남겼다.

브레이크 없는 기술 진보의 드라마는 인공지능(AI) 혹은 알고리즘으로 수렴됐다. 초연결성, 빅데이터와 함께 저널리즘의 양태를 바꿔놓는 동력으로 부상했다. 광범위한 데이터의 더미에서 새로운 내용을 발굴해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탐사보도와 인터랙티브 서비스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졌다. 자동화한 기사 작성과 뉴스 추천 서비스, AI 스피커에 탑재하는 뉴스 등이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정교할수록 '필터버블(Filter Bubble)’의 막다른 골목을 만난다.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독자의 기호나 취향에 맞춘 뉴스와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지적 편향'을 심화하는 현상이다. 기술 의존이 저널리즘을 왜곡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올해도 예외없이 민감한 정치, 사회 현안에 검색 중립성, 알고리즘의 투명성이란 묵직한 사회 의제가 등장했다.

페이스북을 비롯 소셜네트워크에서 '가짜뉴스(fake news)' 범람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언론도 여러 차례 허위 정보를 그대로 받아써 오보 파문을 빚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는 19대 대통령 선거보도와 관련 다수 언론사, 네이버와 팩트체킹 협업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참여 언론사의 대응 수준이 균질하지 못하고 검증 결과에 오류 여지가 남지만 팩트체크와 관련 첫 협업 사례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상품 추천서비스 '와이어커터(The Wirecutter)'를 인수하며 깃발을 든 <뉴욕타임스>의 '서비스 저널리즘'도 화제였다. 여행 가방 싸기, 연인과 행복하게 사는 비결 등 독자의 삶에 근접한 정보와 가치에 주목하는 콘셉트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제시하는 '독자 퍼스트' 전략이다. 국내 언론도 서브 브랜드를 내세우며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생산했다. 그러나 독자에 대한 '앎'은 여전히 허술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탄탄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네이티브 광고는 크고 작은 언론사에서 '현재진행형'이다. VR을 비롯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도 풍성한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플랫폼, 기술, 신뢰는 미디어 대체 흐름에서 놓칠 수 없는 과제이다. 소통과 협력의 열쇠로 어두운 문을 열어야 한다. 좋은 저널리즘이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고 좋은 '관계'가 좋은 비즈니스로 연결된다. 세상사의 사필귀정이 언론의 대지에 이르길 기대한다.

덧글. 이 원고는 언론중재위원회 사외보 '언론-사람'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작성 시점은 11월 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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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 <미디어스> 보도 사진 캡쳐.

최근 일부 언론과 독자 사이에 불거진 갈등은 첨예화, 장기화 조짐이 있습니다. 이 갈등은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진보언론 만의 문제도 아니고,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자들로 한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에서 '진보언론'은 과연 어떤 역할이 필요한가? 현대의 진보는 무엇인가. 주권자인 시민이 진보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진지한 질문에 해답을 찾는 숙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사단의 배경은 진보언론의 불확실한 정체성에 있습니다. 진보언론과 독자 간의 관계는 가족관계, 결연관계, 동지관계가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원초적 고리인 가족관계가 깨지면서, 애착구조가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양측 사이에 제대로 된 `연결`과 '관계'가 존재했느냐는 것입니다. 있었다면 그 관계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것으로 구체화했느냐는 점입니다. 가족관계나 결연관계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뿌리 깊은 교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얽매이면 관계는 무덤덤해집니다. 관계의 진척이란 것이 딱히 있을 수 없습니다. 꿈이나 희망을 공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독자들에게 명료한 관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성장하려는 미디어라면 독자와 전략적 관계를 상정해야 합니다. 항상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독자가 `말 걸기`를 하면 여기에 대해 피드백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독자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변화한 일상에 다가서는 콘텐츠 생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에서 전략적 관계의 경쟁력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독자들은 진보언론을 통해 이런 관계를 체험했는지 불명확합니다. 진보언론은 독자들을 여전히 가족, 결연 같은 낡은 관계구조로 두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반면 독자들은 이미 기존 언론의 영역을 떠나 스스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의 발제문에 나온대로) 네트워크에서 '제3의 공간'-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을 하는 독자들입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입니다.

현재 진보언론은 자신들에게 항의하고 압박하는 독자들을 '문빠'로, 반지성주의 그룹으로 가두려고 합니다. 이 갈등의 생산적 에너지를 고려한다면 프레임 처방전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저널리즘을 진지하게 소비하는 열혈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 진보언론과 시민 즉, 공중 간에는 정신적 심리적 유대감이 존재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진보언론이 대리로 표현해준다고 판단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언론의 보도는 '나'의 의지나 신념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간주되었습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더라도 진보언론은 공동체의 번영을 지키는 등대이며 버팀목이라고 안심했습니다. '가족'에서나 가능한 절대적인 신임과 의존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광장의 촛불이 이끈 에너지는 진보언론에 대한 그림을 전통적인 결합의 수준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연대하는 전략적인 관계로 이끌었습니다. 한때 결코 끊을 수 없는 가족 같은 관계였지만 이제는 관점의 차이에도 갈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진보언론, 독자를 새롭게 인식해야 

진보언론은 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오기를 부리고, 우리가 함께 성취한 것에 대해 흠집을 내는지 더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국면에서는 심리적, 경제적 모든 후원을 접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런 판단이 가능해진 것은 달리진 미디어 생태계입니다. 압도적 시장팽창 환경은 물론이고 내용적으로도 지난 수년 사이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안적 독립적 미디어는 종전의 언론이 견지하는 엘리트적 태도를 넘어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킬 준비와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진보언론은 독자를, 특히 말을 걸어오는 독자를 전략적인 협업관계로 전환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진보언론은 종편을 보유한 보수언론처럼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독자만 보고 가야하는 매체입니다.

독자와 언론 간의 전략적 관계란 독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제언하고 뉴스조직이 이를 수렴하여 함께 뉴스 생산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협업 과정을 갖는 것입니다. 특정 사안을 놓고 결과물을 만들거나 결과를 향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커뮤니티 관계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 관계는 어떤 시기에 종식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결과를 갖고 다른 논의와 다른 커뮤니티로 연결될 수 있는 힘을 축적합니다. 

토론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지적대로 '비판적 담론공중'으로서 독자의 잠재력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제한적 정보이지만 이를 신뢰하는 반지성주의가 네트워크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멍청한 언론과 똑똑한 독자 간의 대립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의 마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진화하고 있는 독자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것이 본질적인 대응입니다. 

독자와 언론의 '전략적 협업관계'

우리 공동체는 이제 '투명성'의 가치경쟁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나아가야 합니다.

언론인의 잦은 스캔들, 보도의 오류, 옐로우저널리즘의 확산 등 내부의 오류는 물론 다양성의 확산, 전문성의 경계붕괴, 정치과잉 등 외부적 충격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 국면에서 독자는 언론에 비해 더 많은 선택과 질문을 할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기자에게 일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독자들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하게 저널리즘 투명성에 대한 주문입니다.

언론은 이제 투명성을 통한 신뢰성과 책임 강화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접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옴부즈맨 (공개 편집자, 독자 편집자)

• 내부 윤리 규정

• 독자를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회

• (투명성 제고의 상징성인) 보도 정정, 사과

• 기자의 스캔들에 대한 처벌

아래처럼 디지털적인 접근도 내실을 기해야 합니다.

 뉴스의 근거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링크는 확인 가능성, 신뢰성을 높이는 필수적 요소)

 경우에 따라서 보도에 수반된 합리적인 판단 기준 특히 편집상의 결정은 추후에라도 설명되는가?

 뉴스에 대한 독자의 질문을 기자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답하는가?

 댓글과 대화는 권장되고 있고 뉴스에 활용되는가?

영국의 진지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가디언>의 오픈저널리즘 가이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의 논의를 권장합니다.

 그 가운데 많은 것을 웹 사이트에 공개합니다.

 기자만이 권위, 전문성, 관심의 우위에 서는 당사자가 아님을 인식합니다. 

 다양성을 달성하고 반영하며 공유 가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널리즘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안과 주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 공동 관심사를 다루는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협력과 큐레이션을 합니다.

진보 언론은 뉴스의 가치를 인식하는 현명한 독자, 뉴스를 확산시키는 독자, 또 토론하고 참여하는 용기의 독자를 발굴해야 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뉴스 독자를 넘어선 '시민 미디어'입니다. 이들과의 연결에서 진보언론은 더 값진 영향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별히 디지털에서 독자와의 관계 증진은 진실성, 책임성, 일관성을 높이는데서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일반적으로 독자의 흥미를 파악해 건강, 라이프스타일. 취업 등 보다 연성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또 이메일, 댓글, 독자가 많이 본 기사 랭킹 등도 초보적인 방식입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의 욕망, 기대, 흥미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독자 관계를 향한 기본 과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이 기울이는 섬세하고 치밀한 노력에 대해 에드워드 러셀 <데일리 텔레그래프> 디지털 에디터는 "우리의 업무는 고객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신문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합니다. 즉, 우리는 누구도 제대로 보지 않는 기존의 플랫폼-지면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파트너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독자와의 새로운 관계 에너지는 상호작용성•공감성•신뢰성으로 생성됩니다. 이것은 네트워크 시대에 뉴스 미디어가 키워야 하는 경쟁력입니다. 지금까지의 업력과 저명성은 잊어야 합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 저널리즘 협업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적인 경쟁이 아니라 질(quality)에 초점을 두는 가치 경쟁을 선언해야 합니다. 존중, 배려 등 독자에 대한 관계의 원칙을 앞세워야 합니다. 또한 독자가 저널리즘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보 뿐만 아니라 독자와 함께 뉴스를 만드는 작업을 설계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퀄리티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지난 6월 21일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에서 주최한 <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현장에서는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참조로 <미디어스>는 이 세미나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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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저널리즘을 제언하는 뉴욕타임스의 혁신 프로젝트. 신뢰와 소통의 문명을 재현하는 퀄리티 저널리즘이야말로 디지털 혁신의 최고 덕목이어야 한다.


"언론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다"란 선언적 화두가 제시된지 어언 10여년. 전 세계 전통 뉴스 미디어의 숨가쁜 혁신 변주곡이 요란하게 켜졌지만 안갯속인 뉴스 시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은 매체 포화와 포털사이트 등이 압도하는 시장 경쟁 질서가 이어지며 생존마저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를 통한 뉴스 이용은 한국이 28%로 26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사실상 최하위권에 속했다.

또 포털 및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소비를 시작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로 세 번째로 높았다. 온라인 뉴스 소비에서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는 비율(48%)은 가장 높지만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뉴스를 이용할 때 뉴스미디어의 브랜드를 인지한다는 비율은 가장 낮았다. 언론사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이 뉴스 소비의 출발점이라는 응답은 불과 13%였다. 

또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6개국 중 22위였다. 35세 미만 젊은 세대는 고작 10%만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온라인 뉴스 유료 구매 경험은 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 기관이 국내 디지털 뉴스 생태계를 들여다본 성적표치고는 우울한 잿빛이다.

정론을 펼친다는 언론산업은 왜 불신받는가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도 전통 뉴스 미디어의 입지 축소는 거듭 확인됐다. 가장 일반적인 시장 지표인 신문 구독률은 2004년 48.3%에서 2015년 14.3%로 계속 떨어졌다. 열독률은 같은 기간 70.6%에서 25.4%로 급감했다. 

미디어별 하루 평균 뉴스 이용시간도 종이신문(7.9분)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한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의 수도권 시청률은 2% 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비해 인터넷은 103.8분, 소셜미디어는 22.7분으로 전통매체를 압도했다. 

뾰족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외 언론의 '청사진'만은 희망의 좌표로 자리잡았다. 7명의 <뉴욕타임스> 기자로 구성된 '2020 그룹(The 2020 Group)'이 올해 초 공개한 '독보적인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 전략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게 했던 2014년 5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 울림은 명징했다. 최근 2~3년 사이 독자가 주로 이용하는 매체 조합 즉, '미디어 레퍼토리(media repertoire)'나 콘텐츠의 형식 선호에 맞춰 대다수 언론이 기울인 다채로운 노력의 중심에 저널리즘 가치라는 근원적인 성찰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희망이라면서 왜 제대로 하지 않는가

지난 2012년 아름답고 역동적인 그래픽을 탑재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뉴스 ‘스노우폴(Snow Fall)’은 한국언론에 큰 자극을 줬다. 수많은 뉴스 형식 실험이 곧바로 전개됐다. 그러나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보여주기식’ 접근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것조차 만들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던 '카드뉴스'의 경우 불과 1~2년 사이 '이용 피로도'만 쌓였다. 한때 수백만 클릭을 기록하던 데서 지금은 뉴스 혁신의 '체면치레'나 하는 것으로 전락했다.

이러는 사이 '포털 검색어 기사', '자극적 제목달기' 등 '옐로우 저널리즘'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한 것은 물론 '기사형 광고'를 내세운 '상업성'의 그늘만 짙어졌다. 결국 십수년 동안 포털사이트로 넘어간 뉴스 이용 점유율을 되돌리지 못한 채 고착화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대다수 언론이 '포털 탈출'의 기대주로 꼽은 소셜미디어에서도 논란만 커졌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뉴스 스타일은 쏟아냈지만 콘텐츠 완성도는 물론 독자 '소통'은 여전히 부족했다. 더구나 일부 언론사 소셜미디어 운영자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아 '드립' 논란만 일으켰다. 정규직이 아니라 수개월 짜리 인턴을 뉴스룸에 투입하고 '갑질'하는 뉴스룸의 허위의식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품격 있는 저널리즘의 격과 결은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트렌드에 맞추는 콘텐츠 생산의 함정

반면 ‘스브스뉴스'-'비디오머그'의 SBS, '소셜스토리'의 JTBC 등 방송사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자의 직접 참여로 브랜드 마케팅까지 확장하며 주목받았다. 이러한 시도가 '완성품으로서의 뉴스'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뉴스'를 관철하는 자극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과정으로서의 뉴스'란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더 나은 가치를 수렴해가는 뉴스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독자에게 보다 중요한 목적지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위상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보도(report)'와 '직원',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트래픽과 페이지뷰의 성장전략은 폐기하고 독자의 습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긴 안목을 우선시할 것을 내세웠다. 당장의 생존과 효용성을 위해 방치하는 '베끼기', '짜깁기', '따옴표 보도'를 버릴 것이란 경고이기도 하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온라인 뉴스 동영상의 미래(The Future of Online News Video)' 보고서는 뉴스 동영상의 현주소를 뼈아프게 진단했다. 온라인 뉴스 사이트 30곳의 동영상 채널에 머무른 시간이 전체 평균 방문 시간의 2.5%에 그쳤다. 북미 지역에 한정된 통계지만 뉴스 동영상이 텍스트에 비해 실제로는 많이 소비되지 않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내 언론은 이같은 냉정한 진단과 측정은 생략한 채 '모바일 퍼스트', '비디오 퍼스트'라는 수사적인 자기 최면에 갇혔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자체 플랫폼 강화 노력은 포기하고 독자는 실종된 언론사 간 순위놀이에 매몰됐다. 실제로는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위한 '봉사' 뿐이면서도 독자 접점 확대로 미화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조직의 다수 구성원이 우리가 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합의하고 움직이는 진지함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었다.

업의 본질은 품격과 신뢰의 저널리즘이다

<뉴욕타임스>는 단지 풍부한 멀티미디어를 제공하는 선에서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과는 180도 다른 차원과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자를 비롯한 전체 구성원의 채용과 교육, 인사는 물론 취재와 보도의 수준, 콘텐츠, 업무와 역할을 세부적으로 재정의하는 밑그림을 강조한다. 디지털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전통 뉴스 미디어는 뉴스 콘텐츠의 상품성 약화, 독자와의 상호성 미흡, 네트워크 생태계에서 연결성 빈곤으로 생태계의 주변부에 배회하고 있다. 6년 전 0명에서 1년 전 100만명 이상의 디지털 독자를 보유한 <뉴욕타임스>는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커머스의 위기를 '품격의 저널리즘'으로 극복해온 혁신 리더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저널리즘 구현, 즉 '업의 본질‘ 추구가 진정한 성장과 닿아 있음을 역설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무엇보다 왜 뉴스조직을 바꾸어야 하는지의 의문 즉, 원칙과 방향을 명확히 하는데 초점을 둬 왔다. 현대의 광고주들은 콘텐츠 소비를 위해 언론사의 플랫폼에서 오래 머물고 호기심과 의견을 드러내는 고객에게 주목한다는 것 쯤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이 경쾌한 권위와 명성을 구가하는 신문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 제공이야말로 언론사의 디지털 플랫폼이 추구하는 제1의 목표임을 거듭 되뇌인다. 첫째, 매일 습관처럼 찾아오는 곳 둘째,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곳 셋째, 기꺼이 구독료 지불의사를 품게 하는 곳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즐겁고, 유익한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진화 

특히 언론사가 생산하는 모든 뉴스는 단편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고 시각화(Visual-first),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같은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옷을 입는다. 모든 개별 뉴스는 다른 연관 정보들과 함께 구조화된다. 

고객을 즐겁게 하고 판단을 돕는 유익한 조언도 추가된다. 가령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지를 설득한다. 이같은 '서비스 저널리즘'을 선언한 <뉴욕타임스>는 아예 상품 추천 서비스 와이어커터(Wirecutter)와 스위트홈(Sweethome)을 잇따라 인수했다. 정보 생산자로서의 지위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안내자(guidance)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론 본연의 활동이 줄어들어서도 안된다. 탐사보도나 인사이트를 담은 논평 등 품격있는 저널리즘은 혁신의 변함없는 중심축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 생태계와 충돌하는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칼럼은 지양한다. 그 대신 '다양성'과 '전문성'을 뉴스의 최고 가치로 다뤄간다. 

유연하고 탁월한 구성원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비디오 그래픽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등 기술 분야의 권위자들은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언론사의 R&D 예산은 전무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금지원 없이는 인프라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뉴스조직의 진화를 돕는 사회적 후원도 극히 제한적이다.   

독자 데이터·수익모델과 디지털 기술의 접목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가 발표한 '2017년 10가지 이슈'는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에 상당한 내용을 할애했다. 언론사들이 처한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다. 여기에는 언론과 광고주 사이의 구도가 재편되는 조짐이 있다. 가령 '브랜드 저널리즘'에 나선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미디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언론사가 우수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광고주를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여명이 넘는 인력으로 자체 뉴스룸을 갖춘 한 대기업은 "우리는 (광고 관행을 바꿀) 준비가 됐지만 언론은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에둘러 현장을 표현했다. 사실 혁신은 기자들이 모여 있는 뉴스룸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케팅, 비즈니스 전담 인력들도 융합적인 매체 환경을 주도할 기술 역량을 갖춰야 한다. 편집국과 광고국 간의 '매출 경계 갈등'이 아니라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 인프라를 언론사 내부에 갖추는 시급하다. 

불확실한 콘텐츠 유료화의 과제도 만만찮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스스로 생산한 뉴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독자들이 외면하는 콘텐츠라면 애써 시간과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 고객이 될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이 없다면 일방적인 뉴스일 뿐이다. "언론은 모르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알고 있다"는 독자와 관련된 데이터 수집, 활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나 대학, 연구자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펼쳐야 한다.  

뉴스 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국내 시장에선 비미디어 부문의 수익 다각화는 앞으로 특별한 의제가 될 것이다. 언론 브랜드의 힘이 있을 때, 재능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미래 비전을 그리는 큰 그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팎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치밀한 투자 분석을 체계화하는 마케팅과 비즈니스의 시야가 필요하다. 

디지털 대응 속도와 트래픽에 주력하면서 놓쳤던 저널리즘의 가치를 복원하는 혁신 어젠다.


디지털 리더십·파트너십·멤버십·성과의 재정의 필요

2017년 세계 신문업계는 광고수익(628억 달러)보다 구독수익(639억 달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의 차별화·고급화·전문화에 따르는 일관된 투자 못지않게 독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리는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로 뒷받침해야 한다. 페이지뷰만 기록하고 사라지는 휘발적인 이용자에서 평판과 콘텐츠를 갖춘 참여지향적인 독자를 흡수할만한 멤버십이 나와야 한다. 

디지털의 성과 재정의도 필수적이다. <뉴욕타임스>는 "가장 성공적이며 가치 있는 기사는 가장 많은 페이지뷰를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다른 매체에서 접할 수 없고, 통찰력과 영감을 얻는 뉴스라면 비록 트래픽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단독과 특종의 낡은 우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의 독자라도 공감·반응할 수 있는 콘텐츠에 방점을 둬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도 각별한 이슈다. 정치권 광고주 출입처를 중심으로 전통적 유대와 연고에 기반한 '아날로그 리더십'을 뛰어넘는 '디지털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 디지털 리더십은 평등성, 개방성, 투명성, 상호성 같은 네트워크의 특성을 껴안은 통찰과 결단이다. 이는 개인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집단지성의 잠재성을 도모하는 창의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협력자를 넓고 깊게 상정하는 디지털 리더십은 콘텐츠와 관련있는 것이라면 다리를 잇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동차, 생활가전 등 그동안은 거리가 멀었던 이종사업도 협력의 관점에서 다룬다. 위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 유연한 대화의 장을 지지한다. 더 나아가 각계의 전문가들은 물론 독자들과 친근한 벗을 자처한다.  

한국판 혁신보고서를 낸 <중앙일보>의 드문 도전은 겨우 1년여의 시간을 지났다. 척박한 국내 뉴스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려면 그 누구든 조급증은 버려야 한다. 폭증하는 뉴스의 시대, 다양하게 분화한 뉴스 소비자에게 '저널리즘의 가치'를 복원하는 공동의 자정과 분발이 절실하다. 허울과 구호 뿐인 지금까지의 디지털 혁신 논의를 넘어선 '신뢰·소통·독자'의 가치를 곧추세우는 대장정이 시작돼야 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관훈저널> 142호(2017년 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원고 작성시점은 2월 초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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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디지털 스페셜 '대한민국 검사의 초상'은 상하 좌우 분할 방식의 인터페이스다. 기자들과 디지털 어시스턴트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정례화는 뉴스룸 구성원들의 디지털 융합을 촉매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이 반응하고 호응하는 인내의 시간을 견딜 장기적 관점이 견고하다면 말이다.


<중앙일보>가 22일 창간 51주년을 맞아 내놓은 '디지털 스페셜-대한민국 검사의 초상' 시리즈가 화제다. 다루는 소재도 놀랍고 전하는 방식도 완성도가 높아서다. 

'대한민국 검사의 초상'은 총 3개 시리즈 6개 챕터로 구성된 대형 프로젝트다. 중앙일보 법조팀 기자 일부를 비롯 총 9명의 취재기자와 영상, 디자인, 개발, 모션그래픽 등 10명의 어시스턴트들이 약 4주간 매달렸다. 텍스트, 영상, 사진, 데이터 기반의 인포그래픽, 내레이션, 아카이브를 활용한 포토 슬라이드 등 멀티미디어를 녹여냈다.

이날 내놓은 시리즈 1 '유예된 젊음'에 이어 9월29일  '영강님 혹은 검사 3학년', 10월6일 '떠난 자와 살아남은 자' 등 총 3편이 잇따라 공개된다. 종이신문 버전과 디지털 버전은 사실상 별도로 만들어졌다. 포털에는 전송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김한별 데이터저널리즘 데스크는 "대한민국 엘리트 집단인 검사를 입체적으로 다뤄 보자는 게 콘셉트다.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접근했다. 애초 트래픽 같은 정량적 목표를 잡은 것은 없다. 2개 시리즈가 더 남은 상태이지만 안팎에서 호평을 들어 안도(?)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한별 데스크는 불과 2개월 전 디지털 업무를 맡게 된 18년차 종이신문 기자로 '해안침식, 백사장이 사라진다' 등 무거운 주제의 디지털 스페셜을 진행해왔다. 

김 데스크는 "디지털 업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뉴스룸 모든 구성원들이 디지털 마인드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독자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한 독자는 댓글에서 "지면 신문과 앱의 느낌이 다르다. 검사의 권력 부패가 사회구조적 연관성이 있다는 메시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응원했다. 이석우 <중앙일보> 디지털 총괄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미래의 신문은 디지털 스페셜 같은 느낌이 아닐까"라는 격려성 댓글이 이어졌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콘텐츠 생산환경이 갖춰지는 <중앙일보>의 다음 실험들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만하다. 

다음은 김 데스크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모바일 버전에서 만나는 인터뷰 영상들. 영상 플레이어는 종전 JTBC 인프라에서 중앙일보의 자체 온라인비디오플랫폼(OVP)을 적용했다. 기술적으로도 진화하는 중앙일보 플랫폼은 척박한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Q. 검사를 다룬 아이템이 화제다. 아무래도 시의성이 있어 선택된 것 같다. 작업 과정을 소개해달라.

사회부 법조팀 기자를 비롯 데이터저널리즘데스크에 소속된 기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현직 검사 인터뷰는 아무래도 취재원 접근이 수월한 신문기자들의 도움이 컸다. 10명 이상의 법조인이 인터뷰에 응했다. 얼굴을 밝히지 못하는 인터뷰이들도 더러 있었다. 

일부에서 가벼운 주제를 거론하기도 했지만 '검사' 소재를 정한 뒤 추석 연휴 기간을 제외하고 약 4주 정도 작업했다. 동해안 침식 아이템처럼 한꺼번에 공개할 수도 있지만 분량도 많아서 나눠서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면기사를 만드는 법조팀 기자들은 전통적인 지면형식의 기사체로 다뤘다. 디지털 버전과 일부 중복되기는 하지만 구성이 전혀 다르다. 모션 그래픽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시합격 수기 등 독자들이 읽을 거리는 디지털 버전에 더 많이 넣었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 2개에서 공개할 것이다.

Q. 작업과정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면?

데이터저널리즘데스크 소속 기자들이 디지털 버전의 콘텐츠를 먼저 작업했다. 지면 버전으로 리라이팅하거나 지면용 기사는 법조팀 기자들이 담당했다. 

그래픽 요소도 마찬가지다. 모션 그래픽 등 디지털 버전의 그래픽을 만들어 종이신문 제작부서에 소스를 전달하면 지면 그래픽용으로 재구성하거나 별도로 작업했다. 

일반적으로는 지면용을 만들고 인터넷 버전으로 만들지만 애초부터 디지털 버전으로 기획하고 준비했다. 시각 차이는 있겠지만 지면용을 디지털 버전으로 만드는 순서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Q. 인터페이스, 레이아웃 등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모바일 버전도 완성도가 높아졌다.

아무래도 디지털 부서는 젊은 인력들이 많다. 소통도 메신저 위주였다. 단톡방을 열어서 어마어마한 파일들을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점차 좋아진다"는 말을 들어 뿌듯하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과 논의를 했다. 

기존의 방식이 상하 스크롤 방식이었는데 이번에 상하, 좌우 축을 만들었다. 참고할만한 레퍼런스를 학습했다. PC버전은 스크린이 크니까 좌우분할이 가능한데 모바일 버전은 어렵다. 처음부터 모바일 버전은 별도로 기획했다. 

Q. 시간도 꽤 걸렸고 참여멤버도 많다. 기자만 9명이다. .

공개한 숫자로만 보면 20명 정도다. 하지만 법조 기자들이 검사 인터뷰한 것을 제외하면 상시적으로 취재한 기자는 디지털 부문 4명 정도다. 그밖의 개발자, 디자이너가 작업을 했다. 아이템 회의까지 포함하면 약 5주가 걸렸다. 시리즈 한 회별로 2개 챕터가 있으니까 모두 6개 챕터다. 현재 5개 챕터가 마무리된 상태이다. 뒷 부분은 계속 수정 보완 중이다. 

Q. 디지털 스페셜 '검사의 초상'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법조 기사는 사건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번 디지털 스페셜은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사고치는 검사, 영화에 나오는 검사 등 일반적으로 검사 이미지는 정형화돼 있다. 실제 검사들을 만나면 많이 다르다. 80~90%는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이다. 일부가 일탈을 저지른다. 

그래서 '검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쪽으로 결정했다. 사법고시 준비하는 검사되기 전, 실제로 검사생활 무렵, 검사 이후의 모습 이렇게 세 가지 흐름으로 검사의 '일생'을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했다. 독자들이 '검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으면 싶다.

Q. <중앙일보>의 최근 디지털 콘텐츠 실험이 주목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디지털 부문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배워가고 있다. 이런 걸 해보는 게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의 디지털 경험과 자산을 확대하는 쪽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중앙일보> 내부에선 디지털 업무가 가외로 하는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을 중심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디지털 스페셜처럼 디지털 담당 부서만 이런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편집국 기자들을 비롯해 전체가 관여하는 방식으로 향하고 있다. 

디지털 부문은 선제적으로 실험을 주도하고 경험을 확산하는 선두조직이 되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종이신문 기자들에게 확산돼 '디지털 융합'이 정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중앙일보 뉴스룸 융합은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기사(오디언스 맞춤형 디지털 콘텐츠 생산)’를 먼저 올린 뒤 각 매체의 특성에 맞도록 기사를 재가공해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안다.

모든 것이 실험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형식적으로, 내용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연성 콘텐츠를 주로 하는 쪽도 있고 우리처럼 경성 소재를 다루는 쪽도 있다. 앞으로도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제대로 된 방향을 잡기 위한 실험과 공부는 바로 독자 중심, 고객 중심 콘텐츠 생산이 아니겠는가. 기존의 공급자 마인드에서 소비자 마인드로 가는 실험으로 이해한다.

디지털 스페셜 '검사의 초상'을 주도한 데이터저널리즘데스크는 <중앙일보> 직제상 디지털총괄 산하의 한 부서다. 디지털총괄은 디지털담당, 멀티미디어담당, 디지털편집데스크 등 3개 조직을 두고 있다. 데이터저널리즘데스크는 이중 디지털담당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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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 프로젝트 내 'Ask' 화면.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의 기존의 인터넷 여론조사에 비해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의 코랄 프로젝트(Coral Project)는 독자 충성도를 끌어 올리는 목표로 시작됐다. 경쟁사인 뉴욕타임스와 공동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기술기업인 모질라 파운데이션이 협업하고 있다.

최근 콜롬비아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에서도 공개된 코랄 프로젝트는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좋은 댓글을 더 많이 노출하도록 하는 'Trust', 언론사 담당 에디터가 운영하는 'Ask', 댓글처럼 독자들이 만드는 콘텐츠를 기사화하는 툴인 'Talk' 등 3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오픈소스로 개발해 여러 (지역)언론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Trust'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시범 운행 중이다. 'Ask'는 워싱턴포스트의 '월드 뷰(World View)' 블로그에 적용됐는데 에디터가 독자들에게 여론조사나 댓글을 요청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사도 작성한다. 내년에 공개되는 'Talk'는 독자가 만드는 콘텐츠를 뉴스로 만들어 재배포하게 된다.

국내 언론사는 '댓글'관리도 없을 뿐 아니라 있다고 하더라도 '삭제' 조치 외에 운영자와 독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없다. 많은 언론 매체들이 '독자 제보' 공간을 열어두는 정도이다.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미디어를 중심으로 라이브 방송과 소셜 계정을 연계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  <한겨레신문>의 '정치BAR' 섹션은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계정으로 독자의 질문을 수렴하고 있다. '라이브 톡' 등 메신저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독자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주인공은 역시 공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표를 가진 뉴스조직의 기자이다. 기자가 이 과정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독자 관계의 안정성은 확보하기 어렵다. 

JTBC 5시 정치부회의 페이스북 계정. 기자가 '화자'가 된 스토리는 형식의 파격성 못지 않게 친밀감을 증폭한다. 그들이 독자의 반응에도 성실하게 응답한다면 놀라운 결과도 예상된다. 기자 별로, 주제 별로, 프로그램 별로 확장하는 브랜드는 드라마틱한 독자관계의 배경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JTBC 5시 정치부회의'처럼 기자나 리포터 심지어 대표 앵커가 소셜 소통을 강화하는 트렌드도 두드러진다. 일부 매체는 이른바 '분산미디어' 전략을 내세우며 부서별, 주제별 소셜계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다만 콘테츠만 보일 뿐 독자와 '서로 말 걸기'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해외 매체가 양질의 독자, 양질의 의견을 폭넓게 다루기 위해 노력하는 접근은 디지털 미디어 혁신의 핵심이 저널리즘 패러다임의 이동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략으로는 낱개 콘텐츠 소비 시대에 영향력을 확장하기 어렵다. 참여하는 독자들을 확보하고 이들과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당장에는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기자가 독자의 이야기와 관련 있는 기자들에게 중계해주는 방식을 고려해봄직하다. 

페이스북 '좋아요수' 경쟁 혹은 목표 지향에서 독자 관계 증진이라는 가치 기반의 소셜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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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게시판에서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타락부터 조직 경쟁력까지 숱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왜 이것들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가? 기자들은 스스로 자위하는 것은 그치는가? 질식하는 뉴스룸 문화, 샐러리맨이 되는 기자, 미디어를 나무라기만 하는 독자들... 이것이 진정한 언론의 위기이며 공동체의 위기이다.


<기자협회보> 후배 기자가 익명 기반의 한 SNS 앱이 언론사 기자들의 '해우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견을 물었다. 설치해서 들여다봤더니 좋은 일은 '아니다'. (이 인터뷰는 23일자 <기자협회보>에 게재됐다)


이 앱에서 기자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선배와 논조를 향한 비판, 임금과 수당, 언론환경에 대한 대처 등이 대부분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익명이라는 '엄호'를 받는 자기 고백들은 사실 조직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다. 


익명 서비스에 언론사 기자들이 북적이는 것은 첫째,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경기회복의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흐름이다. "찍히면 죽는다"는 철벽 앞에서 기자들도 위축되고 있다. 


둘째, 인터넷 보급 이후 시장포화와 과잉경쟁 구조에서 앞만 보고 향할 수밖에 없는 언론경영 환경도 거들고 있다. 잠시 현재 위치에 머무르면서 '복기'하고 성찰, 개선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이를 받아서 처리할 곳도, 사람도 없다. 


셋째, 당연히 조직 내에서 선후배 사이에 교류도 미흡하다. 과거에는 통음하면서 격렬히 치받으며 자존감을 세웠지만 이제는 성과 목표를 내세우는 조직 이기주의 아래에서는 구질구질한 추억이 되었다. 개인화한 신세대 기자들과 경영의 관점에 선 구세대 기자들은 평행선이 되었다.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넷째, 미디어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에서 독자들은 기자의 수준을 적극적으로 비평한다.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공간에서 기자의 역량은 금세 드러났다. 성역비판은 줄어들고 그 자리는 상업주의가 채웠다. 기레기 논란이 빗발쳤고 기자들은 진로와 정체성을 의문하고 있다. 외부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염치없다.


익명 앱에서 만나는 기자들은 감정의 토로를 통해 일정한 보상과 위로를 받는다. 비공식적인 채널에서 내상을 치유하고 다른 기자들의 동질적인 고통을 발견하면서 더 이상은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료 언론인들의 애틋한 동병상련, 이심전심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이런 상황은 당장에 호전되기는 어렵다. 우선 직업기자들이 처한 언론환경은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왔다. 언론기업 차원에서도 뾰족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시장 양극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언론사 간 빈익빈부익부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기자들이 겪는 고충은 육체적 고통, 경제적 빈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고 있다. 최근 30년 사이에 가장 미래가 불확실해진 직업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본연의 취재 이외의 업무도 폭증하고 있다. 이는 유감스럽게도 당연시되고 있다. 


기자 전문성 확보도 쉽지 않다. 오랜 취재경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시대다. 탤런트(재주), 테크놀로지(디지털 기술) 등 개성적이고 기능적인 것을 보탤만한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번 아웃'의 상태로 하루하루의 일을 처리하는 샐러리맨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익명의 앱에서 넘치는 기자들의 넋두리와 아우성, 조롱과 비난은 희극적이고 동시에 비극적이다. 공동체와 독자가 언론사와 기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수렴하는 과정은 실종된 채 뉴스룸은 속도와 형식을 재촉하는 기교와 그 결과 즉, 실적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언론사와 기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급성 질환도 아니고 만성 질환이며, 숙환이라고 할 것이다. 단기간에 치료되기 어려운 까다롭고 근원적인 문제들이다. 익명 게시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풀어가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진정한 위기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멀지 않다. 언론의 사명, 책임을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언론사 로비에, 편집국 앞에 묘비처럼 화석처럼 박힌 글귀를 읽는 길이다. 혁신은 멀지 않다. 혁신은 디지털이 아니다. 혁신은 기술이 아니다. 혁신은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찾는 일이다. 그래서 혁신은 정녕 어렵다. 


어지러운 세상의 책임의 상당 부분은 언론이 져야 한다. 더구나 디지털에 만취한 혁신으로는 더 이상 세상의 진보를 염원하는 독자-교양인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만족한 성과조차도 끌어내기 어렵다.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디지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내 관리자들은 정면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는 익명 게시판을 몰래 들여다보며 기자들의 글을 살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풍토에서는 저널리즘의 도약, 기자의 진화, 언론시장의 성숙 같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언론사 내부에 상하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치사회적 분위기, 시장 경쟁질서는 언론환경을 벼랑 끝으로 밀어넣은지 오래다. 네트워크에는 언론사 종사자들의 자탄 속에 희망을 기약하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온다. 미디어 수용자인 독자들도 기자들이 겪는 문제를 공감할 필요가 있다. 언론인의 중병은 사회적인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4월 초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저널리즘 혁신은 무엇인가'의 토론회 발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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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혁신은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진 = 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이 포스트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커뮤니케이션북스가 공동주최한 “혁신 저널리즘 컨퍼런스 : 뉴스를 넘어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컨퍼런스를 위해 '사회자'로서 미리 준비한 대본 성격의 내용입니다. 컨퍼런스 현장의 진행상황에 따라 토론시간이 줄어들면서 대부분 소화하지 못했지만 기록 차원에서 남깁니다.


1. 발제자 주요 발언 내용


1)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언론사들이 시장생존을 위한 노력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역설의 상황이다. 문닫은 신문사가 없고 (매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내용을 보면 콘텐츠 가치를 올렸다기보다는 결국 ‘광고끼워팔기’라는 낡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기자 100명 이상이면 매출 100억 이상 회사를 만들 수 있다. 트래픽 10만 건에 100만원이 오간다. 하루 10건만 10만뷰를 올리면 월 3억원의 매출이 가능한 시장이다. 


모바일 퍼스트라지만 모바일은 더 위기다. 뉴스를 체계적으로 읽지도 않는다. 브랜드에 아무 충성도도 없다. 파편화된 뉴스소비가 일상화한지 오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바일에서 뉴스를 버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만드는 뉴스는 유통기한도 짧고 구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만드는 즉시 뉴스는 버려진다. 독자들에게 좋은 뉴스를 전달한 통로가 없다. 페이스북이 유일한 곳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과연 낙관할 수 있는가? 


뉴스생산방식과 유통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1면 중심 사고를 버려야 한다. 맥락이 있는 저널리즘을 퍼뜨려야 한다. 뜨내기에 맞는 쉬운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지만 에버그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뉴스를 읽게 만드는 방법의 고안이 필요하다.“


2) 김익현 지디넷 미디어연구소장

“지적이며 흥미롭고 통찰력 있고 분석적인 저널리즘-지혜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수익을 대체할만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또 익숙한 (관행) 것과의 결별에 실패했다. 혁신이 곧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기자들 스스로가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혜의 저널리즘을 원하는 시장과 수용자에게 다가서야 한다. 그들과 토론하는 수준 높은 소통을 해야 한다.“


3)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은 ‘뉴스통제’를 위해-뉴스피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ICT기업에 대한 짝사랑을 버려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과 언론사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 더 이상 ‘착한 캐릭터’가 되면 안 된다.”


4) 심석태 SBS뉴미디어부 부장

“언론사의 기존 몸부림은 ‘변신’과 ‘응용’에 불과할 뿐 혁신은 아니었다. 디지털 혁신을 고민하는 만큼 저널리즘 혁신을 고민하고 있지 못하다. 저널리즘의 본질적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는 실정이다.”


2. 토론회(2시간을 예상한 원래 대본. 발제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토론시간은 50분도 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이 주최하는 “혁신 저널리즘 컨퍼런스 : 뉴스를 넘어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사회를 맡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진순입니다. 오늘 컨퍼런스는 지난해 ‘혁신과 대안’을 주제로 한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이은 <미디어오늘>이 기획한 두 번째 자리입니다. 


관계망 기반의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글로벌ICT기업의 뉴스시장 진출 등 대변동의 생태계,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결합의 확산 등 혁신과 생존을 고민하는 미디어기업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구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에너지와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퍼스트 그리고 독자 퍼스트까지 연결되고 있습니다. 위기와 기회인지에 대한 논의도 쏟아집니다. 실패와 성공의 풍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저널리즘의 미래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저널리즘의 신뢰와 품격이 혁신의 전부라는 지적까지 있습니다. 단순히 콘텐츠의 양과 속도, 형식과 성격을 넘어선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저널리즘의 본질은 무엇인가. 오늘 이 컨퍼런스를 주최한 커뮤니케이션북스가 펴낸 ‘지혜의 저널리즘’에 따르면 우리의 견해에 도전하라고 합니다. 내가 에너지난을 극복하려면 핵발전소도 괜찮다고 보는 사람인데, 그것이 명백히 내 삶을 위협하는 것임을 입증해보이라는 것이죠. 생각이 깊은 저널리즘을 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뉴스를 넘어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컨퍼런스는, 명백히 중요하지만 간절하지 않았던, 거대하지만 다루기 어려웠던 주제로 향할까 합니다.


3. 미첼 스티븐스의 ‘지혜의 저널리즘’에 대해서  

우리는 이 컨퍼런스가 시작될 때 미첼 스티븐스 뉴욕대학교 교수가 박상현 리틀베이클라우드 이사와 나눈 대담 동영상을 봤습니다.


미첼 스티븐스 교수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이 언론을 망치고 있다는 도발적이고 확정적인 주장을 담은 '비욘드 뉴스:지혜의 저널리즘'을 내놨습니다. 그는 1993년 '뉴스의 역사'를 통해 대중저널리즘과 전문저널리즘을 구분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소셜네트워크와 기술의 범람에서 전통매체가 택한 것은 그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선정주의와 상업주의에 휘말렸습니다. 이 황폐한 공간을 채운 곳은 새로운 스타일이었습니다. 실질적이고 유익하며 솔루션적인-문제해결형의 뉴스를 만드는 신생미디어였습니다. 스낵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범람하는 뉴스시장은 경계없는 뉴스시대를 상징합니다. 몰입도를 높이고 창의적이며 분석적이며 오락적이기까지 한 이런 콘텐츠의 명암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과제를 던지는 것일까요?


디지털 기술 활용이 저널리즘 혁신의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수용자와 언론의 연결과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토론회에서 할 (예상) 질문들


가. 시장의 현실

-독자가 뉴스를 열심히 보지 않는다 아니다, 언론이 저널리즘을 방치하고 있다는 대립적인 그러나 서로 연결된 의문이 여전합니다. 독자가 뉴스를 제대로 보지 않는 것은 사실일까요? 뉴스를 제대로 읽고 사유하며 참여하는 독자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 상업주의, 선정주의는 소셜네트워크에서도 범람합니다. 한 메이저신문은 B5폭격기 출격 사진을 올려 놓고 희극화합니다. 뉴스룸은 왜 제동을 걸지 않는 걸까요?


-종이신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수익을 거둡니다. 일부 중소 신문들의 흑자는 국정화 교과서 파동에 따른 정부광고 최대 집행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하는데요. 오해와 과장이 일부 있겠지만 말입니다. 이용자 미디어 소비시간과 인지도, 신뢰도에서 해마다 추락하고 있는 종이신문의 생존비결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저널리즘을 정말 무참하게 만든 성과입니까?

-모바일 퍼스트라고 하는데 모바일에서는 더 희망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금이라도 더 읽히려면 가치는 없어도 읽힐 만한 가십거리를 거는 것이 더 낫다고 합니다. 단기적인 성과주의가 지배하는 뉴스룸의 선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고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노력은 이 시장에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합니까?

-뉴스 유료화, 좋은 저널리즘은 팔릴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가요?


나. 콘텐츠 

-카드뉴스 범람에 대해 한 시장조사기관은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차별화되지 않은 비슷한 형식의 뉴스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공유되는 뉴스는 무엇인지, 그것은 기존 뉴스와 무엇이 다른가요? 그것은 저널리즘의 위기와 관련이 있는가요?

-단순한 사실보도, 인용보도, 평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지혜를 더 해 생각을 일으키는 정보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저널리즘인데요. 일단 그것이 가능하려면 뉴스룸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미첼 스티븐스 교수는 “독자들도 노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쉽게 떠먹여 주는 뉴스에서 사유하고 탐색하는 노력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독자의 수준을 높게 설정한 지혜의 저널리즘은 한국사회에서 가능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뉴스룸을 넘어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요? 


다. 플랫폼 

-콘텐츠기업의 콘텐츠 전략, 플랫폼기업의 콘텐츠 전략이 다릅니다. 한국언론의 콘텐츠 전략은 무엇이 문제입니까?

-ICT기업이 목표로 하는 뉴스서비스는 서 있는 방향에 따라 다릅니다. 가장 화두로 부상하는 것이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입니다. 그 본질은 뉴스피드 공간의 통제라고 했는데 그 의미를 더 풀어달라. 그리고 한국언론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 시대 포털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네이버, 카카오가 지난 십여년을 좌지우지했다. 뉴스사업자가 휘둘렸다. ‘밀당’도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평행선이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가?

-정말로 좋은 뉴스에 대한 이해는 엇갈릴 수도 있지만 우리 시장은 좋은 뉴스를 보호해주고 키워주고 있는지? 카카오와 네이버는 저널리즘의 우군인가? 아니면 스스로 지켜야 하는가?


라. 뉴스룸과 기자 

-저널리즘을 보호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뉴스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맥락적 저널리즘, 구조화된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누구나 만드는 뉴스, 카드뉴스, 누구나 도달하는 저널리즘으의 시대입니다. 언론과 기자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스페셜리스트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지요? 이를테면 연결과 관계를 위해 기자가 해야 할 일이 더 필요한 것은 없을까요?


-이 시대 기자는 더 현명해지고 더 분석적이며 과학적이고 더 기술과 예술에 근접해야 합니다. 이런 기자는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선발해야 합니까? 재교육, 자기계발 즉, 뉴스룸의 R&D가 활발히 다뤄져야 할 텐데요. 인식이 부족합니다. 필요성이 낮습니다. 

-전통매체의 뉴스룸으로 인재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비전이 없어서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원인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독자들과 대화하는 기자는 댓글로부터, 소셜네트워크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많이 등장해야 합니다. 이를 가능케하고 활발하고, 성과를 그려내기 위해서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를 통해 “지적편향을 통해 사실의 타당성을 가려내는 기술”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라는 거죠. 그럴려면 그 편향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압도적인 교양을 갖추고 전문성을 띠는 기자를 길러내려면 어떤 사회적 접근이 필요합니까?



마. 수용자

- 언론사나 기자가 아니라 셀럽이나 친구들이 전하는 뉴스를 더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좋은 뉴스를 지속해서 만들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후원모델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 뉴스타파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는 저널리즘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

- 뉴스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리터러시, 교육은 누가 어떻게 담보해야 하는가?


= 뉴스는 사회의 악행을 폭로하고 그 고통을 직시함으로써 사회를 돕는 한편, 선함과 용서와 분별력을 갖춘, 구성원들이 기여하기를 원하는 가상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중요한 임무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알랭 드 보퉁은 ‘뉴스의 시대’에서 말합니다. 그러고보니 아리아나 허핑턴도 열정과 참여의지를 가진 독자를 믿습니다. 선함과 용서와 분별력을 갖춘 교양의 시민들을 길러내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바. 기타

-5인 미만 언론사를 퇴출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지나친 규정으로 저널리즘 영역과 생존기반을 위협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제재규정은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위해 긍정적인 기여할 수 잇을까요?


3. 토론자 주요 발언

-이성규 블로터미디어 랩장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한다”

-윤지영 오가닉미디어랩 소장 “좋은 저널리즘은 독자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김성해 대구대 신방과 교수(정리되는대로 추가하겠습니다)


4. 참조 : 빌 코바치, 톰 로젠스틸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다시 떠올립니다.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의)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독립된, 고립된?

-사실 확인의 저널리즘 : 객관성과 주장, 사실확인의 기법들, 진실의 다원적 뿌리들

-정파로부터의 독립 : 계급, 경제적 지위, 인종, 종교, 민족

-권력을 감시하고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하라 

-공공 포럼으로서의 저널리즘 : 최초의 소셜 미디어 

-기사의 흡인력과 독자 관련성 : 정보, 선정주의

-뉴스를 포괄적이면서도 비중에 맞게 만들어라 : 표적 인구 집단의 오류. 과장하라는 압력, 방문자 통계의 분석학(오류), 새로운 뉴스소비자 발굴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양심을 따라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 개인의 양심에 대한 압력 속에 진정한 목표는 ‘지적 다양성’이다

-시민의 권리와 책임 : 또 여기서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지


5. 참조: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 중에서

“정작 문제는 우리가 더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한 그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 이런 것들이 진정 의미하는 바가 뭐란 말인가? 이 사실들은 정치적 삶의 핵심적 질문들과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이 뉴스들은 우리가 뭘 이해하도록 돕는 걸까?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지금 이러한 공감 능력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그건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이 우리 깊은 자아가 소화할 수 없는 데이터 혹은 추상적인 사실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중략)


뉴스가 더이상 우리에게 가르쳐줄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때 우리는 타자와 상상 속에서만 연결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타자를 정복하고 망가뜨리고 만들거나 없애는 일을 그만둘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할당된 짧은 시간 속에서 견지해야 할 자신만의 목적이 있음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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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혁신은 디지털이 아니라 연결과 교류이다. 뉴스룸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은 새로운 독자를 감동시키는 가치를 제공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최근 10년 간 국내외 언론사들의 혁신은 3C(Contents-Convergence-Communication)의 영역에서 전개됐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는 그것의 세계적 중간 점검이었다. 성과를 내는 곳도 등장했지만 대다수 매체는 갈 길을 잃고 있는 가운데 이 보고서가 전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우수한 저널리즘을 선보이고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혁신'이란 이름으로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보고서를 냈고 또 조직을 바꿨다. 그러나 '뉴스 품질'과는 무관한 일과적 이벤트에 그쳤다. 나는 그동안 대표적 뉴스산업 비관론자로서 저널리즘의 원칙, 독자 관계 강화 없이는 어떤 형식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었다. <미디어오늘>에서 '혁신'의 의미를 짚고 진로를 모색하는 기획에 앞서 나를 찾았다. 이때 답한 부분과 구글 독스로 진행된 인터뷰의 일부를 다듬고 재구성했다.


-(한국) 저널리즘 퇴행의 근거는?


저널리즘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봉사했다. 비판정신은 저널리즘의 가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민주화와 인터넷 이후 매체 경쟁 환경은 포화상태가 됐고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가치지향의 근거가 약해졌다. 상업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프레임 보도, 경마중계식 보도, 기계적인 균형보도가 저널리즘의 신뢰를 깼다. 더구나 뉴스룸 내부에 저널리즘을 고려하는 동력이 없어졌다. 특히 더 많은, 더 결정적인 뉴스 소비 공간인 디지털은 뉴스룸의 관리 대상을 벗어나 부유하고 있다. 어뷰징과 손쉬운 보도는 뉴스룸에서 점점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나아가 독자들이 '좋은 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독자들은 능동적인 소비 대신에 간편한 소비에 취해 있다. 근본적으로는 매체 스스로 질의 경쟁에 나서야 시장의 상업화에 맞설 수 있지만 뉴스룸 어디에서도 성찰과 변화를 진지하게 끌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우리는 시커먼 막장에서 탄을 캐고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점검하고 있지 않다. 뉴스룸은 더욱 보수적-외부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는 조직이 되고 있다.


- '진짜 뉴스'의 등장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은?


정치와 자본이다. 정치는 언론의 (이념) 편향을 부추기고 언론은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자본은 언론의 비판을 무력화하고 언론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뉴스룸에서 '진짜 뉴스'를 검토할 여유는 없다. 공영방송조차 거버넌스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 


저널리즘의 위상과 가치를 정립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저널리즘 산업은 모든 사회적 영역과 결부돼 있다. 사회의 수준과 저널리즘의 수준이 연결된다. 우리 모두는 보편적 교양인들을 길러내는데 동참해야 한다.


- '진짜 뉴스'란? 그리고 그 조건은?


진짜 뉴스란 가짜 뉴스가 아닌 것이다. 가짜 뉴스는 품격과 신뢰를 잃어버린 뉴스다. 품격과 신뢰를 갖춘 뉴스는 무엇인가? 객관성, 공정성, 사실성 등 저널리즘의 원칙을 추구하는 뉴스다.


1. 저널리즘의 가치 지향이 언론산업의 본질임을 공유해야 한다. 사회적, 학제적 논의가 더 활발하고 격렬하게 쏟아져야 한다.


2.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진짜 뉴스를 찾고 확산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인식이 중요하다.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교육과정이나 교육연계 프로그램이 지금보다 더 내실화해야 한다.


3. 유통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속성상 상업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저널리즘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영향력이 증대될수록 사회적 요청은 늘어난다. 자율규제라는 틀 속에서 진짜 뉴스 중심의 유통구조를 만드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 저널리즘의 혁신이란?


태도이다. 이용자를 대하는 태도, 뉴스를 다루는 태도, 시장에 접근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수용도 바로 그 태도에서 비롯한다. 


저널리즘의 혁신은 새로운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 그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그들이 뉴스룸을 관리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 뉴스의 품질 관리와 방향, 뉴스를 둘러싼 시장과 이용자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뉴스룸은 완전히 다른 태도를 가진 사람들로, 새로운 문명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혁신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로 옮아가면 모든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채널을 만들면 이용자가 모이고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런 자만 속에 많은 뉴스가 나오고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실패는 명약관화하다.


저널리즘은 가치 지향 산업이다.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 가치는 연결과 관계, 즉 공감으로 작동한다. 엘리트 저널리즘에서 양방향 저널리즘, 협력저널리즘으로 옮아가는 대장정이 시작돼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낡은 기자 더 나아가 낡은 뉴스룸이다. 


우리는 기자가 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격히 통제되고 관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발과정부터 업무내용까지 하나의 형식과 규범으로 다뤄진다.


지금은 활자문명과 큐레이션문명이 공존하는 과도기다. 뉴스룸은 창의적인 스토리텔러의 탄생을 견인해내야 한다. 가령 모바일만을 고민하는 기자, 이용자 관계를 담당하는 기자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거대 담론 보다는 독자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 아이템, 하이퍼 로컬리즘 등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 전략이 나와야 한다.


현재의 뉴스 생산 과정을 유지한 채 기자에게 주도권이 쥐어져서는 곤란하다. 뉴스룸에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것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는) 새로운 기자, 새로운 창안, 새로운 프로세스이다. 문제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구현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저널리즘의 한계와 기회요인은?


뉴스 미디어 기업의 관점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을 기존 매체의 새로운 출구로 전제하는 것은 실패한다. 100만 유료가입자가 나오기 어렵다. 양적 목표를 잡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은 온라인저널리즘에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저널리즘은 새로운 이용자와 호흡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출구이다. 새로운 이용자와의 연결과 협력은 저널리즘의 본질이다. 네트워크는 저널리즘의 영향력을 약속하는 기본 토대이다.


-테크놀러지는 저널리즘을 구원 또는 보완할 수 있나?


디지털은 아날로그 시대의 질서를 해체하거나 약화시켰다. 테크놀러지는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뉴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은 물론 최적화한 사용 경험, 타깃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고리가 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테크놀러지의 활용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은 디지털(테크놀러지) 그 자체가 아니다. 그 테크놀러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혁신이다. 뉴스룸은 독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더 활발한 소통, 더 강력한 피드백, 더 위대한 가치를 교류하는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저널리즘 혁신의 핵심이어야 한다.


저널리즘의 혁신이란 가치를 주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이어졌던, 철옹성처럼 지켰던, 끼리끼리 만족했던 그 벽들을 깨는 것이다. 지면도 독자에게 내어주고 뉴스룸도 그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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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만난 제프 자비스 교수(오른쪽). 저널리즘의 가치와 독자 관계를 강조했다.


“언론사가 페이지뷰, 클릭수 등 정량적 지표에 매몰되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저널리즘 분야의 세계적 석학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에서 기자와 만나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면 독자를 위해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는 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동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거나 권력 감시와 비판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전통 저널리즘이 보유한 ‘공공성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비스 교수는 “독자인 ‘나’의 삶과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전통매체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선 독자를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예를 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독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지만 전통매체는 독자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소한 독자 데이터라도 수집·분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자비스 교수는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언론사가 콘텐츠 공장이 아닌 서비스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독자와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친구’가 된 것도 독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그는 독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면 일방적인 계도성 보도나 사실 위주의 나열성 보도가 아니라 맞춤 뉴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독자를 제대로 알 때 독자를 만족시켜 지속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와의 신뢰관계가 더 두터워지는 것이다.


“충성도 높은 독자 개발을 위해 이벤트에 초대하거나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통이 중요합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뉴스 유료화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는 다른 미디어 기업이나 독자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미디어산업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 협업의 시대에 와 있습니다. 다른 미디어와 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재가공해 배포하는 큐레이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공공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스, 모질라 등 다른 미디어 기업과 코랄 프로젝트(coral project)를 추진 중이다. 독자는 콘텐츠를 쉽게 등록하고 미디어 기업은 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적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뉴스 댓글이나 의견의 수준을 검토하는 데이터 분석 모듈과 독자와의 상호 작용 공간으로 구성된다. 총회 현장에서 만난 그렉 바버 워싱턴포스트 디지털뉴스프로젝트 책임자는 “언론사는 서열화된 목록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독자들은 자신이 기고한 글을 누가 보는지,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비스 교수는 “이제 미디어는 종이신문이냐, 온라인 미디어냐, 모바일 전용이냐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독자들이 원하는가, 독자들의 관심과 기호에 부응하는가, 독자들의 시간과 공간에 알맞은가로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래픽 같은 무의미한 ‘양’의 덫에서 빠져나와 독자와의 밀접한 신뢰관계라는 ‘질’을 중시하는 가치전략으로 이동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6월20일자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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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국 1만8000여개 언론사와 1만5000여개 온라인 미디어, 3000여개 뉴스 관련 업체가 가입한 세계신문협회는 올해 '황금펜'상 수상자로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순직한 전 세계 언론인들을 선정했다. 시상식을 별도로 하지 않은 가운데 총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어 이들의 정신을 기렸다.


'신문-혁신의 시대'를 주제로 미래 신문의 생존 전략을 다룬 제67차 세계신문협회(WAN-IFRA. World Association of Newspapers and News Publishers) 총회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2박3일간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제22차 세계편집인포럼(WEF)과 제23차 세계광고포럼(WAF)도 동시 개최됐다.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등 디지털 플랫폼 확대 속에 세계신문협회가 진단한 신문산업의 현주소는 여전히 기회를 찾는 과정에 있었다. 총회에서 공개된 ‘2014년 미디어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 신문을 읽는 인구는 약 27억명으로 스마트폰과 데스크톱 컴퓨터(PC)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7억명에 비해 약 3.5배 많았다.


세계 120개국 신문사의 매출 중 93%가 종이신문에서 발생했다. 종이신문 구독도 2014년에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래리 킬만 WAN-IFRA 사무국장은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종이 신문은 정제된 정보를 찾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채널"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시아 시장 특히 인도의 성장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종이·디지털을 합한 구독매출이 920억 달러로 광고매출 870억 달러를 넘었다. 디지털 구독이 전체 구독률을 미세하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종이신문 업계에 긍정적인 지표이다. 다만 20세기 일부 신문사들의 매출에서 광고부문이 최대 80% 이상까지 차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종이신문 전통 비즈니스의 한 축이 크게 흔들린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난해 인쇄광고는 5.2% 감소했고 최근 5년간 17.5%나 줄어들었다. 종이신문이 빼앗긴 광고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 기반의 신생 미디어 기업(Frenemy)들이 챙겼다. 종이신문의 디지털 광고매출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를 자동노출하는 '프로그래머틱(programmatic) 광고' 등 맞춤형 광고 대비는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이신문을 빠르게 대체하며 디지털 뉴스의 주소비 플랫폼으로 부상한 스마트폰에서는 소수의 디지털 뉴스 브랜드 애플리케이션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25개 주요 신문사 중 19개사는 모바일 접속자 수가 약 10% 더 많았지만 대부분의 신문사는 아직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답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버트 피카드(Robert Picard) 옥스퍼드대 로이터연구소 연구이사는 "신문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영향력 있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18~33세)들이 원하는 관심사, 꿈, 교양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은 1인칭을 사용하는 반면 종이신문은 격식을 갖춘 문체나 3인칭을 써 거부감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혁신은 저널리즘 원칙 추구하는 것"


이에 대해 그렉 바버(Greg Barber)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뉴스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는 "디지털 독자들과 종이신문 독자들은 다르다. 사람들이 뉴스와 다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종합적인 것,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샷(snapshot)과 같은 것에 가까운 반면 디지털 플랫폼은 신속하게 정보를 접하고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매번 구체적 통계와 수치, 반응도를 검토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에디터가 일방적으로 지시했지만 엔지니어를 대화에 참여시켜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토되는 데이터는 기자들이 발전하는 기회로 삼기 시작했다. 또 7개의 뉴스팀을 신설했다. 70여명의 취재 기자를 충원했다. 다양한 경로에서 독자가 원하는 것을 채우기 위해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 인수 이후 1년여를 맞은 워싱턴포스트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혁신을 전개할 수 있는 문화적인 디지털 시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인수자인 제프는 신문사 경영에 대한 많은 질문과 아이디어는 물론 자본을 갖고 왔다. 자본은 다른 언론사들이 취약한 콘텐츠관리시스템(CMS)를 비롯한 기술 부문 투자에 쓰이고 있다.


마틴 배런(Martin Baron)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오늘날 신생 미디어의 숙제는 신뢰성이다. 우리는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고 일정한 수준으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버즈피드가 되면 독자를 잃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집에 불이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왜 불이 났는지를 말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가치"이며 이를 구현하는 것이 디지털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신문 1면 대신 모바일, 페이스북 고려한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가 종이신문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총회에서도 증명됐다.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경우 97분은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2년 전 전체 트래픽에서 모바일 비중은 30%에 그쳤지만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이번 총회에서 앞으로 10년 가까이 뉴스 유통의 지배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 페이스북은 뉴욕타임스 해외 독자의 73%를 불러들인다.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 미국 언론연구소(API) 국장은 "미국 성인의 30%가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보고 있고 밀레니엄 세대는 무려 61%가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것이 어디든 향해야 한다"는 아서 슐츠버그 뉴욕타임스 회장은 '지난해 혁신보고서 공개 이후' 세션에서 "종이신문 1면 기사를 결정하는 편집회의는 더 이상 없다. 이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은 디지털 독자를 위한 스토리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 서비스에도 이미 합류한 상태이다.


기술 발달의 단면인 유통 플랫폼의 강세 국면에서 새로운 독자 확보는 도전의 영역에 속한다. 문제는 신문사가 기술기업과 호혜적인 조건을 내걸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플랫폼 의존도가 커질수록 언론사의 정체성과 뉴스 형태의 왜곡은 가속화된다. 국내에서는 포털 뉴스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을 파악하고, 실험-측정-분석으로 뉴스 확산의 최적화를 설계하는 부분이다.


"독자에 대해 작은 것부터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뉴스 소비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제도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년간 독자개발팀, 분석팀, 전략팀을 신설했다. 알렉스 매캘럼(Alex MacCallum) 뉴욕타임스 부에디터는 "우리의 플랫폼을 넘어서기 위해 독자의 태도, 습관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룸 안에 훌륭한 데이터 과학자 고용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스 취재 및 보도와 관련 가장 최적의, 연관된 기술을 조언하는 비즈니스 리포터를 별도로 두고 있다. 복스(VOX)는 35개의 스토리 구현 템플릿을 보유하고 있다. 기자가 기사 입력기(CMS)에서 기사를 쓰면 가장 아름다운 포맷으로 디지털 출판된다.


뉴저널리즘 석학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양만 추구하는 페이지뷰로는 아무 것도 이끌지 못한다. 콘텐츠 공장에서 벗어나 서비스 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은 독자들이 누구인지 알지만 우리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며 개탄했다.


그렉 바버 총괄 책임자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기자나 직원들의 수가 많다는 것은 중요한 이슈이다. 이것은 종합된 정보만이 존재하는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신문사를 구별 짓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독자들과 대등하게 소통하는 일은 고객(customer)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관점이다.


이제 언론사는 독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독자 퍼스트 시대로 진입 중이다. 독자들에게 전문가들을 연결해주고 이벤트 할인권 제공 등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를 위해 내부 개발자, 외부 기술기업과 대화가 통하는 인재를 영입해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독자 관계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는 저널리즘 비즈니스에 독보적인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후안 세뇨르(Juan Senor) 이노베이션 컨설팅 그룹 대표는 '신문혁신보고서 2015' 세션에서 모바일-비디오-네이티브 광고-프로그래머틱 광고-데이터-이벤트·이커머스(e-Commerce) 6가지 성공 열쇠를 제시했다. 그는 "비싼 값을 받는 고급화된 종이신문(의 재발견), 속도와 깊이를 추구하는 뉴스룸(의 재설계), 훌륭한 글솜씨와 멋진 기술을 수렴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투자"를 주문했다. 종이신문과 디지털신문의 균형적인 혁신이 성공을 약속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덧글. 이 포스트는 한국기자협회보 6월10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세계신문협회 총회를 다녀온 직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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