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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골방 방송과 블루 오션 사이

뉴미디어 2011.08.05 18:29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골방 방송, 지하 방송이 일을 내고 있다. 나는 꼼수다는 기성 정치와 언론의 부정직성이 만든 계곡 깊숙이 들어와 청취자들을 껴안고 있다. 이 방송의 인기는 어딘지 모르게 허탈하다. 사회의 각 부문이 제 역할을 하며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방송에 열광하는 청취자들은 그래서 우리 사회의 분노의 질정이기도 하다. 나는 꼼수다의 꼼수에 빠지는 것이 불유쾌한 까닭이다.


<딴지일보> ‘딴지 라디오’의 <나는 꼼수다> 인터넷 방송은 애플 앱스토어 팟캐스트에서 청취가 가능한 일종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이다. 안드로이드 폰도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다. 전파로 도달하는 전통적인 라디오 방송과는 다르게 접근성이 낮을 법도 한데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 4월 28일 첫 회 방송을 시작한 이래 줄곧 다루는 아이템은 정치・사회 이슈다. 이런 무거운 주제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싫어한다는 데 한 시간이 넘는 방송을 듣느라 서버가 미어터지고 있다.

일단 <나는 꼼수다>는 스마트폰 2천만대 보급을 눈 앞에 둔 미디어 생태계, 얽히고 섥힌 정치현실을 감안한다면 시대가 만든 방송이다. 팟캐스트 오디오 부문에서 세계 5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선 부동의 1위다.

그런데 이 방송의 순제작비는 녹음 후 식사값을 합해서 회당 대략 7만원 남짓. 반면 3인의 공동 진행자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기준으로 3대 지상파 라디오 토크 방송은 회당 평균 150만원 정도의 진행비를 포함해 170만원의 제작비가 지출된다. 무려 24배나 저렴한 방송이다.

스마트폰 2천만대! 상상할 수 없었던 영향력

극동방송 라디오 PD를 시작으로 라디오계에 들어와 거의 20여년 일한 시사평론가인 김용민 전 교수는 한 마디로 <나는 꼼수다>가 라디오의 ‘블루 오션’을 개척했다고 평가한다.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몇 사람이 모여 사담을 나누는 ‘골방 방송’이라고 비틀어 버린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그 골방 콘셉트가 주효했다”고 되받는다. 출연자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비록 인터넷 방송이지만 ‘방송의 기본 질서’를 지키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정해진 날 정확하게 방송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날은 60분짜리로 편성되고 어떤 날은 100분이 넘는다. 욕도 튀어 나온다. 편파적이다. ‘내 마음대로’다. <주간경향>은 ‘은밀한 지하 방송’ 쯤이라고 개념 잡았다.

이 포스트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미디어 생태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짚어 본 글이다. 정치적 맥락보다는 되도록이면 라디오 방송이라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나는 꼼수다>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김 총수를 포함 주 기자, 김 전 교수가 각자의 시각에서 평가했다.

어쨌든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이 <나는 꼼수다>와 관련 조금의 실마리를 챙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리했다. 세 사람의 진행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글은 순서대로 기록했다.

먼저 시사평론가 김용민 전 교수에게 물었다.

Q. 이 방송을 정의해달라.
A. 원래 방향은 정치적 갈증이 있는 청취층을 대상으로 하는 ‘협송(협소한 방송)’이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메인 스트림의 방송이 됐다.

공공재인 지상파 라디오 방송은 규제를 떠나서 호불호가 갈리는, 색깔 있는 방송을 할 수 없다. <나는 꼼수다>는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안 들으면 되는 방송이다. 기존 방송사들은 정치현실을 풍자할 담력도 투지도 없다. 청취자의 갈증을 풀어줄 재료도 없이 자기 검열에 매달린다.

그러나 <나는 꼼수다>는 자본과 권력에 얽매이지 않는다. 물론 콘텐츠의 질이 출중하거나 격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정치를 즐겁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런 방송이다.

Q. 기존 라디오 방송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A. 청취자를 계몽, 선도한다는 개념이 없다. 전통 매체는 의제 설정 강박증이 있다. 기존 방송은 우리가 보도하는 것이 ‘여론’이라고 되뇌인다.

<나는 꼼수다>는 판단의 몫을 청취자에게 온전히 돌린다. 팩트만 제대로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해석의 궁극까지 이르지 않는다. 사상을 주입하는 것도 아니다. 엿들을 수도 있고 판단의 여지도 넓다. 청취자는 똑똑하다. 안목이 있다고 판단하고 접근한다. 어찌 보면 기존 방송을 약 올리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거대한 상대와 싸운다. 청취자들이 그런 부분을 인정해주는 것 같다.

Q. 라디오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라디오 매체에 대해 회의를 느껴왔다. 아무리 라디오에서 이야기해도 의제설정 능력이 떨어져서 반응이 없는 매체였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연예계 유명 스타들도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을 우습게 본다. 가령 라디오는 생방송이 원칙이다. 그런데 인기 스타는 스케쥴을 핑계로 일주일에 4~5회씩 녹음을 해도 지명도 때문에 제작진이 눈을 감아 준다. 십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만큼 라디오의 위상이 추락한 거다.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도 대부분 연성화했다. 과거에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기획됐지만 지금은 단출해졌다. 시청자 사연 받고 음악 틀어주는 게 전부다. 획일화하고 있는 거다. 상대적으로 시사 프로그램은 퇴조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런 프로그램을 원치 않는 시대가 됐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방송사 제작진도 묵중한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 기획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돼 있다. 청취자가 원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지상파 라디오 방송 시장이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나는 꼼수다>가 뜨자 전문 작가가 있느냐고 방송사 관계자들이 질문한다. 없다. 처음에는 3시간 방송 분량으로 가정하고 구성을 해 원고를 썼다. 녹음에 들어 간 뒤엔 원고가 필요 없었다. 웃고 떠들고 하는 사이 방송이 만들어졌다. 그런 방송에 폭발적인 호응이 쏟아졌다.

라디오에 절망하던 차에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라디오 방송은 녹음하고 틀어주면 ‘죽은 방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청취자 기호를 제대로 파악하면 숨통이 트이는 구나 이런 판단을 하게 됐다.

또 스타가 필요하다는 방송가 불문율도 깼다. 어지간한 TV,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는 이들을 영입하면 해결된다지만 <나는 꼼수다>는 아니다. 내용이 충실하면, 스토리가 탄탄하면 기존 매체를 압도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물론 그 ‘스토리’는 시대가 만들었다.

김용민 "시대가 만들어 준 스토리를 방송하니..."

Q. 그러나 요즘 미디어 생태계는 ‘양방향성’이 중요하다. <나는 꼼수다>는 진행자 마음대로 하는 방송이다. 이런 방송이 인기라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A. 사연 소개하고 경품 주는 게 양방향성이 아니다. <나는 꼼수다>는 진행자와 청취자간 정서적 공감대가 이미 확보됐다. 이게 <나는 꼼수다>가 보는 양방향성이다. 방송 진행자는 자기검열을 하지 않고 청취자가 원하는 것을 들려준다.

다만 생방송 필요성이나 가능성은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 현재 방식대로 계속 제작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자가 아닌 분야별 전문 평론가가 진행하는 분석 중심의 라디오 방송을 라이브로 만들고 싶다.

Q. 방송은 보통 일주일에 한번 한다. 어떤 준비가 필요하며 녹음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는가? 방송 파일이 팟캐스트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소개해달라.
A. 매주 목요일 낮 12시부터 2시간 방송 녹음을 한다. 지역 공동체 라디오 방송인 마포FM 스튜디오를 빌린다. 비용은 5만원이다. 어쨌든 2시까지는 녹음실을 쓰고 비워줘야 한다.

방송 진행자(출연자, 게스트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자신은 진행자는 아니라고 했다. 어쨌든) 4명이 다 모이는 시간대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자연히 방송 분량도 차이가 있다. 12시 30분에 모이면 한 시간 30분짜리 방송이 되고, 1시쯤 만나면 채 한 시간도 안되는 방송이 나온다.

매주 방송 녹음을 끝내고 회식을 할 때 진행자들끼리 다음 주 이야기거리를 대충 이야기하면 (예상되는) 주요 꼭지 별 인트로(intro, 도입부분)를 사전에 녹음하여 구성한다. 그것 외에 대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진행자들이 ‘알아서’ 각자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있다. 녹음을 마치면 <시사IN> 주진우 기자를 제외하고 모두 <한겨레신문>으로 이동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하니TV’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녹화가 있어서다.

눅화가 끝나면 <나는 꼼수다> 녹음 분량을 편집한다. 장소는 발길 닿는 대로다. 평균 3~4시간 정도 편집시간이 걸린다. 별도의 인트로 부분 편집도 있지만 특히 진행자별 음폭에 차이가 나 음향을 보정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웃음소리 줄이는 것도 문제다.

편집을 마치면 <딴지일보> 담당자에게 파일을 전송한다. 64K 기준으로 30~40MB 분량이다. 이 정도면 약 1시간 30분짜리다. 팟캐스트에 등록하면 약간의 시간이 걸려 올라간다. 대체로 등록되는 시각은 퇴근 시간대에서 자정 무렵까지다.

참고로 첫 회 방송을 등록할 때에는 애플사의 검증을 받아 시간이 더 걸렸다. 내용적 심의보다는 음원을 함부로 쓰는 등 저작권 위반 사항을 체크하는 것으로 보인다.

Q. 거침없는 방송이다. 진행자들끼리 발언 수위를 조절하거나 자기 검열은 없는가?
A. 의정 활동을 한 전직 국회의원도 있다. IT 미디어 업계에서 산전수전 겪은 사람도 있다. 기사를 쓸 때 소송을 각오하는 현역 기자도 있다.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 문제가 될 소지는 각별하게 유의한다. 심지어 이야기를 할 때 사법당국에서 쓴 ‘조서’를 들고 나와서 원용한다.

물론 마지막에는 이것은 소설이다,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농을 섞는다. 시비거는 사람이 생길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이 옹졸해질 뿐이다.

<나는 꼼수다>는 광고도 받지 않는다. 광고에 의존하면 할 얘기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비판 수준이나 강도가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광고주 제의도 거절했다.

광고주들이 생긴다는 건 그만한 영향력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을 석권하는 MBC 라디오 주력 프로그램의 평균 청취율이 15%대인데 <나는 꼼수다>가 훨씬 앞섰다.
 
그 근거는 단순히 다운로드 숫자만이 아니다. 지상파 라디오 제작진이 그냥 격려성 발언이라고 해도 타영역의 방송에 대해 언급하는 건 관행을 깨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꼼수다>를 향한 평가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주진우 "아직도 이게 방송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현역 언론인 <시사IN> 주진우 기자는 이 방송의 정체에 대해 “한 마디로 모르겠다”, “(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갑작스런 인기도)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나는 꼼수다> 방송의 인기는 ‘과잉’이라고도 말했다. 풍선처럼 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골방에서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 말이 퍼져서 ‘방송’이 됐다고까지 했다. 자신을 전통적인 취재 기자라고 생각한다는 주 기자는 “그래서 하루 빨리 이 골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정치 현실, 저널리즘의 부재 같은 언론 환경이 '애매한' 방송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주 기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봤다.

Q. <나는 꼼수다>의 인기 비결은?
A. <나는 꼼수다>는 그저 청취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궁금증에 대해 전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통 매체의 취재・보도는 그런 점이 많이 부족했다. <나는 꼼수다> 같은 방송이 생겨 보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국내 메이저 신문은 종편 채널 사업자 선정 과정 전후로 언론사로서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본다. 정치 환경 때문에 공영방송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즉, ‘골방 방송’ 등장을 자초한 것이다.

내년엔 선거도 있고 종편 방송도 본격 등장하는 등 언론계를 둘러싼 외적 환경이 바뀐다. 지금에 비하자면 전통매체가 ‘어느 정도’는 자기 자리 즉,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꼼수다> 인기도 사그라들 수 있다고 본다.

Q. <나는 꼼수다> 인기가 현실정치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반사 이익이라는 말인가?
A. <나는 꼼수다>는 청취자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매체가 이런 부분을 흔쾌히 메꿔주지 못했다는 점이 언론인으로서는 슬프고 착잡하다. 녹음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늘 씁쓸해진다.

전통 매체가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방송을 듣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전통 매체의 작위적이고 편파적인 저널리즘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지형에 대해 언론이 제 모습을 찾고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전통 매체가 제대로 저널리즘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이런 방송은 계속 등장할 수도 있다.

Q. <나는 꼼수다>가 방송으로서, 매체로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은 없는가?
A. 국내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예속된다면 이런 골방에서나 들음직한 방송은 계속 나올 것이다. 다른 거라도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

이미 크고 작은 강연회가 열리지 않는가? 북 콘서트, 토크 콘서트가 전국 각지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다.

소셜테이너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 공유, 의견 개진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통 매체가 제 역할을 못하니까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김어준 "저널리즘이 갈 길을 잃으니 '꼼수'가 성공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골방에서 하는 방송이니까 인기를 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빨리 인기를 모을지는 몰랐다는 김 총수는 “(언론이 혹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말하려면 골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총수는 “주류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만큼 형식도 골방이고 실제도 골방”이라고 강조한다. 주 기자가 ‘골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생각이다. 청취자들도 “골방이니까”라는 심리적 공감대에서 이 방송을 소비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 방송은 콘셉트를 잘 잡았다는 것이다.

<딴지일보> 창간 이후 산전수전 다 겪은 김 총수는 이제 해킹으로 웹 사이트가 붕괴 직전까지 간 상황까지 맛 봤다. 그에게 물었다.

Q. <나는 꼼수다> 이 방송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A. <나는 꼼수다>는 정치적 환경, 미디어 환경, 심리적 환경이 만들어 낸 그야말로 융합의 방송이다.

지난 역사를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스며든 사회다. <나는 꼼수다>는 그것을 재차 확실히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모든 것이 이 스토리를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꼼수다>가 쓰는 언어는 과거 (독재에 의해) 물리력으로 억압받아 저항하는 언어가 아니라 ‘밥줄’에 속박당하는 사회적 약자의 언어다.

팩트를 기초로 상상력을 펼친다. 풍자하는 것이다. 이런 풍자의 언어가 필요 없는 시대엔 다른 형식을 취해야겠지만 <나는 꼼수다>는 현재 시점에서 필요로 한 방송이다. 결국 풍자의 언어는 청취자인 ‘나’를 정서적으로 위로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전통 매체는 각 분야에서 약자를 ‘까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노동자와 농민, 월급쟁이는 늘 대기업이나 정부로부터 밀려 나고 있다. 불만이 팽배해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 이상으로 (기존) 방송 프로그램이 성역을 붕괴하기는 어렵다. 즉, 사회적 약자인 청취자들을 제대로 위로해주는 방송이 나올 수가 없다. <나는 꼼수다>는 그런 방송이다.

Q. <나는 꼼수다>를 오늘날 미디어 생태계와 연관시켜 설명해 달라.
A. 전통 매체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구분이 명확하다. 그러나 ‘골방’을 잡으면 “나만 듣는 방송”이라는 심리적 설정이 가능하다. 그 순간 소비자 스스로 ‘캐리어(carrier, 유포자)’가 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도구로 전파할 수 있고 스마트폰 플랫폼도 가졌다. 익숙한 인터넷 미디어도 활용할 줄 안다. 전체가 한꺼번에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는 그 정점에 서 있다.

물론 전통 매체도 도구와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는 따로 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꼼수다>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플랫폼으로 한다. 스스로 증식하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는 거다.

Q. 인기를 예상했다는 건가?
A. 기본적으로는 잘 될 거라고 봤다.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주면 소비자가 스스로 '캐리어'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콘텐츠는 스스로 콘텐츠를 입증한다. 갈증을 정확히 꿰 주면 홍보 없이도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딴지일보>에서 공지 한 번 안했다. 오히려 마케팅을 하면 한계가 발생하는 게 <나는 꼼수다>의 속성이라고 봤다. ‘나’만 듣는 방송이고 ‘내’가 프로그램을 찾아서 듣고 ‘내’가 퍼뜨리는 방송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6개월 정도 예상했는데 이 정도로 일찍 인기를 끌지는 몰랐다.

Q. 오늘날 미디어 트렌드인 ‘양방향성’이 부족하다.
A. 청취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들어주고 ‘서비스’해줘야 한다는 건 적어도 <나는 꼼수다>에 관한 한 ‘일차원적’인 생각이다. 이 방송이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나는 꼼수다>는 (청취자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로 한) 양방향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다.

더욱이 (나는) 뭔가 터뜨려 주목받아야 할 목적이 없다. 이 방송을 하는 (나의) 태도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청취자들도 대체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사는 삶을 지향할 것이다. 하지만 잘 안 되는 것은 타인이 나에게 주는 이익 혹은 불이익이 두려워서이다. 가령 공동체나 소속 조직이 주는 혜택을 잃을 지도 모르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나는 이 방송으로) 덕을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덕을 보지 않겠다는 태도가 있으면 <나는 꼼수다> 같은 방송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꼼수다>에 열광하는 청취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꼼수다’ 방송을 들으려면 애플 아이폰 사용자는 아이튠즈에서 검색해 내려 받으면 된다. 무료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딴지일보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받을 수 있다. 그 뒤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으면 된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MP3 파일을 다운로드 해 컴퓨터나 다른 기기에서 들을 수 있다.

덧글. 참고로 노원구 월계동, 공릉동이 지역구인 정봉주 전 의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나는 꼼수다>의 고정 진행자이지만 이 포스트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건투를 빌 따름이다.

덧글. 이 포스트를 올린 5일 미국 아이튠즈 팟캐스트 '뉴스 및 정치 부문' 순위에서 BBC글로벌뉴스나 NBC심야뉴스를 따돌리고 <나는 꼼수다>가 1위에 올랐다. 놀라운 일이다.





 

이 시대 재담꾼, 딴지일보 김어준

자유게시판 2004.09.16 14:01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나는 1995년 PC통신 천리안에서 알게 됐고,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서는 '딴지일보'와 '보테저널'로 활동하면서 '깊은' 사이가 됐다.

그후 나는 제도권 기자로서, 또 그는 여전히 자유로운 기질을 가진 21세기 창작가로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만났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나는 그때의 그 자유적 관전기로부터 멀찍이 떨어져버린 소시민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김어준의 재치있고 유머스러한 대화를 들어보지 않고서는, 그에 대한 어떤 혹평도 경청하기를 사절하고 싶다. 그가 성공하는 시대에 살고 싶다.


이코노미 21 "웹진...논객..."

Online_journalism 2004.08.24 21:08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거짓없는 기계류에 진실을 담는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외면되는 진실을 전달할 것이다. 그러나 전달에만 만족할 것이다. 판단하려고 건방떨지 않는다. 판단은 네티즌의 몫이다.”

‘작지만 진실한 이야기’를 표방한 웹진 ‘리얼페이퍼’www.realpaper.co.kr가 지난 4월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리얼페이퍼는 장애인·노인·탈북자·재야활동가 등 기존 매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동영상 다큐멘터리로 전하면서, 네티즌 사이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병약한 노인으로만 비쳐지던 전직 프로레슬러 김일씨의 소망, 인권에 눈떠가는 장애인들의 목소리, 소외된 노인들의 성 문제 등을 취재하며 감춰진 ‘진실’을 전했다. 문정동 개미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찍은 영상물을 통해 우리네 삶의 새로운 모습을 하나둘 일깨우기도 했다.


이곳에서 처음 소개된 뒤 사연이 알려져 오프라인 방송매체에 출연하게 된 사람도 생겨났다. 리얼페이퍼는 그런 반향들을 조금씩 키워갔다. 진실된 목소리를 찾아오는 독자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발행인 전훈철(28)씨는 “우리 사이트를 떠들썩하게 알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독자들이 조금씩 늘었다. 음식과 취재물품을 들고 직접 찾아와 성원해주는 독자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러던 리얼페이퍼가 창간 두달여 만에 위기에 처했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출신들이 중심이 돼 그동안 거의 무보수로 활동해온 리얼페이퍼 제작팀은 ‘돈’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최근엔 설상가상으로 편집장이 개인사정 때문에 제작팀을 떠나기도 했다.

논란 끝에 결국 리얼페이퍼 사이트의 몸집을 줄여 최소 규모로 운영해나가기로 했다. 방송광고 조감독 출신인 전씨는 “우리 시대 진실이 담긴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제작팀 모두의 소망”이라며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결코 폐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자각과 모델이 필요한 때”

대안미디어로 주목받던 인터넷의 사회비평 웹진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딴지일보’의 성공 이후, 기성 언론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사회비판적 웹진들이 지난해 말부터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주기적으로 활발하게 새로운 비평을 올리는 웹진들은 ‘더럽’ ‘대자보’ ‘망치일보’ 등 한손에 꼽을 정도다.

웹진 1세대의 대표격인 문화웹진 ‘스키조’가 발행을 잠정중단한 상태이며, 한때 네티즌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온라인뉴스’가 문을 닫았고, 시사비평 웹진 ‘제이비에스’ ‘토로’ 등이 폐간하거나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

무수한 패러디 사이트들도 상당수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살아남은 웹진들도 대거 등장한 상업적 뉴스 사이트의 화려함에 가려 네티즌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6월 초 창간 한돌을 맞은 ‘더럽’지 www.therob.co.kr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동국합섬 노동자 정희양씨의 산업재해 사건’을 독점취재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등 나름대로 대안미디어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더럽’지 역시 최근 축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편집장 민명기(30)씨는 “독자들 성원이 너무나 커 폐간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웹진들이 명실상부하게 대안미디어로 자라나려면 다시금 새로운 자각과 운영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요즘 웹진들 사이에선 ‘웹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논의가 무성하다.두달여간 발행중단의 진통을 겪은 뒤 최근 의욕적으로 새출발한 시사비평 웹진 ‘대자보’ jabo.co.kr의 발행인 이창은(38)씨는 “기성 언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안미디어를 표방하는 웹진들이 연대해 인터넷 매체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런 논의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대자보는 앞으로 다른 웹진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식의 활동방안을 적극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폐간된 ‘온라인뉴스’의 전 편집장 최진순(31·대한매일뉴스넷 기획팀장)씨도 “인터넷 기업의 거품이 빠지듯이 지금은 웹진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시기”라며 “사이트 이기주의를 벗어나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전문 웹진들이 대안미디어의 틀에서 뭉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예전에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통신논객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의 창간 100일 기념 세미나에서 ‘인터넷 대안미디어의 가능성’이란 주제로 발표한 사이버문화연구실장 민경배(34·대학강사)씨는 “대안미디어가 온라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최근 온라인 웹진들이 오프라인과 협력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비평 웹진들이 연대해 오프라인 매체를 내는 식으로 대안미디어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도 가능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실의 부조리한 권력을 허무는 새로운 대안미디어로 주목을 받았던 웹진들에게 ‘제2의 르네상스’가 찾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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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디웹진 걸어온 길

'보테저널'에서 '오마이뉴스'까지 다양한 대안 실험

인터넷이 지금처럼 널리 퍼지기 전, 피시통신 게시판에선 날마다 성대한 말잔치가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화려한 글솜씨와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네티즌의 주목을 받은 ‘통신논객’들이 태어났다. 이들의 한마디가 네티즌 사이에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피시통신은 중요한 여론공간으로 급부상했다.

피시통신 게시판에 처음 등장한 정기간행물이 ‘보테저널’이다. 당시 통신공간에서 개인이 정기간행물을 발행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개성있는 언어와 감각적 논평으로 네티즌을 사로잡으며 대안언론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보테저널은, 열성독자들이 사이버 기자를 자청해 글을 기고하는 등 요즘 인터넷 언론의 운영방식을 최초로 선보였다. 하지만 보테저널은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인터넷 물결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인터넷은 ‘딴지일보’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기상천외한 패러디와 삐딱한 딴지걸기, 그리고 독설의 언어를 앞세운 딴지일보는 네티즌에게 현실 권력과 금기에 대한 도발과 전복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면서 대안미디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패러디를 통한 비판과 풍자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성을 심어줄 수 없었다. 독설과 야유로 자극받은 비판정신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인 쾌락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소진되고 말았다. 딴지일보는 비판적 정론지로 나아가지 못한 채 대중문화로 편입되는 길을 걷게 된다.

딴지일보의 성공은 인터넷에 ‘패러디 미디어’를 유행시켰다. 피시통신 게시판을 주름잡던 논객들이 대거 인터넷으로 진출해 저마다 독특한 사이트를 선보였다. ‘망치일보’ ‘대자보’ ‘더럽’지 ‘온라인 뉴스’ 등이 잇따라 창간되면서 사이버 공간은 가히 인터넷 대안미디어의 백가쟁명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영세한 자금력을 극복하지 못한 채 대부분 단명하고 말았다. 별다른 수익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몇몇의 헌신적 노력만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계였다.

화려하지만 았던 패러디 미디어의 시대가 막을 내릴 즈음 사이버 공간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오마이뉴스’ ‘세이 월드’ ‘데일리 클릭’ ‘뉴스 보이’ 등 인터넷 일간지를 꿈꾸는 정기간행물들이 대거 출현한 것이다.

피시통신 시절의 1세대 독립미디어, 패러디를 앞세운 2세대 독립미디어에 이은 3세대 독립미디어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은 자체 취재진과 사이버 기자제도를 운영하면서 독자적 취재·보도 기능을 담당하는 전업형 언론으로, 가장 진화한 형태의 대안미디어라 할 수 있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실장·대학강사

20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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