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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의 시사점-정치 콘텐츠의 관점에서

Politics 2010.06.03 11:15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집권여당이 실패한 것. 이 시대 유권자들은 훼방 없는 자유로운 광장을 원한다. 삶의 질을 위협하는 독주가 콘텐츠는 아니지 않는가.


지난 밤 6.2 지방선거 결과는 정치공학적으로 여야 모두의 셈법을 복잡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광역단체장을 건졌기 때문에 실리는 챙겼지만 상처가 깊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공조로 충청권과 수도권, 강원권에서 이겼지만 서울, 경기 광역단체장은 끝내 오르지 못했다.

얽히고 섥힌 대권구도와 개헌 이슈,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는 경우에 따라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비쳐진다. 수도권 밑바닥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중요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면 필패의 서울 강남을 가졌다고 해도 불안해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이 내건 콘텐츠들로 계속 게임을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북풍'이라는 콘텐츠에 집착했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을 호소하고 있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재료였다. 지역주의에 기댔고 개발욕망을 부풀렸고 저급한 비방에 골몰했다. 소통보다는 일방전달 뿐이었다. 서울광장은 봉쇄됐다. 주요 후보자들은 비겁하고 협애한 처신을 했다. 낡고 진부한 콘텐츠 뿐이었다.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도 콘텐츠가 황량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새로운 콘텐츠는 없었고 집권당과 대통령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여론을 리드하지 못하고 수동적이었다. 전례없는 북풍의 파고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다. 서울, 경기의 두 후보자가 내세운 콘텐츠도 매력이 없었다. 추억의 노풍을 기대했고 유권자 역시 딱 거기까지였다.

이번 선거결과는 그래서 누구의 승리도 아니고 누구의 패배도 아니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났던 정치의 콘텐츠는 조금도 미래적이지 않았으며 창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를 가늠할 독창성이란 좀체 찾기 어려웠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의 석패는 데이터 상으로는 사실이지만 콘텐츠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강남 3구때문에, 진보신당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 것이다.

여야 모두 한 마디로 콘텐츠의 경쟁 없는 무모한 선거였다. 전통매체도 20세기 프레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권자는 변화하고 있었다. 턱 밑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여성 서울시장은 시간 문제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진보정당은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행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

다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전히 '도전'하는 야당이나 '방어'하는 여당 모두 이렇게 변화하는 현실정치를 고찰하며 정치의 콘텐츠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령 강남 3구를 설득해야 하고 강북을 움직일 콘텐츠가 제각각 나와야 한다. 영남과 호남을, 그리고 충청과 강원에게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맞춤의 콘텐츠가 개발돼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이념 과잉과 지역기반 콘텐츠는 사회를 획일적으로 설계하는 것으로 21세기의 시대상황과 맞지 않다. 한국정치를 퇴행시키는 후진적 콘텐츠다. 미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콘텐츠로 대통령을 했고 디자인 서울은 오세훈 시장을 조각했다.

모든 정치인들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세상을 위해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그것이 사회를 리뉴얼하리라는 확신은 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콘텐츠를 제시하는 식이다. 모든 정치인이 뉴타운이니 역세권 개발이니 하는 욕망을 부추기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유권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더 이상 20세기의 콘텐츠는 유권자들을 감동시키기 어렵다.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기 어렵다. 감동의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 지금 유권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권자들이 앞으로 5년, 10년을 위해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것에 대해 알아보고 따뜻이 껴안아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를 정당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와 협력해서 구현해내야 한다. 마치 전통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공동 파트너가 되는 식이다.

정치의 콘텐츠는 첫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이제는 '삶의 질'이다. 미국과 유럽사회의 복지는 오늘날 재정난에 직면하고 있지만 혹독한 노동보다 여유와 느림의 선호는 이어지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숨가쁜 일상을 견디는 한국 유권자들에게 삶의 질은 가장 알.맞.은. 콘텐츠다.

민주당 혹은 야당이 실패한 것. 유권자들은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더 다양한 것으로 유대한다. 이들에게 내놓을 감동의 관계와 콘텐츠가 전무했다.

삶의 질을 노래하라. 삶의 질을 상정하라.

녹색 서비스, 교육 서비스, 문화 서비스, 의료 서비스 이 네 가지 정치 콘텐츠가 풍부히 담아야 할 의제들은 각각 생태, 후속세대, 자유, 미래의 '나'와 연결된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체면을 유지한 서울과 경기는 아주 많은 자본을 기반으로 공간과 의식을 만들어갈 수 있는 보고다. 그래서 이 덕분에 한나라당은 실패하지 않고 살아 남았다.

반면, 야당은 그러한 기회와 여건이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콘텐츠 경쟁에서 한발 뒤진 셈이다. 인물난도 마찬가지다. 여당이나 야당 비슷한 처지이지만 유권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수렴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정치인이 전무하다.

야당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노풍으로 승리한 후보자들의 미래를 낙관하기 이르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입지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건 여당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에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 4대강과 중앙집중적 행정 비전으로는 전국 유권자들의 손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함께 만들라, 유권자와 춤을 춰라

좋은 콘텐츠를 스토리텔링하는 정치인이 부족하다. 앞으로의 한국 정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예에서 보듯 소수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합리성, 철저성은 물론이고 변화무쌍한 유권자와의 소통과 어울림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두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유권자들의 인터페이스에 맞춰야 한다. 그것만이 벽을 넘는다. 정치의 콘텐츠도 기획하고 스토리텔링해야 한다. 그것이 오래도록 웃음짓게 하는 비결이 될 것이다. 과거의 관행과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콘텐츠적 관점에서 현실 정치를 그려내야 유권자는 바짝 다가온다. 이를 위해 즐거운 열린 실험과 다양한 기술을 껴안아야 한다.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이런 심오한 과제를 제기한 것이 6.2 지방선거의 메시지라고 한다면 정녕 지나친가?




정권교체가 남긴 것

Politics 2008.12.02 11:10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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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길에 놓여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한국경제를 원상회복하는 데만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집권 기간 절반을 경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 리더십 이미지 하나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처지에서는 경제를 놓치면 모든 것을 실패하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 상황을 역으로 해석하면 경제 이외의 것에는 대중의 관심이 없어져 다른 부문에서는 자유로운 처신이 가능해진다. 

즉, 이명박 정부는 경제영역을 뺀 나머지 국정과제는 초반부터 얼마든지 밀어부치기 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IMF 체제를 넘어서는데 전력하다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을 실기했고,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해체에는 일정하게 성공했으나 이른바 조중동 패러다임에 갇혀 개혁입법을 역시 마무리하지 못했다. 5년의 집권이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라는 교훈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권 초부터 준비한 미디어 관계법 개정의 경우 방송, 인터넷, 신문 '장악의지'를 드러냈다는 야당, 언론단체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으나 정부측의 관철 의지가 워낙 완강하다.

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논의, 과거사위원회 정비추진방안, 4대강 정비사업 추진도 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지만 주요 의제로 실행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대화와 소통이 부족해 시민사회가 '촛불'을 다시 들고 나올 시한폭탄들이 계속 장착되고 있다는 비유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면 대중적 관심은 정치와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인터넷 여론은 이명박 정부에게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그의 집권 이후 이뤄진 각급 선거의 결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났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10%대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경제침체가 질서의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와 자본의 의지를 부상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같은 경향은 대중으로 하여금 본질보다는 표면적인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을 이끌어 간다.

재임기간 수개월에 불과한데 비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과제 중 일부는 진정성이 있다는 여론도 나온다. 수질개선이 시급한 4대강 정비사업의 경우 꼭 대운하와 연관지어 반대해야 하느냐며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다는 보수진영의 개혁세력 비판론도 탄력을 얻을 조짐이다. 이에 따라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3당 '민주연합' 제언도 정치권에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신통치 않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김대중+김정일(DJI)' 연대라는 주홍글씨를 매긴 해묵은 헌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경제위기에 주눅든 대중에게 밀려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정권교체 이후 대중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 담화자가 진중권 교수 이외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한국정치의 역설은 정당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식대중의 산실 블로고스피어(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 등)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 있다.

이 네트워크의 미래도 도마 위에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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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연정(聯政)' 속의 盧지지자들

Politics 2005.01.31 13:43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최근 여권 핵심의 민주당 '구애'가 직간접적으로 확인되면서 '공작정치' 공방이 불을 뿜었다. '의원 빼내가기'로 비쳐질 수 있는 비공식적 '입각 제의'는 사실상 정계개편 시도라는 분석까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3기를 맞아 경제 '올인'에 나섰고, 열린우리당도 4월 전당대회까지는 이변이 없는 한 '실용주의'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여권의 행보가 연말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다.


여권이 민주당과 재결합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당 일각에서는 '과거회귀'라며 반발하는 조짐도 나타난다. 민주당을 과거지향적 정당으로 규정하고 뛰쳐 나온 마당에 다시 합치자는 것이 영 마뜩치 않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는 충청+호남 대 영남이라는 도식적인 숫자게임도 내재돼 있어 '지역 역합' 환원이란 꼬리표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합불가'를 내세우는 한편 재보선 등 연내 정치일정을 어느 정도 소화하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통합' 문제에 가닥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느긋한 상황이다. 물론 이 문제가 조기에 구체화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우리당의 내부 정서가 민주당을 껴안을 만큼 넉넉한 형편이 못된다. 시국 해법에 대한 강온정서가 여전히 첨예한 데다가 차기 대권 향배를 가늠짓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선경쟁이 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미묘한 상황에서 나온 정계개편 시도 논란은 '통합'과 '연정'의 정치용어가 뒤섞인 채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당대당 통합은 정책과 이념은 거의 동일하지만 불가피한 상황과 조건 때문에 분리된 정파간에 가능한 것이고, 연정은 정책과 이념의 뿌리는 다르지만 불리한 상황과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한시적, 제한적으로 결합할 때 갖다 붙일 수 있는 말이다.


한데 현재의 우리당과 민주당 두 당은 사실상 크게 다른 것이 없고 감정적으로 금이 간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노무현號 지지자들의 곤혹스러움이 존재한다. 우리당의 노선보다 더 레프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우리당과 노무현을 밀어야 했던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민주노동당과 연정이 아니라 왜, 지금, 민주당과 통합 또는 연정이 나오느냐는 허탈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정의감과는 다르게 우리당 안에선 심지어 '4월 재보선 전 통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여권은 오는 4월 재보선에서 과반의석 붕괴가 예고되는 상황을 민주당 의석 흡수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심상찮다.


결과적으로 집권세력은 '개혁'보다 '실리'를 취했고, 권력을 '수성'하기 위한 스탠스로 더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이 즈음에서 지자자들의 심란함을 더욱 윤간하는 국면들이 조성되고 있다. 여권 지도부가 이른바 '개혁입법'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여권 일각의 통합과 연정의 기류에서 초라한 신세가 된다. (민주당과) 통합보다는 (민주노동당과) 연정이 보기 좋은 드라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혁'은 빈곤하고 '정쟁'과 '부조리'에 휘말린 노무현號의 닻이 부담스러워서이다.


마침 노대통령은 ‘과반수’보다 ‘대의’를 중요시하겠다고 언급했는데, 그 대의가 지지자들의 민의임을 뜻하는 것임을 고대한다. 무엇보다 17대 대선 승리의 전율을, 그리고 새 시대의 희망을 노래했던 지지자들에게 (권력은) 예의와 격식을 차릴 정도의 멘탈리티는 있기를 고대한다. 


20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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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정국기상도-열린우리당 개혁이냐, 통합이냐

Politics 2004.12.30 10:31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흘러 나오는 2004년 소감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여권 내 팽배한 위기감은 최근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대표, 당내 3선 이상의 중진 10여명이 참석한 기획자문회의에서 신년 탕평책으로 집약됐다.

이 자리에서 여권 중진들은 ‘2005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경제 올인’과 ‘뉴 데탕트(New Detente)’를 두 축으로 잡고,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개혁과 통합중 ‘통합’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포용적인 인사 정책, 대화 중심의 대야 관계, 대사면 등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병두 의원은 “2005년은 여권 입장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경제 활성화로 국정 지지도를 높여야 한다. 개혁도 ‘할 수 있는 개혁’,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개혁’으로 압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도 12월20일 ‘참여정부 정책평가와 전망 보고대회’에서 “참여정부는 그동안 정경유착, 권언유착, 권력기관의 권력남용 등 사회적 특권 구조 해소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들과 새롭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언은 당·정이 추진한 정책과 방향에 대한 자성과 쇄신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전격 내정한 이후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신년 정치의 방향타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당·민주당 통합론 부상

이와 관련, 한 여권 인사는 “보수 인사인 홍 회장을 껴안은 것은 그를 통해 이념대결이 첨예한 남남갈등을 해소해보겠다는 일종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계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여권 내부의 지나친 개혁지상주의를 배제하고 ‘뉴 라이트(New Right)’까지도 포용할 환경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당과 민주당 통합론이 여권 내부에서 재부상하고 있다. 우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4월과 2월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청와대와 여권에서 ‘시기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지만, 결국 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 주고 ‘당대당’통합 형식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전망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역분열 양상에 대해 정치권이 풀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통합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당 내 일부 호남 지역 의원들도 “호남의 분열을 막는 것은 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라도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에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거듭 표명하고 우리당 의원들의 DJ 방문이 잦아진 것도 민주당 통합론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이같은 통합 분위기가 정치 구도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라면, 민생경제의 회복과 계층·세대·지역별 갈등의 통합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은 국정 기조를 재정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 4·15 총선 승리,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등 가파른 정치대결의 국면을 특유의 정면돌파로 헤치면서, 집권 반환점을 눈앞에 둔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다 다른 차원의 정국 구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책임형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분권형 국정 운영의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자신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혁과 실용주의의 적절한 조화

하지만 국정운영에 변화보다는 ‘현장’ 위주의 노선이 뒷받침되는 선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홍 회장 기용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면서)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국정기조의 새삼스런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개혁과 통합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여권 내 인적 쇄신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는 신년 초 내각 및 청와대 개편에 대해 경제 실무형 위주의 ‘소폭’임을 내비치고 있어 기대 이상의 국정 변화를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청와대는 신년에 두 차례 치러지는 보궐선거엔 관심이 없다”면서 “4대 입법 처리 과정 등을 주시하는 등 개혁만이 살 길임을 재확인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총선 이후 경제, 외교 현안 등 실질적인 화두에만 천착해온 노 대통령 측근인 386 그룹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신년은 8.15 광복 60년, 한일수교 40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5주년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인 동시에, 향후 여권의 대권 향배를 가늠하는 무대인 전당대회까지 빼곡히 정치일정도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 386 세대 의원들에게 실질적인 역할이 부여돼도 가능한 때인 것 같다”면서 “신년에 남북 문제 등에서 중용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개혁이냐 통합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민생경제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될 것이고 여기에 새로운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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