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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됐고 295명이 사망했다. 무엇보다 수학 여행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인명 피해가 컸다. 가족 품 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도 9명이나 된다.


사고 원인, 당국의 초기대응 적정성,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력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사실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오보를 남발하고 실의에 빠진 피해자 가족을 무리하게 인터뷰 하면서 언론에 대한 해묵은 불신만 키웠기 때문이다.


정파 보도, 따옴표 보도, 선정 보도, 경마중계식 보도는 물론 기사 어뷰징(abusing)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온라인 저널리즘의 상업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사 어뷰징이 세월호 보도에서도 기승을 부린 탓이다.  기사 어뷰징은 일반적으로 사실상 동일한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만 조금 바꿔 포털사이트 등으로 짧은 주기 동안 반복 전송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학술적으로는 '뉴스 생산자가 인터넷 뉴스공간의 즉시성과 기사 제목 위주의 공간 배열상의 특성을 남용하여 거의 동일한 기사를 반복 게재하거나 기사 제목만 바꿔 두 차례 이상 게재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즉, 어뷰징 기사는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추가적인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사의 취재물을 그대로 베끼고 짜깁기하거나, 기존에 나온 보도물을 재탕하는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기사 어뷰징은 국내 언론사 온라인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다. 세월호 보도의 파행 양상에 어뷰징 기사가 자리잡은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다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온라인에서 기사 조회 수를 높이는 대응이 이어졌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하루 5월13일까지 약 한 달간 포털에 노출된 세월호 관련 기사는 22만여 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약 8,000여 건의 기사가 생산됐지만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대부분이 어뷰징 기사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조차 사고 당일 '어뷰징 기사'가 폭주하자 뉴스스탠드 제휴 언론사에 자제를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네이버가 세월호 사고 당일인 16일 뉴스 스탠드 제휴 언론사에 보낸 메일 갈무리 화면.



그렇다면 세월호 보도에서 기사 어뷰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났을까? 또 기사 어뷰징은 언론 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우선 침몰 사고 직후 '학생 전원 구조' 기사를 통해 알아봤다. '학생 전원 구조' 보도는 4월 16일 오전 11시를 넘겨 주요 언론사가  “경기안산단원고등학교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오전 11시 5분 해경으로부터 통보받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16일 오전 ‘전원 구조’ 오보를 낸 언론사는 SBS, YTN,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면서 "탑승객 가족들이 애가 타는 상황에서 언론이 속보경쟁은 물론 동일 기사 전송, 즉 어뷰징 기사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고 직후인 16일 '학생 전원구조'라는 내용을 담은 언론사 속보들,



여객선 탑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소식과 관련 피해자 가족과 네티즌들이 '신뢰'에 의문을 표했지만 주요 언론사들은 짧은 시간 내 비슷한 내용을 계속 반복 생산하기에 바빴다. 한 언론사는 30분 사이에 거의 동일한 기사를 4건이나 게재했지만 정확한 사실 검증은 하지 않은 채 학교와 당국의 발표내용만 인용하는데 그쳤다. 또 '안산단원고', '전원구조' 키워드는 제목과 본문에 계속 노출했다.


전원 구조 속보를 쏟아낸 한 언론사의 뉴스 검색 결과 페이지 갈무리 화면



언론사가 현장 취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사와, 이러한 오보를 그대로 되받아 쓴 온라인 매체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세월호 키워드를 다루는 언론사가 기존의 온라인 속보 대응 형식처럼 깊이보다는 속도에 집중한 탓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에는 '오보 받아쓰기' 못지 않게 선정적인 보도가 잇따랐다. 4월 16일 오후 한 인터넷신문은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이란 제목의 기사를 포털사이트로 전송했다. 한 언론사는 '타이타닉'이 제목에 언급된 온라인 기사를 오후부터 밤까지 보도했으나 기사 내용은 동일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인 '타이타닉'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입력 시각

제목

기사 주요 내용

바이라인

사진

기타

오후 1시42분

[여객선 침몰]타이타닉 침몰 102주년 다음날, 여객선 침몰이라니…


앞 부분은 타이타닉 사고와 관련된 내용, 뒷 부분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개괄적인 상황 설명 나열

이메일(A)만 표기

세월호 자료 사진


오후 3시51분

진도 여객선 침몰, ‘타이타닉될까 우려'…290여명 생사불명

앞 부분은 세월호 사고 개괄적인 상황 설명, 뒷 부분은 타이타닉 사고 관련 내용

이메일(B)만 표기

세월호 침몰장면(MBC뉴스)과 영화 타이타닉 장면 캡쳐

마지막 부분에 “타이타닉 사망자 많구나”, "타이타닉 처럼 되지 않기를" 등 네티즌 의견 추가

오후 9시48분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어머니는 웁니다…“타이타닉 침몰한 날 언젠지 아느냐…만류했는데”


피해자 어머니가 수학여행 떠나는 학생에게 타이타닉 사고일을 상기시켰다는 내용

이메일(B)만 표기

없음




'세월호 보험 가입 현황', 피해자 학부모 사진 및 학생 일기장 공개 등 언론사들의 선정적인 어뷰징 기사도 쏟아졌다. 특히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8일 민간 잠수부를 사칭한 홍가혜 씨 인터뷰 보도는 언론사 '어뷰징' 행위를 발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 민간 잠수부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내용을 그대로 받아쓴 온라인 뉴스가 쏟아진 것이다. 당시 한 보도에 따르면 MBN이 홍 씨의 인터뷰를 방송한 18일 하루에만 515개의 관련 기사가 나왔고, 참사 이후 5월 27일까지 보도된 홍 씨 관련 기사는 모두 1,302건에 이르렀다.


홍 씨 인터뷰를 그대로 전한 어뷰징 기사들. 대부분 단어와 문장 구조만 조금 바꾼 '베껴 쓰기' 형태이다



홍 씨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한 경제신문은 동일 제목·동일 내용의 기사를 3분 사이에 2건을 포털에 전송한 데 이어 한 시간이 채 안 된 시간에 동일 제목의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추가로 생산했다. 최초 보도는 제휴 매체에서 생산했으나 이후 보도는 모두 온라인 담당 부서가 출고했다. 기사 삽입 이미지는 모두 같았다.


입력 시각

제목

기사 주요 내용

바이라인

사진

기타

오전 8시55분

MBN 인터뷰 논란, 구조활동 폭로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말했다", "장비 지원이 거의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색이 힘든 상황", "잠수부가 배 안에서 사람의 소리를 듣고 확인했다"

제휴매체명과 기자 실명

TV보도화면 캡쳐


오전 8시58분

MBN 민간잠수부 인터뷰 “정부 관계자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말해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장비 지원이 거의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색 진행이 어렵다", "실제 잠수부가 배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소리까지 들었다"

온라인뉴스팀

동일 이미지

기사 첫 줄에" 'MBN 민간잠수부' 'MBN 인터뷰'" 키워드를 삽입함

오전 9시34분

MBN 민간잠수부 홍가혜 인터뷰 충격 “관계자,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장비 지원이 거의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색 진행이 힘들었다",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등 14시간 이상 구조작업이 중단됐다", "잠수부가 생존자 확인 대화하고 있다"

온라인편집부

동일 이미지

"홍가혜 민간잠수부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추가



홍 씨 관련 보도는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본문 내용을 조금씩 바꿔 가면서 짧은 시간 안에 포털로 전송하는 '기사 어뷰징'의 전형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후속 기사가 얼마나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파악하여 어뷰징 여부를 가늠한다. 신규성(newness)이나 독창성(uniqueness)이 미흡하면 '어뷰징'을 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세월호 홍 씨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사) 기사를 복제하는 행위는 앞선 기사와 차별성을 갖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사의 리드문이나 본문에서 일부 내용이 첨삭되는 정도이고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는 정도다.


반면 포털사이트 검색에서 잘 걸리도록 기사 도입부분과 끝 부분에 주요 키워드를 반복 나열하는 경우는 많다. 업계에서는 '검색 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SEO)'라고 불린다. 이때 기사 끝 부분에 네티즌 반응을 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후속 기사에는 제목 변화가 이뤄진다. '충격' 등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포털사이트에서 이용자의 클릭을 받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 즉, '제목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어뷰징 기사는 기자 실명이 없는 바이라인(byline)도 특징 중 하나이다. 기자 실명은 없는 대신 부서명이나 회사명, 이메일을 노출한다. 심지어 바이라인을 빼는 경우도 나온다. 국내 언론사 온라인 뉴스조직을 고려할 때 기사를 출고하는 취재부서나 기사제목을 정하고 배열을 하는 편집부서가 번갈아 가며 기사 어뷰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위 표 참조).


소속 언론사 또는 자기 기사를 복제하는 기사 어뷰징은 분량을 나누는 '기사 쪼개기'로 나타난다. 한 기사에 포함해도 될 내용을 2~3건 이상으로 늘리는 행위다. 기사 수를 늘리면 포털사이트 검색시 더 많이 노출된다. 이용자 클릭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세월호 보도에서는 팩트(fact)가 아닌 네티즌 의견이나 단순 상황 묘사를 추가한 기사 쪼개기로 후속 기사의 분량을 채웠다.


홍 씨의 경우는 과거 행적이나 신상까지 어뷰징 대상이 됐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당시 ‘홍XX 과거 행적 경악’, ‘홍XX 출두, “배우 데뷔 하는거 아닌가 몰라”’ 등의 제목을 단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한 언론사에서만 40여 건 노출됐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껴 쓰는 행위도 '어뷰징'이다. 사실상 무단으로 표절 및 복제를 하는 경우다. 세월호 보도는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침몰 사고 초기 속보 경쟁 때 주요 방송사와 통신사 등 타사 언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생 전원 구조', '민간 잠수부를 사칭한 인터뷰' 등에서 "OO일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으로 시작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아예 언론사를 표기하지 않는 등 적절한 출처와 인용 표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연합뉴스>의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 보도는 4월25일 하루에만 409건이 나왔는데 어뷰징 기사의  특징을 망라했다. 한 스포츠신문은 오전 11시경부터 밤 10시까지 모두 67건의 관련 기사를 포털사이트로 전송했다. '개XX' 욕설,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 등 인터넷신문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발언을 소재로 거의 동일한 기사 제목과 내용을 반복했다.


'베껴 쓰기'·'기사 복제'를 통한 내용 구성, '검색 엔진 최적화'를 위한 검색 키워드 삽입, 동일 소재의 내용을 여러 건의 기사로 나누는 '기사 쪼개기' 등이 전부 포함된 사례다.


한 스포츠 신문이 약 12시간 동안 쏟아낸 총 67건의 기사 제목 중 십여 건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것으로 '기사 쪼개기'와 검색 엔진 최적화를 고려한 어뷰징 기사들이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과정에서 급부상한 다이빙벨은 사고 이후부터 5월31일까지 모두 5,516건이 나왔다. 이들 기사는 다이빙벨 효용성이나 현장 투입 여부와 직접 상관이 없는 다이빙벨 이종인 대표의 부인 이름을 제목과 본문에 노출해 물의를 일으켰다. 제목 장사를 위해 연예인을 내세운 '낚시 기사'다.


각 기사 사이에 취재내용의 차이는 찾아보기 어렵고 제목과 본문 등에서 연예인 이름을 노출했다.



세월호 사고 원인과 책임을 놓고 구원파 유병언 씨 관련 기사도 어뷰징 표적이 됐다. 첫째, 종편, 보도채널 등 주요 방송사들은 정규 편성된 뉴스프로그램 외에도 특별편성된 속보 보도에서 동일 기사를 포털사이트로 무차별적으로 전송했다. 같은 시각에 사진만 바꾼 동일 기사도 잇따랐다.


종편 TV조선과 연합뉴스. 전송시각은 조금 다르지만 기사 내용은 사진만 바뀔 뿐 똑같았다. 자사 기사를 복제한 경우다.


구원파 유병언 일가 기사들은 연예인이나 외모 등 가십성 형태로 다뤄져 상업적 온라인 저널리즘의 행태도 보여줬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탤런트 전양자 씨 관련 기사는 수천 건 넘게 양산됐다. 유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 검거 때 함께 붙잡힌 박수경 씨 기사는 '연인'-'내연관계'-'호위무사'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도배되다시피했다.


SBS CNBC가 26일 하루동안 쏟아낸 유대균·박수경 씨 관련 기사들


세월호 보도에서 나타난 기사 어뷰징은 크게 보면 기사 보도·작성자·형태별로 그 유형을 나눠볼 수 있다. 기사 보도 측면에서는 다른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동일 채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사 작성자 측면은 팀 또는 부서명을 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이메일 등만 노출하는 것도 적지 않았다. 기자명을 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사 형태에서는 검색어를 나열하거나 네티즌 반응을 넣는 경우는 현재보다는 빈도 수가 많지 않았다.


기사 보도(제목/내용/채널)

∆ 동일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동일 채널

∆ 다른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동일 채널

∆ 동일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다른 채널

(참고) 다른 제목의 경우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검색어, 키워드를 넣기도 함

기사 작성자

∆ 무기명(이메일만 표기 포함)

∆ 기명 : 팀/부서명, 기자명

기사 형태

∆ 기사 도입부나 말미에 실시간 검색어 나열

∆ 네티즌 반응을 기사 말미에 추가

∆ 사진/동영상과 단신으로 구성



특히 자사 기사를 복제·반복 전송 행위가 두드러졌다. 방송 채널을 보유한 언론사일수록 무분별하게 베껴쓰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언론사 기사를 베껴 쓰는 양상은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거의 비슷한 시간대 각 포털사이트에 전송된 기사는 시간적으로 직접 취재한 결과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어뷰징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시신 인양을 하거나 관계자가 검거되는 과정 등 긴박한 상황에서 둘째, 누구나 동일한 내용을 시청하고 있는 TV 뉴스 프로그램 보도 인용 과정에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등과 연관시킨 복제 기사가 양산됐다. 세월호 사고 보도의 경우 특종이나 단독 보도가 어려운 환경임에도 다른 언론사 출처를 표기하는 명확하고 일관된 표기 사례는 드물었다.


이처럼 저널리즘을 망치는 기사 어뷰징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한계와 닿아 있다. 포털사이트를 통한 뉴스 이용률이 여전히 압도적인 상황에서 뉴스 트래픽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실적으로는 포털의 검색 서비스나 포털 뉴스 제휴를 통해 언론사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는 수단이 유일하다. 특히 '트래픽=광고'로 연결되는 시장에서 이용자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 어뷰징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는 방법이다.


또 수많은 독립형 인터넷신문이 난립하는 등 시장 경쟁 환경이 열악하다. 자본력이 취약한 인터넷신문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중심으로 조성된 트래픽 나눠먹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생존모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광고에 매달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당연히 콘텐츠 차별화나 유통 다변화 모색은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 더 근본적으로 온라인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가 팽배하다. 상당수 전통매체는 수년 전부터 온라인 뉴스 생산과 편집 등 서비스 전반을 닷컴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맡고 있다. 그럼에도 퀄리티 저널리즘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것은 전통매체 중심의 매출기반에서 조직,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나치게 경쟁적인 언론 풍토와 기업 문화가 기사나 검색의 품질보다는 트래픽이라는 양적인 목표에만 몰두하는" 흐름을 역진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언론사는 기사 생명력이 짧은 온라인 속보를 만드는 '공장'으로 전락했다.


일반적으로 어뷰징 기사를 만드는 조직 구성원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 이들은 전통매체 구성원들과 교류하는 일은 거의 없이 고립된 채 일하고 있다. 기사 어뷰징에 대한 내부감시나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등 언론사 내부의 온라인 저널리즘 전략을 재정비하려면 장벽을 걷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통합 뉴스룸'을 구축하거나 '통합'의 중심으로 온라인 뉴스룸을 끌어올려야 한다. 단순히 속도·양에 치중하는 질 낮은 기사를 방치·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조직 전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대등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다시 말해 해외 주요 전통매체가 채택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채택이 시급하다.


이를 기반으로 속보인 1신부터 후속 취재와 멀티미디어로 기사 완성도를 높이는 2, 3신까지 온라인에 출고하는 기사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언론사 내부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면 PC 웹 사이트나 모바일에서 포털 의존도를 낮추고 진성 독자를 확보하는 가능성이 비로소 열린다.  


그러나 언론사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뷰징 규제 강화·어뷰징 방지 기술 개발 등 온라인 뉴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포털사이트도 뉴스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검색 광고시장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만큼 지금까지 내놓은 어뷰징 대책들을 적절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도입한 '어뷰징 방지 가이드라인'(2007), 뉴스캐스트(2009), 뉴스스탠드(2013)에 이어 뉴스검색 클러스터링(2014)의 경우 최근까지도 논란만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9일 전체 제휴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제휴사의 기사 중 제목과 본문에 다수의 키워드를 삽입하여 반복 전송하는 경우가 늘어나 심각한 검색 품질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어뷰징이 중단될 수 있도록 전송 기사들에 대해 전수 검사를 통해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파악해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였다.


뉴스스탠드 이후 이슈 중심의 뉴스 소비는 검색 결과를 통한 뉴스 소비로 넘어왔다.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뉴스 생산의 핵심 고리가 돼 있다. 이러한 서비스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 언론사의 기사 어뷰징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언론사의 어뷰징 기사를 사후적으로 제재하는 대응보다는 좀 더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기술 시스템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사 어뷰징을 남발하는 언론사에 대해 보다 엄정한 제재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언론사들도 온라인 뉴스 시장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신문의 재정과 직결되는 온라인 광고요금의 책정방식 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트래픽이 많아야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어뷰징의 온상이 돼 왔다. 주로 클릭 수에 따라 광고요율이 산정되는 CPC(Cost Per Click) 방식은 기사 어뷰징을 과열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뉴스 사이트 체류 시간, 방문자의 충성도 등을 광고 요금 산정의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네이티브 애드 등 획기적인 광고 서비스가 적극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더 본질적인 해결 방법은 언론사 내부에서 기사 어뷰징이 윤리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며 법률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자각하는 일이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한국인터넷신문위원회는 각각 한국신문협회 산하 언론사(닷컴)·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2011년 '인터넷신문윤리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윤리강령 제7조 편집규약에 "기사의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하여 작위적으로 기사의 일부 내용 또는 제목을 변경해 재송신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또 6조 보도규약에는 출판물 등을 인용하는 경우는 물론 인터넷 댓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취재내용에 대해서도 반드시 출처를 밝히도록 했다.


하지만 경영난에 처한 언론사들은 어뷰징 문제 해소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세월호 침몰 사고에도 변화가 없었다. '기레기' 논란 속에서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언론사들도 나왔지만 아직까지 어뷰징 기사는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사 어뷰징을 도용이나 표절 등으로 간주하고 규제적 차원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다른 매체가 최초로 보도한 사안을 베껴서 자기 것인 양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다.


그런데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경우에도 해당 기사를 취재 및 작성하는 데에 있어서 기자와 언론사의 시간과 비용이 투여됐다는 점에서 기사 베껴 쓰기는 부정이용법리(doctrine of misappropriation)를 적용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 이외의 기사 즉, 저작권 보호 대상의 기사를 무단 복제하여 인터넷 포털 등에 송신하는 행위는 공중송신권 침해 소지도 주목해야 한다. 기사 어뷰징을 반복하는 언론사나 그 기자가 법률에 저촉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까지 어뷰징 기사는 업계가 묵인하는 '관용'과 '양해'의 대상으로 간주돼 왔다는 점에서 스스로 통제·검열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적 규제는 헌법상 언론자유 침해나 정부의 언론시장 개입 논란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업계 스스로 기사 어뷰징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표절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적으로도 미디어 리터러시 즉,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에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즉,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저널리즘에 대입하면 효과적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해 적재적소에 보도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사 NIE(Newspaper in Education) 지원사업,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디어 교사 양성,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 윤리교육 등 몇몇 기관에서 리터러시 교육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에 특화한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기사를 제대로 생산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부족한 것이다.


미디어 소비가 곧 일상과 연결되는 네트워크 저널리즘 시대이다. 학교부터 뉴스조직까지 체계적인 정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이수한다면 "기사의 출처에 대한 인식과 기사가 담고 있는 정보의 진위와 질에 대한 판단 능력"에 초점을 둘 것이다. 기사 어뷰징 행위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당연히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털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 순응하는 언론사들은 어뷰징 기사를 양산할 수밖에 없음을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도 확인했다. 특히 기사 어뷰징은 비교적 경영환경이 좋은 주류 미디어나 상대적으로 영세한 인터넷신문을 가리지 않고 일상화고 있었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 모바일 환경 등 시장이 급변하면서 이용자 스스로가 좋은 기사를 선별적으로 소비, 공유하는 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다루는 소셜 기반 미디어, 1인 미디어 등이 급부상하는 중임을 고려할 때 어뷰징으로 '질 낮은 트래픽'을 끌어 들이는 언론사와 그 기자의 위상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포털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이용자 참여를 촉진하고 협력하는 장을 만드는 일이다. 시장의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법적, 규제적 이슈를 넘어서 사회적·산업적 토양을 스스로 바꾸는 노력에 나서야 할 때이다.


<주석>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일은 2014년 4월16일부터 특정기간 동안 '전원 구조'·'타이타닉'·'홍가혜'·'이상호`·'다이빙벨`·'구원파`·'유대균`·'박수경` 등의 키워드 결과를 토대로 어뷰징 기사 사례를 확인했다.


최수진·김정섭(2014), 인터넷 공간에서 기사 어뷰징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사들은 기사 어뷰징으로 트래픽을 끌어 모으는데 여념이 없었다. 인터넷 시장 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4월14일부터 20일까지 순방문자수 상위 20개 매체의 주간 페이지뷰는 약 5억1800만회로, 사고 전인 4월7일부터 13일까지 3억7900만회보다 73.2%나 상승했다. 대형 재난사고는 언론사에겐 트래픽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호재'가 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2014년 12월 17일자. 올해의 오보 “세월호 학생 전원구조". "그러나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중대본은 368명이 아닌, 18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보도를 믿고 있던 실종자가족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언론은 중대본을 비판하며 자신들의 ‘사실확인’ 책임을 비껴갔다."


<미디어오늘> 2014년 4월 16일자. ‘세월호 참사’에 언론 ‘전원 구조’ 오보…어뷰징 경쟁까지.  


<기자협회보> 2014년 5월 14일자. '참사마저 돈벌이 수단으로…필터링 않고 어뷰징 열 올려'.  


<단비뉴스> 2014년 6월 18일자. '자본에 침수된 언론'.


이용자가 포털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을 경우 그 검색어와 관련된 웹사이트나 도메인이 검색결과 상위에 위치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의미한다.


디지털미디어부, 디지털뉴스부, 디지털뉴스팀, 온라인뉴스부, 온라인뉴스팀, 온라인이슈팀, 멀티미디어부, 뉴미디어부 등 부서명이 가장 많지만 OO닷컴처럼 회사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 부서의 대표 이메일만 표기하는 언론사도 있고 바이라인에 아무 것도 없는 경우도 있다. 


최수진·김정섭(2014).  기사 어뷰징 현상의 특징들은 아래와 같다. "∆ 거의 동일한 기사 또는 제목만 바뀐 기사 ∆ 해당 기사의 반복 전송 및 게재 ∆ 뉴스 검색 결과 웹 페이지 상단 노출 도모 ∆ 대체로 1~2일의 짧은 시간 내에 발생 ∆ 실시간 검색어와 연계된 기사 ∆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 제목 ∆ 기자명이 없거나 부서명으로 갈음 ∆ 이슈에 대한 근원적 접근보다 지엽적·말초적·신변잡기적 요소에 보도의 초점 존재" 


조형래(2014). <신문과방송> 2014년 2월호. '트래픽 장사만 하다간 언론사·포털 모두 '패자''


뉴스 클러스터링(clustering)은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뉴스를 자동으로 묶어 최대 4~5개까지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같은 클러스터(묶음) 내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랭킹' 가중치가 트래픽을 좌우한다. 


네이버의 경우 이미 언론사 검색 제휴와 관련해서 어뷰징 가이드 및 제휴계약 동의서 제4조(정보 제공에 따른 책임)에 유사 기사 전송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제공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음 각호에 해당하거나 그러한 내용을 포함한 ‘정보’를 ‘네이버’에게 제공하거나 아웃링크로 연결할 수 없다. - 기사의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뉴스기사임에도 작위적으로 제목만을 변경하거나 부수적인 내용을 일부 변경한 기사(의 재전송) 이 조항을 지속해서 위반할 경우 제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포털사업자가 어뷰징 기사의 책임을 물어 특정 언론사를 퇴출하거나 제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또 네이버, 다음은 이용자위원회나 자문위원회 등 자율기구를 통해 서비스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지만 제휴 언론사 선정 과정이나 검색 알고리즘 등 핵심 영역은 사실상 비밀에 부치고 있다. 언론사 제휴에서부터 검색 결과 개선 등 뉴스 서비스 전반의 정책결정이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용된다면 사회적 압력에 의해 온라인 저널리즘의 문제점들이 해결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최수진·김정섭(2014). 방문자 충성도의 경우는 댓글 참여, 기사 제보, UCC 활성화 등 구체적인 상호작용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최수진 외(2014)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산하 한국인터넷신문위원회는 현재 모호한 기사 어뷰징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하여 대상 기사와 검색어와의 상관관계, 대상 기사와 집계 시간대와의 상관관계, 대상 기사와 최초 기사와의 동일성 및 유사성 여부, 후속 기사의 신규성 여부, 후속 기사의 반복 빈도 등을 추가하여 기사 어뷰징 기준을 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중재> 봄호' 저널에 실린 글입니다. 게재된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올해 SNS는 사이버 검열과 `공감문화`라는 극점을 오고 갔다. 국가기관의 사이버 공간 모니터링은 후진적인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세월호, 선거, 기부 등 사회적 이슈를 통해 함께 마음을 나누고 참여하는 흐름도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2015년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SNS의 분화 못지 않게 정치적 갈등과 마찰도 끊이지 않고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의 소셜네트워크(SNS)는 치열한 이슈를 반복한 무대였다. '검열', '여론 조작과 프라이버시 침해', '블로거지'로 들끓는가 하면 공동체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책임을 다루는 '연결·공감'의 장면도 연출됐다. 


우선 사이버 감시는 국가 기관이 일상적인 사적 소통까지 모니터링한다는 점에서 날카로운 상처를 남겼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부기관이 지난 5년 동안 37,453건의 유선전화, 이메일, 카카오톡 ID 등을 감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와 비교해 그 과정이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보 과부하, 소셜 평판에 대한 부담, 저작권 이슈, 온라인에 쌓이는 개인 정보에 대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등 '소셜 피로감'도 꾸준히 누적된 터라 실망감은 더 커졌다. 때마침 SNS 이용자들 사이에 "감정이 전염된다"는 '감정 조작'의 실험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려는 극에 달했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확장하는 폭넓고 열린 문화의 도구다. 하지만 '빅 브라더(big brother)'의 등장으로 '보이지 않는 통제'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검열 논란은 2013년 미국 정보기관에서 일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연상하는 이들로 '사이버 망명'의 희극을 낳았다.


메신저 프로그램을 러시아산 '텔래그램'으로 바꾸는 망명 감행자는 단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자 최대 인터넷 사업자가 직접 나서서 수사 당국의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항변'으로 이어졌다. 


국내 SNS 이용자들의 위기 인식이 드러난 이 사건은 그 동안의 만성적인 '개인 정보 노출'로 겪은 사생활 침해보다 폭발력이 컸다. 여론 조작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모욕당했다는 불편한 경험이 더해졌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라인처럼 가까운 지인들끼리 정보와 이야기를 나누는 폐쇄형 SNS는 최근 2년 사이 소리 소문 없이 성장했다. "편한 사람들과 할 말만 하고 싶다"는 이용자 정서를 수렴한 것이다.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는 SNS도 지난해 이후 쏟아졌다. 보낸 글을 지정한 시간 내에 자동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서비스인 위챗, 스냅챗이 주목받았다. 메시지 확인을 하면 10초만에 자동으로 삭제되는 유령 메신저 '스냅챗'은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정보 욕구는 충족하면서 사생활은 보호할 수 있는 절충형 SNS로 '휘발성' 서비스란 별칭을 얻었다. 


이 가운데 국내 서비스인 '돈톡'은 중간에 상대방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회수가 가능하다. 그룹 채팅에서는 개별 이용자간 귓속말도 할 수 있다. 사이버 망명으로 유명해진 '텔레그램'은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 


미국의 유리버스(Uriverse)는 소수의 친구들과 관계를 다질 수 있는 모바일 SNS로 서로 공유한 콘텐츠도 원하는 경우 완전 삭제가 가능하다. 음성과 문자를 암호화 처리해 제3자의 도청이나 해킹이 불가능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허쉬(Hush)'가 공개됐다. 


올해는 익명으로 소통하는 서비스인 위스퍼, 시크릿(Secret)도 급물살을 탔다. 더 솔직하고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을 샀다.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익명 SNS 시크릿의 경우 '친구'로 연결돼 있지만 올라온 글의 주인공은 알 수 없다. 


'가면 무도회'처럼 욕망과 느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시크릿 SNS의 슬로건은 "Be Yourself(진정한 당신이 돼라)". 한마디로 SNS에 익명 바람이 휩쓸고 지난 것이다. 진원지는 미국이지만 국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익명으로 불특정 이용자끼리 채팅하는 '살랑살랑 돛단배',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센티', 같은 학교 친구들끼리 익명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우리학교 삐야기'가 대표적이다. '펜스'는 폐쇄형과 익명형을 조합했다. 


반면 개방형·공유형 SNS의 대표 주자인 페이스북은 "얼굴을 드러내는" 관계를 지향한다. 이용자가 올린 스토리가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친구의 친구까지 알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구글 벤처스도 차세대 SNS로 익명성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사생활을 보장받으려는 이용자를 고려해서다.


페이스북은 익명으로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룸(Room)' 앱을 출시했다. 룸을 개설한 이용자는 다른 친구를 초대하거나 익명으로 글을 등록할 수 있다. 실명을 통해 수준 있는 관계와 스토리의 교류를 강조해온 페이스북의 '철학'이 변경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이 SNS에 바라는 기대심리, 보상심리도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소셜 관계'가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안전하고 따뜻함을 향유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설명한다.


사실 그동안의 SNS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었다. 다양한 정보를 누구나 공유하는 모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뉴스와 정보를 공유하고 논쟁에 뛰어들수 밖에 없었다. 적지 않은 혼란과 고통도 경험했다. 러시아산 명태, 의료 민영화 등 자극적이고 대립적인 소재들이 괴담으로만 흘러 지나갔다.  


그럴수록 SNS는 서로를 위로하고 껴안는 감성적인 스토리를 갈구했다. 더 많이 오르내리는 소식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스토리, 직장 생활의 애환, 취업 준비생의 분투기, 딸바보 아빠의 에피소드가 격렬한 세상사를 덮는 풍경이 잦았다.


여름에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기부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SNS를 휩쓸었다. 기부자가 SNS상에서 클릭이나 공유, 댓글 등으로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는 '소셜 기부'가 유행처럼 번졌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노란 리본' 캠페인은 SNS를 지속적으로 물들였다. 


한편으로는 선거 기간 중 '효도 SNS'는 유권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아들의 SNS 글로 치명상을 입었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상대 경쟁 후보의 딸이 폭로한 SNS 글로 기적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SNS에 드러난 '아버지의 진실'이 여론을 흔든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SNS 이용률은 전년 대비 평균 11%나 상승했다. 특히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용률이 평균 50%를 넘었다. 현재 국내 월 활동 이용자 기준으로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은 각각 2,900만명, 1,100만명을 기록 중이다. 밴드와 함께 3대 모바일 SNS로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 아니라 다양한 기호와 욕구를 결합하는 충성도 높은 채널로 성장한 SNS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달아 올랐다. "지하철 택배원이 제주에 보내주세요"라는 희망 메시지, 포스코 라면, 박근혜 3M, '네 글자로 달린다 제네시스', '앵커의 진행 실수'를 내세운 광고까지 회자되는 이야기들은 넘쳐났다.


특히 올해에도 이미지와 영상 스토리는 SNS의 인기 콘텐츠로 화제를 모았다. '나'에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특정 주제나 분야로 집중된 '버티컬 SNS', 정보 소비의 개인화에 부응하는 '큐레이션 SNS'로의 진화도 거듭됐다. 


기업이 SNS를 통해 수집하는 개인 정보, 이용 패턴은 투명한 관리 체계라는 사회적 이슈와는 별개로 큰 그림을 구채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SNS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도 '플랫폼'을 강화할 태세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모바일 메신저와 SNS가 금융, 전자상거래로 반경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톡이 쇼핑 서비스를 하는 식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이어 콘텐츠 유통 그리고 이제는 비즈니스와 사물 인터넷 플랫폼까지 접점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체에서 돈을 받고 홍보글을 쓰는 '블로거지'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SNS의 그늘이다.


무엇보다 SNS의 역기능은 합리적 소통보다 감정이 앞서 허위 정보나 사회적 갈등이 부추겨진다는 점이다. '좌빨'과 '수꼴'의 이전투구는 올해도 인터넷 공론장을 망쳤다. 집단적인 증오와 대립이 낳은 인터넷 3류 문화는 한국의 SNS를 계속 배회하고 있다. 또 관음과 폭력이 난무하고 신상이 털리는 배수로가 된지 오래다. 


산업적인 가치를 키우는 SNS의 이면에는 사회적인 진통이 이어지는 셈이다. 2015년에는 규제와 처벌을 고수하는 국가 기관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네트워크의 참여자들 사이에 잦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SNS와 그 이용 문화가 더욱 분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토론하는 SNS,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파악하는 SNS 등 공적, 사적 SNS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시사저널> ‘핫이슈 시사 2015 대전망’ 단행본 게재용으로 11월 초 작성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세월호 특집판. 내부에서는 서비스의 정의를 하지 않았다. 디지털스토리텔링이냐,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냐를 따지지 않았다.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말 그대로 특별한 서비스에 집중했다.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모바일 버전(오른쪽)을 고려하는 등 5일이란 짧은 작업기간 치고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오마이뉴스는 15일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4월16일, 세월호-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이란 특집판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 꼭 한 달만이다.


철저히 콘텐츠 중심의 기획으로 '세월호'를 조명했다. 우선 시간과 공간의 재구성이란 콘셉트를 정했다. 출항-침몰-침몰 이후 등으로 나눠 스토리를 이루는 시간은 최대한 분 단위로 잘게 쪼개고, 공간은 최대한 좁고 자세히 복원한다는 데 목표를 뒀다. 


그 다음 설계 도면과 관련 정보(텍스트 기사와 영상)를 매칭했다. 이 작업은 대부분 HTML로 제작했다. 또 타임라인 오픈 소스로 연출했다. 영상 인코딩은 방송팀 지원을 받았다.


기자들은 자료를 모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인터페이스 등을 고민했다. TF팀(기자 2명, 디자이너 2명, 개발 2명) 형태로 5일간 작업했다. 


TF팀장 역을 맡았던 이병한 차장은 "생존자 소재 파악과 설득을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모바일에서도 괜찮은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당초 가로 모양의 배를 모바일 스크린을 고려해 세워서 처리했다.


이 차장은 "화면 보다는 개별 콘텐츠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 판을 기반으로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앞으로 6개월 또는 1년 뒤 이 설계도면 위에 접촉 가능한 모든 생존자의 증언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번 세월호 특집판 TF팀은 편집국에서 이병한-김도균-안홍기-김동환-박소희-김지혜(이상 기자), 고정미(디자이너) 등 총 7명이, 서비스국에서 디자이너 봉주영 씨, 개발자 최용민, 박준규 씨가 투입됐다. 전체 페이지 레이아웃과 개별 콘텐츠의 탈출 경로 그래픽은 각각 서비스국과 편집국 디자이너가 맡았다.


이에 앞서 2013년 10월 '검찰이 찾아낸 국정원 인터넷 공작 2120페이지 전문 공개(첫번째 버전)'와 그리고 올해 '강기훈의 23년', '유유성 스토리' 등 잇따라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오마이뉴스 내부에서는 일단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뉴스 서비스 혁신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다만 여건상 전담팀 보다는 TF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월호 배 설계도면을 펼쳐 놓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새로운 뉴스의 확산은 독자와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마이뉴스 이병한 차장은 "특집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속보성 뉴스보다 독자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언론사는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독자들은 (언론사에서 뉴스 혁신 사례를) 일과성으로 내놓는 건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하려는 건지 의도를 알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내놓으면 독자들이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적 인지 효과가 상당한 만큼 가치를 아는 독자들이 모일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기자와 엔지니어간 내부 협업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차장은 "역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서로의 영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언론사 뉴스룸의 취재기자들은 일반적으로 타 직군의 업무를 모르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협의 자체가 어려운 문화인 것이다. 


그는 "기자이지만 서비스 기획을 오래 하면서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의 업무를 이해한 것이 나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면 할수록 단순히 개발 프로세스를 인지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코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차장은 "기자와 엔지니어가 함께 하는 작업의 관건은 협업을 능숙하게 이끄는 PD적 자질을 가진 인재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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