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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 <미디어스> 보도 사진 캡쳐.

최근 일부 언론과 독자 사이에 불거진 갈등은 첨예화, 장기화 조짐이 있습니다. 이 갈등은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진보언론 만의 문제도 아니고,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자들로 한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에서 '진보언론'은 과연 어떤 역할이 필요한가? 현대의 진보는 무엇인가. 주권자인 시민이 진보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진지한 질문에 해답을 찾는 숙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사단의 배경은 진보언론의 불확실한 정체성에 있습니다. 진보언론과 독자 간의 관계는 가족관계, 결연관계, 동지관계가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원초적 고리인 가족관계가 깨지면서, 애착구조가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아닌가

더 중요한 것은 양측 사이에 제대로 된 `연결`과 '관계'가 존재했느냐는 것입니다. 있었다면 그 관계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것으로 구체화했느냐는 점입니다. 가족관계나 결연관계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뿌리 깊은 교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얽매이면 관계는 무덤덤해집니다. 관계의 진척이란 것이 딱히 있을 수 없습니다. 꿈이나 희망을 공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독자들에게 명료한 관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성장하려는 미디어라면 독자와 전략적 관계를 상정해야 합니다. 항상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독자가 `말 걸기`를 하면 여기에 대해 피드백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독자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변화한 일상에 다가서는 콘텐츠 생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에서 전략적 관계의 경쟁력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독자들은 진보언론을 통해 이런 관계를 체험했는지 불명확합니다. 진보언론은 독자들을 여전히 가족, 결연 같은 낡은 관계구조로 두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반면 독자들은 이미 기존 언론의 영역을 떠나 스스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의 발제문에 나온대로) 네트워크에서 '제3의 공간'-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을 하는 독자들입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입니다.

현재 진보언론은 자신들에게 항의하고 압박하는 독자들을 '문빠'로, 반지성주의 그룹으로 가두려고 합니다. 이 갈등의 생산적 에너지를 고려한다면 프레임 처방전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저널리즘을 진지하게 소비하는 열혈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 진보언론과 시민 즉, 공중 간에는 정신적 심리적 유대감이 존재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진보언론이 대리로 표현해준다고 판단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언론의 보도는 '나'의 의지나 신념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간주되었습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더라도 진보언론은 공동체의 번영을 지키는 등대이며 버팀목이라고 안심했습니다. '가족'에서나 가능한 절대적인 신임과 의존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광장의 촛불이 이끈 에너지는 진보언론에 대한 그림을 전통적인 결합의 수준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연대하는 전략적인 관계로 이끌었습니다. 한때 결코 끊을 수 없는 가족 같은 관계였지만 이제는 관점의 차이에도 갈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진보언론, 독자를 새롭게 인식해야 

진보언론은 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오기를 부리고, 우리가 함께 성취한 것에 대해 흠집을 내는지 더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국면에서는 심리적, 경제적 모든 후원을 접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그런 판단이 가능해진 것은 달리진 미디어 생태계입니다. 압도적 시장팽창 환경은 물론이고 내용적으로도 지난 수년 사이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대안적 독립적 미디어는 종전의 언론이 견지하는 엘리트적 태도를 넘어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킬 준비와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진보언론은 독자를, 특히 말을 걸어오는 독자를 전략적인 협업관계로 전환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진보언론은 종편을 보유한 보수언론처럼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독자만 보고 가야하는 매체입니다.

독자와 언론 간의 전략적 관계란 독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제언하고 뉴스조직이 이를 수렴하여 함께 뉴스 생산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협업 과정을 갖는 것입니다. 특정 사안을 놓고 결과물을 만들거나 결과를 향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커뮤니티 관계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 관계는 어떤 시기에 종식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결과를 갖고 다른 논의와 다른 커뮤니티로 연결될 수 있는 힘을 축적합니다. 

토론자 이준웅 서울대 교수의 지적대로 '비판적 담론공중'으로서 독자의 잠재력을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제한적 정보이지만 이를 신뢰하는 반지성주의가 네트워크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멍청한 언론과 똑똑한 독자 간의 대립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의 마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진화하고 있는 독자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것이 본질적인 대응입니다. 

독자와 언론의 '전략적 협업관계'

우리 공동체는 이제 '투명성'의 가치경쟁으로 나아가고 있고 또 나아가야 합니다.

언론인의 잦은 스캔들, 보도의 오류, 옐로우저널리즘의 확산 등 내부의 오류는 물론 다양성의 확산, 전문성의 경계붕괴, 정치과잉 등 외부적 충격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 국면에서 독자는 언론에 비해 더 많은 선택과 질문을 할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기자에게 일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독자들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하게 저널리즘 투명성에 대한 주문입니다.

언론은 이제 투명성을 통한 신뢰성과 책임 강화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접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옴부즈맨 (공개 편집자, 독자 편집자)

• 내부 윤리 규정

• 독자를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회

• (투명성 제고의 상징성인) 보도 정정, 사과

• 기자의 스캔들에 대한 처벌

아래처럼 디지털적인 접근도 내실을 기해야 합니다.

 뉴스의 근거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링크는 확인 가능성, 신뢰성을 높이는 필수적 요소)

 경우에 따라서 보도에 수반된 합리적인 판단 기준 특히 편집상의 결정은 추후에라도 설명되는가?

 뉴스에 대한 독자의 질문을 기자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답하는가?

 댓글과 대화는 권장되고 있고 뉴스에 활용되는가?

영국의 진지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가디언>의 오픈저널리즘 가이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의 논의를 권장합니다.

 그 가운데 많은 것을 웹 사이트에 공개합니다.

 기자만이 권위, 전문성, 관심의 우위에 서는 당사자가 아님을 인식합니다. 

 다양성을 달성하고 반영하며 공유 가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널리즘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안과 주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 공동 관심사를 다루는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협력과 큐레이션을 합니다.

진보 언론은 뉴스의 가치를 인식하는 현명한 독자, 뉴스를 확산시키는 독자, 또 토론하고 참여하는 용기의 독자를 발굴해야 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뉴스 독자를 넘어선 '시민 미디어'입니다. 이들과의 연결에서 진보언론은 더 값진 영향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별히 디지털에서 독자와의 관계 증진은 진실성, 책임성, 일관성을 높이는데서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은 일반적으로 독자의 흥미를 파악해 건강, 라이프스타일. 취업 등 보다 연성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또 이메일, 댓글, 독자가 많이 본 기사 랭킹 등도 초보적인 방식입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의 욕망, 기대, 흥미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독자 관계를 향한 기본 과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이 기울이는 섬세하고 치밀한 노력에 대해 에드워드 러셀 <데일리 텔레그래프> 디지털 에디터는 "우리의 업무는 고객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신문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합니다. 즉, 우리는 누구도 제대로 보지 않는 기존의 플랫폼-지면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파트너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독자와의 새로운 관계 에너지는 상호작용성•공감성•신뢰성으로 생성됩니다. 이것은 네트워크 시대에 뉴스 미디어가 키워야 하는 경쟁력입니다. 지금까지의 업력과 저명성은 잊어야 합니다. 말을 거는 독자와 저널리즘 협업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적인 경쟁이 아니라 질(quality)에 초점을 두는 가치 경쟁을 선언해야 합니다. 존중, 배려 등 독자에 대한 관계의 원칙을 앞세워야 합니다. 또한 독자가 저널리즘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보 뿐만 아니라 독자와 함께 뉴스를 만드는 작업을 설계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퀄리티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지난 6월 21일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에서 주최한 <변환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현장에서는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참조로 <미디어스>는 이 세미나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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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2017년5월31일자. 나는 한경오 등 진보언론과 대통령 지지자 사이의 갈등은 느슨한 독자관계의 피로도와 불만이 누적돼오다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셜미디어를 두루 잘 활용하는 독자들을 상대로 특별한 고객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많은 청중(Audience)의 목소리가 네트워크에서 통합되는 점이다. 또 보다 많은 목소리 즉, 보다 다양한 관점의 '경계가 사라진 뉴스'를 마주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오래도록 나누고 검색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는 독자들과의 '협력' 외에 공존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른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간 충돌을 어떻게 보느냐는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있다. "고정·잠재 독자전략이 없는 뉴스조직은 자사 보도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일 수 없고, 독자와의 소통의 효용가치를 깨닫기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 

이번 진보언론의 경우처럼 '독자를 잃는' 소통과 보도행태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소수 기자의 일탈과 사소한 해프닝으로 한정하거나 가이드라인 정도로 봉합하는 것은 아쉽다. 무엇보다 뉴스조직 차원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절박함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많은 매체들 가운데 유독 '우리'에게 말을 거는 독자들-공격적이고 거칠게 행동하는 독자들에게 친절함과 존경심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여타 매체와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와는 거리가 먼 진보언론이 매달려야 하는 독자발굴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자들의 '압박'을 감정적으로 다루는 협량한 태도가 여전하다. 최근 사태에 대해 일부 기자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자신과 독자들에게 굴복(?)하는 뉴스조직을 분리시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무책임하며 무례하다. 

'독자압박'은 첫째, 독자들이 자신의 신념기준으로 언론(인)에 정론직필을 요구하고 둘째, 구독중단 등 관계단절을 집단적으로 암시·실천하며 셋째, SNS에서 지속적으로 여론을 형성해 언론(인)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독자압박은 광고주 및 권력의 언론간섭과는 다르다. 폭넓은 정보공유에 의해 대중적인 이슈가 되고 있으며 압박의 근거 역시 (독자 입장에서는) 아주 구체적이다. 반면 뉴스조직의 주장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브랜드 신뢰나 평판 더 나아가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동기가 되고 있다.

진보언론과 독자 사이의 갈등 국면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간 뉴스조직과 독자 사이의 관계가 느슨했고 대화의 기회와 실효성도 미흡했다. 한마디로 '독자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독자압박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독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파악하고, 뉴스조직의 논의과정에 독자참여를 확보하고 독자의 목소리를 취재보도에 수렴하는 `생산적인 독자전략`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이번 갈등은 두고두고 뼈아픈 일이 될 것이다.

특정 매체와 기자를 나무라는데 치우칠 것이 아니라 국내 언론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인터뷰 때 이야기한 것들을 정리한다. 또 언론 보도 내용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맥락을 보강했다.

`한경오`-독자 갈등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질문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독자-고객(단골손님:지불의사를 갖는 사람)는 누구인가?"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이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이 지향하는 가치는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투명성. 독자는 뉴스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을 수 있다. 독자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언론은 점점 뉴스 생산과정을 감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내일자 1면 톱뉴스나 단독-특종을 불과 몇 시간 이후까지 숨기기보다는 이 뉴스가 언제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시대다.

둘째, 책임성. 독자가 비난하는 내용을 우리가 책임감있게 다뤘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의 부주의가 있었다면 즉시 사과해야 한다. 또 후속 보도와 대화를 통해 충분히 알려야 한다. 가령 어떤 기자가 독자의 공격을 참지 못하고 독자를 비난했다면 그것은 책임이라는 가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뉴스조직은 발언하는 독자를 적으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 독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뉴스조직은 크고 작은 책임을 인정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미디어의 책임이다.

셋째, 다양성. 우리는 광범위한 목소리와 관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자들은 자신의 취재 보도 이후에 계속되는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그것에 귀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독자들이 훨씬 더 현명하고 솔직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기자는 중재자, 조정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고유한 원칙 혹은 매체의 관점-일정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그들의 독자의 기대치는 항상 비슷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 먼저 진보언론의 독자들과 성실한 대화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독자와의 갈등은 중요한 '고객'과 연관된 것인 만큼 뉴스룸의 리더, CEO가 나서야 한다.

디지털•모바일 퍼스트처럼 속도나 형식 등 뉴스생산양식의 고민 못지않게 고객에 대한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인 소통을 의미하는 ‘독자 퍼스트’를 서둘러야 한다. 독자 퍼스트란 독자를 친구와 동료, 파트너로 다루는 협업과 협력을 의미한다. 이미 '독자 최우선 전략'은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카드로서 논의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나고 있는 진보언론과 독자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첫째, 지난 십수년간 진보언론의 혁신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제보 사이트를 열거나 인터넷방송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돈을 후원해달라는 읍소도 하였지만 말이다. 독자들에게 진보언론의 혁신이 무엇인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진보언론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독자의 과잉감정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진보언론은 그들의 혁신을 독자들에게 알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문제는 진보언론이 그간 자신의 독자들에게 진정성이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간극이 벌어지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기자의 감정노출이 빚은 일시적인 사건으로 봐선 안 된다. 독자들이 진보언론의 혁신을 제대로 공감했던 적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독자가 진보언론과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기자들의 '결기'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둘째, 최근 논란이 된 소통 방식도 문제다. 소셜미디어처럼 개방적이고 유대감을 갖는 공간에서 기자가 독자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독자와 싸움을 거는 고약함은 문제다. 더 나아가 독자를 공격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도 무례하다.

지금까지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에서 자신들이 지키고 확보해야 하는 독자들을 잃으려고 소통한다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일단 논란이 커지자 진보언론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은 소셜미디어에서 기자의 대화방식과 태도를 규정한 근거가 없어서는 아니다. 우리에게 독자란 무엇이고 또 누구인지, 이들 독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방향이 없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셋째, 진보언론은 다른 언론사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주저없이 해왔다. 자사의 보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요즘 일부 독자들의 항의는 "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변호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품격 있는 저널리즘을 해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독자들이 이번 사안에서 관심을 갖고 제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방식으로 독자들과 대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호소력있게 다가서야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논설위원이 독자 댓글을 골라 답변하는 형식의 동영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객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소통 더 나아가 네트워크에서 미디어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첫째, 현대 독자들은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거는 기대감이 아주 높다. 언론은 거기에 상응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령 독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뉴스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독자의 합리적인 지적이라면 사과를 하고 정정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 가령 라이브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등 독자의 이야기도 자주 들어야 한다 독자는 뉴스를 그저 읽고 퍼나르는 소비자가 아니라 뉴스를 함께 만드는 '협력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참여자는 포털로 유입되는 독자를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독자대응의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언론은 소셜미디어의 독자가 네트워크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몇 년 전 시카고 트리뷴 편집자 게르 잉 커른 (Gerould Kern) 편집장은 "우리는 수만 명에 이르는 일련의 개인적 연결에 주목한다. 우리의 성공은 어떤 형태로든 트리뷴에 오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독자와 유대 강화를 위해 2012년 한 해만 공공정책 토론, 저자대화, 기자 세미나 등 100개 이상의 뉴스 이벤트를 개최했다. 독자의 생각과 능력을 알기 위해 함께 활동했다.

셋째, 소셜미디어에서 언론과 독자 사이의 소통은 정확하고 검증 가능하며 공정한 것일 때 의미가 있다. 가령 독자들은 언론의 오류를 지적하고 언론은 그것에 대한 판단을 내려 피드백하는 과정을 갖는다. 

이러한 투명한 과정은 신뢰를 쌓는 일이다. 신뢰는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독자는 저널리즘이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왜 이 사진을 채택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식의 보도가 이뤄졌는지 신속하고 명백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는 소셜에서 언론의 진지하고 투명한 노력에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넷째, 언론은 소셜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 또는 잠재고객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공동체의 청년 활동가들, 반짝이는 창업자들 그리고 우리를 들뜨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셀럽과 철학자들을 불러모으고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대선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왔던 군대 내 동성애자 이슈는 지금도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묻히고 있다.

다섯째, 소셜 미디어는 가정사와 같은 일상적인 주제, 최신 유행 등 트렌디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채워지는 뉴스조직이 필요하다. 이것은 새로운 저널리즘 활동이다. 매체는 독자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주인공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여섯째, 최근의 갈등에서 우리가 배웠던 가장 중요한 점은 언론과 기자가 독자들과 대화를 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에 대해 관심을 갖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야 한다. 대화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능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뉴스조직의 소셜미디어 활동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조직 내 갑질문화, 연성뉴스(스낵커블 콘텐츠) 등 상업화와 선정주의, 댓글관리 등 허술한 소통체계가 지금까지 국내 언론의 소셜미디어 활동의 그늘이다. 

첫째, 소셜가이드라인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엄정한 규칙만 강조하면 미래지향적 활용은 억제된다.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진보언론은 소셜 소통의 잠재력을 키우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둘째, 소셜 활동의 구체적인 목표가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돼야 한다. 트래픽, 브랜딩, 독자관계 관리 등 체계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특히 내부 구성원들은 항상 진지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셜미디어를 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공유한다. 이를 위해 인프라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의 이 부문에서의 투자가 성의있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셋째, 디지털•모바일 퍼스트라는 구호 넘어 자리잡은 '독자 퍼스트'의 의미를 가다듬어야 한다. 네트워크는 새로운 무대이다. 이곳에 참여하는 독자들과 공생의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독자 퍼스트는 "우리가 정성들여야 할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 우리가 그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 우리와의 유대관계가 그들의 삶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최상의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을 의미한다. 언론사 내부에 '디지털 리더십'의 정립이 수반돼야 한다.

진보언론과 독자들 간의 갈등과 마찰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뉴스 생산자인 전통매체가 커뮤니케이션 주도권을 잃는 사이 네트워크는 더 촘촘한 연대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전통매체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드라마틱한 아니면 이미 진부한 단정일까.

덧글. 이 글은 <더피알>, 이번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미디어오늘> 등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내용을 재정리했음을 거듭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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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저널리즘을 제언하는 뉴욕타임스의 혁신 프로젝트. 신뢰와 소통의 문명을 재현하는 퀄리티 저널리즘이야말로 디지털 혁신의 최고 덕목이어야 한다.


"언론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다"란 선언적 화두가 제시된지 어언 10여년. 전 세계 전통 뉴스 미디어의 숨가쁜 혁신 변주곡이 요란하게 켜졌지만 안갯속인 뉴스 시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은 매체 포화와 포털사이트 등이 압도하는 시장 경쟁 질서가 이어지며 생존마저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를 통한 뉴스 이용은 한국이 28%로 26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사실상 최하위권에 속했다.

또 포털 및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소비를 시작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로 세 번째로 높았다. 온라인 뉴스 소비에서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는 비율(48%)은 가장 높지만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뉴스를 이용할 때 뉴스미디어의 브랜드를 인지한다는 비율은 가장 낮았다. 언론사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이 뉴스 소비의 출발점이라는 응답은 불과 13%였다. 

또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6개국 중 22위였다. 35세 미만 젊은 세대는 고작 10%만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온라인 뉴스 유료 구매 경험은 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 기관이 국내 디지털 뉴스 생태계를 들여다본 성적표치고는 우울한 잿빛이다.

정론을 펼친다는 언론산업은 왜 불신받는가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도 전통 뉴스 미디어의 입지 축소는 거듭 확인됐다. 가장 일반적인 시장 지표인 신문 구독률은 2004년 48.3%에서 2015년 14.3%로 계속 떨어졌다. 열독률은 같은 기간 70.6%에서 25.4%로 급감했다. 

미디어별 하루 평균 뉴스 이용시간도 종이신문(7.9분)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한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의 수도권 시청률은 2% 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비해 인터넷은 103.8분, 소셜미디어는 22.7분으로 전통매체를 압도했다. 

뾰족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해외 언론의 '청사진'만은 희망의 좌표로 자리잡았다. 7명의 <뉴욕타임스> 기자로 구성된 '2020 그룹(The 2020 Group)'이 올해 초 공개한 '독보적인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 전략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게 했던 2014년 5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그 울림은 명징했다. 최근 2~3년 사이 독자가 주로 이용하는 매체 조합 즉, '미디어 레퍼토리(media repertoire)'나 콘텐츠의 형식 선호에 맞춰 대다수 언론이 기울인 다채로운 노력의 중심에 저널리즘 가치라는 근원적인 성찰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희망이라면서 왜 제대로 하지 않는가

지난 2012년 아름답고 역동적인 그래픽을 탑재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뉴스 ‘스노우폴(Snow Fall)’은 한국언론에 큰 자극을 줬다. 수많은 뉴스 형식 실험이 곧바로 전개됐다. 그러나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보여주기식’ 접근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것조차 만들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던 '카드뉴스'의 경우 불과 1~2년 사이 '이용 피로도'만 쌓였다. 한때 수백만 클릭을 기록하던 데서 지금은 뉴스 혁신의 '체면치레'나 하는 것으로 전락했다.

이러는 사이 '포털 검색어 기사', '자극적 제목달기' 등 '옐로우 저널리즘'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한 것은 물론 '기사형 광고'를 내세운 '상업성'의 그늘만 짙어졌다. 결국 십수년 동안 포털사이트로 넘어간 뉴스 이용 점유율을 되돌리지 못한 채 고착화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대다수 언론이 '포털 탈출'의 기대주로 꼽은 소셜미디어에서도 논란만 커졌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뉴스 스타일은 쏟아냈지만 콘텐츠 완성도는 물론 독자 '소통'은 여전히 부족했다. 더구나 일부 언론사 소셜미디어 운영자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아 '드립' 논란만 일으켰다. 정규직이 아니라 수개월 짜리 인턴을 뉴스룸에 투입하고 '갑질'하는 뉴스룸의 허위의식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품격 있는 저널리즘의 격과 결은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트렌드에 맞추는 콘텐츠 생산의 함정

반면 ‘스브스뉴스'-'비디오머그'의 SBS, '소셜스토리'의 JTBC 등 방송사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자의 직접 참여로 브랜드 마케팅까지 확장하며 주목받았다. 이러한 시도가 '완성품으로서의 뉴스'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뉴스'를 관철하는 자극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과정으로서의 뉴스'란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더 나은 가치를 수렴해가는 뉴스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독자에게 보다 중요한 목적지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위상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보도(report)'와 '직원',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트래픽과 페이지뷰의 성장전략은 폐기하고 독자의 습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긴 안목을 우선시할 것을 내세웠다. 당장의 생존과 효용성을 위해 방치하는 '베끼기', '짜깁기', '따옴표 보도'를 버릴 것이란 경고이기도 하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온라인 뉴스 동영상의 미래(The Future of Online News Video)' 보고서는 뉴스 동영상의 현주소를 뼈아프게 진단했다. 온라인 뉴스 사이트 30곳의 동영상 채널에 머무른 시간이 전체 평균 방문 시간의 2.5%에 그쳤다. 북미 지역에 한정된 통계지만 뉴스 동영상이 텍스트에 비해 실제로는 많이 소비되지 않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내 언론은 이같은 냉정한 진단과 측정은 생략한 채 '모바일 퍼스트', '비디오 퍼스트'라는 수사적인 자기 최면에 갇혔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자체 플랫폼 강화 노력은 포기하고 독자는 실종된 언론사 간 순위놀이에 매몰됐다. 실제로는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위한 '봉사' 뿐이면서도 독자 접점 확대로 미화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조직의 다수 구성원이 우리가 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합의하고 움직이는 진지함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었다.

업의 본질은 품격과 신뢰의 저널리즘이다

<뉴욕타임스>는 단지 풍부한 멀티미디어를 제공하는 선에서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과는 180도 다른 차원과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자를 비롯한 전체 구성원의 채용과 교육, 인사는 물론 취재와 보도의 수준, 콘텐츠, 업무와 역할을 세부적으로 재정의하는 밑그림을 강조한다. 디지털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전통 뉴스 미디어는 뉴스 콘텐츠의 상품성 약화, 독자와의 상호성 미흡, 네트워크 생태계에서 연결성 빈곤으로 생태계의 주변부에 배회하고 있다. 6년 전 0명에서 1년 전 100만명 이상의 디지털 독자를 보유한 <뉴욕타임스>는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커머스의 위기를 '품격의 저널리즘'으로 극복해온 혁신 리더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저널리즘 구현, 즉 '업의 본질‘ 추구가 진정한 성장과 닿아 있음을 역설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무엇보다 왜 뉴스조직을 바꾸어야 하는지의 의문 즉, 원칙과 방향을 명확히 하는데 초점을 둬 왔다. 현대의 광고주들은 콘텐츠 소비를 위해 언론사의 플랫폼에서 오래 머물고 호기심과 의견을 드러내는 고객에게 주목한다는 것 쯤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이 경쾌한 권위와 명성을 구가하는 신문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 제공이야말로 언론사의 디지털 플랫폼이 추구하는 제1의 목표임을 거듭 되뇌인다. 첫째, 매일 습관처럼 찾아오는 곳 둘째,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곳 셋째, 기꺼이 구독료 지불의사를 품게 하는 곳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즐겁고, 유익한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진화 

특히 언론사가 생산하는 모든 뉴스는 단편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고 시각화(Visual-first),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같은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옷을 입는다. 모든 개별 뉴스는 다른 연관 정보들과 함께 구조화된다. 

고객을 즐겁게 하고 판단을 돕는 유익한 조언도 추가된다. 가령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지를 설득한다. 이같은 '서비스 저널리즘'을 선언한 <뉴욕타임스>는 아예 상품 추천 서비스 와이어커터(Wirecutter)와 스위트홈(Sweethome)을 잇따라 인수했다. 정보 생산자로서의 지위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안내자(guidance)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론 본연의 활동이 줄어들어서도 안된다. 탐사보도나 인사이트를 담은 논평 등 품격있는 저널리즘은 혁신의 변함없는 중심축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 생태계와 충돌하는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칼럼은 지양한다. 그 대신 '다양성'과 '전문성'을 뉴스의 최고 가치로 다뤄간다. 

유연하고 탁월한 구성원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비디오 그래픽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등 기술 분야의 권위자들은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언론사의 R&D 예산은 전무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금지원 없이는 인프라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뉴스조직의 진화를 돕는 사회적 후원도 극히 제한적이다.   

독자 데이터·수익모델과 디지털 기술의 접목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가 발표한 '2017년 10가지 이슈'는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에 상당한 내용을 할애했다. 언론사들이 처한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다. 여기에는 언론과 광고주 사이의 구도가 재편되는 조짐이 있다. 가령 '브랜드 저널리즘'에 나선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미디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언론사가 우수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광고주를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여명이 넘는 인력으로 자체 뉴스룸을 갖춘 한 대기업은 "우리는 (광고 관행을 바꿀) 준비가 됐지만 언론은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에둘러 현장을 표현했다. 사실 혁신은 기자들이 모여 있는 뉴스룸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케팅, 비즈니스 전담 인력들도 융합적인 매체 환경을 주도할 기술 역량을 갖춰야 한다. 편집국과 광고국 간의 '매출 경계 갈등'이 아니라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 인프라를 언론사 내부에 갖추는 시급하다. 

불확실한 콘텐츠 유료화의 과제도 만만찮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스스로 생산한 뉴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독자들이 외면하는 콘텐츠라면 애써 시간과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 고객이 될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이 없다면 일방적인 뉴스일 뿐이다. "언론은 모르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알고 있다"는 독자와 관련된 데이터 수집, 활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나 대학, 연구자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펼쳐야 한다.  

뉴스 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국내 시장에선 비미디어 부문의 수익 다각화는 앞으로 특별한 의제가 될 것이다. 언론 브랜드의 힘이 있을 때, 재능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미래 비전을 그리는 큰 그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팎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치밀한 투자 분석을 체계화하는 마케팅과 비즈니스의 시야가 필요하다. 

디지털 대응 속도와 트래픽에 주력하면서 놓쳤던 저널리즘의 가치를 복원하는 혁신 어젠다.


디지털 리더십·파트너십·멤버십·성과의 재정의 필요

2017년 세계 신문업계는 광고수익(628억 달러)보다 구독수익(639억 달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의 차별화·고급화·전문화에 따르는 일관된 투자 못지않게 독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리는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로 뒷받침해야 한다. 페이지뷰만 기록하고 사라지는 휘발적인 이용자에서 평판과 콘텐츠를 갖춘 참여지향적인 독자를 흡수할만한 멤버십이 나와야 한다. 

디지털의 성과 재정의도 필수적이다. <뉴욕타임스>는 "가장 성공적이며 가치 있는 기사는 가장 많은 페이지뷰를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다른 매체에서 접할 수 없고, 통찰력과 영감을 얻는 뉴스라면 비록 트래픽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단독과 특종의 낡은 우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의 독자라도 공감·반응할 수 있는 콘텐츠에 방점을 둬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도 각별한 이슈다. 정치권 광고주 출입처를 중심으로 전통적 유대와 연고에 기반한 '아날로그 리더십'을 뛰어넘는 '디지털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 디지털 리더십은 평등성, 개방성, 투명성, 상호성 같은 네트워크의 특성을 껴안은 통찰과 결단이다. 이는 개인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집단지성의 잠재성을 도모하는 창의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협력자를 넓고 깊게 상정하는 디지털 리더십은 콘텐츠와 관련있는 것이라면 다리를 잇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동차, 생활가전 등 그동안은 거리가 멀었던 이종사업도 협력의 관점에서 다룬다. 위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 유연한 대화의 장을 지지한다. 더 나아가 각계의 전문가들은 물론 독자들과 친근한 벗을 자처한다.  

한국판 혁신보고서를 낸 <중앙일보>의 드문 도전은 겨우 1년여의 시간을 지났다. 척박한 국내 뉴스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려면 그 누구든 조급증은 버려야 한다. 폭증하는 뉴스의 시대, 다양하게 분화한 뉴스 소비자에게 '저널리즘의 가치'를 복원하는 공동의 자정과 분발이 절실하다. 허울과 구호 뿐인 지금까지의 디지털 혁신 논의를 넘어선 '신뢰·소통·독자'의 가치를 곧추세우는 대장정이 시작돼야 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관훈저널> 142호(2017년 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원고 작성시점은 2월 초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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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스토리텔링의 변화

Online_journalism 2017.02.20 09:14 Posted by 수레바퀴

뉴스의 폭주 시대다. 뉴스를 만나는 독자들은 분화하고 있고 언론사는 이들과 조응하기 위해 부산하다. 뉴스의 형식 변화에 많은 변화가 거듭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속에서 기억나는 뉴스와 언론은 보이지 않는다. 독자가 원하는 것에 포괄적으로 조응하는 서비스저널리즘까지 등장한 마당에 좌고우면할 시간은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가 전제해야 할 것은 없는가? 스토리텔링의 범람에서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디지털에서 만나는 뉴스는 수십 년 전의 출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매체의 콘텐츠가 소셜과 모바일에 억지로 끼워 맞춰지고 있다" 

2016년 말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CEO가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이다. 전통매체는 여전히 인터넷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버즈피드>는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이 결합한 소셜미디어에서 '항상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내놓는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에서는 '공감성, '이면성', '인간적 흥미성' 등의 뉴스 가치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로만 끝나지 않고 '사적 영역의 뉴스화’, ‘주관적 의견의 뉴스화’, ‘조각 사건의 뉴스화’ 등 내용적인 전환도 모색된다.

실제 현장에서의 뉴스 혁신은 육하원칙(5W1H)의 뉴스 문법 극복, 다양한 표현 적용, 퀄러티(Quality) 저널리즘으로 전개돼왔다. 2012년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뉴스'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의 '스노폴(Snow Fall)'은 결정타였다. 

'스노폴' 직후인 2013년은 국내에서도 '인터랙티브 뉴스'가 서막을 알린 해였다. <경향신문> '그 놈 손가락', <한국경제> '사물인터넷 빅뱅이 온다', <매일경제> '경주마 당대불패 이야기', <아시아경제> '그 섬 파고다' 등 장기간 준비한 작품들이 빛을 봤다.  

정보 구조화, 집단지성 활용, 산학연계 등 울림이 있는 시도도 쏟아졌다. 주간지 <시사IN>의 '응답하라 7452'는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인터랙티브를 줄이는 대신 메시지 자체에 초점을 뒀다. 지역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부산일보>의 '석면쇼크'도 이 무렵 공개됐다. 

2010년 전후 <연합뉴스>를 필두로 <조선일보>, <한겨레> 등의 디지털 부서에서 크고 작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첫 선을 보인지 3년여 만에 재점화했다. '2016 온라인저널리즘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중앙일보> '대한민국 검사의 초상', 모션 그래픽 100만 촛불의 과학' 그리고 <경향신문> 최순실 게이트 관계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등 수작이 적지 않았다.

사실 국내 언론에서 체계적인 디지털 뉴스 생산이 본격화한 것은 인터랙티브 뉴스가 아니라 카드뉴스다. 2014년 미국 <복스뉴스>는 '카드스택(card stacks)'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고, 턱밑에서는 <피키캐스트>의 재미있는 카드뉴스가 대파란을 일으켰다. 

카드뉴스는 카드 규격의 공간 안에 사진과 텍스트를 담아 한 장씩 넘겨보는 스와이프(swip) 구조로 돼 있어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는 포맷이다. 크게 기존 보도물을 요약하는 것, 인물과 주제를 설명하는 것, 수치나 통계 따위를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나뉜다.

지난해 대부분의 언론사는 카드뉴스에서 폭넓은 소재를 다뤘다. 2015년 초 SBS <스브스뉴스>가 '최저 시급으로 '밥상 차리기'…각 나라별 사진 화제' 등 재미와 정보를 담은 카드뉴스로 소셜미디어를 주름잡은지 2년 만이다. 

카드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 '티타임즈(TTimes)'도 탄생했다.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1분(boon) 등 양대 포털사이트도 모바일 카드뉴스에 힘을 실어줬다. 이 결과 <조선일보>, <한국일보>, <민중의소리> 등 대부분의 뉴스조직이 카드뉴스 제작에 뛰어들어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페이스북을 비롯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모은 것은 카드뉴스 뿐만 아니라 '리스티클 뉴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리스트(list)와 아티클(article) 합성어인 리스티클은 기사제목에 소재와 숫자를 제시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요약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일반적이다. 

카드뉴스처럼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의 콘셉트를 가진 리스티클은 '40대 직장인이 챙겨야 할 금융상품 5가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 등 소셜미디어 공유에 최적의 형식을 주도해왔다. 한때 언론사 간 베끼기가 넘치면서 피로도가 고조됐지만 간편한 제작과 배포 등 업무 효율성으로 카드뉴스와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모바일 플랫폼에 비디오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며 카드뉴스에서 클립 영상으로 대세가 이동하고 있다. 클립 영상은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의 대표 주자로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됐다. 

천편일률적인 뉴스 영상 재가공에 머물던 클립 영상은 기자들이 직접 해보는 체험형, 취재 현장을 라이브로 전하는 중계형, 중요 부분을 요약하거나 그래픽과 자막을 입히는 하이라이트형, 함께 토론으로 이슈를 풀어가는 방담형, 기존 자료를 짜깁기 한 재활용형, 독자 제보형·참여형, 페이스북 라이브 여론조사 등 여러 갈래로 진화했다.  

클립 영상은 스포츠·예능 등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KBS, MBC, SBS 등 대형 방송사의 활용도가 컸다. 편집 노하우와 제작 인프라가 한 수 앞섰다. 독보적인 SBS <비디오머그> 못지않게 JTBC 등 4개 종편사도 거들었다. 

독자가 문의하고 기자가 피드백하는 참여형 라이브 외에도 정규 뉴스 프로그램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셜 전용 기획 프로젝트가 잇따랐다. 정치이슈를 쉽게 소개한 '100초 정치수업', 출연자가 미션을 수행하는 '치킨 게임' 시리즈,  '어려워진 운전면허 기능시험 테스트' 등 <노컷뉴스> '씨리얼(C-Real)'은 강의형·드라마형 같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앞세웠다. JTBC는 '전기료 누진제 소송 이슈'처럼 시의성 있는 주제에도 순발력 있게 대응했다. 

<KBS 뉴스>의 '아침뉴스'는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를  통해 기상 리포터가 방송과는 다른 자유롭게 날씨 예보를 전했다. 머리를 긁적이거나 독자의 댓글을 읽어주는 등 친구같은 모습이다. '뉴스의 예능화'란 비판도 있지만 '친근한 뉴스'란 이미지와 '관계'를 덤으로 얻었다.

뉴스의 외연을 넓히고 독자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관되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JTBC는 페이스북 '사회부 소셜 스토리'를 통해 기자들을 스토리텔러로 내세웠다. 우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에 훌륭한 수준의 '티저(teaser) 영상'을 공개해 실제 방송 시청으로 유도했다. 또 '미리보는 뉴스룸 #큐시트'로 흥미를 유발했다. 

물론 JTBC는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에서 라이브 중계를 진행했다. 정규 방송이 끝난 직후 페이스북에서 기자와 앵커가 어우러진 '소셜 라이브'는 중단없는 뉴스 소비로 짙은 여운을 남겼다. 

뉴스를 색다르게 구현하고 이것들을 물 흐르듯 연결하는 방식은 JTBC 브랜드에 대한 교감을 넓혔다.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 리서치 부문 대표는 "기자나 부서, 앵커가 전면에 등장하는 페이스북 전용 콘텐츠는 다른 시사프로그램의 시청으로도 연결된다.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휘발적이고 느슨한 경험(Reader Experience)에서 지속적이고 강렬한 경험(Fan Experience)을 제공해 골수 팬을 형성하는 전략인 셈이다.  

방대한 자료에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데이터저널리즘'이 폭넓게 다뤄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KBS 보도국 데이터저널리즘팀 '고병원 조류독감 이렇게 퍼졌다', SBS 뉴미디어국 데이터저널리즘 서비스 브랜드 '마부작침'의 20대 총선, YTN 보도국 데이터저널리즘팀, <중앙일보> '데이터로 보는 뉴스세상(DATADATE)' 등이 두드러졌다. 

콘텐츠의 절대량이 많아질수록 선별된 양질의 정보 수요와 차별화한 형식의 몰입도는 커진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를 주제별, 타깃별로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추진하는 '분산 미디어' 전략으로 확장한다. 세대·나이·지역 친화적인 니치(niche) 콘텐츠에 비중을 둔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텁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2016년은 전통매체의 특종 경쟁이 디지털 뉴스 시장을 지배했다. 촛불집회를 라이브로 중계하는 영상이 압도했다. 정치 이슈가 온라인 저널리즘을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뉴스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뉴스 이용은 언론사 채널이 아니라 여전히 포털에서 이뤄진다. 뉴스 혁신 성과가 높게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유도현 대표는 "트래픽이 급증한 조선일보 '스낵(snac) 서비스'처럼 현재 연성 뉴스는 유효한 대응이다. 뉴스 혁신 그 자체에 주력한 것이 아니라 유통 채널 다변화로 시장 경쟁구도를 바꾸려는 여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뉴스의 위기는 가짜 뉴스(fake news)와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서도 불거졌다. 뉴스 생산의 전문성이 엷어지는 가운데 누구나 허위 정보를 마구 유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도마에 오르내렸다. 

또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편향적인 정보 선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셜뉴스중개자 즉,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의 기호나 취향을 반영한 내용만 뽑아서 전달하면 다른 사실을 접할 기회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독자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교류할수록 다양한 정보 노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뉴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팩트 체크(fact check)'와 '테크 저널리즘'이 부상했다. 미국의 주요 뉴스 미디어는 대선 후보자의 TV토론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접목했다. 후보자가 과거에 발언한 내용이나 관련 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검증했다. JTBC 뉴스룸은 '뉴스룸 팩트체크' 페이스북 페이지와 연동해 사실 검증 채널로 입지를 굳혔다.

4년 전 시작된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신문사 팟캐스트(pod cast)는 시사 분야 팟캐스트 영역에서  <한겨레>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기자나 유명인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주효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드론 등 첨단 기술과 결합된 테크(tech) 저널리즘도 화제였다. 기존 화각을 넓힌 360도 영상으로 통용되는 VR영상은 <한경닷컴> '뉴스래빗의 '아수라장 조계사' 보도를 시작으로 '"아들에 죄책감 없어요?"…잔인했던 부천 현장검증', '가장 추운 날…어쩌면 가장 따뜻했던 소녀' 등으로 주목받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동으로 뉴스를 생성하는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은 <LA타임즈>의 실시간 지진 속보 작성 로봇기자 '퀘이크봇(QuakeBot)'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시황 기사를 쓰는 2015년 초 <파이낸셜뉴스>의 ‘아이엠에프엔봇(IamFNBOT)’, 기업 공시자료를 전하는 <매일경제> 스타트업 '엠로보' 그리고 올 1월 <헤럴드경제>의 '히어로(HeRo)'로 이어졌다.  

드론은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때 조명받았지만 비행금지구역, 야간비행 금지 등 항공법의 제약과 전담인력 부족으로 신문사의 경우 취재 과정에 광범위하게 쓰이지 못했다. 그러나 독자 제보, 공모전 등의 형태로 가능성을 타진하는 언론사들도 하나둘 생겼다. <한경닷컴>은 외부 전문기관과 '한경 드론영상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사업화를 추진했다.  

강정수 대표는 "해외 뉴스 미디어는 디지털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술력과 콘텐츠가 우수한 스타트업이나 고객층을 확보한 온라인 미디어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내부 실험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외부 협력을 통한 합종연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자가 문제 해결이나 판단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정보를 흥미와 호기심을 곁들이며 제공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중앙일보>·JTBC는 올해 초 독자가 직면한 문제와 사회적 이슈를 여론화하고 대안을 찾는 열린 소통 채널 '시민마이크'를 오픈했다. '시민마이크'는 특정 주제에 대해 독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광장이다.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기법도 여럿 나왔다. <중앙일보>는 판결 데이터를 기초로 헌재와 독자의 인식 차이를 알아보는 '당신과 헌재의 싱크로율은?', '초간단 정치성향 테스트' 등 '뉴스퀴즈'를 꾸준히 선보였다. 

크고 작은 뉴스의 혁신들이 쏟아졌지만 '거품'론도 제기된다. 뉴스 스타트업 한승곤 <뉴스룸(Newsroom)> 대표는 "전통매체는 지나치게 '완성도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시장의 경향은 쉽게 전달하고 널리 공유하는 것이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 제공할 수 있는 가변형 생산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 형식 못지않게 조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도현 대표는 "독자를 고객으로 인식하고 성향을 파악하고 개인화 뉴스를 제공하는 활동이 커지고 있다. 핵심 독자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채널에 대한 맞춤형 접근으로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뉴스 혁신 방향을 설명했다. '브랜드 선택과 목적지향 독자' 또는 2030 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스마트 유저'를 발굴하고 이들과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를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뉴스에 관여하는 참여자로 상정할수록 뉴스의 변신은 필연적인 흐름이다.  

<뉴욕타임스>는 1월 미래 비전을 담은 <2020 보고서>에서 비주얼(visual) 형식과 '서비스 저널리즘(service journalism)'을 내세웠다. 독자가 견인하는 뉴스의 시대를 상징한다. 지난해는 다채로운 뉴스 형식을 풀어내며 독자와의 눈높이를 맞춰 봤다면 앞으로는 열성적인 독자와의 소통, 참여와 협력에 방점을 둬야 한다. 닫힌 커뮤니케이션에서 열린 커뮤니티로, 일방적인 콘텐츠에서 공감하는 문화로, 지식에서 지혜의 틀로 뉴스 경쟁력을 재정의해야 한다.


덧글. <신문과 방송> 2월호 원고입니다. 원고작성 시점은 1월 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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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없는 언론, 덕후 많은 유명인

Online_journalism 2016.09.19 00:19 Posted by 수레바퀴

류근 시인과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의 페북 계정. 류근 시인은 한 신문의 보도내용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고, 선대인 소장은 한 방송의 출연정지 통보가 부당하다며 공론화했다. 유명인이 자신의 소셜계정을 지렛대 삼아 레거시 미디어의 일방 통행에 직접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들의 팬들은 즉각 그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레거시 미디어의 독자 충성도는 빈약한데 비해 유명인의 팬덤은 규모는 물론 내실도 성장한지 오래다.

유명인들이 언론(인)과 관계에서 겪은 일들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과거에는 (향후 언론관계를 고려해서) 보도내용 가운데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최근에는 법적 다툼은 물론이고 기자 또는 제작진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소상히 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양상이다. 

<상처적 체질>에 이어 얼마전 시집 <어떻게든 이별>을 낸 류근 시인은 15일 페이스북에 한국일보 황아무개 기자의 기사를 링크하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왜 내 시집 기사 안 써줘요"란 제목의 이 기사에 '익명'으로 등장한 시인이 '나'라며 해명하고 나선 것.

평소 잘 아는 한국일보 다른 기자에게 안부 겸해 전화를 걸었다가 졸지에 '기사 청탁'을 한 '갑질 시인'이 됐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 류근 시인과 시는 '여성을 착취하는 메커니즘' 위에 똬리를 튼 채 "야만의 세계를 꼭 빼 닮은 야만의 시"를 생산하는 것으로 모질게 평가받았다. 

류근 시인은 이 기사를 "시에 대한 오독과 모독"이지만 "이해한다"고 받아들이면서도 시집 기사나 써 달라고 재촉하는 '쓰레기 시인'으로 둔갑시키고, 구체적 작품 인용도 없이 시집을 '여성혐오의 총알받이'로 만들어버린 '언론권력'에는 '양아치 폭력'이라며 토를 달았다.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도 없이 한 개인을 뭉개버렸다"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소셜 캐릭터처럼 "참 영광스런 노릇"이며 "눈물나게 고맙다"고 역설로 봉인했지만 쉽게 닫히지 않는 모양새다. 한 평론가는 류근 시인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했고, 소설가 이외수는 "평론가는 오줌을 누고 싶어 하는 개와 흡사하다"며 시인을 '응원'했다. 시인의 팬들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평소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온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18일 자신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KBS <아침마당>의 납득할 수 없는 출연 정지 통보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선대인 소장은 장문의 글에서 "프로그램이 정한 생존•탈락시스템은 어긴 채 담당 국장과 본부장이 전해 들은 의견을 내세워 중도하차를 결정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음에도) 시청자에게 사과는커녕 방송과정에서 저지른 잘못 때문에 출연을 정지시킨다는 안내 멘트를 방송에서 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또 선 소장은 "이번 일은 언론의 공정성과 여론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는 문제이고, 공영방송의 가치에 의문을 갖게 하는 문제"로 규정하면서 '공론화'했다. 선 소장은 특히 "(KBS 제작진과 주고받은) 통화 녹취파일과 문자 내용 등이 있다"면서 앞으로 진실공방이 있을 경우 '공개' 의사까지 밝혔다.

선 소장과 KBS측의 갈등을 전한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KBS 담당 CP는 "프로그램에서 정해놓은 규칙에 따르지 않고 선 소장에게 ‘출연정지’ 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 소장의 방송 내용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국장·책임피디·담당피디)이 자체적으로 판단과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또 KBS측은 조만간 제작진의 공식 입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 소장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팬'들을 중심으로 '공영방송 신뢰추락' 논란이 가열되고 있고, 언론보도가 잇따라 파문이 확산될 조짐도 엿보인다. 

언론(인)과 유명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몇 가지 생각할 여지가 있다.  

첫째, 언론(인)과 유명 취재원(출연자)은 대등하다. 이제 취재원은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에 노출되는 것이 일정한 성공을 위해 최우선적인 목표도 아니고, 언론 역시 (대중성을 갖춘) 전문가 확보가 예전처럼 몹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제 양측은 서로에게 전략적 파트너에 다름아니다. 더욱이 특정 사안이나 주제를 이끌어 가는 측면에서는 언론(인)의 역할이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흐름이다. 여행, 공연, 부동산, 금융 등 각종 이슈를 판단하는데 있어 레거시 미디어의 콘텐츠는 2순위가 되기도 한다. 언론은 여러모로 불순한 동기에 의해 보도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둘째, 유명 취재원(출연자)은 네트워크에서 브랜딩-대중성, 저명성, 전문성 등을 쌓는 동안 팬들과 직접 접촉이 늘어나게 된다. 단지 공감버튼과 댓글로 그치지 않고 미팅, 토크쇼, 식사 등 대면 접촉이 빈번해진다.

반면 언론(인)은 혁신의 강도나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당분간은 독자와의 직접 만남이 제한적이고 후차적인 과제로 머물러 있다. 독자는 댓글-게시판을 점령할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내)인사', '정책(논조)',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분명한 그룹은 아니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셋째, 유명 취재원(출연자) 특히 전문가들은 네트워크에서 영향력을 일정하게 갖추고 있다. 이에 언론(인) 사이에도 이들을 확보하려는 다툼은 격화하고 있다. 현실에선 '우리 편'은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매체와 협력할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등질 때도 있어서다.

사실 미디어 시장에서 전문가를 둘러싸고 피할 수 없는 경쟁은 오래 전 시작됐다. 유명 필자, 스타는 지면 경쟁력과 프로그램 시청률을 견인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심지어 페북 스타의 기사 공유는 클릭 순위를 주무른다. 언론(인)이 팬덤을 보유한 취재원(출연자)과 반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손해나는 일이다.

오늘날 유명인의 소셜계정은 언론은 물론 대중의 관심을 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과 척을 진 언론(인)을 보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유명인의 소셜계정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매일 습관이 돼 있다. 유명인의 '호소'는 "정의에 가깝다"는 팬들이 많다. 언론(인)은 활동 역사만 한 세기니 "누가 뭐래도 믿는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앞으로도 각 분야 전문가 즉, 유명인들과 레거시 미디어 간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안의 경중과는 별개로 유명인들이 자신의 소셜계정으로 대언론 비판에 활발히 나서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에서 확보한 두터운 팬층을 의식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류근 시인과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이 스스로 밝히면서 알려진 이 사건들은 대표적이다. 

'덕후'를 등에 업은 유명인 그리고 팬덤은 없지만 '관록'의 전통매체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대결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경기장은 점점 기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과 상호교류와 공감이 없는 레거시 미디어의 연전연패다. 오죽하면 현존하는 혁신의 최종 목표가 타깃 독자 확보이겠는가.

선대인 소장은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KBS 아침마당 시청자게시판에까지 찾아가 항의의 글을 올려주신 덕분"이라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KBS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선 소장은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공식적인 안내 멘트를 내보낸 데 따른 것이다. 선 소장은 "(자신의 출연정지는) '진짜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태"인 만큼 "(바로 잡는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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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법감정`은 흉악범죄일수록 피의자 신상공개가 당연하다는 쪽이다. 하지만 피의자 신상공개의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점에서 언론, 시민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5월 ‘안산 대부도 토막시신 살인사건’의 피의자 조성호(30) 씨의 신상은 경찰이 공개하기도 전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으로 알려져 ‘흉악범의 신상 공개’ 논란을 다시 일으켰다. 경찰은 조 씨를 긴급 체포한 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행 수법의 잔혹성 등을 근거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얼굴, 성명, 나이를 공개했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수사본부장인 안산단원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범행수법이 잔혹한 데다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점”에서 신상정보 공개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2010년 4월에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1) 제8조의2에 근거하여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피의자가 구속되기 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려고 피의자가 단원경찰서를 나설 때 피의자의 얼굴이 노출됐다. 경찰이 마스크를 씌우지 않아서였다2.) 현행 특강법 제8조의2는 피의자의 얼굴 공개 요건으로 △ 잔인하고 중대한 특정강력범죄일 것, △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것 등을 정하고 있다. 또 동법 제8조의 2 제2항은 피의자의 얼굴 등을 공개하더라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 오락가락

문제는 사건에 따라서 다른 결정이 내려진다는 점이다. 2015년 1월 자신의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서초구 세 모녀 살해사건’, 지난 1월 자녀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다 살해 후 사체를 토막내 냉동실에 보관한 ‘부천 초등학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3년 전인 2013년 전처의 자식을 학대하다 죽이고 암매장한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일명 원영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3)

이 사건들의 경우 남겨진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부터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특강법에 의한 피의자 ‘신상에 관한 정보’ 공개는 모든 사례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수사기관의 판단 즉, 재량권에 속한다. 조성호 씨의 경우, 피의자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던 다른 사건들에 비해 신속히 공개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신상 공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행된 여론조사는 피의자 인권에 대한 대중의 눈높이가 피의자 인권보다는 ‘알 권리’에 있음을 보여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5월초 전국 19세 이상 성인 536명을 대상으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4.2%포인트)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87.4%가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찬성을 한 반면 반대 응답자는 고작 8.9%에 그쳤다.

네티즌들의 ‘신상털기’는 이와 같은 군중심리에 기댄 채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범죄 피의자나 피해자의 거주지, 학교 그리고 지인의 신상 정보까지 인터넷에 퍼 나르는 등 공격성을 띤지 오래다. 피의자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찾아내 공유하며 ‘피의자의 인격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집단적 타성’마저 드러내고 있다.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의 모호함, ‘검사와 사법 경찰관이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재량권의 느슨한 공백 탓이다.

‘안산 대부도 토막시신 살인사건’은 피의자의 페이스북 계정이 가장 먼저 노출됐다. 네티즌들은 피의자가 올린 사진과 범행 이후 작성한 메시지 등을 온라인으로 퍼뜨렸고 과거 직업이나 지인들의 정보도 알아냈다. 여자친구를 추적하는 시도도 잇달았다. 2011년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때도 네티즌들은 피의자의 신상을 찾아내 전파했다. 피의자의 사진은 물론 가족사항, 학교 정보까지 고스란히 공개돼 가족은 물론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과 단체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피의자로 오인해 엉뚱한 사람의 정보를 공개한 네티즌은 기소됐다.

네티즌 마녀사냥 기댄 언론의 ‘여론재판’ 반복

언론의 범죄보도는 일반적으로 범죄 내용을 상세히 묘사하거나 자극적인 용어, 끔찍한 사진 및 영상으로 구성된다. 또 흉악범죄 이면의 사회적 배경을 진단하거나 유사범죄의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보도 이전에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의 주변 정보까지 드러내는 가십성 보도가 주종을 이룬다.

이러한 범죄보도는 시기적으로 수사에서 공소제기 이전의 단계, 즉 확정판결 이전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보도 내용도 대부분 수사기관의 보도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해 수사기관의 관점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결과 피의자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소위 ‘범인화 보도’가 대부분이다. 특히 ‘네티즌 수사대’가 파헤친 피의자의 신상 정보는 언론들에 의해 그대로 보도된다. 피의자의 사생활을 논란으로 다루고 인격적 비난에 동조함으로써 공판 시작 전에 이미 언론재판(Media Trial)을 해버리는 것이다. 4)

2015년 10월 발생한 ‘용인 캣맘(cat mom) 사망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했다. 사건발생 후 용의자가 밝혀지기까지 1주일 동안 인터넷에서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일명 캣맘)’을 향한 혐오범죄라는 주장이 난무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 사건을 ‘캣맘 vs 캣맘 혐오자’의 구도로 다뤘다. 캣맘 혐오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언론은 사건 발생 초기 인터넷에서 촉발된 증오 범죄 의혹 논란에 대해 사실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폭행 사건보도의 경우에는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이목끌기식 표현들이 난무한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5월 전남 신안군 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강간”이란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에 해당 언론사 사옥과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해당 보도를 규탄하는 1인 시위가 벌어졌다.5)

흉악범죄라는 1차 피해 이후 피의자와 피해자 가족, 기업, 학교는 물론 지역공동체 등이 겪는 2차적인 피해가 계속 이어지자 경찰은 최근 신상공개 매뉴얼을 만들었다. 문제는 대중의 공분을 메울만한 사회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이 피의자 신상을 터는 행태가 일상화되고 ‘통제 불능’이 된 것도 언론이 알 권리 차원을 벗어나 대중의 격분과 호기심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상업적 범죄보도 주원인은 독점적 시장 경쟁질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행태가 만연하게 된 것은 첫째, 속보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뉴스 시장의 속성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매달리는 언론사 디지털 뉴스 생산 조직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흉악범죄 관련 키워드가 단골 검색어로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사실관계 확인이나 윤리적 고려는 일종의 사치에 불과해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보고서6)에 따르면 스마트폰, PC, 태블릿처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로 뉴스 속보를 접한 비율이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모바일이 주도하는 뉴스 이용 환경에서 언론사가 우선 발생 이슈에 대한 대응 속도에 초점을 두는 건 당연한 선택인 셈이다.

둘째, 언론사가 네티즌들의 피의자 신상 털기 내용을 받아쓰거나 앞다퉈 피의자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데에는 먼저 쓰는 것 못지않게 이슈를 선점하지 않으면 뉴스 조회수 경쟁에서 밀린다는 시장논리가 깔려 있다. 화제성 제목과 사진 등을 쓰지 않으면 포털주도 뉴스 시장 구조에서는 영향력을 확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여론 집중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터넷 사이트 이용 점유율(실제 뉴스 이용 지점 기준)은 네이버(55.4%), 다음(현 카카오, 22.4%) 등 양대 포털이 80%에 이른다. 반면, 언론사 사이트의 이용 점유율은 평균 1%대에 머물렀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절대적인 만큼 언론사는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를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뉴스서비스 운영 및 법규 준수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등록한 인터넷신문은 5,877개나 된다. 종편을 비롯한 방송사, 신문, 잡지 등 기존 언론사들 역시 포털사이트라는 생태계가 없으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이 시장에서는 품을 들이는 정통 뉴스는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면 1분 20초짜리 뉴스 리포트보다 예능이나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말 한마디가 육하원칙의 뉴스를 압도힌다. 또 SNS에서는 개성을 내세운 큐레이션 서비스가 언론사의 정통 뉴스보다 관심을 얻는다. 뉴스의 경계가 사라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사는 탐사보도(Long-form journalism)나 사실검증(Fact Checker) 대신 인터넷 상에 떠도는 가십과 루머를 짜깁기하는 효율을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에 대한 검증, 전문성 제고 미흡

넷째, 인터넷에서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언론사 내부의 디지털 뉴스 조직이 여전히 시장 변화에 걸맞는 비중과 위상을 갖추지 못해서다. 디지털 뉴스 이용 시간이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앞서는 현실에도 신문 지면이나 TV 뉴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예고도 없이 시시각각 발생하는 범죄보도는 대체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의 몫이 된다. 범죄보도 검증이나 평가도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사건의 맥락과 세밀한 배경을 차분히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비슷한 속보뉴스, 수사기관 의존형 취재가 계속되는 구조이다. 힘들고 어려운 취재 영역인 범죄보도에는 전문 기자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을 연쇄 납치해 살인한 ‘강호순 사건’, 2012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일명 고종석 사건)’ 등 그동안 범죄보도와 관련해 물의를 빚을 때마다 언론사와 언론 단체는 ‘신문윤리실천요강’7),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 등 자율적인 기준을 강조하며 ‘자정’ 의지를 내비쳐왔다. 

범죄보도를 할 때에는 범죄 사건과 범죄 관련자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특히 해당 범죄와 관련이 없는 가족이나 친인척의 이름과 초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범죄보도 이해 당사자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 종사자들이 직업윤리강령상의 규정들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이다.8)

인격권 존중 원칙 담은 언론계 윤리강령

1957년 4월 7일 제정된 신문윤리강령 및 신문윤리실천요강은 1996년, 2009년에 이어 올해 4월까지 총 세 차례 개정됐다. 이를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등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한국기자협회는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자살보도윤리강령,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 이어 2012년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권고 기준을 마련했다.

신문윤리강령은 언론의 자유, 언론의 책임, 언론의 독립, 보도와 평론, 개인의 명예 존중과 사생활 보호, 반론권 존중과 매체접근의 기회제공, 언론인의 품위 등 모두 7개 조항으로 구성된다. “우리 언론인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는 선언적인 인격권 보호 내용은 제5조 ‘개인의 명예존중과 사생활 보호’9)에 기술돼 있다.

또 총 16개 조항인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제3조 보도준칙 제4항 ‘선정보도의 금지’, 제8항 ‘피의사실의 보도’에서 각각 “기자는 성범죄, 폭력 등 기타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음란하거나 잔인한 내용을 포함하는 등 선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며 또한 저속하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 “경찰 및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피의사실은 진실여부를 확인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피고인 또는 피의자 측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등의 기본적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헌법 제27조 무죄추정원칙에 근거해 피의자 및 피고인 인권 존중 그리고 범죄에 연루된 정신이상자와 박약자, 피해자 및 무관한 가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신원을 밝힐 수 없도록 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7조 ‘범죄보도와 인권존중’은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의 명예존중, 성범죄와 무관한 가족보호, 피의자 및 참고인 촬영 신중 등 범죄보도 시 가다듬어야 할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피의자와 피고인에게도 경칭을 쓰도록 주문한다.10)

전문, 총강, 9개 분야별 요강으로 구성된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장애인, 이주민(외국인), 노인, 성적 소수자, 어린이와 청소년, 북한(이탈)주민 등의 인권보호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제2장 ‘인격권’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것”을 전제하면서 “범죄보도 시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및 피해자, 제보자, 고소·고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성범죄 보도준칙은 2차 피해 예방에 초점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권고 기준’ 실천요강은 “피해자 및 가족은 물론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도 관련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인격권 보호 의지를 담고 있다.11)

대다수 언론사는 언론자유, 취재 및 보도윤리, 직업윤리 등을 골자로 하는 내부 보도준칙(윤리강령)을 제정하거나 ‘신문윤리강령’, ‘한국기자협회 윤리 강령’ 등 언론단체의 것을 준용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는 ‘기자준칙’과 윤리강령의 세부지침인 ‘운영지침’ 등을 갖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보도, 흉악범죄 관련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잇따르자 내부 가이드라인을 손질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2012년 10월 성범죄 보도에서의 선정주의 폐해를 줄이고 아동이나 가족 등 피해자 보호, 성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성범죄 보도준칙’을 제정했다. 한겨레는 2010년 1월 시민의 알 권리 및 피의자 인권 보장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범죄수사 및 재판 관련 취재 보도 시행 세칙’을 만들었다.12) 세칙에 따르면 “피의자 신원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되 고위공직자나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사회적 관심이 큰 범죄 사건의 경우 실명이나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13.)

그러나 최근에도 언론의 인격권 보호 지침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보 파문으로 치달은 2012년 ‘고종석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나주 성폭행 피의자의 체포 사실을 보도하며 피의자가 아닌 일반인의 사진을 1면에 잘못 게재하여 정정보도를 했다. “좀 더 철저히 확인하지 못해 피해를 본 분과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피해를 입은 분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사별 성폭행 사건 보도준칙을 만들자는 ‘자성론’을 낳았던 이 사건 이후에도 범죄보도에서 인격권 침해는 반복됐다. 언론단체와 언론사가 정한 윤리강령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거든다. 또 언론단체나 언론사가 마련한 자율 규정은 문자 그대로 자율적인 ‘권고 사항’에 불과해 이를 위반했을 경우 별도의 제재 수단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계 일각은 논란이 있는 범죄보도마저 '언론의 습성'으로 치부하는 조짐도 보인다. 

범죄보도 교육, 보도준칙 세부내용 강화해야

특히 일선 취재기자들은 성폭력보도나 범죄보도 관련 규정의 존재 여부를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기사작성을 위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저질러지는 취재방법의 비윤리성, 익명취재원의 이용행태, 언론사 간 표절, 인터뷰나 인용부호 사용 의존 등의 문제를 보도 기법과 기자의 역량으로 한정하여 기자 개인이 방어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즉, 직업적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14)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첫째, 언론사와 기자들이 특히 범죄보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의 숙지가 중요하다.15) 명예훼손,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등 타인의 인격권16)을 침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법행위인 만큼 알 권리와 국민 정서, 범죄 예방을 근거로 피의자 신상공개를 합리화할 수 없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17) 대법원은 1998년 “범죄혐의자 보도가 반드시 범죄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법률에 대한 무지, 인식의 부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언론보도와 관련한 교육 또는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언론윤리 교육프로그램은 상설화되어야 한다. 성폭력보도를 비롯한 범죄보도를 다루는 일선 평기자는 물론 데스크, 편집·보도국장 등 간부진도 예외 없이 이수케 해 인권보도의 중요성을 짚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18)

셋째, 사전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제거하는 보도준칙의 강화가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의 경우, 속보경쟁을 지양하는 등 범죄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취재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들 언론사는 일반적으로 범죄보도 시 피의자 실명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 대신 피의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고 있다. 영국 언론계는 2005년 6월 ‘실무강령’을 공동 제정하여 피해자의 개인정보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19)

범죄자 인격권 논의의 다양성, 확장성 필요

넷째,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정보공개 기준 마련, 「범죄피해자보호법」20) 강화를 비롯한 관련 법령에 자세한 처벌기준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영국의 경우 피의자 자백 사실을 보도하거나 ‘엄벌해야 한다’는 식의 ‘단죄를 요구하는 의견(사설)’은 피의자가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므로 ‘법정 모독죄’에 해당한다.

다섯째, 더 나아가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언론보도와 인격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상시 점검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한 미디어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윤리백서를 만들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다루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언론사의 데이터를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1)

논란을 일으키는 범죄보도는 단지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다. 언론사의 윤리적인 일탈행위는 대중의 대 언론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법적 책임보다 훨씬 심각하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22) 범죄보도에서 인격권 존중 원칙이야말로 언론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로 다뤄져야 할 때이다. 

범죄보도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이유로 범죄 피의자 그리고 피해자의 인격적 권리 침해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23) 범죄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초상권·성명권·사생활 침해는 물론 형사절차의 공정성 침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당장에는 언론사의 자율규제 내용을 정비해 실효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흉악 범죄자의 양형을 비롯 수사 과정 전반의 법제도24)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네티즌들이 범죄 피의자를 상대로 ‘마녀사냥’을 되풀이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수사과정과 범죄자에 대한 양형 기준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음을 반증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솜방망이 처벌과 흉악 범죄자의 높은 재범률 사이에 인과관계를 밀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범죄자 인격권 침해의 사회적 공방은 옐로우 저널리즘과 인터넷 하위 문화에 한정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양 공동체, 경쟁과 여가의 질 등 다각적인 연구가 꾸준히 전개돼야 한다. 알 권리와 인권이라는 수레의 양 바퀴는 공동체의 성숙한 합의라는 길 위에 놓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석)

1) 2005년 10월 경찰청 훈령으로 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따르면 피의자의 신원 또는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장면을 촬영해선 안 된다. 이 같은 이유로 흉악범들의 얼굴은 대부분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가려졌다. 그러나 2009년 부녀자를 연쇄살인한 강호순에 대한 신상공개 여론이 거세게 일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명 특강법이 개정됐다. 특강법이 정한 4개 기준에 따라 경찰은 흉악범의 얼굴, 성명, 나이 등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2) 1990년대까지는 범죄사건 보도 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추세였으나,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당시 청소년 피의자의 인권보호 문제로 피의자 얼굴을 가리고 수갑을 찬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2005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수갑 찬 피의자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경찰에 권고했고, 경찰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피의자 신분 노출 금지 규정을 마련했다. 이후 올해 6월 경찰청은 사체를 훼손하거나 토막 내는 등 잔인성이 있는지, 사망 등 큰 피해가 발생했는지,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범죄 예방 등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지 등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각 지방 경찰청에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할지 결정한다. 공개 시기는 구속영장 발부 이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이미 실명이 공개된 피의자의 경우 증거를 확보했다면 구속영장발 부 전이라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3) ‘원영이 사건’은 사망한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고 계모와 친부의 상습적 학대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로 사회적인 충격이 컸지만 경찰은 아동 대상 범죄의 특성을 내세워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도 피해자 원영군의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네티즌들은 친부와 계모 사진을 SNS에 유포했다.

4) 『프레시안』, 2014. 5. 12.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범죄보도에 무방비로 노출된 법관, 그 해법은?”(검색일: 2016. 6. 16.)

5) 헤럴드경제는 사회적 파문이 확대되자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자사 웹사이트에 “피해자의 인권 등을 고려하지 못한 선정적이고 저급한 제목을 달아 사건 관련 피해자들은 물론 국민들을 불쾌하게, 또 분노케 만들었다.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측은 “기자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성폭력 및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심어 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 김영주·정재민, 2014,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 SNS와 뉴스 소비』(한국언론진흥재단).

7) 1957년 4월 7일 제1회 신문의 날을 기념하면서 전국 신문·통신사 편집인들이 처음으로 ‘신문윤리강령’을 채택하였다. 이 강령은 언론의 ① 자유, ② 책임, ③ 보도와 논평의 태도, ④ 독립성, ⑤ 타인의 명예와 자유, ⑥ 품격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 뒤 이 강령은 한국신문협회·한국통신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기간(基幹)단체가 추가 채택하였고, 1961년에는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제정하여 위의 기간단체들이 채택하였다.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을 준수하기 위해서 언론계는 1961년 9월 12일 한국신문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율심의와 제소사건을 다루고 있다.

8) 이승선·김연식, 2008, “범죄보도로 인한 인격권의 침해와 문제점”, 『사회과학연구』 vol.19. No.3(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9)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6.사생활 보호 “우리는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 

10) 헌법 외에도 법적 측면에서 범죄 피의자의 인격권은 확정 판결 이후에도 일정 부분 보장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보도로 인해 인격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경찰청 훈령 제461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직무규칙」에도 공개 수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범죄 피의자의 초상권 침해를 금지하고 있다.

11) 인터넷신문윤리강령,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기자윤리강령, 한국전문신문협회 신문윤리실천요강 등에는 ‘피의자’에 대한 기술은 없고, 무죄추정원칙을 따르되 공공의 이익과 타인의 명예와 자유를 보호하여야한다는 선언적 내용만 포함되어 있다. 전통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의자 인격권 보호 장치는 취약한것으로 보인다.     

12) 『한겨레』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이후 ‘언론 책임론’의 연장선상에서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했다.

13) 『한겨레』는 2009년 ‘강호순 사건’ 당시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공인이 아닌 이상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그리고 신상 공개는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권적·형사법적 측면을 두루 고려했다”는 보도 원칙을 지면에 공개했다.

14) 남재일, 2006, 『한국언론 윤리 현황과 과제』 (한국언론진흥재단).

15) 김종호, 2014, “언론보도 2차 피해소송, 판결의 의미 및 언론보도의 개선방안 -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보도 2차 피해,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종석 사건 2차 피해소송 판결의 의미> 토론회.

16) 인격권은 명예권, 성명권, 초상권 등 권리의 주체와 분리할 수 없는 인격적 이익을 내용으로 한다. 생명·정조·신용 등에도 성립한다.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17) 『미디어오늘』, 2012. 9. 5. 정철운, “언론의 흉악범죄자 신상 털기, 법적 근거 없어 - ‘언론도 가해했다, 나주 현장’ 긴급 토론회”, (검색일 : 2016. 6. 16.). “알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기본권은 국가에 대한 방어권의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알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 상대가 국가와 같은 공권력이 돼야 한다. 범죄자와 같은 사인(私人)에게는 국민들이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또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고 공적 인물로 판단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18) 『시사IN』, 2014. 4. 21. 송지혜, “그날, 언론이 흉기가 되었다”, (검색일: 2016. 6. 16.)

19) 류병관, 2010, “언론의 범죄보도에 있어 범죄피해자의 프라이버시권보호에 관한 연구”, 『피해자학연구』 (한국피해자학회) 제18권 제1호.

20) 현행법상 피해자의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법률 규정은 「범죄피해자보호법」,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있다.    

21) 『더피알』, 2016. 6. 7. “‘헤럴드 사과’ 낳은 옐로저널리즘의 유혹”, (검색일: 2016. 6. 16.)

22) 김경호, 2004, “범죄보도로 인한 초상권과 기타 인격권의 침해에 관한 연구 : 언론과 경찰의 책임을 중심으로”, 『언론과 사회』 12권 2호.

23) 앞의 김경호(2004) 참조.

24) 앞의 이승선·김연식(2008) 참조.

덧글. 이 포스트는 원고작성 시점이 5월 중순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저널 <언론중재> 여름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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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 프로젝트 내 'Ask' 화면.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의 기존의 인터넷 여론조사에 비해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의 코랄 프로젝트(Coral Project)는 독자 충성도를 끌어 올리는 목표로 시작됐다. 경쟁사인 뉴욕타임스와 공동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기술기업인 모질라 파운데이션이 협업하고 있다.

최근 콜롬비아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에서도 공개된 코랄 프로젝트는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좋은 댓글을 더 많이 노출하도록 하는 'Trust', 언론사 담당 에디터가 운영하는 'Ask', 댓글처럼 독자들이 만드는 콘텐츠를 기사화하는 툴인 'Talk' 등 3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오픈소스로 개발해 여러 (지역)언론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Trust'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시범 운행 중이다. 'Ask'는 워싱턴포스트의 '월드 뷰(World View)' 블로그에 적용됐는데 에디터가 독자들에게 여론조사나 댓글을 요청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사도 작성한다. 내년에 공개되는 'Talk'는 독자가 만드는 콘텐츠를 뉴스로 만들어 재배포하게 된다.

국내 언론사는 '댓글'관리도 없을 뿐 아니라 있다고 하더라도 '삭제' 조치 외에 운영자와 독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없다. 많은 언론 매체들이 '독자 제보' 공간을 열어두는 정도이다.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미디어를 중심으로 라이브 방송과 소셜 계정을 연계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  <한겨레신문>의 '정치BAR' 섹션은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계정으로 독자의 질문을 수렴하고 있다. '라이브 톡' 등 메신저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독자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주인공은 역시 공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표를 가진 뉴스조직의 기자이다. 기자가 이 과정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독자 관계의 안정성은 확보하기 어렵다. 

JTBC 5시 정치부회의 페이스북 계정. 기자가 '화자'가 된 스토리는 형식의 파격성 못지 않게 친밀감을 증폭한다. 그들이 독자의 반응에도 성실하게 응답한다면 놀라운 결과도 예상된다. 기자 별로, 주제 별로, 프로그램 별로 확장하는 브랜드는 드라마틱한 독자관계의 배경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JTBC 5시 정치부회의'처럼 기자나 리포터 심지어 대표 앵커가 소셜 소통을 강화하는 트렌드도 두드러진다. 일부 매체는 이른바 '분산미디어' 전략을 내세우며 부서별, 주제별 소셜계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다만 콘테츠만 보일 뿐 독자와 '서로 말 걸기'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해외 매체가 양질의 독자, 양질의 의견을 폭넓게 다루기 위해 노력하는 접근은 디지털 미디어 혁신의 핵심이 저널리즘 패러다임의 이동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략으로는 낱개 콘텐츠 소비 시대에 영향력을 확장하기 어렵다. 참여하는 독자들을 확보하고 이들과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당장에는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기자가 독자의 이야기와 관련 있는 기자들에게 중계해주는 방식을 고려해봄직하다. 

페이스북 '좋아요수' 경쟁 혹은 목표 지향에서 독자 관계 증진이라는 가치 기반의 소셜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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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와 독자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화제가 됐다. 독자들은 언론사에 비난과 비판을 할 수 있고, 언론사는 그것을 수렴하는 능숙하고 유연한 대화가 절실하다. 페이지 그 자체의 운영 성과가 아니라 독자들과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사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운영자를 일컫는 '조페지기'의 '막 지르기' 운영방식에 이어 한겨레의 '싸질러'란 표현이 이슈가 됐다. 최근에는 한 언론사에서 소셜 서비스 경험을 가진 '전직 기자'의 글도 화제가 됐다. 언론사별로 또 운영자별로 서로 상반된 시각과 철학을 확인하는 일들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언론사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공을 기울이기 시작한지는 2년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어느 공간보다 놀라운 사례가 잇따라 쏟아지며 주목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형식이나 내용은 물론 운영의 기교도 진일보했다. 브랜딩을 위해 광고 집행도 주저함이 없을 정도다. 사활을 걸었다고 할만하다. 불과 몇 년 전에는 트래픽 경쟁이었지만 이제는 좋아요, 인게이지먼트 목표가 상정됐다. 뉴스조직에서 소셜 찬가가 나올 정도이다. "이런 신천지가 없다"는 게 한 언론사 국장의 이야기다.


그러나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전략은 페이지 운영 그 자체의 성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독자들과 신뢰 기반의 소통을 통해 협력관계로 끌어낼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즉, 독자발굴 전략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첫째, 운영자가 그 누구이든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 한 명의 독자와도 서로 교감하는 일이 소셜 업무의 본질이 아닌가 한다. 그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문화를 기할 수 있는 방법-재교육, 전문가 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소셜 업무 전반을 언론사의 결정적 업무 중 하나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유입되는 뉴스 이용자가 증가추세라지만 그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에서 언론사가 독자와 소통하는 기회를 일상적으로 가질 수 있는 곳은 페이스북밖에 없다.


셋째, 소셜 성과에 대한 재정의가 있어야 한다. 기자와 뉴스룸의 브랜딩은 얼마나 실현됐는지, 독자의 요청과 의견을 얼마나 수렴했는지 등 뉴스조직과 독자 간 관계증진 사례를 늘려야 한다.


페이스북은 미디어 기업에게 효과적인 콘텐츠 포스팅 요령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페이지 운영을 조언한다.


"독자와 소통하려는, 의견을 구하는 톤(tone)을 보여줄 것 즉,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구하는 대화 방식을 이용할 것, 이때 간결하고 정확한 답을 할 것,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커뮤니티로 확대할 것" 등이다.


독자에게 정중하고 친근하게, 그리고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라는 것이다. 여러 페이지의 운영자로서 소셜네트워크의 위대한 잠재력을 매번 느낀다. 이 에너지에 어떻게 합류할 것인지 우리 모두는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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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뉴스 앱. 올해 중앙일보는 '혁신'을 위해 소용돌이쳤다.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영입한 직후인 12월 중 뉴스룸의 진용을 어느 정도 갖췄다. '6개월' 정도는 이석우 신임 디지털 총괄이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가겠다는 포석이라지만 안팎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혁신은 국내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건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SNS에 엇갈린 희비

전통 저널리즘 관행과 인식 바꾸는 방법론 미흡


지난달 중순 이석우(49) 전 카카오 공동대표의 중앙일보 이직 소식이 전해지자 신문, 방송은 물론 포털사이트 관계자들까지 술렁거렸다. 뉴미디어 업계의 리더가 전통매체로 옮긴 배경이나 역할을 놓고 엇갈린 의견이 쏟아졌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사법 당국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설왕설래도 나왔다. 그러나 강도 높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중앙일보의 선택에 후한 평가가 잇따랐다. 


1일부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 겸 디지털기획실장-JOINS 공동대표도 맡았다-으로 출근한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일단 거대 뉴스룸과 융화를 하기에 중량감도 있고, 미디어 생태계의 최근 흐름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1992년부터 2년 간 중앙일보 기자를 한 이후 2011년 카카오 부사장으로 영입되기 전까지는 미국 로스쿨을 마치고 법조인으로 활동하며 미디어 업계와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다음과 합병 이후 카카오 공동대표가 되면서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나섰던 인물이다.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달 초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홍정도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JTBC 공동대표 사장과 함께 디지털 부문에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중앙일보 창간50주년 기념식에 맞춰 발표한 ‘혁신 보고서(New Direction in Media)’는 기본적인 혁신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판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로 불리는 이 문서는 중앙일보 내부 구성원들에게만 단계적으로 공유돼 전체 내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홍정도 사장이 기념식에서 밝힌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언론사' 관련 언급에서 어느 정도 그 윤곽은 파악할 수 있다. 홍정도 사장은 "뉴스는 끊임없는 흐름인데 기존 언론사는 자기가 설정한 기준-데드라인에 맞춰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플랫폼이 등장해 이 정보의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중앙일보의 향후 전략이 모두 포함됐다고 본다. 바로 '디지털 퍼스트'와 '소통 강화'다. 신문지면 제작 중심의 뉴스 생산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에 놓고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활성화하지 않았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젊은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이를 디지털 서비스에 녹여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일보 경영진의 의중이 실린 혁신 보고서를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어떻게 현장에 적용해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12월 초 단행된 중앙일보 인사는 뉴스룸, 디지털 전략·제작부문 그리고 시사매거진제작, 신문제작, SUNDAY(주말판)제작 등 각 부문으로 나눈 형태인데 뉴스룸은 모든 부문의 뉴스가 모이는 곳"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기자들이 매체 구분없이 뉴스룸에 기사를 송고하면 각 제작 담당자는 매체 성격에 맡게 콘텐츠 차별화를 맡는다.   


이런 구도에 호응하는 인적, 조직적 편재의 향방은 이르면 연내 이뤄질 후속 인사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그러나 모든 뉴스를 디지털에 초점을 두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전향적인 '디지털 퍼스트' 흐름이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에도 하루 평균 약 50여 건의 디지털 뉴스가 생산되는 상황에서 뉴스 생산 프로세스 자체를 디지털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이 특별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신문업계 1위인 조선일보도 '이석우 영입' 직후엔 그 배경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이내 덤덤한 평가로 바뀌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절대적으로 종이신문 기반 매출이 많은 국내에서 언론사의 디지털 퍼스트는 이상적으로 설계는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종이매체 기자가 감당해낼 수 있는 콘텐츠의 수준만 하향평준화될 것"이라며 냉소했다. 


편집국 각 데스크와 신문기자들의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급격한 방향 선회는 종이신문과 디지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일이란 것이다. 또 만약 디지털을 잘 모르는 종이신문 기자 출신이 디지털을 관장한다면 뉴스룸의 위계 문화에서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앙일보의 콘텐츠 비즈니스 및 유통 전략 등 디지털 매체 환경 전반에 대한 일에 한정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신문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정체 상태에 놓인 한국형 디지털 뉴스룸의 등장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앙일보가 '한 지붕 아래(one roof)' 매체 간 칸막이를 없앤 명실상부한 융합 뉴스룸(convergence newsroom)을 통해 평이한 뉴스 생산 위주의 신문사를 넘어 전문적인 지식정보종합기업으로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할지 일단은 지켜보자는 것이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홍정도 사장 등 경영진의 든든한 지지를 업고 있는 이석우 디지털 전략·제작담당이 진용을 갖춰 뉴미디어 업계에서 경험한 것을 이식하고 카카오와 협력한다면 혁신 성과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긍정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홍석현 회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복잡성이 증대되는 한국 사회에서 유연성, 균형성, 다양성 등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과 모바일 플랫폼, 글로벌 시장 등을 향한 새로운 도전 의지를 줄곧 내비쳐왔다. 홍정도 사장도 미래지향적인 IT투자와 비기자직 전문인력의 영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반기에 이뤄진 이용자 친화적인 웹 사이트 및 모바일 서비스 개편은 중앙일보 혁신의 순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의 중앙일보 이직을 정점으로 2015년은 국내 언론사들의 디지털 집중과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중앙일보 혁신 보고서에 비해 1년여 빠른 시점인 지난해 말 디지털 강화를 위해 편집국에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뉴스본부' 체제를 가동한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조선'의 본격 유료화를 놓고 올해 초까지 갈팡질팡했지만 결국 디지털 콘텐츠 강화를 위한 조직을 꾸리며 미래형 뉴스룸에 대비했다. 젊은 세대와 접점 강화를 위해 모바일 콘텐츠 타입인 카드뉴스를 비롯 연성 뉴스 생산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한겨레신문은 그 어떤 언론사보다 '디지털 퍼스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3.0 혁신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2단계 융합 편집국 구현에 진입한 한겨레는 인력을 재배치하고 에디터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에디터는 온라인에 유통하는 뉴스의 기획과 생산을 맡았다. 디지털 편집회의도 신설하고 멀티미디어 생산에 적합한 최신 콘텐츠관리시스템(CMS) 도입을 추진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소셜네트워크 계정 운영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일보는 조잡한 광고를 게재않는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디지털 뉴스 실험을 곁들였다. 꾸준한 소통에 나선 경향신문도 소셜네트워크에서 '이름값'을 했다.


특히 SBS 보도국은 소셜미디어 전용 뉴스 채널인 '스브스뉴스'에 이어 동영상 서비스인 '비디오 머그'를 선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했다. 기존의 뉴스 문법으로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는 콘텐츠 생산으로 주목받았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따라하기'에 바쁠 정도였다.


모바일에서 시간 때우기에 최적화한 '스낵커블 콘텐츠(Snackable Content)'로 둘퐁을 일으키며 장안의 화제가 된 피키캐스트의 전통매체 버전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입체적 뉴스를 비롯 저널리즘의 가치를 좇는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변별력 없는 뉴스만 시장에 유통돼 이용자 '피로도'만 쌓이고, '짜깁기' 문제를 일으키는 등 상업주의 논란의 중심에 선 매체들도 나왔다.


반면 언론계 전반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주목도는 높아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보도 과정에서 메르스 감염 현황, 전파 경로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정제해 시각화한 KBS의 보도 형식은 돋보였다. 무엇보다 일부 언론사에서 시범적으로만 추진됐던 데이터 저널리즘이 중앙일간지는 물론 크고 작은 언론사에서 본격화하는 양상이었다.


올해 추진된 국내 주요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은 크게 보면 첫째, 편집국의 디지털 기능 강화를 들 수 있다.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확충했다. 둘째, 모바일과 SNS 기반 서비스를 확대했다. 개발자, 디자이너 등 비기자 직군이지만 전문가의 채용을 늘렸다. 셋째, 주이용자층인 18~34세에 초점을 맞췄다. 팟캐스트, 영상 등 멀티미디어 실험을 장려했다. 


중앙일보 혁신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에서 등장한 꼭짓점이었다. 더 강한 디지털 혁신으로 이행할 것인가 아니면 형식적인 흉내내기에 그칠 것인가의 기로에서 만난 이정표였다. 문제는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투자를 하자니 불확실하고 하지 않자니 불안한 그래서 엉거주춤한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을 강도 높게 주문해온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그럼에도 향후 뉴스룸의 권력은 디지털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줘야 할 시기이다.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내부의 종이신문 권력을 간소화 즉, 축소·교체할 때 혁신이 성공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부에 업무 갈등만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디지털관리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 1인에 의존하는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내부에 디지털 문화 형성을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령 디지털 부문 예산을 증액하고 디지털이 종이신문 업무를 일정하게 잠식·지배하는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일이다. 또 혁신의 목표를 내부 역량과 시장 경쟁 질서에 맞춰 제대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뉴스룸 내 '꼰대 기자'들의 기득권은 해결 과제다. 전통매체 디지털 전환의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네트워크의 집단지성과 협력하는 창의적인 접근을 외면, 회피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문 인력은 뉴스룸의 변두리에 포진해 주요 의사결정 과정과는 거리가 멀게 했다. 


미디어 전문가 조영신 박사는 "중앙일보 행보는 모바일 주이용자층인 젊은 세대에 방점이 찍힌 프로젝트이다. 물론 내부 문화나 관행을 뜯어 고치는 대수술이 아니라 한계에 직면할 수는 있다. 다만 실패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실패하더라도 단념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한 과정으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매체 디지털 혁신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적, 지속적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수'나 트래픽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듯이, 변수 많은 경쟁 환경에서 저널리즘 혁신이 안착하길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시사저널> 제1365호에 실린 글입니다. 원고 작성 시점은 12월 초로 지금과 다소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확인되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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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브스뉴스. 올해를 '최고의 해'로 보낸 새로운 뉴스 형식 서비스다. 일부에서는 실제 보도는 대충 하고 온라인에서는 열을 낸다는 비판을 한다.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저널리즘의 본령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것이다. 내년은 본질과 실험의 간격이 좁혀지길 기대한다.


세계 언론사들이 주목했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Innovation)'의 여진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창간 50주년에 맞춰 한국판 혁신보고서(New Direction in Media)로 재도약을 선언했다. 기자들의 소셜네트워크 참여 활성화를 비롯 새로운 디지털 전략 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 영입, 콘텐츠 및 IT 기업 투자 등 우선 순위를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은 '한겨레 혁신 3.0' 2단계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디지털, 신문, 방송 등 영역을 모두 관장하는 영역별 융합형 에디터제를 도입했다. 이들 에디터는 기존 종이신문 제작업무 외에 인터넷 각 섹션, 페이스북 페이지, 팟캐스트 등 플랫폼별 뉴스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요 언론사의 혁신 프로젝트는 보험성 광고시장, 정치적 편향성 등 국내 언론 환경의 특수성에 기댄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가지 않은 길'인 디지털 부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명쾌하진 못했다. 다만 연결과 관계의 가치를 표상하는 '페이스북', 뉴스 품질의 경쟁을 상징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이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모바일' 등의 키워드는 여전히 부여잡았다.

 

뉴스 유통의 새 설계자 페이스북

 

언론사 스스로 경쟁력을 점검하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것은 뉴스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ICT 기업의 뉴스 시장 진출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5월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는 뉴스 생산자 간 '실익' 논쟁 속에 영미권 주요 언론사의 참여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포털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국내 뉴스 시장에 페이스북이 언제 어떻게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를 매개로 유통된 뉴스 콘텐츠는 점점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실마리로 부상하고 있다. 포털에서 뉴스 소비를 하지 않고 모바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뉴스를 접한다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4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매일 이용률이 2011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언론사닷컴 뉴스나 모바일 앱, 종이신문 뉴스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페이스북은 한국 뉴스 시장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67.3%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67%가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 4명 중 1명은 '좋아요'를 누르고, 10명 중 2명은 '공유'하고, 1명은 '직접 기사를 링크'하는 등 적극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였다.


언론사 트래픽에서 소셜네트워크로부터 들어오는 이용자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는 "현재 모바일 환경에서 메이저신문 등 전통매체는 아직 비중이 두 자리 숫자도 되지 않지만 모바일 기반의 신생 미디어는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소셜네트워크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전담 인력을 두고 광고비 지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페이스북이 언론사에 또 다른 무덤이 될 것이란 비관론과 함께 말이다.

 

연결과 관계의 가치에 눈뜨는 뉴스룸

 

하지만 국내 언론사의 소셜네트워크 활용성은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됐다. 커뮤니케이션 전문 미디어 '더피알'은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실태 보도를 통해 '초보 수준'인 상황이지만 전문성과 디지털 마인드 제고에 나서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고 개별 기자 단위에서 이용자와 직접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가 정한 뉴스의 순서나 뉴스 비중에 대한 인지 없이 이용자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PC 환경에서는 포털 뉴스 소비로 집중됐지만 모바일에서는 분산된 상태 즉, 비선형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애플 뉴스 앱 등 각 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감안한 생산, 유통 전략이 추구될 때"라고 강조했다.


주로 해외 온라인 미디어에서 전개되는 버티컬 대응(vertical approach)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개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급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아니라 각 플랫폼과 이용자의 특성를 고려한 타깃 서비스 전략이다. 올해 4월 페이스북에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SBS '스브스뉴스'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뉴스로 '콘텐츠 플랫폼' 기능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KBS '고봉순',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뉴스래빗', 서울경제신문 '' 등 다수 언론사들도 캐릭터를 내세우는 한편 소셜네트워크 전용 콘텐츠 제작에 앞다퉈 나섰다. 중앙일보는 논설위원실, 문화부, 여행·레저, 청춘리포트, 강남통신 등 다양한 부서와 주제로 이용자들과 접점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웹 사이트의 초기 페이지 방문율보다 딥링크로 기사 페이지를 보고 빠져 나가는 이용자 비율이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더욱 세분화된 미디어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일단을 보여 줬다.

 

어뷰징에서 카드뉴스, 스낵 콘텐츠까지

 

기사 어뷰징(abusing), 기사형 광고, 베끼기 기사, 유사 언론 행위 등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은 이해당사자들의 힘겨루기 속에 출범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 넘어 갔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뉴스의 제휴심사 기준을 다루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시의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이어 온라인 기사 및 댓글의 삭제는 물론 페이스북과 피키캐스트 같은 신생 뉴스미디어를 중재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시안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변수도 심상찮기 때문이다. 다양한 어젠다를 제기하는 언론자유의 확대와 뉴스 유통 시장 건강성의 확보를 균형적으로 다루는 프레임이 절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카드뉴스, 리스티클, 짧은 영상 등으로 이용자의 클릭을 끌어내는 큐레이션 미디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피키캐스트가 주도한 콘텐츠 문법의 파괴는 올해 들어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가 뛰어 들었다. 간식을 먹듯 짧고 가볍게 소비하는 스낵 콘텐츠는 모바일 생태계를 좌우했다. 다만 수익화 한계로 소극적인 투자에 머물렀고 차별성 없는 카드뉴스만 쏟아졌다. 제이콘텐트리, 서울문화사 등 매거진, 출판 업체까지 스낵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됐다.


뉴스 큐레이션과 저작권의 간격도 좁혀지지 않았다. 베끼기 공방에 끼인 이용자의 피로도는 극도로 쌓였다. 정통 기자와 새로운 업무 담당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뉴스룸을 중심으로 검증형 스토리텔링, 뉴스웹툰 등 다양한 형식 전환을 모색하는 곳이 나왔다.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신서유기' 같은 웹드라마나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72TV'의 인기도 거들었다.

 

경계 없는 뉴스의 정착지,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 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 뉴스 유료화를 염두에 둔 언론사의 실험들은 최근 1~2년 사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용자의 관심사, 눈높이와는 현격한 거리를 다시 확인한 정도였다. 뉴스룸은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오래된 명제와 마주했다.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정제하고,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그 중 가장 적합한 주제로 등장했다. 차별화한 뉴스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어서이다.


공공 기관의 데이터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저널리즘에 데이터를 접목한 사례는 크게 증가했다. 헤럴드경제와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 데이터 저널리즘 센터가 분석한 메르스 관련 주요 기사 네이버 댓글빅데이터 분석 보도도 눈에 띄었다. 특히 KBS 디지털뉴스국 데이터저널리즘팀의 메르스 감염 현황과 전파 경로, 지도와 통계로 보는 메르스 등 인터랙티브 뉴스는 돋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하다. 뉴스룸 내부에 데이터를 정교하게 다룰만한 고급 인력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고,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부서나 기술 자원들도 방치되고 있다. 기사 자료의 아카이브도 구축하지 못한 언론사들도 적지 않다. 데이터 과학이기보다는 데이터 시각화에 그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다만 올해 들어 몇몇 언론사들이 다양한 실험을 반복하면서 '디지털 퍼스트'라는 선언적 화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진화한 것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뉴로어소시에이츠, 뉴스젤리, 비주얼다이브 등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기업과 언론사 간 협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뉴스룸의 특성상 빠른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운영하고 외부 기업과 협업하는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룸은 이용자 데이터가 없다"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세계신문협회총회(WAN-IFRA)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를 알고 있지만 언론사는 아무 것도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롱 폼 저널리즘(Long Form Journalism)' 논쟁에 이어 로봇 저널리즘, 가상현실 저널리즘까지 뉴스 실험이 뜨거웠지만 정작 이용자는 뒷전에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가 더욱 파편화하는 만큼 이용자가 도대체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ICT 기업이 보유한 수준 높은 이용자 분석 시스템은 최적화한 뉴스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가령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가장 적합한 뉴스를 전달하고, 최근에 가장 많이 본 뉴스는 어떤 분야였는지 검토해 이용자의 소셜네트워크 타임라인에 노출한다.


한겨레신문의 모바일 웹 개편은 '개인화 서비스'를 고민하는 언론사 뉴스룸의 단기 처방전을 보여줬다. 한겨레신문 뉴스룸이 선택한 뉴스, 다른 이용자가 호응했던 정도를 반영한 뉴스, 그리고 이용자 스스로 고른 뉴스의 메뉴로 나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가 모바일향 서비스인 'V(브이)', '1boon' 서비스 등을 내놓은 것도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지를 넓혔다.


'트렌드 뉴스', '(오전 7시 출근길 이용자를 겨냥한) time 7'(이상 중앙일보), '생활의 꿀팁', '썸남썸녀', '퇴근길', '나른한 오후'(이상 동아일보), '뉴스 AS', '개콘보다 새로운 뉴스', '한 장의 지식', '버티컬 동영상'(이상 한겨레신문), '눈사람', 'play 한국', '포토플레이'(이상 한국일보) 등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와 구성으로 변신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자와 접점을 맺는 모바일 콘텐츠를 수렴하는 시도인 셈이다.

 

일부 언론사에서 디지털 혁신의 최대 장애물로 뉴스룸과 기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꼽는 등 스스로 성찰한 것은 의미있는 행보였다.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변신한 다음의 '뉴스펀딩'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신생 미디어와 블로거들의 약진, 산업계·학계·언론계의 공동 프로젝트 등 온라인 저널리즘의 외연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미디어 생태계가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기대하는 만큼 플랫폼, 콘텐츠, 뉴스룸, 이용자에 대한 재정의가 기대된다.

 

덧글. 이 포스트는 11월 초순에 쓰여진 원고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 원고에 도움을 주신 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도움주신 분들(무순) :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 김일숙 SBS콘텐츠허브 뉴스서비스팀장,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 육근영 중앙일보 디지털전략팀 차장,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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