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팬덤 없는 언론, 덕후 많은 유명인

Online_journalism 2016.09.19 00:19 Posted by 수레바퀴

류근 시인과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의 페북 계정. 류근 시인은 한 신문의 보도내용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고, 선대인 소장은 한 방송의 출연정지 통보가 부당하다며 공론화했다. 유명인이 자신의 소셜계정을 지렛대 삼아 레거시 미디어의 일방 통행에 직접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들의 팬들은 즉각 그들을 응원하고 나섰다. 레거시 미디어의 독자 충성도는 빈약한데 비해 유명인의 팬덤은 규모는 물론 내실도 성장한지 오래다.

유명인들이 언론(인)과 관계에서 겪은 일들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과거에는 (향후 언론관계를 고려해서) 보도내용 가운데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최근에는 법적 다툼은 물론이고 기자 또는 제작진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소상히 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양상이다. 

<상처적 체질>에 이어 얼마전 시집 <어떻게든 이별>을 낸 류근 시인은 15일 페이스북에 한국일보 황아무개 기자의 기사를 링크하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왜 내 시집 기사 안 써줘요"란 제목의 이 기사에 '익명'으로 등장한 시인이 '나'라며 해명하고 나선 것.

평소 잘 아는 한국일보 다른 기자에게 안부 겸해 전화를 걸었다가 졸지에 '기사 청탁'을 한 '갑질 시인'이 됐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 류근 시인과 시는 '여성을 착취하는 메커니즘' 위에 똬리를 튼 채 "야만의 세계를 꼭 빼 닮은 야만의 시"를 생산하는 것으로 모질게 평가받았다. 

류근 시인은 이 기사를 "시에 대한 오독과 모독"이지만 "이해한다"고 받아들이면서도 시집 기사나 써 달라고 재촉하는 '쓰레기 시인'으로 둔갑시키고, 구체적 작품 인용도 없이 시집을 '여성혐오의 총알받이'로 만들어버린 '언론권력'에는 '양아치 폭력'이라며 토를 달았다.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도 없이 한 개인을 뭉개버렸다"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소셜 캐릭터처럼 "참 영광스런 노릇"이며 "눈물나게 고맙다"고 역설로 봉인했지만 쉽게 닫히지 않는 모양새다. 한 평론가는 류근 시인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했고, 소설가 이외수는 "평론가는 오줌을 누고 싶어 하는 개와 흡사하다"며 시인을 '응원'했다. 시인의 팬들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평소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온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18일 자신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KBS <아침마당>의 납득할 수 없는 출연 정지 통보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선대인 소장은 장문의 글에서 "프로그램이 정한 생존•탈락시스템은 어긴 채 담당 국장과 본부장이 전해 들은 의견을 내세워 중도하차를 결정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음에도) 시청자에게 사과는커녕 방송과정에서 저지른 잘못 때문에 출연을 정지시킨다는 안내 멘트를 방송에서 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또 선 소장은 "이번 일은 언론의 공정성과 여론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는 문제이고, 공영방송의 가치에 의문을 갖게 하는 문제"로 규정하면서 '공론화'했다. 선 소장은 특히 "(KBS 제작진과 주고받은) 통화 녹취파일과 문자 내용 등이 있다"면서 앞으로 진실공방이 있을 경우 '공개' 의사까지 밝혔다.

선 소장과 KBS측의 갈등을 전한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KBS 담당 CP는 "프로그램에서 정해놓은 규칙에 따르지 않고 선 소장에게 ‘출연정지’ 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 소장의 방송 내용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국장·책임피디·담당피디)이 자체적으로 판단과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또 KBS측은 조만간 제작진의 공식 입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 소장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팬'들을 중심으로 '공영방송 신뢰추락' 논란이 가열되고 있고, 언론보도가 잇따라 파문이 확산될 조짐도 엿보인다. 

언론(인)과 유명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몇 가지 생각할 여지가 있다.  

첫째, 언론(인)과 유명 취재원(출연자)은 대등하다. 이제 취재원은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에 노출되는 것이 일정한 성공을 위해 최우선적인 목표도 아니고, 언론 역시 (대중성을 갖춘) 전문가 확보가 예전처럼 몹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제 양측은 서로에게 전략적 파트너에 다름아니다. 더욱이 특정 사안이나 주제를 이끌어 가는 측면에서는 언론(인)의 역할이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흐름이다. 여행, 공연, 부동산, 금융 등 각종 이슈를 판단하는데 있어 레거시 미디어의 콘텐츠는 2순위가 되기도 한다. 언론은 여러모로 불순한 동기에 의해 보도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둘째, 유명 취재원(출연자)은 네트워크에서 브랜딩-대중성, 저명성, 전문성 등을 쌓는 동안 팬들과 직접 접촉이 늘어나게 된다. 단지 공감버튼과 댓글로 그치지 않고 미팅, 토크쇼, 식사 등 대면 접촉이 빈번해진다.

반면 언론(인)은 혁신의 강도나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당분간은 독자와의 직접 만남이 제한적이고 후차적인 과제로 머물러 있다. 독자는 댓글-게시판을 점령할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내)인사', '정책(논조)',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분명한 그룹은 아니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셋째, 유명 취재원(출연자) 특히 전문가들은 네트워크에서 영향력을 일정하게 갖추고 있다. 이에 언론(인) 사이에도 이들을 확보하려는 다툼은 격화하고 있다. 현실에선 '우리 편'은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매체와 협력할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등질 때도 있어서다.

사실 미디어 시장에서 전문가를 둘러싸고 피할 수 없는 경쟁은 오래 전 시작됐다. 유명 필자, 스타는 지면 경쟁력과 프로그램 시청률을 견인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심지어 페북 스타의 기사 공유는 클릭 순위를 주무른다. 언론(인)이 팬덤을 보유한 취재원(출연자)과 반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손해나는 일이다.

오늘날 유명인의 소셜계정은 언론은 물론 대중의 관심을 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과 척을 진 언론(인)을 보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유명인의 소셜계정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매일 습관이 돼 있다. 유명인의 '호소'는 "정의에 가깝다"는 팬들이 많다. 언론(인)은 활동 역사만 한 세기니 "누가 뭐래도 믿는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앞으로도 각 분야 전문가 즉, 유명인들과 레거시 미디어 간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안의 경중과는 별개로 유명인들이 자신의 소셜계정으로 대언론 비판에 활발히 나서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에서 확보한 두터운 팬층을 의식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류근 시인과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이 스스로 밝히면서 알려진 이 사건들은 대표적이다. 

'덕후'를 등에 업은 유명인 그리고 팬덤은 없지만 '관록'의 전통매체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대결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경기장은 점점 기운다. 네트워크 참여자들과 상호교류와 공감이 없는 레거시 미디어의 연전연패다. 오죽하면 현존하는 혁신의 최종 목표가 타깃 독자 확보이겠는가.

선대인 소장은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KBS 아침마당 시청자게시판에까지 찾아가 항의의 글을 올려주신 덕분"이라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KBS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선 소장은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공식적인 안내 멘트를 내보낸 데 따른 것이다. 선 소장은 "(자신의 출연정지는) '진짜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태"인 만큼 "(바로 잡는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국민의 `법감정`은 흉악범죄일수록 피의자 신상공개가 당연하다는 쪽이다. 하지만 피의자 신상공개의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점에서 언론, 시민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5월 ‘안산 대부도 토막시신 살인사건’의 피의자 조성호(30) 씨의 신상은 경찰이 공개하기도 전에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으로 알려져 ‘흉악범의 신상 공개’ 논란을 다시 일으켰다. 경찰은 조 씨를 긴급 체포한 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행 수법의 잔혹성 등을 근거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얼굴, 성명, 나이를 공개했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수사본부장인 안산단원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범행수법이 잔혹한 데다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점”에서 신상정보 공개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2010년 4월에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1) 제8조의2에 근거하여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피의자가 구속되기 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려고 피의자가 단원경찰서를 나설 때 피의자의 얼굴이 노출됐다. 경찰이 마스크를 씌우지 않아서였다2.) 현행 특강법 제8조의2는 피의자의 얼굴 공개 요건으로 △ 잔인하고 중대한 특정강력범죄일 것, △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것 등을 정하고 있다. 또 동법 제8조의 2 제2항은 피의자의 얼굴 등을 공개하더라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 오락가락

문제는 사건에 따라서 다른 결정이 내려진다는 점이다. 2015년 1월 자신의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서초구 세 모녀 살해사건’, 지난 1월 자녀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다 살해 후 사체를 토막내 냉동실에 보관한 ‘부천 초등학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3년 전인 2013년 전처의 자식을 학대하다 죽이고 암매장한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일명 원영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3)

이 사건들의 경우 남겨진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부터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특강법에 의한 피의자 ‘신상에 관한 정보’ 공개는 모든 사례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수사기관의 판단 즉, 재량권에 속한다. 조성호 씨의 경우, 피의자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던 다른 사건들에 비해 신속히 공개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신상 공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행된 여론조사는 피의자 인권에 대한 대중의 눈높이가 피의자 인권보다는 ‘알 권리’에 있음을 보여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5월초 전국 19세 이상 성인 536명을 대상으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4.2%포인트)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87.4%가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찬성을 한 반면 반대 응답자는 고작 8.9%에 그쳤다.

네티즌들의 ‘신상털기’는 이와 같은 군중심리에 기댄 채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범죄 피의자나 피해자의 거주지, 학교 그리고 지인의 신상 정보까지 인터넷에 퍼 나르는 등 공격성을 띤지 오래다. 피의자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찾아내 공유하며 ‘피의자의 인격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집단적 타성’마저 드러내고 있다.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의 모호함, ‘검사와 사법 경찰관이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재량권의 느슨한 공백 탓이다.

‘안산 대부도 토막시신 살인사건’은 피의자의 페이스북 계정이 가장 먼저 노출됐다. 네티즌들은 피의자가 올린 사진과 범행 이후 작성한 메시지 등을 온라인으로 퍼뜨렸고 과거 직업이나 지인들의 정보도 알아냈다. 여자친구를 추적하는 시도도 잇달았다. 2011년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때도 네티즌들은 피의자의 신상을 찾아내 전파했다. 피의자의 사진은 물론 가족사항, 학교 정보까지 고스란히 공개돼 가족은 물론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과 단체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피의자로 오인해 엉뚱한 사람의 정보를 공개한 네티즌은 기소됐다.

네티즌 마녀사냥 기댄 언론의 ‘여론재판’ 반복

언론의 범죄보도는 일반적으로 범죄 내용을 상세히 묘사하거나 자극적인 용어, 끔찍한 사진 및 영상으로 구성된다. 또 흉악범죄 이면의 사회적 배경을 진단하거나 유사범죄의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보도 이전에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의 주변 정보까지 드러내는 가십성 보도가 주종을 이룬다.

이러한 범죄보도는 시기적으로 수사에서 공소제기 이전의 단계, 즉 확정판결 이전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보도 내용도 대부분 수사기관의 보도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해 수사기관의 관점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결과 피의자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소위 ‘범인화 보도’가 대부분이다. 특히 ‘네티즌 수사대’가 파헤친 피의자의 신상 정보는 언론들에 의해 그대로 보도된다. 피의자의 사생활을 논란으로 다루고 인격적 비난에 동조함으로써 공판 시작 전에 이미 언론재판(Media Trial)을 해버리는 것이다. 4)

2015년 10월 발생한 ‘용인 캣맘(cat mom) 사망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했다. 사건발생 후 용의자가 밝혀지기까지 1주일 동안 인터넷에서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일명 캣맘)’을 향한 혐오범죄라는 주장이 난무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 사건을 ‘캣맘 vs 캣맘 혐오자’의 구도로 다뤘다. 캣맘 혐오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언론은 사건 발생 초기 인터넷에서 촉발된 증오 범죄 의혹 논란에 대해 사실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폭행 사건보도의 경우에는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이목끌기식 표현들이 난무한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5월 전남 신안군 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강간”이란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에 해당 언론사 사옥과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해당 보도를 규탄하는 1인 시위가 벌어졌다.5)

흉악범죄라는 1차 피해 이후 피의자와 피해자 가족, 기업, 학교는 물론 지역공동체 등이 겪는 2차적인 피해가 계속 이어지자 경찰은 최근 신상공개 매뉴얼을 만들었다. 문제는 대중의 공분을 메울만한 사회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이 피의자 신상을 터는 행태가 일상화되고 ‘통제 불능’이 된 것도 언론이 알 권리 차원을 벗어나 대중의 격분과 호기심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상업적 범죄보도 주원인은 독점적 시장 경쟁질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행태가 만연하게 된 것은 첫째, 속보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뉴스 시장의 속성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매달리는 언론사 디지털 뉴스 생산 조직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흉악범죄 관련 키워드가 단골 검색어로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사실관계 확인이나 윤리적 고려는 일종의 사치에 불과해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보고서6)에 따르면 스마트폰, PC, 태블릿처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기로 뉴스 속보를 접한 비율이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모바일이 주도하는 뉴스 이용 환경에서 언론사가 우선 발생 이슈에 대한 대응 속도에 초점을 두는 건 당연한 선택인 셈이다.

둘째, 언론사가 네티즌들의 피의자 신상 털기 내용을 받아쓰거나 앞다퉈 피의자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데에는 먼저 쓰는 것 못지않게 이슈를 선점하지 않으면 뉴스 조회수 경쟁에서 밀린다는 시장논리가 깔려 있다. 화제성 제목과 사진 등을 쓰지 않으면 포털주도 뉴스 시장 구조에서는 영향력을 확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여론 집중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터넷 사이트 이용 점유율(실제 뉴스 이용 지점 기준)은 네이버(55.4%), 다음(현 카카오, 22.4%) 등 양대 포털이 80%에 이른다. 반면, 언론사 사이트의 이용 점유율은 평균 1%대에 머물렀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절대적인 만큼 언론사는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를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뉴스서비스 운영 및 법규 준수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등록한 인터넷신문은 5,877개나 된다. 종편을 비롯한 방송사, 신문, 잡지 등 기존 언론사들 역시 포털사이트라는 생태계가 없으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이 시장에서는 품을 들이는 정통 뉴스는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면 1분 20초짜리 뉴스 리포트보다 예능이나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말 한마디가 육하원칙의 뉴스를 압도힌다. 또 SNS에서는 개성을 내세운 큐레이션 서비스가 언론사의 정통 뉴스보다 관심을 얻는다. 뉴스의 경계가 사라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사는 탐사보도(Long-form journalism)나 사실검증(Fact Checker) 대신 인터넷 상에 떠도는 가십과 루머를 짜깁기하는 효율을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에 대한 검증, 전문성 제고 미흡

넷째, 인터넷에서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언론사 내부의 디지털 뉴스 조직이 여전히 시장 변화에 걸맞는 비중과 위상을 갖추지 못해서다. 디지털 뉴스 이용 시간이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앞서는 현실에도 신문 지면이나 TV 뉴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예고도 없이 시시각각 발생하는 범죄보도는 대체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의 몫이 된다. 범죄보도 검증이나 평가도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사건의 맥락과 세밀한 배경을 차분히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비슷한 속보뉴스, 수사기관 의존형 취재가 계속되는 구조이다. 힘들고 어려운 취재 영역인 범죄보도에는 전문 기자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을 연쇄 납치해 살인한 ‘강호순 사건’, 2012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일명 고종석 사건)’ 등 그동안 범죄보도와 관련해 물의를 빚을 때마다 언론사와 언론 단체는 ‘신문윤리실천요강’7),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 등 자율적인 기준을 강조하며 ‘자정’ 의지를 내비쳐왔다. 

범죄보도를 할 때에는 범죄 사건과 범죄 관련자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특히 해당 범죄와 관련이 없는 가족이나 친인척의 이름과 초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범죄보도 이해 당사자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 종사자들이 직업윤리강령상의 규정들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이다.8)

인격권 존중 원칙 담은 언론계 윤리강령

1957년 4월 7일 제정된 신문윤리강령 및 신문윤리실천요강은 1996년, 2009년에 이어 올해 4월까지 총 세 차례 개정됐다. 이를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등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한국기자협회는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자살보도윤리강령,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 이어 2012년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권고 기준을 마련했다.

신문윤리강령은 언론의 자유, 언론의 책임, 언론의 독립, 보도와 평론, 개인의 명예 존중과 사생활 보호, 반론권 존중과 매체접근의 기회제공, 언론인의 품위 등 모두 7개 조항으로 구성된다. “우리 언론인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는 선언적인 인격권 보호 내용은 제5조 ‘개인의 명예존중과 사생활 보호’9)에 기술돼 있다.

또 총 16개 조항인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제3조 보도준칙 제4항 ‘선정보도의 금지’, 제8항 ‘피의사실의 보도’에서 각각 “기자는 성범죄, 폭력 등 기타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음란하거나 잔인한 내용을 포함하는 등 선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며 또한 저속하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 “경찰 및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피의사실은 진실여부를 확인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피고인 또는 피의자 측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등의 기본적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헌법 제27조 무죄추정원칙에 근거해 피의자 및 피고인 인권 존중 그리고 범죄에 연루된 정신이상자와 박약자, 피해자 및 무관한 가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신원을 밝힐 수 없도록 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7조 ‘범죄보도와 인권존중’은 형사피의자 및 피고인의 명예존중, 성범죄와 무관한 가족보호, 피의자 및 참고인 촬영 신중 등 범죄보도 시 가다듬어야 할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피의자와 피고인에게도 경칭을 쓰도록 주문한다.10)

전문, 총강, 9개 분야별 요강으로 구성된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장애인, 이주민(외국인), 노인, 성적 소수자, 어린이와 청소년, 북한(이탈)주민 등의 인권보호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제2장 ‘인격권’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것”을 전제하면서 “범죄보도 시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및 피해자, 제보자, 고소·고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성범죄 보도준칙은 2차 피해 예방에 초점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권고 기준’ 실천요강은 “피해자 및 가족은 물론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도 관련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인격권 보호 의지를 담고 있다.11)

대다수 언론사는 언론자유, 취재 및 보도윤리, 직업윤리 등을 골자로 하는 내부 보도준칙(윤리강령)을 제정하거나 ‘신문윤리강령’, ‘한국기자협회 윤리 강령’ 등 언론단체의 것을 준용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는 ‘기자준칙’과 윤리강령의 세부지침인 ‘운영지침’ 등을 갖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보도, 흉악범죄 관련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잇따르자 내부 가이드라인을 손질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2012년 10월 성범죄 보도에서의 선정주의 폐해를 줄이고 아동이나 가족 등 피해자 보호, 성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성범죄 보도준칙’을 제정했다. 한겨레는 2010년 1월 시민의 알 권리 및 피의자 인권 보장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범죄수사 및 재판 관련 취재 보도 시행 세칙’을 만들었다.12) 세칙에 따르면 “피의자 신원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되 고위공직자나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사회적 관심이 큰 범죄 사건의 경우 실명이나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13.)

그러나 최근에도 언론의 인격권 보호 지침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보 파문으로 치달은 2012년 ‘고종석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나주 성폭행 피의자의 체포 사실을 보도하며 피의자가 아닌 일반인의 사진을 1면에 잘못 게재하여 정정보도를 했다. “좀 더 철저히 확인하지 못해 피해를 본 분과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피해를 입은 분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사별 성폭행 사건 보도준칙을 만들자는 ‘자성론’을 낳았던 이 사건 이후에도 범죄보도에서 인격권 침해는 반복됐다. 언론단체와 언론사가 정한 윤리강령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거든다. 또 언론단체나 언론사가 마련한 자율 규정은 문자 그대로 자율적인 ‘권고 사항’에 불과해 이를 위반했을 경우 별도의 제재 수단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계 일각은 논란이 있는 범죄보도마저 '언론의 습성'으로 치부하는 조짐도 보인다. 

범죄보도 교육, 보도준칙 세부내용 강화해야

특히 일선 취재기자들은 성폭력보도나 범죄보도 관련 규정의 존재 여부를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기사작성을 위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저질러지는 취재방법의 비윤리성, 익명취재원의 이용행태, 언론사 간 표절, 인터뷰나 인용부호 사용 의존 등의 문제를 보도 기법과 기자의 역량으로 한정하여 기자 개인이 방어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즉, 직업적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14)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첫째, 언론사와 기자들이 특히 범죄보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의 숙지가 중요하다.15) 명예훼손,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등 타인의 인격권16)을 침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법행위인 만큼 알 권리와 국민 정서, 범죄 예방을 근거로 피의자 신상공개를 합리화할 수 없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17) 대법원은 1998년 “범죄혐의자 보도가 반드시 범죄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법률에 대한 무지, 인식의 부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언론보도와 관련한 교육 또는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언론윤리 교육프로그램은 상설화되어야 한다. 성폭력보도를 비롯한 범죄보도를 다루는 일선 평기자는 물론 데스크, 편집·보도국장 등 간부진도 예외 없이 이수케 해 인권보도의 중요성을 짚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18)

셋째, 사전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제거하는 보도준칙의 강화가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의 경우, 속보경쟁을 지양하는 등 범죄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취재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들 언론사는 일반적으로 범죄보도 시 피의자 실명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 대신 피의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고 있다. 영국 언론계는 2005년 6월 ‘실무강령’을 공동 제정하여 피해자의 개인정보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19)

범죄자 인격권 논의의 다양성, 확장성 필요

넷째,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정보공개 기준 마련, 「범죄피해자보호법」20) 강화를 비롯한 관련 법령에 자세한 처벌기준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영국의 경우 피의자 자백 사실을 보도하거나 ‘엄벌해야 한다’는 식의 ‘단죄를 요구하는 의견(사설)’은 피의자가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므로 ‘법정 모독죄’에 해당한다.

다섯째, 더 나아가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언론보도와 인격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상시 점검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한 미디어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윤리백서를 만들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다루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언론사의 데이터를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21)

논란을 일으키는 범죄보도는 단지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다. 언론사의 윤리적인 일탈행위는 대중의 대 언론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법적 책임보다 훨씬 심각하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22) 범죄보도에서 인격권 존중 원칙이야말로 언론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로 다뤄져야 할 때이다. 

범죄보도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이유로 범죄 피의자 그리고 피해자의 인격적 권리 침해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23) 범죄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초상권·성명권·사생활 침해는 물론 형사절차의 공정성 침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당장에는 언론사의 자율규제 내용을 정비해 실효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흉악 범죄자의 양형을 비롯 수사 과정 전반의 법제도24)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네티즌들이 범죄 피의자를 상대로 ‘마녀사냥’을 되풀이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수사과정과 범죄자에 대한 양형 기준에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음을 반증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솜방망이 처벌과 흉악 범죄자의 높은 재범률 사이에 인과관계를 밀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범죄자 인격권 침해의 사회적 공방은 옐로우 저널리즘과 인터넷 하위 문화에 한정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양 공동체, 경쟁과 여가의 질 등 다각적인 연구가 꾸준히 전개돼야 한다. 알 권리와 인권이라는 수레의 양 바퀴는 공동체의 성숙한 합의라는 길 위에 놓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석)

1) 2005년 10월 경찰청 훈령으로 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따르면 피의자의 신원 또는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장면을 촬영해선 안 된다. 이 같은 이유로 흉악범들의 얼굴은 대부분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가려졌다. 그러나 2009년 부녀자를 연쇄살인한 강호순에 대한 신상공개 여론이 거세게 일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명 특강법이 개정됐다. 특강법이 정한 4개 기준에 따라 경찰은 흉악범의 얼굴, 성명, 나이 등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2) 1990년대까지는 범죄사건 보도 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추세였으나,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당시 청소년 피의자의 인권보호 문제로 피의자 얼굴을 가리고 수갑을 찬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2005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수갑 찬 피의자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경찰에 권고했고, 경찰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피의자 신분 노출 금지 규정을 마련했다. 이후 올해 6월 경찰청은 사체를 훼손하거나 토막 내는 등 잔인성이 있는지, 사망 등 큰 피해가 발생했는지,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범죄 예방 등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지 등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각 지방 경찰청에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할지 결정한다. 공개 시기는 구속영장 발부 이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이미 실명이 공개된 피의자의 경우 증거를 확보했다면 구속영장발 부 전이라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3) ‘원영이 사건’은 사망한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고 계모와 친부의 상습적 학대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로 사회적인 충격이 컸지만 경찰은 아동 대상 범죄의 특성을 내세워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도 피해자 원영군의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네티즌들은 친부와 계모 사진을 SNS에 유포했다.

4) 『프레시안』, 2014. 5. 12.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범죄보도에 무방비로 노출된 법관, 그 해법은?”(검색일: 2016. 6. 16.)

5) 헤럴드경제는 사회적 파문이 확대되자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자사 웹사이트에 “피해자의 인권 등을 고려하지 못한 선정적이고 저급한 제목을 달아 사건 관련 피해자들은 물론 국민들을 불쾌하게, 또 분노케 만들었다.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측은 “기자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성폭력 및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심어 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 김영주·정재민, 2014,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 SNS와 뉴스 소비』(한국언론진흥재단).

7) 1957년 4월 7일 제1회 신문의 날을 기념하면서 전국 신문·통신사 편집인들이 처음으로 ‘신문윤리강령’을 채택하였다. 이 강령은 언론의 ① 자유, ② 책임, ③ 보도와 논평의 태도, ④ 독립성, ⑤ 타인의 명예와 자유, ⑥ 품격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 뒤 이 강령은 한국신문협회·한국통신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기간(基幹)단체가 추가 채택하였고, 1961년에는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제정하여 위의 기간단체들이 채택하였다.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을 준수하기 위해서 언론계는 1961년 9월 12일 한국신문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율심의와 제소사건을 다루고 있다.

8) 이승선·김연식, 2008, “범죄보도로 인한 인격권의 침해와 문제점”, 『사회과학연구』 vol.19. No.3(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9)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6.사생활 보호 “우리는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 

10) 헌법 외에도 법적 측면에서 범죄 피의자의 인격권은 확정 판결 이후에도 일정 부분 보장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보도로 인해 인격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경찰청 훈령 제461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직무규칙」에도 공개 수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범죄 피의자의 초상권 침해를 금지하고 있다.

11) 인터넷신문윤리강령,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기자윤리강령, 한국전문신문협회 신문윤리실천요강 등에는 ‘피의자’에 대한 기술은 없고, 무죄추정원칙을 따르되 공공의 이익과 타인의 명예와 자유를 보호하여야한다는 선언적 내용만 포함되어 있다. 전통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의자 인격권 보호 장치는 취약한것으로 보인다.     

12) 『한겨레』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이후 ‘언론 책임론’의 연장선상에서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했다.

13) 『한겨레』는 2009년 ‘강호순 사건’ 당시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공인이 아닌 이상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는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그리고 신상 공개는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권적·형사법적 측면을 두루 고려했다”는 보도 원칙을 지면에 공개했다.

14) 남재일, 2006, 『한국언론 윤리 현황과 과제』 (한국언론진흥재단).

15) 김종호, 2014, “언론보도 2차 피해소송, 판결의 의미 및 언론보도의 개선방안 -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언론보도 2차 피해,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종석 사건 2차 피해소송 판결의 의미> 토론회.

16) 인격권은 명예권, 성명권, 초상권 등 권리의 주체와 분리할 수 없는 인격적 이익을 내용으로 한다. 생명·정조·신용 등에도 성립한다.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17) 『미디어오늘』, 2012. 9. 5. 정철운, “언론의 흉악범죄자 신상 털기, 법적 근거 없어 - ‘언론도 가해했다, 나주 현장’ 긴급 토론회”, (검색일 : 2016. 6. 16.). “알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기본권은 국가에 대한 방어권의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알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 상대가 국가와 같은 공권력이 돼야 한다. 범죄자와 같은 사인(私人)에게는 국민들이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또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고 공적 인물로 판단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18) 『시사IN』, 2014. 4. 21. 송지혜, “그날, 언론이 흉기가 되었다”, (검색일: 2016. 6. 16.)

19) 류병관, 2010, “언론의 범죄보도에 있어 범죄피해자의 프라이버시권보호에 관한 연구”, 『피해자학연구』 (한국피해자학회) 제18권 제1호.

20) 현행법상 피해자의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법률 규정은 「범죄피해자보호법」,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있다.    

21) 『더피알』, 2016. 6. 7. “‘헤럴드 사과’ 낳은 옐로저널리즘의 유혹”, (검색일: 2016. 6. 16.)

22) 김경호, 2004, “범죄보도로 인한 초상권과 기타 인격권의 침해에 관한 연구 : 언론과 경찰의 책임을 중심으로”, 『언론과 사회』 12권 2호.

23) 앞의 김경호(2004) 참조.

24) 앞의 이승선·김연식(2008) 참조.

덧글. 이 포스트는 원고작성 시점이 5월 중순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저널 <언론중재> 여름호에 게재됐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아래 내용은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는 한국기자협회가 준비한 저널리즘 복원을 위한 연속 토론회’ 그 첫 번째 시간 저널리즘과 혁신:성찰적 진단 및 과제’에서 발표한 강연자료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진지한 뉴스는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많은 것을 오해시켜왔습니다. 디지털로 넘어오고 디지털이 전부인 시대에도, 디지털 문명의 열정적인 독자들이 바라는 것은 진지한 저널리즘입니다. 이 목표를 잡을 때 우리는 미래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널리즘과 혁신:성찰적 진단 및 과제의 발제를 맡은 한국경제신문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최진순입니다. 여러분들을 모시고 저널리즘의 진로를 모색하는 자리에 서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는 오늘 저널리즘 혁신의 과제-성찰로부터 혁신해야 한다. 현명한 독자로부터 혁신해야 한다"를 주제로 이야기합니다.

 

지난 세기에 우리는 풍부하고 더 나은 지식 정보에 탐색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에 살았습니다. 기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전해주는 지식과 뉴스에 의존했습니다. 70%대의 높은 시청률과 수백만부의 발행부수처럼 정보독점시대의 언론사는 놀라운 기록을 양산했습니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언론에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날들이었고, 질주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디지털은 언론의 질주를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분초 단위로 생산되는 콘텐츠와 소셜네트워크의 타임라인에 떠오르는 뉴스는 생명주기가 너무도 짧습니다. 기자와 언론 브랜드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독자와 기자의 구분도 불확실해졌습니다. 독자는 뉴스 소비로 끝나지 않고 스스로 만들거나 원하는 것을 만들어줄 것을 생산자에게 제안하고 직접 투자하는 시대입니다. 이 과정에서 패션매체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로 진화하거나, 디자인 전문지는 그 제품을 직접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등 매체의 역할이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절 언론이 자부심으로 내세우던 조직규모나 역사, 윤전기와 송신탑은 더 이상 중요한 자산이 아닌 시대에 들어왔습니다.


더 강력한 개방, 더 끈끈한 연결, 더 거대한 공유의 경제의 시대입니다. 십여년 전 웹 2.0은 언론에도 중요한 자극이었습니다. 이 자극과 에너지는 한국 언론을 디지털 혁신의 길 위로 이끌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에서,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까지 전통매체의 탐색은 디지털의 잠재력을 향했습니다. 방송사는 텍스트 기사를 따로 쓰기 시작했고, 주간지와 월간지도 모바일로 하루하루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진정 경계가 없는 시대입니다.

 

ICT 기업과 언론의 합작은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JTBC는 페이스북과 공동으로 선거보도를 합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자신의 소셜계정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와 언론사의 협력이) 당연히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일이며, 이미 예견된 흐름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디지털에서는 지난날의 언론의 독주는 멈추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제 언론을 둘러싼 혁신의 분위기를 다시 살펴야 합니다.

 

첫째, 디지털 문명은 독자가 의존해왔던 전통매체가 더 이상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열독률, 시청률, 페이스북 좋아요수 같은 양적 경쟁시대의 성과지표의 의미에 대해서 냉정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20% 뉴스 시청률에 자만하거나 30만명의 좋아요수에 흥분해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독자가 언론을 향해 품는 태도-신뢰나 애착에 의문부호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통매체는 이 시대에 독자가 알아야 할 것과, 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제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기존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 사이에서 안팎의 조력자들과 함께 꾸려가야 하는 등 업무의 질과 방향에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떤 가치를 보여줄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특히 이 환경에서는 분명히 점점 더 다양한 지식과 의견이 필요로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잔디깎는 일이나 정원 가꾸기가 어떤 소식보다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동성애에 대해서, 또 누군가는 환경을 지키는 문제가, 또 누군가는 절차적 민주주의, 내용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이슈가 누구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영역을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고,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어떤 규모와 어떤 기능, 어떤 협력으로 감당이 가능할지 집중과 선택, 우선순위에 대한 혁신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나 언론의 노력과는 별개로 이러한 콘텐츠는 앞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서 생산되고 많은 독자들은 전통매체를 떠나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뿐만 아니라 저널리즘은 우리가 인식하건 그렇지 않건 냉혹한 평가의 시험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언론의 책임과 사명은 더욱 더 공동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지향적이고 열정적인 독자들은 전통매체의 민낯에 침을 뱉고 있습니다. 이 시대 기자와 언론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와 품격을 사회에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한국의 전통매체도 대변화 속에서 혁신을 전개했습니다. 크게 콘텐츠-(조직의) 컨버전스-(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입니다.

 

우선 콘텐츠입니다. 대체로 콘텐츠 형식 변화로 혁신이 이뤄졌습니다. 인터랙티브와 멀티미디어는 화두가 되었습니다. 또 신속한 생산대응이 자리잡았습니다.

 

콘텐츠의 혁신을 위해 뉴스조직의 컨버전스-융합에도 나섰습니다. 지난 10여년 사이 언론사 닷컴, 편집국-보도국의 기능적, 물리적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뉴스룸 통합처럼 새로운 디지털 업무와 기술인력이 보강됐습니다.

 

독자와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 과정도 다양해졌습니다. 더 많은 독자와 교류하기 위해 댓글, 기자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직접 소통에 나섰습니다. 모바일 생태계의 확산 속에서 커뮤니티 구축, 이용자 트래킹을 통한 타깃 서비스-개인화 서비스는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미완의 상태입니다. 카드뉴스, 짧은 영상 등 큐레이션 콘텐츠가 범람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차별성이 없어졌습니다. 스낵 콘텐츠는 만들면서 정작 보도의 수준을 놓고 안팎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언론이 만드는 콘텐츠의 혁신이 정말 제대로 된 것인지 묻는 장면들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는 말장난 실력을 뽐내기만 합니다.

 

이를 두고 젊은 세대의 관심과 기호를 충족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면과 영상을 떠나는 젊은 세대는 정작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융합 과정도 탄탄하지 못합니다. 많은 언론이 디지털 인력을 보강하고 디지털 조직을 늘렸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의사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채 뉴스조직의 가장자리에서, 수동적이고 권태로운 일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낮은 처우와 인색한 투자, 차별과 방치가 뉴스조직에 맴돌고 있습니다. 무엇이 디지털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일인지 뉴스룸의 모든 구성원들이 숙의하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 결과 지난 10여년간 언론의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열독률, 시청률 하향세는 이제 당연한 말이 됐고, 온라인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도토리 키 쟤기'에 다름아닐 정도로 숫자가 무의미합니다.

 

언론의 신뢰도는 추락했고 이를 언론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4년마다 공표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2009년 결과와 비교해 대부문 항목의 점수가 하락했습니다. 언론활동 수행의 자유도는 다른 항목에 대비해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 보고서에 언급된 한 12년차 기자는 일주일 평균 31.3건의 기사를 썼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13.8, 기획/해설기사는 고작 3.7건에 그쳤습니다. 취재환경이 기사의 질과는 따로 놀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저널리즘을 선도하고 미디어의 혁신성을 제시해야 할 공영방송은 거버넌스 이슈로 조직내홍을 거듭하며 해직기자를 양산했습니다. 성역과 금기를 스스로 쳐 놓고 용기와 비판은 실종된 채 사건사고 뉴스를 앞세우고, 카드뉴스와 짤방 등 소셜전용 스낵콘텐츠를 굽는 데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레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레기를 언론계 전반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의 역할이 강력해진 시대에 이런 논란이 생긴 것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저널리즘을 선도하는 언론의 부재, 촉망받는 기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2~3년간 한국 전통매체에서도 혁신의 분위기는 고조되었습니다. 한겨레신문의 혁신보고서에 이어 중앙일보도 지난해 뉴스는 흐름이다라는 내용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혁신보고서를 냈습니다. 전통매체 내부에 디지털 기구와 담당자가 대폭 늘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이끌었고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언론의 혁신의 한계는,

 

첫째,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의 양은 증가했습니다. 큐레이션을 포함 디지털스토리텔링에 대응하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시간 때우기용-킬링타임 콘텐츠를 중심으로 늘었습니다. 수익성이라는 목표 때문에 광고성 기사 논란도 여전합니다.

 

둘째, 직업기자들은 독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획자, 개발자 등 다양한 직무를 맡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이들과 협업하는 장면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과 협력이 뉴스 생산과정에 수렴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기술의 효용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셜 인게이지먼트, 이용자 트래킹, 알고리즘, 로봇저널리즘, VR, 빅데이터 등 뉴스와 기술의 결합이 장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수렴일뿐 목표도 의미도 상실한 실험을 위한 실험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모습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과정으로서의 뉴스가 아닌 결과물로서의 뉴스에만 치중한 것입니다. 문법은 파격적으로 탈바꿈했지만 복제나 어뷰징같은 부작용이 만연하고 큐레이션처럼 디지털의 옷을 입히는 데 한정됐습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클릭을 붙잡기 위해서, 그리고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들과는 소통의 절차는 닫은채, 일방적인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독자들과 만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십년 넘게 언론사 뉴스 댓글은 방치되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 운영은 좋아요수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구축, 독자와의 신뢰형성, 팬덤-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아직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직의 한계는 여전합니다. 전통매체는 과거의 관행과 업무태도, 관성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부문은 합쳐지거나 부상했지만 경험이 일천한 활자매체 종사자들의 통제 아래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창의성과 독자성을 제고하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지표 놀음에 갇혔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지털 혁신 세력으로 언론사 내부에 권력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과 반응을 토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이 업의 본질, 디지털 시장의 이해가 낮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독자, 우리가 붙들고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공감해야 하는 그들이 왜 중요한가를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술만 강조됐을 뿐 그 기술이 왜,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들을 생략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로 일하다가 최근 그만 둔, 그래서 뉴스의 시대를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 한 사람은 자신의 소셜계정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일적으로 그동안 뉴스를 챙겨봤는데) 이젠 뉴스를 보지 않더라도, 검색이나 취향과 사회적 연결로 얽힌 관계망 서비스에만 주력하더로 불안감이 없다“ ”불편하지 않고 평화롭다

 

텍스트를 기피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꼭 필요한 뉴스를 스스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 퍼뜨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창업한 미디어 스타트업 <퍼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계발에 적극적이고 지적 갈증이 있는 교양인을 상대로 크라우드 펀딩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통매체와는 다른 무대에서 그들만의 뉴스 레시피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38명의 후원자를 두고 4년째 건재한 <슬로우뉴스>처럼 새로운 문명을 사유하는 독자들을 발굴했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개인은 물론 기업에서도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콘텐츠는 전통매체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더 강한 공감을 불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통매체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언론환경에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매체는 신생미디어와 같은 방식으로, 그들이 만드는 콘텐츠의 양식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 마음 아픈 사건이 있습니다. 한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25세때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4개를 잃었습니다. 이후 산업재해를 막는 일에 동료들과 힘을 합쳤습니다. 5년 전 44세때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3, 5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말 공장에서 불의의 재해로 숨졌습니다. ‘존영을 향한 뉴스는 쏟아졌지만 그의 죽음에 할애한 지면과 영상은 없었습니다. <뉴스의 시대>에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뉴스를 점점 만나기 어려워졌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은 무엇입니까?

 

첫째,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헌신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아직은 전통매체만이 가능한 비범한 밑천입니다. 디지털의 옷을 입히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지혜와 비판을 담금질한 뉴스로 나타나야 합니다.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마티 바론 편집국장은 2015WAN 총회에서 디지털 시대 워싱턴포스트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있는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 같은 권력형 부정이 있다면 주저없이 보도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언론 혁신의 출발점이며 최적의 열쇠임을 단호하게 시사한 것입니다. 디지털 문명의 독자들이 언론에 바라는, 변함없는 요청은 디지털로의 전환이 아니라 디지털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독자들의 제언을 언론은 새로운 형식으로 화답해야 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뉴스는 사회의 악행을 폭로하고 그 고통을 직시함으로써 사회를 돕는 한편, 선함과 용서와 분별력을 충분히 갖춘, 구성원들이 기여하기를 원하는 가상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중요한 임무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에서 우리는 누구를 만나고 있습니까? 참여지향적이고 열정적인 독자, 교양의 시민들을 독자로 발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독자와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뉴스를 찾는 합리적인 소통은 이뤄지고 있습니까? 우리가 우리의 독자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습니까?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2020년 저널리즘은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공동체의 미래를 사유하는 정열적인 교양의 시민들과 우리의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허상의 트래픽 숫자로부터 더 이상 고립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독자들을 찾는 위대한 여정이 시작돼야 합니다.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우리는 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셋째, 우리는 뉴스조직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어떤 기능과 부문을 떼어서 붙이는 생산조직의 재편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양의 시민들로부터, 언론계 동료와 다른 경쟁 언론사로부터 지지와 영예를 얻을 수 있는 생산문화를 갖춰야 합니다.

 

일방적 여론 주도자가 아니라 협력자, 동반자로서의 사회적 역할 확보, 짧은 생명주기의 뉴스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공동체의 미래를 탐색하는 콘텐츠를 위한 사회적 연대(solidarity)-시민,기업,커뮤니티 등 협력의 네트워크 추진, 성찰의 기반 위에서 디지털 문명을 현명하게 수렴하는 프로그램 신설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뉴스룸이 필요합니다.

 

가령 더 많은 독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창구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가? 우리가 붙들고 있는 가치와 세상의 더 나은 가치 사이에서 공약수를 찾기 위해 독자의 역할을 부여하는가? 우리의 취재와 보도에 독자들은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 기자 선발부터 재교육, 인사 행정 부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우대할 수 있는 변화는 폭넓게 모색되고 있는가? 이런 의문들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뉴스룸의 혁신이 이뤄져야 합니다.

 

혁신의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근 일부 초안이 공개된 독일 <슈피겔>의 보고서를 재인용합니다.

 

첫째, (과거의 영광에 취해 너무 자만했다. 이미 일부분을, 더 나아가 상당한 영역을 잃어버렸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함을 놓쳤다.) 더구나 우리는 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특종-권력과 자본을 향한 비판정신- , 숨겨진 배경을 찾는 분석들을 이미 잃었다.

 

둘째, 우리가 단지 많이 안다고 해서-제한된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구할지,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어떻게 수렴할지 생각해야 한다

셋째, 물론 아직 전통매체는 가장 많이 언급되고, 인용되고 있다. 오피니언 리더에 이해 읽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위로만을 줄 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 트래픽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난날의 시청률과 발행부수는 무의미하다)

 

넷째, 우리는 잘못된 우선 순위를 설정했다. 디지털부문과의 협업도 불분명하다. 참여지향적이고 교양적인 시민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들과 어떤 연결과 관계를 맺을지가 관건이다


슈피겔만 엄숙한 반성을 한 것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기술)만으로는 저널리즘은 구원되지 않는다. 단지 안심시킬 뿐이다. 뉴욕타임스는 오직 하나만 안다. '진지한 저널리즘'. 독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진지한 뉴스는 보지 않는다는 목소리들은 강력합니다. 이것이 많은 것을 오해시켜왔습니다. 디지털로 넘어오고 디지털이 전부인 시대에도, 디지털 문명의 독자들도 언론에게 바라는 것은 진지한 저널리즘이란 목표를 잡을 때 우리는 미래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현명한 독자가 저널리즘을 살리고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발굴해야 하는 독자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길을 찾으며 ’, ‘우리를 끌어안는 지혜의 독자입니다. 진지한 저널리즘에 호응하는 독자입니다.

 

독자가 원한다고, 독자가 더 많이 반응한다고 카드뉴스나 영상을 매만지는 것으로 업무가 끝나선 안 됩니다. 그런 독자들은 우리가 찾는 독자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때만 비로소 저널리즘의 혁신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혁신, 혁신의 혁신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첫째, 성찰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냉엄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성찰의 효과를 위해 양식과 품격을 갖춘 독자, 시민사회에게 최소한 물어보고 혁신의 길을 떠나야 합니다.

 

둘째, 독자와의 느슨한 관계를 애착관계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독자와의 소통, 교감, 협력을 뉴스조직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야 합니다. 독자커뮤니티, 멤버십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독자가 저널리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자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합니다. (제프 베조스가 사들인 <워싱턴포스트>는 매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주도하는 개방적인 위원회, 독자와 피드백하는 시스템에 투자해야 합니다. 동업자들과도 저널리즘의 미래를 숙의하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확산하는 공동의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셋째, 저널리즘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더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단체, 대학 등과 함께 각 부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저널리즘이 공동체에 중요한 것임을 일깨울 수 있도록 경제, 교육, 문화 등 각 영역의 커뮤니티와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후원해야 합니다.

 

독자 참여 기반의 미디어와 이해 관계자들과 호응하고 가능성을 공유하는 연대도 필요합니다. 특히 독자는 파트너로 예우해야 합니다. 참여지향적이고 열정적인 독자가 없으면 더 이상 생존도 어렵습니다.

 

포털사업자, 소셜네트워크사업자, 하드웨어 제조사, 광고주 등 기존의 파트너와 협력할 때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재의 시장환경에서는 좋은 뉴스가 오래 소비되거나 확산되기 어렵습니다. 눈요깃거리만이 살아남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저널리즘의 독자를 찾아야 합니다. 그 의제를 가지고 파트너와 논의해야 합니다. 더 나은 상생은 독자를 디벨로핑-발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브랜드의 명예를 공유할 수 있는 독자를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일반적인 정보와 더욱 전문적인 정보의 경쟁가치중립적인 뉴스와 합리적인 편향의 뉴스의 경쟁속도흥미의 서비스와 탐색사유의 서비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 수많은 뉴스의 폭주에 독자들이 지치고 있습니다. 최소한 독자가 알아야 할 것과 우리가 알리려고 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토론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 <뉴스의 시대> 저자 알랭 드 보통이 전하는 영상 메시지가 있습니다.

 

"저널리즘은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제안하려는 목적으로 국가적 삶의 모든 사안을 다루는 망명정부다. 혹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이 공동체에서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좋은 언론 브랜드'가 빈곤합니다. 영국 주간지 인디펜던트의 인쇄 중단에 대해 경쟁지들은 한결같이 '훌륭한 매체가 보여준 사회를 향한 노고'에 갈채를 보냈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언론은 존재합니까?

 

언론과 공동체의 애착관계, 저널리즘의 사회적 가치가 확산되지 않고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언론의 혁신은 현명한 독자를 발굴하고 그들을 공감시키는 것이 전부이며 핵심입니다. 디지털 문명에서도 변하지 않는 당위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이 성찰하고 진지해져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됐고 295명이 사망했다. 무엇보다 수학 여행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인명 피해가 컸다. 가족 품 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도 9명이나 된다.


사고 원인, 당국의 초기대응 적정성,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력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사실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오보를 남발하고 실의에 빠진 피해자 가족을 무리하게 인터뷰 하면서 언론에 대한 해묵은 불신만 키웠기 때문이다.


정파 보도, 따옴표 보도, 선정 보도, 경마중계식 보도는 물론 기사 어뷰징(abusing)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온라인 저널리즘의 상업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사 어뷰징이 세월호 보도에서도 기승을 부린 탓이다.  기사 어뷰징은 일반적으로 사실상 동일한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만 조금 바꿔 포털사이트 등으로 짧은 주기 동안 반복 전송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학술적으로는 '뉴스 생산자가 인터넷 뉴스공간의 즉시성과 기사 제목 위주의 공간 배열상의 특성을 남용하여 거의 동일한 기사를 반복 게재하거나 기사 제목만 바꿔 두 차례 이상 게재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즉, 어뷰징 기사는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추가적인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사의 취재물을 그대로 베끼고 짜깁기하거나, 기존에 나온 보도물을 재탕하는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기사 어뷰징은 국내 언론사 온라인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다. 세월호 보도의 파행 양상에 어뷰징 기사가 자리잡은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다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온라인에서 기사 조회 수를 높이는 대응이 이어졌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하루 5월13일까지 약 한 달간 포털에 노출된 세월호 관련 기사는 22만여 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약 8,000여 건의 기사가 생산됐지만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대부분이 어뷰징 기사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조차 사고 당일 '어뷰징 기사'가 폭주하자 뉴스스탠드 제휴 언론사에 자제를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네이버가 세월호 사고 당일인 16일 뉴스 스탠드 제휴 언론사에 보낸 메일 갈무리 화면.



그렇다면 세월호 보도에서 기사 어뷰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났을까? 또 기사 어뷰징은 언론 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우선 침몰 사고 직후 '학생 전원 구조' 기사를 통해 알아봤다. '학생 전원 구조' 보도는 4월 16일 오전 11시를 넘겨 주요 언론사가  “경기안산단원고등학교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오전 11시 5분 해경으로부터 통보받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16일 오전 ‘전원 구조’ 오보를 낸 언론사는 SBS, YTN,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면서 "탑승객 가족들이 애가 타는 상황에서 언론이 속보경쟁은 물론 동일 기사 전송, 즉 어뷰징 기사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고 직후인 16일 '학생 전원구조'라는 내용을 담은 언론사 속보들,



여객선 탑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소식과 관련 피해자 가족과 네티즌들이 '신뢰'에 의문을 표했지만 주요 언론사들은 짧은 시간 내 비슷한 내용을 계속 반복 생산하기에 바빴다. 한 언론사는 30분 사이에 거의 동일한 기사를 4건이나 게재했지만 정확한 사실 검증은 하지 않은 채 학교와 당국의 발표내용만 인용하는데 그쳤다. 또 '안산단원고', '전원구조' 키워드는 제목과 본문에 계속 노출했다.


전원 구조 속보를 쏟아낸 한 언론사의 뉴스 검색 결과 페이지 갈무리 화면



언론사가 현장 취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사와, 이러한 오보를 그대로 되받아 쓴 온라인 매체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세월호 키워드를 다루는 언론사가 기존의 온라인 속보 대응 형식처럼 깊이보다는 속도에 집중한 탓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에는 '오보 받아쓰기' 못지 않게 선정적인 보도가 잇따랐다. 4월 16일 오후 한 인터넷신문은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이란 제목의 기사를 포털사이트로 전송했다. 한 언론사는 '타이타닉'이 제목에 언급된 온라인 기사를 오후부터 밤까지 보도했으나 기사 내용은 동일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인 '타이타닉'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입력 시각

제목

기사 주요 내용

바이라인

사진

기타

오후 1시42분

[여객선 침몰]타이타닉 침몰 102주년 다음날, 여객선 침몰이라니…


앞 부분은 타이타닉 사고와 관련된 내용, 뒷 부분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개괄적인 상황 설명 나열

이메일(A)만 표기

세월호 자료 사진


오후 3시51분

진도 여객선 침몰, ‘타이타닉될까 우려'…290여명 생사불명

앞 부분은 세월호 사고 개괄적인 상황 설명, 뒷 부분은 타이타닉 사고 관련 내용

이메일(B)만 표기

세월호 침몰장면(MBC뉴스)과 영화 타이타닉 장면 캡쳐

마지막 부분에 “타이타닉 사망자 많구나”, "타이타닉 처럼 되지 않기를" 등 네티즌 의견 추가

오후 9시48분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어머니는 웁니다…“타이타닉 침몰한 날 언젠지 아느냐…만류했는데”


피해자 어머니가 수학여행 떠나는 학생에게 타이타닉 사고일을 상기시켰다는 내용

이메일(B)만 표기

없음




'세월호 보험 가입 현황', 피해자 학부모 사진 및 학생 일기장 공개 등 언론사들의 선정적인 어뷰징 기사도 쏟아졌다. 특히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8일 민간 잠수부를 사칭한 홍가혜 씨 인터뷰 보도는 언론사 '어뷰징' 행위를 발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 민간 잠수부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내용을 그대로 받아쓴 온라인 뉴스가 쏟아진 것이다. 당시 한 보도에 따르면 MBN이 홍 씨의 인터뷰를 방송한 18일 하루에만 515개의 관련 기사가 나왔고, 참사 이후 5월 27일까지 보도된 홍 씨 관련 기사는 모두 1,302건에 이르렀다.


홍 씨 인터뷰를 그대로 전한 어뷰징 기사들. 대부분 단어와 문장 구조만 조금 바꾼 '베껴 쓰기' 형태이다



홍 씨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한 경제신문은 동일 제목·동일 내용의 기사를 3분 사이에 2건을 포털에 전송한 데 이어 한 시간이 채 안 된 시간에 동일 제목의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추가로 생산했다. 최초 보도는 제휴 매체에서 생산했으나 이후 보도는 모두 온라인 담당 부서가 출고했다. 기사 삽입 이미지는 모두 같았다.


입력 시각

제목

기사 주요 내용

바이라인

사진

기타

오전 8시55분

MBN 인터뷰 논란, 구조활동 폭로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말했다", "장비 지원이 거의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색이 힘든 상황", "잠수부가 배 안에서 사람의 소리를 듣고 확인했다"

제휴매체명과 기자 실명

TV보도화면 캡쳐


오전 8시58분

MBN 민간잠수부 인터뷰 “정부 관계자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말해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장비 지원이 거의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색 진행이 어렵다", "실제 잠수부가 배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소리까지 들었다"

온라인뉴스팀

동일 이미지

기사 첫 줄에" 'MBN 민간잠수부' 'MBN 인터뷰'" 키워드를 삽입함

오전 9시34분

MBN 민간잠수부 홍가혜 인터뷰 충격 “관계자,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장비 지원이 거의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색 진행이 힘들었다",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등 14시간 이상 구조작업이 중단됐다", "잠수부가 생존자 확인 대화하고 있다"

온라인편집부

동일 이미지

"홍가혜 민간잠수부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추가



홍 씨 관련 보도는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본문 내용을 조금씩 바꿔 가면서 짧은 시간 안에 포털로 전송하는 '기사 어뷰징'의 전형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후속 기사가 얼마나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파악하여 어뷰징 여부를 가늠한다. 신규성(newness)이나 독창성(uniqueness)이 미흡하면 '어뷰징'을 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세월호 홍 씨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사) 기사를 복제하는 행위는 앞선 기사와 차별성을 갖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사의 리드문이나 본문에서 일부 내용이 첨삭되는 정도이고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는 정도다.


반면 포털사이트 검색에서 잘 걸리도록 기사 도입부분과 끝 부분에 주요 키워드를 반복 나열하는 경우는 많다. 업계에서는 '검색 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SEO)'라고 불린다. 이때 기사 끝 부분에 네티즌 반응을 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후속 기사에는 제목 변화가 이뤄진다. '충격' 등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포털사이트에서 이용자의 클릭을 받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 즉, '제목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어뷰징 기사는 기자 실명이 없는 바이라인(byline)도 특징 중 하나이다. 기자 실명은 없는 대신 부서명이나 회사명, 이메일을 노출한다. 심지어 바이라인을 빼는 경우도 나온다. 국내 언론사 온라인 뉴스조직을 고려할 때 기사를 출고하는 취재부서나 기사제목을 정하고 배열을 하는 편집부서가 번갈아 가며 기사 어뷰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위 표 참조).


소속 언론사 또는 자기 기사를 복제하는 기사 어뷰징은 분량을 나누는 '기사 쪼개기'로 나타난다. 한 기사에 포함해도 될 내용을 2~3건 이상으로 늘리는 행위다. 기사 수를 늘리면 포털사이트 검색시 더 많이 노출된다. 이용자 클릭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세월호 보도에서는 팩트(fact)가 아닌 네티즌 의견이나 단순 상황 묘사를 추가한 기사 쪼개기로 후속 기사의 분량을 채웠다.


홍 씨의 경우는 과거 행적이나 신상까지 어뷰징 대상이 됐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당시 ‘홍XX 과거 행적 경악’, ‘홍XX 출두, “배우 데뷔 하는거 아닌가 몰라”’ 등의 제목을 단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한 언론사에서만 40여 건 노출됐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껴 쓰는 행위도 '어뷰징'이다. 사실상 무단으로 표절 및 복제를 하는 경우다. 세월호 보도는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침몰 사고 초기 속보 경쟁 때 주요 방송사와 통신사 등 타사 언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생 전원 구조', '민간 잠수부를 사칭한 인터뷰' 등에서 "OO일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으로 시작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아예 언론사를 표기하지 않는 등 적절한 출처와 인용 표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연합뉴스>의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 보도는 4월25일 하루에만 409건이 나왔는데 어뷰징 기사의  특징을 망라했다. 한 스포츠신문은 오전 11시경부터 밤 10시까지 모두 67건의 관련 기사를 포털사이트로 전송했다. '개XX' 욕설,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 등 인터넷신문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발언을 소재로 거의 동일한 기사 제목과 내용을 반복했다.


'베껴 쓰기'·'기사 복제'를 통한 내용 구성, '검색 엔진 최적화'를 위한 검색 키워드 삽입, 동일 소재의 내용을 여러 건의 기사로 나누는 '기사 쪼개기' 등이 전부 포함된 사례다.


한 스포츠 신문이 약 12시간 동안 쏟아낸 총 67건의 기사 제목 중 십여 건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것으로 '기사 쪼개기'와 검색 엔진 최적화를 고려한 어뷰징 기사들이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과정에서 급부상한 다이빙벨은 사고 이후부터 5월31일까지 모두 5,516건이 나왔다. 이들 기사는 다이빙벨 효용성이나 현장 투입 여부와 직접 상관이 없는 다이빙벨 이종인 대표의 부인 이름을 제목과 본문에 노출해 물의를 일으켰다. 제목 장사를 위해 연예인을 내세운 '낚시 기사'다.


각 기사 사이에 취재내용의 차이는 찾아보기 어렵고 제목과 본문 등에서 연예인 이름을 노출했다.



세월호 사고 원인과 책임을 놓고 구원파 유병언 씨 관련 기사도 어뷰징 표적이 됐다. 첫째, 종편, 보도채널 등 주요 방송사들은 정규 편성된 뉴스프로그램 외에도 특별편성된 속보 보도에서 동일 기사를 포털사이트로 무차별적으로 전송했다. 같은 시각에 사진만 바꾼 동일 기사도 잇따랐다.


종편 TV조선과 연합뉴스. 전송시각은 조금 다르지만 기사 내용은 사진만 바뀔 뿐 똑같았다. 자사 기사를 복제한 경우다.


구원파 유병언 일가 기사들은 연예인이나 외모 등 가십성 형태로 다뤄져 상업적 온라인 저널리즘의 행태도 보여줬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탤런트 전양자 씨 관련 기사는 수천 건 넘게 양산됐다. 유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 검거 때 함께 붙잡힌 박수경 씨 기사는 '연인'-'내연관계'-'호위무사'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도배되다시피했다.


SBS CNBC가 26일 하루동안 쏟아낸 유대균·박수경 씨 관련 기사들


세월호 보도에서 나타난 기사 어뷰징은 크게 보면 기사 보도·작성자·형태별로 그 유형을 나눠볼 수 있다. 기사 보도 측면에서는 다른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동일 채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사 작성자 측면은 팀 또는 부서명을 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이메일 등만 노출하는 것도 적지 않았다. 기자명을 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사 형태에서는 검색어를 나열하거나 네티즌 반응을 넣는 경우는 현재보다는 빈도 수가 많지 않았다.


기사 보도(제목/내용/채널)

∆ 동일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동일 채널

∆ 다른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동일 채널

∆ 동일 제목, 동일 내용(동일 또는 다른 사진/동영상), 다른 채널

(참고) 다른 제목의 경우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검색어, 키워드를 넣기도 함

기사 작성자

∆ 무기명(이메일만 표기 포함)

∆ 기명 : 팀/부서명, 기자명

기사 형태

∆ 기사 도입부나 말미에 실시간 검색어 나열

∆ 네티즌 반응을 기사 말미에 추가

∆ 사진/동영상과 단신으로 구성



특히 자사 기사를 복제·반복 전송 행위가 두드러졌다. 방송 채널을 보유한 언론사일수록 무분별하게 베껴쓰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언론사 기사를 베껴 쓰는 양상은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거의 비슷한 시간대 각 포털사이트에 전송된 기사는 시간적으로 직접 취재한 결과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어뷰징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시신 인양을 하거나 관계자가 검거되는 과정 등 긴박한 상황에서 둘째, 누구나 동일한 내용을 시청하고 있는 TV 뉴스 프로그램 보도 인용 과정에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등과 연관시킨 복제 기사가 양산됐다. 세월호 사고 보도의 경우 특종이나 단독 보도가 어려운 환경임에도 다른 언론사 출처를 표기하는 명확하고 일관된 표기 사례는 드물었다.


이처럼 저널리즘을 망치는 기사 어뷰징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한계와 닿아 있다. 포털사이트를 통한 뉴스 이용률이 여전히 압도적인 상황에서 뉴스 트래픽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실적으로는 포털의 검색 서비스나 포털 뉴스 제휴를 통해 언론사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는 수단이 유일하다. 특히 '트래픽=광고'로 연결되는 시장에서 이용자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 어뷰징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는 방법이다.


또 수많은 독립형 인터넷신문이 난립하는 등 시장 경쟁 환경이 열악하다. 자본력이 취약한 인터넷신문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중심으로 조성된 트래픽 나눠먹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생존모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 광고에 매달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당연히 콘텐츠 차별화나 유통 다변화 모색은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 더 근본적으로 온라인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가 팽배하다. 상당수 전통매체는 수년 전부터 온라인 뉴스 생산과 편집 등 서비스 전반을 닷컴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맡고 있다. 그럼에도 퀄리티 저널리즘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것은 전통매체 중심의 매출기반에서 조직,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나치게 경쟁적인 언론 풍토와 기업 문화가 기사나 검색의 품질보다는 트래픽이라는 양적인 목표에만 몰두하는" 흐름을 역진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언론사는 기사 생명력이 짧은 온라인 속보를 만드는 '공장'으로 전락했다.


일반적으로 어뷰징 기사를 만드는 조직 구성원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 이들은 전통매체 구성원들과 교류하는 일은 거의 없이 고립된 채 일하고 있다. 기사 어뷰징에 대한 내부감시나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등 언론사 내부의 온라인 저널리즘 전략을 재정비하려면 장벽을 걷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통합 뉴스룸'을 구축하거나 '통합'의 중심으로 온라인 뉴스룸을 끌어올려야 한다. 단순히 속도·양에 치중하는 질 낮은 기사를 방치·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조직 전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대등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다시 말해 해외 주요 전통매체가 채택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채택이 시급하다.


이를 기반으로 속보인 1신부터 후속 취재와 멀티미디어로 기사 완성도를 높이는 2, 3신까지 온라인에 출고하는 기사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언론사 내부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면 PC 웹 사이트나 모바일에서 포털 의존도를 낮추고 진성 독자를 확보하는 가능성이 비로소 열린다.  


그러나 언론사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뷰징 규제 강화·어뷰징 방지 기술 개발 등 온라인 뉴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포털사이트도 뉴스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검색 광고시장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만큼 지금까지 내놓은 어뷰징 대책들을 적절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도입한 '어뷰징 방지 가이드라인'(2007), 뉴스캐스트(2009), 뉴스스탠드(2013)에 이어 뉴스검색 클러스터링(2014)의 경우 최근까지도 논란만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9일 전체 제휴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제휴사의 기사 중 제목과 본문에 다수의 키워드를 삽입하여 반복 전송하는 경우가 늘어나 심각한 검색 품질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어뷰징이 중단될 수 있도록 전송 기사들에 대해 전수 검사를 통해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파악해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였다.


뉴스스탠드 이후 이슈 중심의 뉴스 소비는 검색 결과를 통한 뉴스 소비로 넘어왔다.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뉴스 생산의 핵심 고리가 돼 있다. 이러한 서비스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 언론사의 기사 어뷰징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언론사의 어뷰징 기사를 사후적으로 제재하는 대응보다는 좀 더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기술 시스템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사 어뷰징을 남발하는 언론사에 대해 보다 엄정한 제재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언론사들도 온라인 뉴스 시장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신문의 재정과 직결되는 온라인 광고요금의 책정방식 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트래픽이 많아야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어뷰징의 온상이 돼 왔다. 주로 클릭 수에 따라 광고요율이 산정되는 CPC(Cost Per Click) 방식은 기사 어뷰징을 과열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뉴스 사이트 체류 시간, 방문자의 충성도 등을 광고 요금 산정의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네이티브 애드 등 획기적인 광고 서비스가 적극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더 본질적인 해결 방법은 언론사 내부에서 기사 어뷰징이 윤리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며 법률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자각하는 일이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한국인터넷신문위원회는 각각 한국신문협회 산하 언론사(닷컴)·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2011년 '인터넷신문윤리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윤리강령 제7조 편집규약에 "기사의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하여 작위적으로 기사의 일부 내용 또는 제목을 변경해 재송신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또 6조 보도규약에는 출판물 등을 인용하는 경우는 물론 인터넷 댓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취재내용에 대해서도 반드시 출처를 밝히도록 했다.


하지만 경영난에 처한 언론사들은 어뷰징 문제 해소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세월호 침몰 사고에도 변화가 없었다. '기레기' 논란 속에서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언론사들도 나왔지만 아직까지 어뷰징 기사는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사 어뷰징을 도용이나 표절 등으로 간주하고 규제적 차원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다른 매체가 최초로 보도한 사안을 베껴서 자기 것인 양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다.


그런데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경우에도 해당 기사를 취재 및 작성하는 데에 있어서 기자와 언론사의 시간과 비용이 투여됐다는 점에서 기사 베껴 쓰기는 부정이용법리(doctrine of misappropriation)를 적용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 이외의 기사 즉, 저작권 보호 대상의 기사를 무단 복제하여 인터넷 포털 등에 송신하는 행위는 공중송신권 침해 소지도 주목해야 한다. 기사 어뷰징을 반복하는 언론사나 그 기자가 법률에 저촉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까지 어뷰징 기사는 업계가 묵인하는 '관용'과 '양해'의 대상으로 간주돼 왔다는 점에서 스스로 통제·검열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적 규제는 헌법상 언론자유 침해나 정부의 언론시장 개입 논란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업계 스스로 기사 어뷰징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표절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적으로도 미디어 리터러시 즉,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에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즉,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저널리즘에 대입하면 효과적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해 적재적소에 보도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사 NIE(Newspaper in Education) 지원사업,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디어 교사 양성,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 윤리교육 등 몇몇 기관에서 리터러시 교육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에 특화한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기사를 제대로 생산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부족한 것이다.


미디어 소비가 곧 일상과 연결되는 네트워크 저널리즘 시대이다. 학교부터 뉴스조직까지 체계적인 정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이수한다면 "기사의 출처에 대한 인식과 기사가 담고 있는 정보의 진위와 질에 대한 판단 능력"에 초점을 둘 것이다. 기사 어뷰징 행위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당연히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털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 순응하는 언론사들은 어뷰징 기사를 양산할 수밖에 없음을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도 확인했다. 특히 기사 어뷰징은 비교적 경영환경이 좋은 주류 미디어나 상대적으로 영세한 인터넷신문을 가리지 않고 일상화고 있었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 모바일 환경 등 시장이 급변하면서 이용자 스스로가 좋은 기사를 선별적으로 소비, 공유하는 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다루는 소셜 기반 미디어, 1인 미디어 등이 급부상하는 중임을 고려할 때 어뷰징으로 '질 낮은 트래픽'을 끌어 들이는 언론사와 그 기자의 위상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포털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이용자 참여를 촉진하고 협력하는 장을 만드는 일이다. 시장의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법적, 규제적 이슈를 넘어서 사회적·산업적 토양을 스스로 바꾸는 노력에 나서야 할 때이다.


<주석>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일은 2014년 4월16일부터 특정기간 동안 '전원 구조'·'타이타닉'·'홍가혜'·'이상호`·'다이빙벨`·'구원파`·'유대균`·'박수경` 등의 키워드 결과를 토대로 어뷰징 기사 사례를 확인했다.


최수진·김정섭(2014), 인터넷 공간에서 기사 어뷰징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사들은 기사 어뷰징으로 트래픽을 끌어 모으는데 여념이 없었다. 인터넷 시장 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4월14일부터 20일까지 순방문자수 상위 20개 매체의 주간 페이지뷰는 약 5억1800만회로, 사고 전인 4월7일부터 13일까지 3억7900만회보다 73.2%나 상승했다. 대형 재난사고는 언론사에겐 트래픽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호재'가 되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2014년 12월 17일자. 올해의 오보 “세월호 학생 전원구조". "그러나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중대본은 368명이 아닌, 18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보도를 믿고 있던 실종자가족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언론은 중대본을 비판하며 자신들의 ‘사실확인’ 책임을 비껴갔다."


<미디어오늘> 2014년 4월 16일자. ‘세월호 참사’에 언론 ‘전원 구조’ 오보…어뷰징 경쟁까지.  


<기자협회보> 2014년 5월 14일자. '참사마저 돈벌이 수단으로…필터링 않고 어뷰징 열 올려'.  


<단비뉴스> 2014년 6월 18일자. '자본에 침수된 언론'.


이용자가 포털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을 경우 그 검색어와 관련된 웹사이트나 도메인이 검색결과 상위에 위치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의미한다.


디지털미디어부, 디지털뉴스부, 디지털뉴스팀, 온라인뉴스부, 온라인뉴스팀, 온라인이슈팀, 멀티미디어부, 뉴미디어부 등 부서명이 가장 많지만 OO닷컴처럼 회사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 부서의 대표 이메일만 표기하는 언론사도 있고 바이라인에 아무 것도 없는 경우도 있다. 


최수진·김정섭(2014).  기사 어뷰징 현상의 특징들은 아래와 같다. "∆ 거의 동일한 기사 또는 제목만 바뀐 기사 ∆ 해당 기사의 반복 전송 및 게재 ∆ 뉴스 검색 결과 웹 페이지 상단 노출 도모 ∆ 대체로 1~2일의 짧은 시간 내에 발생 ∆ 실시간 검색어와 연계된 기사 ∆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 제목 ∆ 기자명이 없거나 부서명으로 갈음 ∆ 이슈에 대한 근원적 접근보다 지엽적·말초적·신변잡기적 요소에 보도의 초점 존재" 


조형래(2014). <신문과방송> 2014년 2월호. '트래픽 장사만 하다간 언론사·포털 모두 '패자''


뉴스 클러스터링(clustering)은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뉴스를 자동으로 묶어 최대 4~5개까지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같은 클러스터(묶음) 내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랭킹' 가중치가 트래픽을 좌우한다. 


네이버의 경우 이미 언론사 검색 제휴와 관련해서 어뷰징 가이드 및 제휴계약 동의서 제4조(정보 제공에 따른 책임)에 유사 기사 전송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제공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음 각호에 해당하거나 그러한 내용을 포함한 ‘정보’를 ‘네이버’에게 제공하거나 아웃링크로 연결할 수 없다. - 기사의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뉴스기사임에도 작위적으로 제목만을 변경하거나 부수적인 내용을 일부 변경한 기사(의 재전송) 이 조항을 지속해서 위반할 경우 제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포털사업자가 어뷰징 기사의 책임을 물어 특정 언론사를 퇴출하거나 제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또 네이버, 다음은 이용자위원회나 자문위원회 등 자율기구를 통해 서비스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지만 제휴 언론사 선정 과정이나 검색 알고리즘 등 핵심 영역은 사실상 비밀에 부치고 있다. 언론사 제휴에서부터 검색 결과 개선 등 뉴스 서비스 전반의 정책결정이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용된다면 사회적 압력에 의해 온라인 저널리즘의 문제점들이 해결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최수진·김정섭(2014). 방문자 충성도의 경우는 댓글 참여, 기사 제보, UCC 활성화 등 구체적인 상호작용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최수진 외(2014)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산하 한국인터넷신문위원회는 현재 모호한 기사 어뷰징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하여 대상 기사와 검색어와의 상관관계, 대상 기사와 집계 시간대와의 상관관계, 대상 기사와 최초 기사와의 동일성 및 유사성 여부, 후속 기사의 신규성 여부, 후속 기사의 반복 빈도 등을 추가하여 기사 어뷰징 기준을 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중재> 봄호' 저널에 실린 글입니다. 게재된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미디어오늘이 창간 19주년을 맞았다. 미디어 전문지로서의 위상강화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미디어오늘 구성원들의 미래를 비추는 대명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디어 공공성, 저널리즘의 원칙 같은 한국언론의 문제를 외면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정한 도전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는 언론 현장을 기록하는 주간지 <미디어오늘>의 진로도 바꿔 놓았다. 인터넷 신문으로 속보 뉴스를 제공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콘텐츠 유료화에 이어 소셜네트워크도 두루 활용했다. 포털 중심의 온라인 뉴스 유통구조, 능동적 이용자를 감안한 선택이었다. 이 결과 시장 내 <미디어오늘>의 영향력은 10여 년 전에 비해 훨씬 커졌다.

 

그러나 전문성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시사 보도 중심의 매체로 자리잡은 대목은 아쉽다. 신문·방송의 일방적인 '보도 프레임'을 비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정치 현안 관련 보도를 양산하면서부터다. 종합지 성격, 대안적 시선 그 자체가 논쟁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디어 패러다임 전환을 진단하는 데는 소홀했다. 


신문·방송 등 올드미디어의 구태는 자주 도마 위에 올렸지만 뉴미디어 이해와 미디어 융합을 파악하는 심층성은 부족했다.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특질, 디지털 비즈니스의 가치사슬 등을 설명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미디어 전문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 영역은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점차 넘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미디어오늘>의 독자였던 전문가들의 등장이다. 미디어와 일상의 접점이 확대된 이래 미디어 이용 경험은 사람들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미디어 기업의 종사자, 연구자는 물론이고 오디언스들의 비평과 분석이 활발해졌다. 


이렇게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의문들이 해소될 때 <미디어오늘>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디어오늘>이 지금껏 제기하는 이슈들 즉,  미디어 공공성 후퇴를 비롯 주류 미디어의 저널리즘 신뢰 추락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심중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제는 또 다른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 단계를 진영의 고민에서 혁신의 개념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이때 뉴스나 콘텐츠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전통 미디어를 뛰어 넘어 융합 미디어의 내용도 집중 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미디어 산업의 주제들을 재분류해야 한다. 미국 미디어 비평 웹진인 <에디터앤퍼블리셔>의 경우 비즈니스, 테크놀러지, 광고, 온라인, 신디케이션 등 현장에 밀착한 영역을 살피고 있다. 


미디어 종사자들도 밀도 있게 만나야 한다. 취재기자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뉴스룸의 새로운 주인공들을 조명해야 한다. 또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쟁점도 아울러야 한다. 망 중립성, 이용자 복지 등 이미 뜨겁고 첨예해진 정책들을 짚어야 한다. 특히 결정적인 솔루션으로 부상하는 미디어와 오디언스 간 관계 모델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미디어오늘>의 분투가 없었다면 '오늘' 중심을 잡는 '미디어'의 문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진화하고 더 성찰해서 <미디어오늘>의 스펙트럼이 미래까지 이르길 기대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오늘> 창간 19주년을 맞아 작성된 원고입니다. 5월14일자 지면에 게재됐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응답하라 7452`는 김동인 기자는 물론 고재규 사회팀장, 안희태·김은지·송지혜·전혜원 기자 등이 힘을 합쳤다. 여기에 서혜주 삽화가, `일상의 실천` 등 외부 전문가 그룹들이 함께 소통했다. 한 마디로 뉴스룸이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를 선보이기 위해 안팎에서 소통한 결과물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아니다. 이번에는 '응답하라 7452'다. SNS에 공개되자마자 '트래픽 초과'가 발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몰고 왔다. 


'응답하라 7452-시사IN 크라우드 저널리즘'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최근 오픈한 마이크로사이트(mircosite)의 타이틀이다. 마이크로사이트란 기존 웹 사이트의 일부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를 말한다. 


`응답하라 7452`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하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공판 과정과 중요한 인물, 주요 이슈에 대한 보도물과 각종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선 이들 정보를 연대기순으로 정렬한 것이 아니라 정보 구조화를 통해 다양하게 표현했다. 검찰-국정원-경찰의 주요 인물들을 조직도 형식으로 배치하고 이들과 공판내용을 연결하는 식이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의 신상카드는 물론이고 각 공판과정에서 해당 인물이 진술한 부분들을 직관적으로 구성했다. 또 단순한 인포그래픽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 사건을 2012년 8월 이후 현재까지 `타임라인 그래프`로 보여준다. 


국정원 사건 공소장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정원 트윗 55,600개 전문, 402개 트위터 계정, 국정원 댓글 공작, 오늘의 유머 추천/반대 클릭 기록 모음,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강조 말씀 등 이해 관계자들의 공식 문서 등을 모두 구글 독스로 공유했다. 독자 제보 등 '크라우드 소싱'을 감안해서다. 


크라우드 소싱 저널리즘(crowd sourcing jorunalism)이란 뉴스룸이 보유하거나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불특정 독자들과 함께 공유, 활용하는 저널리즘이다. 즉, 온라인을 통해 독자를 뉴스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전반적인 활동이다. 


'응답하라 7452'는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인터랙티브는 없지만 국정원 사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박사는 "시도를 한 것 자체가 훌륭하다"면서 "긴 호흡 기사에 삽화 등을 추가해서 읽는 재미를 준 것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를 기획한 김동인 기자(28)는 "열악한 조건에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리소스들을 최대한 이끌어냈다"면서 "시간 순서대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해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창고(아카이브)로 지속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독자 참여나 소셜네트워크를 연계하는 설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박사는 "결국 과정으로서의 뉴스라는 점이 수렴되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는 부분의 유연성이나 독자 트윗이나 페이스북 반응 등을 이끌어내는 요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22일 낮 <시사IN> 사무실 부근 카페에서 김동인 기자를 만나 제작과정과 계획 등을 들었다.  



Q.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재판상황을 녹취로 중계하는 연작 기사를 게재했다. 수사과정보다 공판 중 새로운 증거나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한 주에 한 개의 기사가 실려 독자들도 사건의 흐름을 놓치고 흥미를 잃게 되는 점이 문제였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등 해외매체가 선보인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반응형 웹(html5)으로 제작하면 모바일 기기에서도 오류 없이 구현되고 형식적으로도 새로운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 보고 발제를 했다. 


Q. 내부의 반응은 어땠나?


결국 그것을 누가 만들고 비용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과제였다. <시사IN에>는 개발자도 사실상 없어서 초기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동안 국정원 사건 관련 기사를 취재해오며 축적한 데이터들이 적지 않았다. 대량의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하자며 데스크와 동료들이 적극 힘을 보태줬다. 1년 가까이 끌어온 이슈니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Q. 과정은 어땠나?


기획을 하고 제작, 서비스할 때까지 열흘이 꼬박 걸렸다. 나는 자료를 취합하고 인포메이션 아키텍처(information architecture), 원고들을 다듬는 역할을 맡았다. 실제 퍼블리싱은 다른 선배가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작업했다.


타임라인 구성 등을 위해서 유료 테마를 구입해 커스터마이징했다. 잡지 지면에 나왔던 그림을 서혜주 화가가 다시 모바일 인터페이스 등을 고려해 리터치해줬다. 인포그래픽스는 `일상의 실천`이란 곳에 외주를 줬다. 모든 것이 이해와 협업의 과정을 거쳤다. 


Q. 아쉬운 부분은 없나?


개발 역량이 좋았다면 독자 참여를 끌어내는 좋은 서비스가 나왔을 것이다.  기술을 이해하는 기자, 저널리즘을 이해하는 개발자가 절실하다.  


Q. 앞으로 이 서비스는 어떻게 되나?


공판 중계는 계속할 것이다. 121만건 트윗이 알려지면서 서둘러 오픈한 부분도 있는데 '블랙박스' 메뉴는 탐사보도형태로 계속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22일) '응답하라 7452'에는 국정원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진과 프로필, 혐의부분 등이 담긴) 카드가 추가됐지만 조금씩 보완은 계속 이뤄질 것이다. 또 이 사이트를 공동작업한 기자 및 참여자들의 크레딧 처리도 고민하고 있다.




김동인 기자는 올해 5월에 시사주간지<시사IN>에 입사한 신참 기자다. <시사IN>과 첫 인연은 지난해 여름 인턴 기간 2개월로 시작됐다. 


김 기자는 원래 공연기획 쪽에 관심이 많아 그 분야에서 활동을 하느라 학교 졸업도 미뤘다. 대학 전공은 '경제학'. 


중학교 때는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었다. 개인 블로그도 열심히 했다. 인터넷에 웹진 서비스를 오픈해 유튜브로 유통도 했다. 오랜 해외 여행도 다녀 봤다는 김 기자는 "우리 세대는 모두 이 정도는 한다. 평범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기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건 2년 전이란다. <시사IN>에 입사 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A/S 기사 동행 취재, 인천 월미도 은하 모노레일 이슈  등을 다뤘다. 


"일간지 기자들은 일에 치여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게 문제"라는 김 기자는 "내용 만큼 뉴스 스토리의 형식도 고민하는 `응답하라 7452` 같은 기획을 자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양상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왼쪽),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 회장(가운데)이 7일 미국 뉴욕에서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설립에 합의하는 기본의향서에 서명했다. 오른쪽은 지미 메이먼 허핑턴포스트그룹 CEO(사진 출처 한겨레신문/허핑턴포스트). 한겨레신문 내부 구성원들은 허핑턴과의 조합에 따른 기대감을 강조한 반면 외부 전문가들은 시장환경의 특성, 내부 조직의 혁신 미흡을 들어 신중론을 피력했다.


한겨레신문사가 2005년 창간 이후 소셜 연결성(social engagement)으로 급성장한 인터넷 미디어인 미국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 모델'을 국내에 내놓는다. 


지난 7일 뉴욕 맨해튼 허핑턴포스트 본사에서 기본의향서를 교환한 한겨레는 올해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설립한다. 


한겨레신문사(51%)와 허핑턴포스트가 지분을 반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의 한 관계자는 "허핑턴포스트 측에서 먼저 제안이 왔고 이 과정에서 국내 다른 유력지도 오르내렸다"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독자층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우리를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011년부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이 관계자는 "한겨레의 실제 투자 규모는 적은 편"이라면서 "내년 초 즈음엔 한국어판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일단 허핑턴포스트 네트워크를 타고 들어오는 글로벌 뉴스를 번역 제공하고 국내 뉴스를 함께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 편집국의 한 데스크는 "내부 분위기는 좋다. 과거 해외 언론사들과 협력을 진행한 경험도 있고 허핑턴포스트의 수준 높은 서비스 경쟁력을 감안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005년 설립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내로라하는 미국 유력신문들을 제친 독자참여형 매체다.


현재 명망가들과 전문가들을 포함 약 5만여명의 블로거가 참여하고 있고 자체 취재기자를 두고 '탐사저널리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순방문자가 약 4천만명 이상으로 미국 뉴스 사이트 중 가장 많은 순방문자 층을 보유한 온라인 미디어다. 


사람들의 참여와 표현 욕구를 증진하고 이것을 저널리즘과 연계시킨다는 허핑턴의 전략은 적어도 미국에선 성공했다.


많은 자발적인 필진들이 '허핑턴 네트워크'로 몰려 들었고 기념비적인 저널리즘을 선보였다.


그러나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011년 AOL에 3억1500만 달러에 매각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서비스 방향을 놓고 경영진 간 이견도 노출됐다. 의욕적인 승부처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구체적인 서비스 방향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콘텐츠 생산 및 서비스는 한겨레가, 서버와 시스템(CMS) 등은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한 AOL에서 지원한다는 역할 분담만 드러난 상태다. 


현재 안팎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겨레신문 문현숙 부국장은 "기존 종이신문의 성장동력이 힘을 잃은 상태에서 온라인의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시도가 될 것"이라면서 "깊이 있는 콘텐츠로 이용자들을 늘려 결국 온라인 광고모델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한겨레신문 뉴스룸이 '혁신'과 '실험'을 전면적으로 껴안을 용의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남은 준비 기간 동안 시장여건을 충분히 수렴하고 독자 관계 가치를 높이는 '한국형' 허핑턴포스트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0년 론칭한 한겨레신문 칼럼 사이트 훅(hook). 편집국 오피니언부가 관리(?)하고 있는 `훅` 서비스에 참여 중인 외부 필자는 블로거를 포함 300여명 정도다. 한겨레신문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맞는 방향이지만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테크놀러지를 이해하는 뉴스룸의 인식과 역량이다. 조직혁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한겨레신문 뉴미디어 기구의 한 관계자는 "한국 내 새로운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보여주는 게 목표"라면서 "한겨레의 기존 뉴스 서비스와는 별도로 짜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작은 규모로 시작한다. 자체적으로 만드는 뉴스와 외부 필자들의 스토리를 조합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론칭한  칼럼 전용 사이트인 '훅(hook)' 참여 필자들과의 연계도 구상 중이다. 특히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묶음'이 중요하게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허핑턴포스트의 노하우라면 국내에선 성공하지 못한 언론사 커뮤니티가 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예상보다 허핑턴포스트의 기술적 기반이 앞서 있어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당장에 비즈니스모델을 갖느냐보다 앞으로 계속될 미디어 시장 변동에 대비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수익보다는 온라인에서 한겨레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한겨레는 곧 관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조기에 안착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 김경화 경영기획부장은 "밝히긴 어렵지만 그동안 내부적으로 꽤 많은 준비를 해왔다"면서 "경쟁력이 강한 인터넷 매체를 창간하는 만큼 비즈니스모델도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 편집국 한 기자는 "우선 내부 구성원도 놀랄 정도로 깜짝 발표였다. 한겨레가 뉴디미어로 연착륙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본다"면서 "하지만 전문성없는 내부 사람들을 활용한 인사를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겨레와 완전 분리된 조직으로 꾸리는 게 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시장 반응은 비교적 차분한 상태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는  "현재 주류매체에 대한 독자의 불신이 점증한 상태다. `허핑턴포스트`라는 브랜드 메이킹을 잘 해 신진 필자를 발굴한다면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소통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국내에서 허핑턴포스트 모델 자체는 새롭지 않고 전문가 필진도 어느 정도 고갈된 상황"이라면서 "소셜과 미디어 테크놀러지를 이해하는 사람, 과감히 기존 판을 깨는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셜마케팅 업체 에스코토스 강함수 대표도 "일단 SNS를 잘 활용하는 좋은 정보 전달 플랫폼이 들어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한겨레신문의 기존 취재방식과 글쓰기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허핑턴 글로벌 뉴스 번역만 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미디어랩 한운희 기자는 "허핑턴포스트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비교적 적극적이고, 의미 있고, 건강한 독자 참여인데,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한 영역일지 조금 회의적"이라면서 "만일 한겨레-허핑턴 사례가 이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협업할 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에 국내 언론사와 관점은 많이 다를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는 허핑턴포스트의 혁신적인 서비스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최락선 회장(조선비즈 기자)은 "또 다른 오마이뉴스가 되지 않으려면 자사 서비스 플랫폼을 어떻게 개방적으로 전환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경제경영연구소 조영신 박사는 "국내 매체들의 뉴스유료화 시도나 한겨레의 허핑턴 제휴는 모두 신문기업의 '생명연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동질적인 것"이라면서 "신속성과 오락성을 가미한 허핑턴포스트 모델은 각국의 정치상황, 매체전통, 시장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한국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 박사는 "진보적인 한겨레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이미 참여형 매체가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허핑턴'이란 명성이 어필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의 전문가들은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독자참여형 인터넷신문들, 미성숙한 정치사회, 언론에 대한 불신 등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인물과 조직의 필요성을 주문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결국 한겨레 뉴스룸이 온라인 환경을 제대로 수렴하고 독자관계를 극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잊혀질 권리`와 온라인저널리즘

Online_journalism 2013.10.15 16:40 Posted by 수레바퀴

국내 K 신문의 과거 기사. 공인과 일반인이 관련된 사건 보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는 당사자의 요청을 받은 언론사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특정 부분을 블라인드 처리했다. 이처럼 `잊혀질 권리`는 온라인 뉴스 서비스 환경에서 계속 반복될 이슈로 뉴스조직과 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시) 노출되는 자신의 사적 정보와 관련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도 부상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는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Viktor Mayer-Schönberger)가 자신의 저서(Delete: the virtue of forgetting in the digital age ; 2009)에서 디지털 정보의 소멸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언론 보도의 경우 보도의 대상자가 잊혀질 권리를 들어 뉴스 삭제를 요구할 때 표현의 자유와 같은 다른 기본권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블로그나 SN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제한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게 되면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EU의 경우 공공 정보나 역사적 사료는 삭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내에선 논의 수준이 걸음마 단계이다. 뉴스조직과 기자들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잊혀질 권리를 인식하고 있는 일반인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마침 ‘잊혀질 권리’와 관련된 논문을 준비 중인 한겨레신문 구본권 기자를 만나게 됐다. 그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을 재구성하면서 저널리즘 영역에 ‘잊혀질 권리’를 어떻게 수렴하는 것이 좋을지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Q.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온라인 환경에서 뉴스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노출, 재구성되고 있다. 영구불변의 뉴스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운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반응하는 뉴스는 곧 온라인 환경에서 뉴스의 ‘불멸’을 상징한다.


뉴스는 ‘서비스 영역’에서 항상 변경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변경의 근거는 이해 당사자가 시장에서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했을 때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뉴스룸은 그 요구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응답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서비스 영역’이라고 함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영역으로 뉴스가 노출되는 영역, 즉 서비스되는 영역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여기서 이용자는 ‘잊혀질 권리’를 포함한 뉴스와 관련된 의견 개진-문제 제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때 언론사 뉴스 데이터베이스는 서비스 영역과 보관 영역으로 분리 운영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영역은 늘 이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잊혀질 권리를 포함해 다양한 요청을 수렴하는 곳이다. 보관 영역은 자사 뉴스의 위상, 권위를 최대한 보호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이 두 영역은 물리적으로(기술적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이용자의 뉴스 정정, 삭제 요청 등을 최적의 방식으로 반영하는 공간이 된다. 


Q. 현재 유럽에서 온라인상 잊혀질 권리는 언론 보도에선 예외다. (EU는 2014년까지 잊혀질 권리를 정보보호규칙이란 범주에서 명문화할 계획이다.)


저널리즘 환경은 그 사회의 복잡한 요소들이 내재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의 저널리즘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만큼 단호하고 위엄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널리즘의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가 취약했다. 


저널리즘이 뿌리내리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잊혀질 권리의 필요성은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생각한다. 


유럽 언론들이 ‘잊혀질 권리’를 엄격히 다룬다고 하지만 ‘논의의 여지’ 자체를 봉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가디언이 런던에 카페를 연다든가, 댓글 가이드라인을 통해 중재자로서 책임을 다한다든가 하는 등 자사 저널리즘의 권위나 가치, 개방성과 상호성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한국 언론에 비해) 더 많이 하고 있다.


독자의 요구에 반응하는, 또 수렴하는 다른 방식의 열린 저널리즘으로 ‘잊혀질 권리’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Q. 언론 보도에서 잊혀질 권리가 적용되어 온라인에서 기사의 삭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면, 그 대상은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예)  오보, 무죄 및 무혐의로 드러난 과거 범죄 혐의 기사, 공인이 아닌 개인의 신상정보가 드러난 기사, 기사에 언급된 당사자가 자신과 관련한 내용의 삭제를 원할 때, 기타


보도된 지 오래된 기사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일으켜 관련자의 삭제 요청이 제기되고 삭제 여부에 대해 언론사와 당사자의 입장이 서로 다를 때는 기록 보존, 표현 자유 등 언론 자유가 우선하는 경우도 있고, 프라이버시 보호가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 즉, 케이스마다 다르다. 


특히 모든 보도물을 대상으로 잊혀질 권리를 무한정 확대해야 하는가는 논쟁적일 것이다. 원칙적으로 무죄 및 무혐의로 드러난 과거 범죄 혐의 기사, 오보를 그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공인이 아닌 개인의 신상정보가 드러난 기사나, 기사에 언급된 당사자가 자신과 관련한 내용의 삭제를 원할 때에도 경우에 따라선 ‘잊혀질 권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나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가령, 사실 관계가 명백히 바뀌었거나 검색에 의해 이해 당사자가 겪는 피해 강도가 현재화, 구체화 할 경우는 적극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내가 겪은 일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들이 나온 보도사진이다. 이 어린이들 중 한 부모가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통해 그 사진이 노출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연락해왔다. 그 아이만 포커싱한 것도 아니고 해당 사진 정보가 드러난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있는지 불확실했다.


반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임모씨처럼 집 주소가 드러나거나 신상정보가 알려져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에선 ‘잊혀질 권리’는 논쟁적이지 않다고 본다. 


Q. 일단 보도된 기사를 추후에 데이터베이스나 인터넷 서비스에서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역사 기록에 대한 왜곡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보도 하나의 역사이지 않는가?


당시의 뉴스, 그리고 그것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형식(DB)은 저널리즘 고유의 산물이다. 그때의 기준으로 보면 그 자체의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검색을 통해 현재적 의미에서 명백한 피해가 유발된다면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당시의) 저널리즘의 가치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존엄한 역사적 기록의 수정이 아니냐며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건 지나치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 환경에서 이용자의 요청에 의해 뉴스가 수정, 정정(, 삭제)되는 건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게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새로운 ‘뉴스의 역사’를 만든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또 데이터베이스 관리 전략의 이원화나 서비스의 형식에서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는) 조화로운 절충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지점에서 뉴스 (DB) 관리의 새로운 전략적 목표가 설정될 것이다.


잊혀질 권리를 수렴한 온라인 뉴스의 서비스-노출 방식은 각 언론사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령 “해당 뉴스에 대해 이해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OOOOOO 부분이 정정되었기에 바로잡습니다. 당시의 결과물은 ㅁㅁㅁㅁ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라는 공지가 필요할 것이다.


Q.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결정 수단 가운데 하나로 기사 삭제가 이미 활용되고 있는데요. 언론피해 조정사건에서 당사자와 언론사간 합의로 기사를 삭제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당사자와 언론사 간 합의에 따른 뉴스 삭제는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이해 관계자 간에는 합의했지만 그 뉴스를 봤거나 해당 뉴스를 검색하며 활용하고자 하는 다른 불특정의 이용자 처지에선 일종의 정보의 망실이라는 점에서 재고할 부분이 있다. 


당사자와 언론사 간 합의로 “삭제됐다”는 점을 공지하고 이에 대한 언론사의 입장, 합의 경위 등이 해당 뉴스의 URL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가 본다. 즉, 이해 관계자 간 합의로 삭제는 되지만 해당 뉴스의 제목을 비롯한 기본적인 정보값은 남겨져야 할 것이다. 그 뉴스를 검색하거나 찾고 활용했던 이용자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당사자와 언론사 간 합의로 끝날 것이 아니라 다른 이용자에게 뉴스의 정보(삭제 사실 등)가 최대한 전달돼야 한다.


Q. 언론 중재 과정에서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청구권에 이어서 기사 삭제 청구권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는가?


기본적으로 제도화해야 하는 것으로 보지만 시기적으로는 이르다고 본다. 직업기자로서 뉴스 삭제 조치 여부를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스 이용자에게 광범위하게 ‘잊혀질 권리’ 전반의 사항이 인지된 뒤에 또 언론사도 인식과 교육 등이 있은 뒤에 제도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신문이나 방송 등으로 보도된 지 6개월이 지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반론보도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시한이 만료된다. 인터넷에서는 6개월이 지난 묵은 기사도 검색되어 관련자들의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등 피해가 발생하고 당사자들의 피해 구제 요구가 있다. 보도된지 6개월이 지났으나 인터넷에 남아 유통되는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 청구 시한을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온라인에서 피해 구제의 시한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온라인에서 뉴스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운명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독자의 끊임없는 피드백에 지속적으로 반응해야 생명력을 갖는 뉴스라는 점에서 그 시한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쨌든 현행 언론중재 청구 시한은 변경돼야 한다. ‘당사자가 인지한 시점에서 얼마간, (그 뉴스의) 이해와 결부돼 있는 자가 인지한 시점에서 얼마간’ 등으로 정비돼야 할 것이다.

 

Q. 현재의 언론중재 관련 법률 등은 인터넷 환경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가?


모든 미디어 환경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제도라는 건 현실을 따라가기 바쁜데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뉴스시장을 감안할 때 최소 규제의 원칙이 효용적일 수 있다.


제도가 충분히 현실을 수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조건들을 달아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한가. 더구나 이용자 편익은 확보될 수 있는가, 시장의 이해 관계자들에게도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표현 자유나 저널리즘 영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면 법제도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Q. 과거에 보도된 기사를 추후에 인터넷에서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절차를 도입할 경우, 이는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적합한가?


“언론사 별로 자율에 맡긴다”와 “언론중재기구를 통한 절차가 혼용돼야 한다”고 본다. 언론사 별로 하되 당사자간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났을 때 언론중재기구에서 다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별 언론사의 저널리즘 환경, 관행, 기자인식, 뉴스생산양식, 인터넷서비스 환경(인프라, 규모와 수준, 여력)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는 만큼 공통의 자율규제는 비현실적일 수 있다. 물론 언론사들이 이 문제와 관련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논의 자체는 필요할 것이다. 언론사와 이용자들에게 일정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Q.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와 인터넷을 통해 검색되고 서비스되는 과거 기사들에 대해 관련자들이 기사 삭제와 수정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일단 현재 언론사들은 대체로 묵은 기사 삭제 요청에 대해 일원화하지 않은 업무체계를 갖고 있다. 심지어 기사 삭제와 수정 등 요청을 받는 창구가 어디인가에 따라서 다양하게 처리됐을 것이고, 그런 업무 처리 내용이 한 곳으로 수렴되지 않아 어떻게 처리됐는 지조차 불명확하다. 언론사에서 관련 이슈의 공론화가 필요할 것이다.


다른 플랫폼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한 건 아니다. 신문-방송-포털-모바일 등 미디어 특성에 따라, 뉴스 포맷에 따라, 언론사인가에 따라, 국내-해외 사업자인가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언론사의 뉴스DB 등을 포털사업자(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전량 서비스하는 경우는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이다. 가령 네이버가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과거지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뉴스 정정과 삭제 등과 관련) 네이버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문제는 이용자나 당사자 기준에선 네이버 통합 검색에 노출되는데 있다.


일반적으로 포털사업자가 이용자 요구를 언론사에 전달하는 수순이겠지만 시간도 들고 그 처리 결과도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일차적으로 언론사의 수중을 떠난 서비스 영역은 이해 주체간의 원만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 어디까지나 모든 기준은 언론자유와 프라이버시 침해의 조화에 있을 것이다.


Q. 범죄보도는 범죄자-피해자의 신원은 상세히 밝혀선 아니 되고 범죄유형만 보도해야 한다는 1998년 대법원 판례가 나온 후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각 언론사들이 공익보도에 해당하는 범죄보도와 관련 당사자의 ‘잊혀질 권리’를 포함한 요청에 대해 동일한 결과 처리를 하기는 어렵다. 당사자 처지에서는 모든 언론사가 동일하게 대응하지 않는데 따른 불만이 있을 것이다. 언론사가 내린 결정에 대해 독자들한테 설명해줘야 한다. 


공익보도에 있어 확실한 것은 다수의 독자가 알아야 할 권리가 더 크다면 ‘잊혀질 권리’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일률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서로 다른 조치를 취한 언론사의 대응이 ‘잊혀질 권리’ 확산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공익보도와 관련해서 당사자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받았다는 부분이 상당히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신상정보의 삭제 등과 관련된 조치는 공통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간 한국의 언론사들은 자사의 실책이나 과오를 자인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지탄을 받아 왔다. 지금까지도 혁신이 지연됨으로써 독자들이 향유하는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수준은 낮은 상황이다. 다만 오늘날 뉴스 이용자의 힘이 커지면서 언론사와 이용자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되고 있다. 


종이신문 시장에서는 최고지만 온라인에선 포털사업자에 밀리는 것도 20세기의 낡은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수용하고 서비스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잊혀질 권리’도 그 부분에 들어간다.


그러나 과거의 묵은 기사(관리)는 현재 시장에서 유의미하지 않다. 돈벌이가 되지 않는 서비스다. 말하자면 시장 논리에 따라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온라인 저널리즘이란 이용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피드백에서 출발한다. 진정한 뉴스 서비스 혁신 모델은 이용자와 교감하는 저널리즘이다. 이용자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껴안는 휴머니즘에 기반한 저널리즘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10월7일 저녁 약 2시간 여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구 기자의 질문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잊혀질 권리'처럼 온라인 뉴스의 새롭고 섬세한 이슈들을 점검하는 것이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판단에서 이 글을 등록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미디어오늘 8월21일자. 주요 매체의 뉴스 유료화 추진 과정에 네이버, 연합뉴스 그리고 법 정비까지 다채로운 조연들이 등장하고 있다. 뉴스룸 자체의 혁신이 아니고서는 '뉴스 유료화'는 실체 없는 그야말로 '유령'에 다름아니다.


주요 언론사의 뉴스 유료화 흐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연으로 네이버와 연합뉴스도 등장한다. 여기에 법제도의 변경까지 예상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인터넷 시대 이후 디지털 뉴스 유통 질서의 거대한 요동이 예상된다. 


결정적인 부분은 언론사 내부의 혁신 수준 그리고 이용자의 뉴스 소비 양식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는 단순한 정보상품이 아니다. 문화상품이다. 이용자가 언론사(뉴스, 뉴스룸, 기자)로부터 긍지를 갖게 하는 것이 뉴스 유료화 성공의 핵심이다. 특히 저널리즘 신뢰도가 낮은 한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 기자와 주고 받은 이야기가 일부 기사화됐다. 특정 매체에 한정한 것이 아니고 전하려는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이를 재구성했다.  


Q. 네이버에서 유료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네이버의 뉴스 유료화는 어떻게 보세요?


A. 구체적인 것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하기 어렵지만 네이버는 뉴스 매개 플랫폼인데 무료 서비스라는 근간을 그대로 두고 그 옆에 별도로 지불장벽을 치는 모델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미가 없다’는 뜻은 이용자들이 흥미를 갖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뉴스 콘텐츠에 지불의사를 갖게 하는 데에는 콘텐츠의 수준도 문제지만 매체 브랜드에 대한 애착 같은 이용자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일종의 문화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익숙한 소비습관 같은 것이 형성돼야 합니다.


또 포털에는 온라인 속보만 제공하고 지면기사는 전량 지불장벽을 치는 식의 온라인 뉴스유통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게다가 전통매체 저널리즘 신뢰도도 상당히 추락한 상황입니다. 단순히 뉴스 유료화 경로를 만든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네이버 처지에서는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는 언론사를 위한 ‘마사지’, ‘생색내기’가 아닐까 합니다.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는 언론사 내부의 ‘판단’도 중요한데요. 제가 만나 본 대부분의 내부 관계자들이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더 극적으로 표현하면 “왜 이런 걸 하나?” 할 정도의 냉소적인 시선들이 지배적이더군요.


비교적 온라인 뉴스 유료화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온 조선일보를 제외하고는(?) 내부의 준비 상황이 치밀하지 못합니다. 


다만 자체 편집-뉴스캐스트-뉴스스탠드에 이어 뉴스스탠드/유료채널로 이어지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변화라는 점에서는 중대한 전환점일 수 있습니다. 


그간 언론사와 포털 간 관계모델은 뉴스 콘텐츠를 단순히 포털에 위임하는 모델에서 제한적 협력모델(디지타이징, 검색 아웃링크, 일부 언론사 뉴스의 스페셜 코너 마련 등)에 그쳤지만 뉴스 유료화 지원은 전략적 공생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네이버 뉴스 이용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대체재도 널려 있고 무료 소비습관에 길들여진 상황에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전망입니다.


올해 초 네이버는 뉴스스탠드가 이용자의 새로운 뉴스 소비습관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는데요. 뉴스 유료화라고 하는 것은 뉴스스탠드보다 더 강력한 변화입니다. 브랜드 애착이 낮은 이용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뉴스캐스트가 포털 뉴스 이용자들에게 타협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환경이라고 보여집니다.


Q. 어떻게 하면 뉴스 유료화가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요?


A. 결국에는 언론사의 뉴스 유통모델의 전면적 재검토, 뉴스룸 혁신이 수반되는 콘텐츠의 수준 향상, 브랜드 마케팅, 신뢰 기반의 독자관계 개선, 뉴스는 무료라고 하는 인식의 변화 등이 전제될 때 ‘뉴스 유료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놀이터 한쪽에 별도의 문을 만들어 돈내고 들어오라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근처 다른 놀이터에 가거나 문에 안 들어가고 놀죠.


한국 온라인 뉴스의 모든 것을 자부하던 네이버조차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이용자는 더욱 더 다양한 경로로 뉴스를 접하고 소비한다. 둘째, 모바일을 통한 뉴스 이용이 급팽창하고 있다. 셋째, 네이버를 향한 법제도적 린치가 임박하다. 네이버는 자신의 살점을 더 도려내 언론사의 밥상에 내려놓을 것인지, 아니면 뉴스를 포기할 것인지 기로에 섰다. 많은 사람들은 전자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다양한 여론을 향유하던 온라인 뉴스 시장은 더욱 더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변질될 것이다. 온라인저널리즘과 뉴스 산업의 미래는 물론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림 출처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연구위원(2013).


Q. 아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면 조중동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도 유료 콘텐츠를 만들고 그게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지불 장벽이 낮아지는 그런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A. 앞서도 이야기한대로 뉴스 유료 콘텐츠는 사람이 만드는 건데 기자들이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하고 있느냐, 뉴스 유료화의 제반 조건들을 함께 개선하는 전략을 갖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다수의 매체가 네이버의 온라인 콘텐츠 마켓을 경유하는 뉴스 유통 전략을 도입한다면 '뉴스에 대한 새로운 인식' 말하자면 유료화된 뉴스, 상품으로서의 뉴스를 인식하는 데는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뉴스룸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용자들이 점차 이탈하면서 '유의미한' 가치는 만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국의 뉴스 시장은 대단히 정치적인 시장입니다. 보수매체 일색이죠. 이 말은 바꿔 생각하면 뉴스 콘텐츠의 변별력이 약합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대단히 다양한 섹터들이 생기고 기호와 니즈가 제각각입니다. 이들을 충족시켜주는 정보들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고 소셜네트워크입니다. 어찌 보면 1인 미디어나 전문가 커뮤니티들이 전통매체의 구멍을 메꿔주면서 서서히 시장을 잠식했습니다. 


특히 저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뉴스란 정보상품이 아니라 문화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뉴스룸은 정보 생산 중심의 조직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매체의 브랜드 더 구체적으로는 기자의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구 같고 파트너 같은 애착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의 예술적인 인터랙티브 서비스는 돈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것으로 뉴욕타임스란 브랜드는 명성을 얻게 되고 “과연 뉴욕타임스야, 그래, 그래”라는 공감이 이용자들에게 확산되는 거죠.


하지만 한국에선 그런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어렵죠. 돈도 들고 아직 뉴스룸은 기술의 활용에 대해 소극적이니까요.


더구나 주류 매체들은 대부분 보수적이죠. 보수적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편향적’인 게 문제고, 그것이 어떻게 보면 브랜드에 대한 긍지, 애착을 갖게 하고 그 문화를 확장하는 데는 한계를 갖게 합니다. 


한국의 뉴스 이용자는 현재 어떤 사안에 대해 참여를 넓히고 다른 시각을 수렴하는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호와 니즈를 확인하고 공유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흐름이 전무한 것이죠. 


하나 더 지적한다면 가계의 미디어 지출 비용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한 가구당 인터넷망 비용을 포함해 통신비 지출만 20만원에 육박한 상황인데요. 실질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한 신문, 잡지 구독이나 디지털 정보에 대한 비용 지출은 추가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때문에 신문업계는 청소년층에 대한 구독료 보전이나 소득공제 같은 정부의 정책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데도 사람들은 영화나 공연, 여행, 레저 생활에는 아낌없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는 것처럼 일종의 문화가 돼야 합니다. 그러자면 저널리즘의 정신이 회복돼야 합니다. 진정한 ‘정론’ 말이지요. 남부끄럽지도 않고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 그런 떳떳한 브랜드가 돼야 하는 거죠. 


말하자면 기자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끓여 내고 독자들과 격의없이 이야기하고 스타기자가 강연도 하고 팬들이 모여드는 그런 ‘팬덤’이 필요합니다. 온라인에서 뉴스 유료화는 형식인 거지 결국 다가올 미래에는 언론사 브랜드가 문화상품이 될 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Q. 대단히 냉소적인 관전입니다.


A. 인터넷신문이 수천 개가 되고 이용자가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습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능력도 탁월합니다. 사실 뉴스를 판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시장 구조적으로 보면 전 일간지가 뉴스에 지불장벽을 치고, 포털이 무료 뉴스 서비스를 하지 않고, 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뉴스 가치는 올라갑니다. 희소적이니까요.


그러나 시장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낙관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은 마치 유료화라는 유령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불장벽을 치고, 네이버를 조지고, 연합뉴스를 뉴스 시장 내에서 몰아낸다는 것은 뉴스룸의 낡은 권위에 기대는 것이지 온전한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뉴스에 돈을 내도록 한다는 건 결국 매체를 믿고 따른다는 거지요. 이용자와 매체를 동기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뉴스타파’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그 뉴스를 소비한다기보다는 스스로 뿌듯함을 갖게 됩니다. 이를테면 자랑도 하죠. 그건 왜 그럴까요?


뉴스를 소비하면서 그 미디어와 따로 분리되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이 되는 거죠. 만족감이라고 해야 하나요. 


주류매체는 보수적이고 분단 질서에 얽매여 있는데요. 이것을 따르는 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팬덤’까지 가진 못할 겁니다. 


성공하는 매체들을 보면 대부분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독자들과 소통하죠. 그리고 독자들의 니즈를 반영합니다. 폐쇄적인 뉴스룸 환경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죠.


아직도 뉴스룸은 이용자를 계몽하려 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요. 이건 시대를 잘못 읽은 겁니다. 뉴스룸이 왜 혁신해야 하는가, 혁신의 목적은 무엇인가 하면 바로 그런 겁니다. 낡은 뉴스룸의 문화를 바꾸는 겁니다.


특히 온라인 뉴스룸의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핵심 역량을 배치해야 하고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서비스를 창조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말하자면 뉴스의 유료화의 미래, 뉴스 산업의 미래에 유익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둘러 변화를 도모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명간 언론사에서 조급하게 떠밀어 보낸 뉴스 유료화란 유령의 실체-처음에는 공포로 다가오지만 이후에는 비과학적인-가 시장의 이용자들로부터 발각되고 상처입게 될 것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스타의 설화(舌禍), 왜 논란인가?

TV 2013.08.12 13:00 Posted by 수레바퀴


스타의 말 실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스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접촉이 잦은 반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떨어지고 방송환경은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탓이다.


말 한 마디, 글 한 줄, 순간의 표정도 조심해야하는 이들, 바로 스타다. 최근 많은 스타들이 정색 논란’ ‘욕 논란’ ‘발언 논란등 연이어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렀는데- 특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회복불능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도 논란의 중심이 된 스타들은 많았지만, 요즘은 무심코 던진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상황! 이번 주 [TV로 보는 세상]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선 스타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Q. 최근 스타들이 연이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방송에서의 발언, SNS에 올린 글 한 줄, 사인회장에서 지은 표정이 논란이 되면서 대중의 비난과 질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라디오스타> 안선영 저보다 100만원 더 버는 남자가 이상형” * 효린 정색 논란’ / 최필립 & 정준호 연예병사 옹호 발언 논란) 이러한 일이 과거에 비해서 훨씬 더 잦고, 이와 관련한 파장도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요즘 방송은 토크쇼 포맷의 예능프로그램이 대세죠. 스타들은 본업 보다는 태도’, ‘표정으로 대중과 만나는 기회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를 전달하는 미디어도 많아져서 대중이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라지고 반응도 대단한데요. 더구나 대중은 스스로 대중문화의 주인공이라는 의식도 커서 직접 훈수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스타들은 말을 논리적으로 하거나 유연하게 응수하는 것엔 익숙하지 않죠. 그런데다가 방송은 시청률을 의식해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데요.

 

결국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은 떨어지고 방송환경이 오락성을 강화하는 바람에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 같습니다.

 

Q. 스타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SNS나 연예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더욱 많아졌다고 보는 평도 있습니다. 소신 발언, 개념 발언들도 많지만, 오히려 이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과거에는 매니지먼트사 즉 기획사가 관리하는 홈페이지처럼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만 유지했는데요. 요즘은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를 직접 다루는 스타들이 많죠. 스타가 대중과 직접 소통하면서 스타의 생각과 말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죠.

 

이 과정에서 대중문화나 자신의 본업과는 상관없는 주제까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대중이 원하는 부분도 있고요. 스타 스스로 관심을 갖거나 우발적으로 참여하는 측면도 있는 데요.

 

그런데 대중은 스타의 말 한 마디, 표정이나 태도에서 이상한 부분을 콕 집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죠. 스타가 아무리 주의하고 진솔하게 말을 하더라도 적정선을 넘을 수 있거든요.

 

당연히 무례하고 건방지다, 대중 위에 군림한다는 평판을 받는 건 순식간이죠. 이미지로 먹고 사는 스타의 가치나 경쟁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Q. 과거에 비해서 요즘은 대중의 시선이 한층 더 날이 서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는데요, 가십과 논란이 너무 많이 생산되다보니 대중도 둔감해져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군중심리로 인한 소위 마녀사냥’!)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대중이란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중요하게 받아들입니다.

 

미디어가 스타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소셜네트워크로 정보공유가 확산되면서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군중심리를 따르는 것이 많죠. 가령 포털사이트의 검색어에 솔깃해지는 거죠. 그래서 스타를 오래도록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좋아했다가 갑자기 변심하기도 하죠.

 

더구나 한국사회는 경쟁이 치열하고 극단적인 편 가르기도 심하고요. ‘네티즌 수사대처럼 냉혹한 인터넷 문화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스타라는 소재는 재미있고 가치 중립적이어서 누구나 말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러다보면 과민해지고 날카로운 반응이 양산되는 것 같습니다.

 

Q. 과거 스타는 대중에게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면, 요즘엔 오히려 공감의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이처럼 대중의 입지나 위상이 달라졌기에 그들의 공감이 공분으로 변하는 기폭제가 되면서 스타들이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스타들은 과거에는 만나기 어려운 대상이었죠. TV브라운관이나 극장, 공연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스타들이 대중과 스스럼없이 만나는 일이 많아졌죠. 대형 기획사들이 스타를 관리하면서 대중과 접촉 기회를 전략적으로 늘리고 있죠.

 

자연히 대중은 스타들을 더욱 친구나 동료, 이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이렇게 스타와 대중 사이에는 공감의 문화도 쉽게 형성되는 반면 비난이나 비판의 대상, 조롱거리가 되는 것도 한 순간입니다. 왜냐하면 멀리 있고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 바로 옆의 사람, 믿고 따르는 친근한 사람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타들의 지명도나 영향력이 커지면서 논란도 쉽게 불붙는데요. 스타가 이슈 메이커이다 보니 스타 이야기를 통해 공명심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연예인들이 말이나 글 행동이 SNS나 각종 연예 커뮤니티를 통해서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또 악성댓글이 양산되면서 이를 수많은 연예 매체에서 기사화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부추기는 미디어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TV프로그램이나 스타를 소재로 하는 관련 인터넷 신문이 급증했습니다. 또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이런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데요.

 

스타 뉴스는 클릭이 많이 되고, 그럴수록 온라인 광고를 끌어들이기 쉽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재까지도 뉴스로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스타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까지 실시간 중계하듯이 뉴스로 보도해야 하나는 지적이 적지 않죠.

 

눈앞의 이익보다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좋은 소재를 발굴하고 깊이 있게 다루는 뉴스가 나와야 할 것입니다.

 

Q. 무엇보다 스타,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공인인 만큼 스스로 말과 태도를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공인으로서 연예인, 스타들이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A. 스타는 대중을 웃고 울리는 사람들이죠. 그들의 연기, 노래는 심금을 울리는데요. 그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하겠지요. 방송이나 인터넷 환경을 고려한다면 신중한 언행이 필요할 텐데요.

 

우선 자신이 잘 모르는 것까지 과도하게 참견해서는 안 됩니다. 잘 아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먼저 생각하고 정리된 말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말이란 건 실수가 따르기 마련인데요.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방송이나 SNS에선 오해를 살 수 있죠. 이럴 경우에는 억울함을 드러내기보다는 공인으로서의 책임 있는 사과가 중요합니다.

 

특히 대중이 왜 내 진심을 이해해주지 않느냐는 식의 태도보다는 대중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진중함과 겸손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MBC <TV속의TV> 인터뷰를 위해 사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LOG main image
최진순 기자의 온라인저널리즘의 산실
역사, 사랑, 생애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by 수레바퀴

카테고리

전체 (1100)
Online_journalism (469)
뉴스스토리텔링 (8)
포털사이트 (124)
온라인미디어뉴스 (144)
뉴스미디어의 미래 (61)
뉴미디어 (44)
Politics (118)
TV (78)
자유게시판 (45)
독자의 질문에 답합니다 (8)
  • 2,201,142
  • 399498
Follow choijinsoon on Twitter

최진순 기자의 온라인저널리즘의 산실

수레바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수레바퀴 [ http://www.onlinejournalism.co.kr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