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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法의 문제

Politics 2005.02.12 16:45 Posted by 수레바퀴

역사적으로 상층계급이 아닌 피지배계급에서 사법부 진출을 보장한 한국에서 사법부의 진보화가 늦은 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다. 탈권위와 수평적 네트워크 시대에 사법부는 오히려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운신하고 있다.

이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며, 그 임명을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의 임명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법과정에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법은 대통령과 국회를 통해 제도화될 뿐 유권자-민중이 직접 그 선출이나 조직 또는 사법과정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처럼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을 필요조차 없는 권력기관이 되고 있다. 감시기능도 사법부 자체에 한정됨으로써 국회나 대통령에 의해서도 기본적인 견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근 논의되는 사법개혁 역시 법률전문가만의 수중에서 회람되고, 재판 당사자인 유권자-민중의 이해와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양상들은 공개 재판과 국가기구내 독립성 정도만을 허용하는 한국 사법이 시대인식과는 동떨어진 판결을 빈번하게 내놓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사법 제도는 상아탑, 연수원, 대법원,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다른 국가 기구나 조직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폐쇄적이며 엘리트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아성을 쌓음으로써 스스로의 오류나 부조리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지난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권력을 탄생시키고 도덕적, 합법적으로 그 기능을 부여하는 힘을 가진 유권자-민중은 헌법재판관들의 판결문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결정 오류를 명백히 예상하고 우려하는 가운데에서도 사법에 깊숙이 참여하지 못한 채 육중한 재판소의 사무실 안, 10명도 채 되지 않는 재판관에게 유권자-민중은 도대체 언제, 무엇을 위임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날 헌법을 통해 모든 사법의 권한과 제도, 조직이 인정됐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국민참여적 시대, 주권재민의 가치와는 현격한 격차가 있던 권력에 의해서였지 결코 유권자의 다수 이해는 반영되지 않았다.

시중에 참여정부의 최고 권력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다"라는 조소를 나누는 이들이 적지 않다. 헌재 재판관은 신행정수도 이전도, 대통령 자리도, 호주제도, 그리고 심지어는 영화 필름을 재단하는 등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타 등등들을 심리해 그간의 정설을 뒤집거나 아니면 더욱 고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권자는 다시 한번 명백히 국가사회 내에 존재하는 이런 만능의 재판관-사법(제도)을 어떤 형태로도 직접적으로 감시, 감독할 수 없다. 오늘날 이같은 무소불위의 3권이 있는가? 그들은 그들 안에서만 통용되는 서열을 가지고 있고 관료주의에 찌든 인사를 적용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위계와 형식이 파괴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소통의 시대에 한국의 사법은 베일 안에 있다. 솔직히 오늘날 우리의 시대가치와 체계, 행위를 규정하는 법제도와 법해석, 판결을 좌지우지하는 모든 재판관, 그리고 검사들을-그들은 국가기구에 종사하는 공복이다-한번도 제대로 규명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법정 안에서만 공개되지만, 그러나 그들은 법정 바깥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유권자들의 직접참여를 가능한한 보장하는 현대 민주주의를 정면에서 거스르는 위험한 기구이며 절차이다. 이 기제 안에서 재판관이 스스로의 위상을 역사적 맥락 안에서 찾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질수록 사법부의 시대 부조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다른 독재이며 합법을 가장한 폭거로 양심과 지성에 입각한 고찰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특히 본능적인 자기 방어와 헌법의 허울 속에 더욱 엄숙한 똬리를 튼 채 사회개혁을 추진하는 민중-유권자를 옥죈다.

사법이 정치권력(진출)을 향한 방편으로 악용되거나 사적인 정치이념으로 농단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도 이 문제의 근본적인 개혁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파쇼권력, 또는 그 아류권력의 사법지배라는 '전통'에 기인한다.

특히 한국 사법은 독재권력이 휘두른 야만의 정치를 '합법적'으로 지탱해준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이제 민중-유권자에 의한 법의 지배, 다시 말해 배심원제나 재판관의 민중(에서의) 선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가 됐다고 본다. 사법의 문제는 더 이상 사각지대가 아니라 공개적인 유권자-민중의 참여 기제 안에 놓여 있어야 한다. 민주 공화국의 사법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2005.2.12.

최진순 기자


출처 : 데일리서프 www.dailyse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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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권의 위기

Politics 2005.02.05 15:45 Posted by 수레바퀴

노무현 정부 출범 3년차에 한나라당 전략베이스인 여의도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젊은 층의 정치성향이 중도진보 경향이며, PK 등 지역기반의 아성이 와해되는 조짐도 지적됐다. 이 결과 한나라당 어떤 후보라도 250만표 격차로 차기대선에 패할 것이라는 경고와 혁신요청이 담겼다.

여의도연구소의 보고서는 여권 핵심의 장기집권 전략과 잇닿은 내용도 있다. 결국 보수 콘텐츠로는 승리할 수 없고, 새로운 혁신과 개혁조치가 나와줘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점에서 그간 열린우리당이 위기국면에서 보여준 무기력과 분열은 재정비돼야 한다. 집권세력의 개혁성에 의문부호가 남고, 집권가능성에 회의감이 점증되고 있어서이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 때까지 집권세력은 소수파로서 대통령 개인의 정면돌파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그런데 17대 총선을 기점으로는 의회의 다수파로 올라서면서 국정운영의 배후가 탄탄해졌다. 하지만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우리당내 노선 갈등은 집권세력의 개혁 정체성에 심각한 우려를 갖게 했다.

무엇보다 의회 다수파임에도 사회의제를 효과적으로 주도하지 못한 채 보수파인 야당에 번번이 좌절했다. 또 최근 여러차례 불거진 인사 난맥상은 혁신 패러다임이라는 전향적 관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지자들의 불만을 누적시키고 있다. 지율스님 단식건만 해도 뒤늦은 ‘합의’를 이끌었지만, 녹색주의를 감싸지 못하는 전략적 오류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노대통령은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실용주의와 경제올인을 추진,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당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여의도연구소 보고서대로 현실정치가 전개될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도 팽배하다. 특히 당내 소장 개혁파들도 당권 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개혁입법조차 느슨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혁성' 하나로 집권에 성공한 정당이 자기 정체성을 점점 외면하면서 개혁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 '개혁' 그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중도적 그룹도 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당의 한계는 "시대는 우리 편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당 구성원들의 '시대읽기'가 유효했던 시대는 이미 아니다. 현재 집권 핵심을 이루는 386과 486세대는 1960년대와 1980년대 사이를 관통한 민주화 세대들이다. 이들이 21세기 벽두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지난한 민주화운동의 보상심리가 유권자 저변에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생기있는 유권자층은 그 시대에 대한 연민도, 관심도 없는 새로운 부류이다.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심리적 보상과 흥미로운 관심사가 제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시대를 마감하는 개혁조치들의 완결작업들은 그들이 식상감을 느끼기 전에 처리돼야 한다.

동시에 이것은 개혁에 목말라온 전통적인 지지층들을 감동시키는 부분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즉, 개혁조치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 문화테마와 남북문제의 신아젠다를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당은 곧 과반붕괴가 될 공산이 크다. 쫓기고 있는 것은 우리당이다. 자기성찰과 재각오를 다져야 할 책임이 있는 것도 우리당이다.

집권 3년차, 이제야말로 위기 다운 위기에 진입하는 것이다. 집권세력의 대오각성을 바탕으로 개혁완결과 뉴아젠다 제안의 원년이 돼야 한다.

2005.2.4.

출처 : 데일리서프 www.dailyse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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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연·고대 파워게임

Politics 2005.01.27 15:48 Posted by 수레바퀴


청와대는 지난 16일 천호선(43) 의전비서관을 국정상황실장으로 기용하고, 비어 있던 인사제도비서관에는 박남춘(48) 국정상황실장을, 의전비서관에는 권찬호(49) 제도개선비서관을 임명했다.

 

이 인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비서진간 ‘단순한 자리 바꾸기’라는 혹평에서부터, 핵심 요직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위주로 채운 ‘친정체제’강화라는 적극적 해석까지 평가가 엇갈렸다.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된 천 비서관은 노 대통령을 13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좌관으로 곁에서 보좌해온 ‘386 실세’중 한 사람이다. 천 비서관은 ‘좌 희정, 우 광재, 중 호철’로 불렀던 측근 그룹, 즉 ‘대선 3인방’이 주춤하는 동안 부상한 비서관이다.

 

연대인맥 정점에 김우식 비서실장

 

특히 연세대 출신의 천 비서관(사회 80)이 국정상황실장에 임명되면서 청와대 비서실의 ‘연세대 인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청와대내 연대 인맥 중에는 김우식(65)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점에 서 있다. 김 비서실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총장까지 역임하다가 참여정부에 동승했다. 김 실장은 88년~89년 학생처장을 맡으면서 현재의 연대 운동권 출신 386 참모진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연대 인맥으로는 윤태영(44ㆍ경제79) 비서실 제1부속실장, 윤후덕(49) 업무조정 비서관(정무 비서관 겸임), 강태영(47) 업무혁신비서관, 김만수(42ㆍ사회84) 부대변인, 노 대통령 수행비서인 문용욱(39) 행정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천 상황실장, 윤 제1부속실장, 김 부대변인, 문 비서관 등은 모두 연세대에서 학생운동권으로 활동한 참모진이다.

 

총선 이후에는 윤후덕·강태영 비서관의 경우처럼 대통령의 오랜 측근은 아니지만 연세대 출신 기성 관료나 테크노크라트 인맥이 청와대에 입성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이용철 법무비서관, 윤석중 해외언론비서관, 이현재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그 경우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연세대가 청와대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연세대 인맥이 청와대를 꿰차고 앉은 배경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 중용’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은 “고생하던 시절 같이 동고동락한 사람들을 신뢰하고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선 전 선거 캠프에서 함께 한 인맥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연세대 출신이 많았던 부분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론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화공 83)의 ‘힘’이 작용했다는 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의원이 고려대 출신의 안희정씨가 구속된 뒤 연세대 인맥의 전면 배치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이 국정상황실장을 그만 두는 과정에서 연세대 출신 테크노크라트 인맥들이 충원되고, 김우식 비서실장이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연세대 파워가 절정에 이른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보좌해온 인사들 가운데 사람을 찾다 보니 특정 학맥이 많아진 것이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학맥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럴 개연성도 있는 만큼 학맥 집중 현상은 피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희정씨 출소 이후 고대 인맥 기지개

 

이에 따라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몇 가지 심상찮은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청와대를 떠난 이호철 전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복귀 움직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부산대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386 참모진의 ‘맏형’격으로, ‘왕수석’으로 통하는 문재인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대표적인 PK 인사로 통한다. 이 전 비서관의 복귀는 부산인맥 재부상 등 청와대의 역학구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은 “여러 여건이 답답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사를 밝혀 복귀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상고 라인에는 박남춘 인사제도비서관, 권찬호 제도개선비서관, 오정희 공직기강비서관, 차의환 혁신관리비서관 등이 있다.

 

물론 고려대 인맥도 안희정씨의 출소를 전후로 청와대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병완(51) 홍보수석, 박 인사제도비서관을 비롯해 안희정씨의 변호를 맡았던 전해철 민정비서관(44), 민원제안비서관을 겸임하는 김은경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고려대 출신이다. 여기에 안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진국 변호사(서울대)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돼 고대-연대의 파워게임 양상도 나타날 조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 파문을 계기로 김우식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연세대 인맥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청와대의 ‘학맥’지도가 ‘인연을 중시하는 경향’, 그리고 ‘수장에의 충성을 강조하는 의리의식’등 낡은 인사 패턴을 좇는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파문 책임소재를 두고 벌어진 청와대-여당의 복잡한 흐름은 한정된 인재풀에 의존한 파행적 인사시스템과 참여정부 ‘연줄망’의 전면 개체로 이어지는 시한폭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5.1.25.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흘러 나오는 2004년 소감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여권 내 팽배한 위기감은 최근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대표, 당내 3선 이상의 중진 10여명이 참석한 기획자문회의에서 신년 탕평책으로 집약됐다.

이 자리에서 여권 중진들은 ‘2005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경제 올인’과 ‘뉴 데탕트(New Detente)’를 두 축으로 잡고,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개혁과 통합중 ‘통합’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포용적인 인사 정책, 대화 중심의 대야 관계, 대사면 등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병두 의원은 “2005년은 여권 입장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경제 활성화로 국정 지지도를 높여야 한다. 개혁도 ‘할 수 있는 개혁’,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개혁’으로 압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도 12월20일 ‘참여정부 정책평가와 전망 보고대회’에서 “참여정부는 그동안 정경유착, 권언유착, 권력기관의 권력남용 등 사회적 특권 구조 해소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들과 새롭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언은 당·정이 추진한 정책과 방향에 대한 자성과 쇄신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전격 내정한 이후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신년 정치의 방향타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당·민주당 통합론 부상

이와 관련, 한 여권 인사는 “보수 인사인 홍 회장을 껴안은 것은 그를 통해 이념대결이 첨예한 남남갈등을 해소해보겠다는 일종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계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여권 내부의 지나친 개혁지상주의를 배제하고 ‘뉴 라이트(New Right)’까지도 포용할 환경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당과 민주당 통합론이 여권 내부에서 재부상하고 있다. 우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4월과 2월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청와대와 여권에서 ‘시기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지만, 결국 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 주고 ‘당대당’통합 형식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전망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역분열 양상에 대해 정치권이 풀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통합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당 내 일부 호남 지역 의원들도 “호남의 분열을 막는 것은 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라도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에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거듭 표명하고 우리당 의원들의 DJ 방문이 잦아진 것도 민주당 통합론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이같은 통합 분위기가 정치 구도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라면, 민생경제의 회복과 계층·세대·지역별 갈등의 통합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은 국정 기조를 재정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 4·15 총선 승리,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등 가파른 정치대결의 국면을 특유의 정면돌파로 헤치면서, 집권 반환점을 눈앞에 둔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다 다른 차원의 정국 구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책임형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분권형 국정 운영의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자신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혁과 실용주의의 적절한 조화

하지만 국정운영에 변화보다는 ‘현장’ 위주의 노선이 뒷받침되는 선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홍 회장 기용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면서)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국정기조의 새삼스런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개혁과 통합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여권 내 인적 쇄신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는 신년 초 내각 및 청와대 개편에 대해 경제 실무형 위주의 ‘소폭’임을 내비치고 있어 기대 이상의 국정 변화를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청와대는 신년에 두 차례 치러지는 보궐선거엔 관심이 없다”면서 “4대 입법 처리 과정 등을 주시하는 등 개혁만이 살 길임을 재확인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총선 이후 경제, 외교 현안 등 실질적인 화두에만 천착해온 노 대통령 측근인 386 그룹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신년은 8.15 광복 60년, 한일수교 40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5주년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인 동시에, 향후 여권의 대권 향배를 가늠하는 무대인 전당대회까지 빼곡히 정치일정도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 386 세대 의원들에게 실질적인 역할이 부여돼도 가능한 때인 것 같다”면서 “신년에 남북 문제 등에서 중용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개혁이냐 통합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민생경제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될 것이고 여기에 새로운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4.12.28.


'마지막 요구'

Politics 2004.12.23 14:08 Posted by 수레바퀴

지지자들의 열린우리당 비판이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분기탱천한 지지자들은 우리당에 더 이상 애정의 화살을 보낼 것 같지 않다. 그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국가보안법 폐지없는 개혁없다"는 것이다.

이참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보안법은 다수결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한 걸음 더 나서며 우리당 지지자들을 자극한다. 우리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파동'으로 보안법 폐지의 호기를 잡았던 우리당은 스스로 주도권을 상실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지지자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이런 정당에게 갈채를 보낼 '바보'는 없다.

이번 일로 우리당은 결국 150석의 국민적 '힘'을 발휘하지도, 할 수도 없는 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보안법 폐지'는 우리당의 정체성, 나아가 죽느냐, 사느냐의 테제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당은, 당을 일으켜 세우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쪼개진다. 더 늦기 전에 우리당 지도부는 이번 일에 대해 설득력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보안법 폐지를 못해도, '여야 합의'를 다시 뭉개도 따가운 여론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초현실주의적인 '합의'를 파기하는 편이 낫다.

이런 가운데 노대통령과 여권 핵심은 국정기조가 개혁보다는 통합으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단 '국정기조'에 새삼스런 변화가 있을 수 없다며,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하는 '경악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지지자들은 이 대목에서도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이번 人事는 여러가지 억측과 계산법이 오고 가지만, 노대통령 집권 초기 대북송금 특별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함'을 뛰어 넘는 권력 핵심의 '선택'과 '집중'이 지배한 흔적이 짙다.

그러나 국내 보수파를 껴안거나 미국의 보수파와 대화창구를 원만히 확보한다거나 하는 서술은 지지자들의 '충격'을 달래지는 못할 것 같다.

중앙일보는 노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물론이고 '개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反盧 매체 중 하나였다. 경영과 편집이 분리돼있다는 고색창연한 확인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홍회장을 (개혁의 장도에)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개혁'이 과연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지지자들 또는 제3자가 보기에도 이 전격적인 인사에 따른 원치 않는 부담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노대통령과 우리당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최근의 작품들은 지지자들에게 개혁에 대한 안도보다는 무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고도의 전략인가, 아닌가에 대한 비평의 텍스트는 논외로 하겠다. 다만 이제 노무현號는 한국사회에 보다 구조적인 개혁을 열망하는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빚을 지게 됐다.

지난 탄핵국면과 총선에서 지지자들은 노무현號를 부활시켰다. 거기에다 이번의 빚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대통령과 우리당이 심기일전해서 본때나게 '개혁'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자면 보안법 폐지 외엔 지지자들의 충격과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거기서부터 개혁세력의 장기집권을 향한 범개혁연대도 가능하다.

"국회에서 (연내에 개혁입법을) 완수하기 전까진 우리를 찾지 마라" 지지자들의 마지막 요구다.

 

2004.12.23.

출처 : http://www.dailyseop.com

개혁의 깃발과 길이 보이지 않는다

Politics 2004.11.19 21:29 Posted by 수레바퀴

누구든지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있을 때, 능률적인 신사고와 새로운 창조가 가능해진다. 맑스는 또 "신사고의 장점은 바로 우리들에게 교조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게 하지 않고 오로지 구세계를 비판하는 가운데 신세계를 발현시키기를 희망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한 것처럼 중요한 점은 '비판'의 심산을 잃지 않는 일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통털어 개혁진영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정권의 핵심들에 의해 이미 많은 개혁진영이 권력의 요직에 진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회는 반세기만에 개혁파가 득세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서 '자만'과 '야욕'이 홍수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것은 비판적 판단과 공동의 결속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열린우리당이 46석에서 151석의 거대 정당으로서 처음 한 일은 '소모임'을 만들고 '계파간 당권경쟁'을 시작한 일이다. 물론 그것들 외에 개혁입법을 추진하고 나름대로 고민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체계를 창조하여 완성하는 일은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사고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즉자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개혁파는 사분오열하고 있다.

지난 시절 386 운동권의 편향과 격렬함이 오히려 그립다. 지금은 사활을 건 싸움의 무대이다. 최대의 포용과 연대를 펴 넓은 시장에 요소요소 파고들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더욱 갈등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보수파의 공략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을 갈등과 마찰로 조성할 때 중간층은 가파르게 '보수화'하며 진보층은 치열한 사상관으로 조밀하게 갈라진다.

이라크 (추가) 파병이나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된 개혁파 내부의 '수위조절론'에 따른 상호 견제도 모두 보수파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사례들이다. 한 사회의 역사발전은 단계가 있지만, 결코 그 끝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세계는 늘 모순과 운동 속에 놓여 있다. 우리당 내부의 개혁파들이 그같은 변증법적 사유에 따라 치밀한 집권 청사진을 제안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판단하건대 우리당 개혁파의 사유방식과 실천력에 깊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사회에서 결정적이고 절대적인 선(善)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단히 파괴하며 새로운 창안으로 개조될 때 의미있는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그 주도권, 즉, 정치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고 소통하는 영향력을 개혁파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듯 뿜어낼 때 '자만'과 '야욕'도 탈피한다.

우리당 내부의 개혁파와 노동계 등 시민사회단체의 간격이 멀어지고 있다. 개혁파가 갖는 위세의 깊이는 얕더라도 반경이 작아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개혁파의 장성함에도 아랑곳않는 보수파의 맹렬하고 일치된, 그리고 신보수파의 추가와 결의가 '개혁' 자체를 무의미하게 끌어내리면서 사회와 개혁파 내부에 '오해'와 '비극'이 싹트고 있다.

현재 우리 모두는 역사의 전환, 과도의 시기에 명백히 들어서 있다. 예전의 규범과 원칙이 부정되는가 하면, 다시금 회귀하는 정체가 반복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깃발'이 없으며, 실천의 준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강렬한 위기인식, 오래고 낡은 구조에 대한 좌절과 항거만이 맴도는 것은 전적으로 부당하다.

한국 사회의 짧은 민주주의 헌정사를 되돌아볼 때, 역사와 사회의 개조를 선도하는 정당과 개혁파라면 '자기희생'이야말로 첫번째 덕목이다. 선각자들은 언제나 그렇다. 지금 우리당의 개혁파들은 스스로를 박해하면서 단련되어야 한다. 엄중한 역사의 무대에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 나아가야 할 것과 후퇴해야 할 것을 명료하게 확보해야 한다.

그럴때만이 반개혁진영, 즉 보수파의 각종 기량과 은밀한 전략을 파악해낼 수 있다. 루쉰이 지적하듯 "개혁자가 만나는 맞수는 대개 명확한 적대적 계급역량이 아니라 다수의 사회역량과 사회심리"이다. 이것은 실체있는 보수파인, 한나라당과 거대신문들보다 심층적인 층위인 것이다. 보수파들은 군중의 심리를 쉽게 재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개혁은 그래서 (혁명보다) 힘이 더 드는 것이다.

온전히 개혁의 영도에 들어서려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한 톨 한 톨 밀알로 기꺼이 스며들 의지를 갖는 위대한 '씨알'들이 모두 불구덩이로 뛰어들만한 실천력이 완비돼야 한다. 그럴때만이 자생할 수 있는 부패와 (권력에의) 집착마저 불태우며, 새로운 사조를 시대에 부담없이 넣을 수 있다.

현재까지는 노대통령만이 외로이 그것을 위해 죽.었.고, 시스템(黨-政-民)은 헛돌고 있다. 한국에서, 개혁은, 배고플 때나 일치되며 감동을 준다는 비아냥을 벗어나야 한다. 충만한 자성과 헌신으로 쌓아온 한국의 개혁사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개혁파가 '힘'을 제대로 집중하고 선택해야 한다.

지지자들은 '낭보'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새 시대를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당 내부를 관통하는 당권경쟁으로 황폐화되는 것은, 새 시대를 여는 이데올로그이다. 자문하고 자각하고 자성해야 한다. 깃발과 길이 보이지 않는 개혁은 뒤따르는 대열의 수도 줄일 뿐이다.

2004.11.19.

출처 : www.dailyseop.com

 

열린우리당 창당 1주년 '유감'

Politics 2004.11.12 09:33 Posted by 수레바퀴

열린우리당이 창당 1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집권당으로서의 위용은 실종된 채 지지자들로부터도 엄중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개혁진영의 의회장악이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힘'을 얻었지만, 오히려 한나라당의 색깔공세와 강경대응에 맥을 못쓰고 정국 주도권을 잃었다. 마침내 정권 출범후 최저 지지율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이것은 모욕스럽고 참혹스러운 일이다. 사실 우리당은 스스로의 자생력에 의해 의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정면돌파'와 초유의 '탄핵사태'가 일으킨 바람으로 제1당이 됐다. 즉, 우리당은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위태로운 정당이다.

총선 후 당내 정비와 개혁입법 추진으로 정체성을 확인시켜 지지층 결집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당내 계파간 '개혁속도 조절론'으로 날이 저물고, 당론으로 확정한 4대 개혁입법마저도 뒤흔들리고 있다. 지지자들이 노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말 한 마디에 감격하는 것을 볼 때, 151명의 거여 우리당을 향한 실망감은 감출 길 없다.

소수 정예의 정당이었다면 동정과 함께 '격려'를 받을 터인데, 수만 많을 뿐 지리멸렬하기 이를 데 없다. 노대통령의 탄핵과 총선 전까지는 소수 정당이었다고 쳐도 이제는 어느모로 보나 집권당 아닌가. 이미 개혁세력은 DJ에 이어 근 7~8년간 집권의 위치에 있다. 언제까지 보수언론과 기득권 타령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노대통령의 '탄식'처럼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결정 같은 예상치 못한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경고처럼 그런 일은 얼마든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50명도 아니고 100명도 아니다. 150여명의 국회의원이 정치개혁, 언론개혁, 역사개혁을 못 이룬다면 그걸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우리당 지도부에 있다.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의지도, 힘도 없는 것같다. 집안 단속도 못하고 적전 분열까지 해대는 통에 노무현과 이해찬 두 사람만 보인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당을 일대 쇄신해야 한다. 할려면 제대로 하고, 하지 못할 거면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최장집 교수의 참여정부 '꼬집기'는 정확한 진단이다. 최 교수는 "참여정부는 선거때 왼쪽이고 통치는 오른쪽으로 한다"며 통렬히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파업 불허, 비정규직 문제 등 보수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보수신문 등에게 좌파공세에 시달리는 아이러니한 여권 상황의 원인을 지적한 것이다.

노대통령 등은 지금까지 좌파적·반시장적·반기업적인 정책은 고사하고, 여권의 역량을 넘어서는 개혁 추진으로 안에서는 완급조절을, 밖에서는 색깔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최교수의 지적대로 舊기득권 세력이 헤게모니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어 개혁진영이 합심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철저히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정권의 임기도, 개혁의 길도 변곡점에 다다랐다. 중대한 변화가 있지 않으면 '개혁진영의 장기집권'은 물 건너 간다. 여권은 넓은 안목을 가지고 실현 가능한 개혁 과제를 하나씩 완수해가는 것으로 목표를 줄여 잡는 게 필요하다. 지지자들도 노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열렬한 애정에서 비껴서서 잘잘못을 충분히 지적하는 것이 옳다.

무조건 보수신문과 한나라당 탓이라고 하는 것은 거대 여당에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다. 차라리 엄밀한 자기반성을 요구하고 그것을 수렴하지 못하는 구성원과 당이라면 전면적인 재구성도 불가피할 만큼 지금은 비상한 시기이다. 한나라당과 기득권, 보수신문은 여당의 4대 개혁입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저항을 할 태세이다.

물러설 곳은 노무현-참여정부-우리당-개혁진영에게도 있지 않다. 대체 20%의 지지율로 어떻게 개혁을 할 수 있단 것인가. 산산이 깨지더라도 기득권과 맞서는 노고만은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우리당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개혁'의 '개'자도 못 꺼낼 만큼 개혁 인플레의 시대가 와 있다. 우리당과 지지자들은 몸서리치게 자각해야 할 것이다. 누가 지금의 우리당에게 희망을 떠올릴 것인가 말이다.

출처 : 데일리서프라이즈 2004.11.12.

         http://www.dailyseop.com/data/article/9000/0000008622.htm

 

여권 '강남왕따'는 재집권 전략?

Politics 2004.10.28 13:48 Posted by 수레바퀴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국가보안법 폐지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관계법 개정안’, ‘과거사진상규명’ 등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우리당이 4.15 총선에서 의회 1당이 된 이후 6개월만의 일로, 당의 미래와 정체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이 정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민주-반민주’, ‘지방-수도권’, ‘주류-비주류’, ‘특권층-서민’ 등 이분법적인 전선을 쓴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고교등급제’, 집값(행정수도 이전) 등 부동산 정책은, 부의 집중을 비판하면서 특정 지역과 계층에 대한 위화감을 조성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 한나라 "대립구도 격화의도" 비판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강남을 왕따시키고 있는데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것 같다”면서, “이는 여권의 신집권전략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정권이 영호남을 편갈라 반쪽 정권으로 정권을 유지해온 데 반해 노대통령 등 신진세력들은 강남-강북 편가르기 등 절묘한 구분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즉, 한나라당은 과거 정치권이 영남?호남?충청권 지지 등으로 정권 창출에 전통적인 지역 민심을 활용하였던 것에 비하면, 현 집권세력은 지역 색채는 배제하면서도 부의 편중을 강조해 돈이 많거나 특권을 가진 자 등의 특정세력을 집중 공략하면서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이 지역균형발전을 거부하는 소수세력으로 낙인찍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을 격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왕따론’의 실체를 일단 부정하고 있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치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노 대통령의 의제 설정과 운영방식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박물관에 보내야 할 유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정권의 명운을 걸고...” 등 특유의 표현을 구사하면서, 갈등을 빚는 정치 사회 의제에 대해 지지층과 반대층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즉 노 대통령에 대해 ‘갈등의 리더십’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그간 방치해왔던 사회갈등의 중심 테마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다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집권 초반 청와대에 근무한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통화’와 ‘조화’라기보다는 “자기편은 열광하게 하고 반대편은 자극하는 펠로우십(fellowship leadership)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노대통령을 비판하는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에 대해 “현재 지방과 수도권, 그리고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라면서,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지난 8월 청와대는 ”일부에서 여당이 강남지역을 의도적으로 '왕따'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간 격차를) 언급하지도 말고 그냥 덮어버리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반박했다.

인터넷신문 데일리서프의 서영석 정치전문기자는 “집권당의 재집권전략은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서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강남 왕따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건 ‘전술’이지 전략은 아니다. 그런데 시대정신은 특권층이나 특정 지역을 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특정 지역과 권력에 천착하는 한나라당은 (집권과는) 거리가 먼 정책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 우리당 "개혁 중요성 되짚는 기폭제"주장

또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계층, 계급간 ‘편 가르기’는 단순한 갈등의 확산을 의도하는 게 아니라 개혁의 중요성을 되짚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회가 현재 ‘닫힌’ 계급사회로 나아간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는 단순한 빈곤 대물림의 차원이 아니라 총체적인 신분의 고착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당은 이를 혁신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당 내부에서 편가르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여전하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지난 7월 개원국회 평가를 위해 마련된 연석회의에서 “여권이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의석을 얻고도 ‘친노 대 반노’ 구도로 정국을 운영하려는 경향이 존재했다”며 반성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 한나라당의 중도화와 민주노동당과의 개혁경쟁으로 ‘수구 대 반수구’의 구도가 깨지면서, 지지층이 엷어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강남 왕따’와 같은 구분법이, 지지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국민의 다수를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여준 전 의원도 “여권의 대의는 적절하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자꾸 꼬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수도이전 문제도 여권의 독선적인 정치행태가 낳은 결과라는 식이다.

한나라당은 보수의 이념적 좌표로 공동체적 자유주의를 내세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따뜻한 보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러한 전략은 여권에 맞서 용공?친북활동까지도 과거사 규명에 포함하자고 ‘역제안’한 여의도연구소(소장 박세일 의원)에서 나온 것으로, 2007년 대선에서 51% 득표로 집권하려는 이른바 ‘5107 프로젝트’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야당의 ‘약자 배려’ 전략이 허구라는 것을 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발전의 혜택이 특정지역 및 계층에만 집중된 것을 부각하면서, 그러한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치중해간다는 방침이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은 사회에 엄존하는 지역간, 계층간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개혁엔 비협조적”이라면서, “이는 건강한 의미의 사회통합과 다원성을 포기해 결국은 국가 경쟁력을 잃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권의 향후 집권 전략은 이광재 의원이 주축이 된 친노 성향의 386의원 모임인 '신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에 의해 브레인 스토밍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모임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쟁점은 들춰낼수록 진가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전모가 드러나게 되는데, 수도이전이나 고교등급제 등이 막혀 있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제기와 대안이 옳았다”고 판단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실체없는 개혁' 논란 이어질 듯

참여정부 초기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명지대 이종오 교수는 “현실적으로 어떤 특정지역이나 계층을 물리적으로 왕따시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신은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아 균형사회를 지향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이러한 국정운영을 ‘강남 왕따’라고 거두절미하여 몰아 세우는 것은 기득권층의 개혁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당은 수도이전이 헌재에 의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권력분산’ 또는 ‘지방화’를 통해 재집권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 훼손됐다. 하지만 지지층이 단결해 전폭적인 후원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한나라당이 ‘표정관리’에 들어간 것도 지난번 탄핵 후폭풍을 잊지 않고 있어서이다.

이런 가운데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으로 상처 입은 노 대통령과 집권당은 4대 개혁법안 국회 처리에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헌재 결정에 힘입은 야당은 이를 강력 저지한다는 태세여서 ‘실체없는 개혁’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주간한국 2004.10.27.

덧글 : 본 포럼의 포털뉴스모니터링 메뉴에 가시면 포털뉴스 모니터링 제안과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개혁의 '씨'가 마른다

Politics 2004.10.27 11:07 Posted by 수레바퀴

노무현 대통령이 소수정파로서, 또 주류의 대척에서 갈등을 점화시키며 집권하기까지는, 그 전임 대통령인 DJ처럼 '드라마'였다. 노대통령은 민주-반민주 구도 속에서 성장한 대중적 정치인으로 좌절과 파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암시하는 숱한 징후들을 투과하면서 승부사적 투혼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때문에 노대통령의 집권은 이른바 '시대정신'을 떼어 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 있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체험했으며, 통일과 화합의 역사적 명제를 간직한 개혁세력의 리더로서 유권자들의 과반수에게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의회는 여전히 보수세력에 의해 장악됐으며, 사사건건 충돌했다.


여기에는 주류 기득권이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이 있었다. 이들의 오만은 도저히 집권이 불가능한 조건들을 다 가지고 있었던 노무현이 상황을 역전시켰기 때문이다. 그것도 통제되지 않는 모래알같은 '네티즌'들이란 새로운 개념의 '세력'이었다.


노대통령은 이 후원세력에 힘입어 특유의 갈등적 리더십, 펠로우십(fellowship leadership)으로 무장했지만, 결국 보수파가 다수를 점한 16대 의회에선 탄핵에 직면했다. 급변을 원치 않는 헌법재판소는 노대통령을 지켰다. 그리고 그 여세는 노대통령과 집권당을 의회의 다수파로 만들었다.


이제 한국 민주주의는 특정 정파의 독점 무대는 깨지고 있다. 그 대신 양당제, 나아가 다당제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시사하는 바 크다. 그러나 이 징후가 '변화' 즉 '개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보수파는 '실체없는 개혁' 논쟁을 확산시키면서 노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현재 의회의 다수를 점한 열린우리당이 '개혁'의 다수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는 지지자들은 별로 없다. 우리당이 보수파의 견제를 끊임없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사법-관료-경제 등 한국사회의 전 영역에서 '노무현'은 공격당하고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은 한국사회의 '개혁'이 '노무현'이라는 소수세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지만, 거대한 보수파인 주류 즉, 기득권에 의해 봉쇄될 수밖에 없는 삭막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헌재는 '급변'-대통령의 有故도, '시스템'-인식체계의 변화도 용인않는 '이기주의'를 보여줬다.


이 이기주의는 한국 사회 주류의 전형이다. 그들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하는 사회개혁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온건하며 시스템적인 개혁은 급진적인 시도보다 더 폭발적인 상황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파는 사력을 다해 그것을 막고 있다.


역사-교과서의 불온성을 논하는 의회의 치기어린 보수파들을 보라. 미디어-온라인과 대안매체의 폭발적 신장을 염려하는 조중동과 연합정파들을 보라. 기득권이 자원을 집중적으로 소유한 '서울'을 결코 잃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친 서울공화국의 무리들을 보라. 그들에게 21세기는 만고불변의 무대일 뿐이다.


여기에 맞서는 노무현을 위시한 개혁진영은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의 '다수'를 잃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나면서 한국사회는 20~30대의 보수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성의 산실인 상아탑의 만연한 개인주의는 비정치화를 추동하고 있다. 특히 영-호남 지역갈등으로서가 아니라 계층-지역-나이를 불문한 갈등구도가 솟구치고 있다. 여기에 유연한 타협과 화해, 전향적인 조치들의 공간은 없다.


개혁의 '씨'가 마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보수파에 의해 포위당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개혁진영의 10년 집권의 종착지가 눈앞에 보이려 한다. 역사의 진실은 하나이다. 그 진실은 통합(united)의 미래와 타협하는 것이다.


저 휴전선의 뚫어진 철조망이 아니라, 헌재 재판관들의 '관습'이 아니라 개혁이 점점 몰가치해지는 것에 분개해야 한다. 개혁은 일어서야 한다. 극단과 중도를 넘어 모든 개혁진영은 연대해야 한다. '씨'가 사라지기 전에 노무현과 같은 '드라마', 그 드라마의 콘텐츠를 민들레처럼 뿌려야 한다.


2004.10.27.
 

'포스트 노무현'을 생각한다

Politics 2004.09.24 14:41 Posted by 수레바퀴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가 산적한 국정과제를 놓고 격랑 속에 있는 가운데, 한국 주류 사회가 조심스럽게 노무현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舊기득권은 확고한 지지기반이 있던 DJ에게는 질서-체제를 양보할 수 있었지만, 낯설고 투쟁적인 '노무현'과는 쉽게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했다. 盧대통령은 집권 이후 舊기득권을 조롱하면서 그들이 껴입은 방호막들의 하나인 언론-의회를 모욕했다. 마침내는 盧대통령과 지속적인 충돌의 결과, '탄핵'이라는 갈등의 정점을 거쳐야만 했다.


이 지속적인 충돌은 그러나 숙지지 않은 채 더 강한 공방의 늪으로 향하고 있다. 盧대통령이 舊기득권이 숭배한 수구냉전 이데올로기의 철심인 국가보안법을 한국사회에서 뽑아내려고 하고 있는 데다가, 숨겨온 위선의 조각인 친일의 역사를 구조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참여정부는 이른바 실질적인 '균형과 분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을 왜소화하는데 나서고 있다. 舊기득권은 과거(역사)-현재(보안법:냉전주의)-미래(서울)를 잃을 수 없다는 태세이다.


최근 이회창 씨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만고불변의 법은 없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국회의원직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냉전세력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렇게 첨예한 갈등구도에서 '포스트 노무현'을 거론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 수 있다. '盧' 이후를 가정한다는 것은 개혁세력에게는 힘의 분산과 내부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盧'를 잃을 수도 있다.


'盧'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단순히 표상하지만, 한국사회에는 남다른 외연을 이미 확장시키고 있다. 이미 盧대통령은 첫째, 한국사회에 비주류로 대표되는 소수자의 전진 배치 둘째, 억압된 이데올로그들의 부활 셋째, 이에 따라 (한국전 종전 이후 의회를 장악하는데 실패한) 舊기득권과의 치열한 대결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盧대통령은 한국사회를 '패러다임'의 변경으로밖에 해명할 수 없는 중요한 장치와 신호를 만들었다.


盧대통령은 '혁신'이란 명칭을 정부기구에 사용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그것이다. 그는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혁신을 주창하고 그것을 실제로 설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권과 차별, 배제라는 종전의 기득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기구(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등)와 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과거의 질서를 혁신하는 일은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盧'가 시연하는 철학과 테마에 동의하는 지지자들은 盧 이후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 盧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노무현'을 내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노무현이라는 새로운 카드-냉전, 특권, 차별, 배제, 중앙집권를 배격하는 일체의 가치들-를 숨기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분출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는 안전한 자신을 지향하는 자아의 한 부분과, 안주하려는 黨의 한 부분과, 화석처럼 굳어진 주류사회의 관습과 싸워야 했다. 새 시대의 첫차가 아니라 구 시대의 막차가 될 것임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지지자들은 포스트 노무현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완전한 소외자의 출신이었으며, 고독한 투쟁으로부터 탄생하였으며, 스스로 萬人의 발에 밟히는 디딤돌이 된 '노무현'에게 긴 영예의 안식처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늘 그랬듯이 역사란 새로운 자에 의해서 쓰여진다. 그래서 지금 주류사회의 여전한 반노무현 기류와 노무현 이후를 준비하는 데 대응해서  포스트 노무현을 준비하는 것은 중차대한 것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또다시 盧와도 다른, 새로운 역사를 여는 조건을 가진 인물이어야 하고, 그럴 경우에 한해서만 현재의 집권세력이 견지하는 정치적 아젠다가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포스트 노무현의 '조건'-단서는 야권의 후보 선출과 맞물리면서, 상당히 난삽한 과정을 거쳐서야 주목받게 되겠지만, '여성'이라는 화두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본다.


200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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